비밀 정원 - 제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혜영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밀정원, '잃어버린 엄마의 첫사랑을 찾아서' 가 부제인 제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이다.

소설가 황석영은 빈티지의 매력을 지닌 소설 이라고 축하글을 남겼다. 빈티지 소설,,, 노관 때문인가? 이곳의 공간적 배경은 강릉의 '노관' 이다.

삼백 년 넘게 명맥을 이어온 지방 부자 가문의 저택인 것이다. 그리고 이 '노관'이 소설 등장 인물들의 '비밀 정원'인 것이다.

서울에서 현대식 고등학교 교육을 마친 여학생이 정치에 입문하려다 실패하여 병이 난 아버지와 어머니의 욕심으로 빚을 갚고 가문을 일으켜야 하는 의무감 때문에 이 부잣집 병든 큰 아들과 정략결혼을 하게 되는데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와 밤을 보냈으나 그 후 함께 도주하려던 약속이 어긋나면서 노관의 마님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첫사랑은 남편의 동생이었다. 그 사람 '이율'은 가혹한 사랑의 운명에 도피하고, 평생 지배당하다가 쓸쓸한 죽음을 맞는데, 그것이 그에게는 그 불행한 사랑의 완성이 된다. 

이야깃 거리가 많다. 10.26사태, 학생운동, 5.18등등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이야기 1980년대, 그리고 이 글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이요'가  불혹의 나이가 되어 근 이십 년간 외국 생활을 하다가 돌아오게 되면서 테레사와 해후를 하고 그녀의 출생의  비밀이 드러나게 되고 또 다른 출생의 비밀까지 ...

토지도 살짝 생각나고.. 실은 이 소재들은 대하소설로도 손색이 없을 분량을 뽑을 수도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리고 작가의 직유가 매우 인상적인 소설이었다.

이후로 나는 그저 황량한 들판을 떠도는 바람이었고, 저물녘 창문을 두드리는 기척들이었고 견고한 창틀에 부서져 내리는 달빛 부스러기였어, 형체가 사라진 흔적, 부서지고 망가진 여운, 혹은 애초에 미완인 개곡선이 바로 내 모습이었네, 나는 깃털이나 먼지로 흩날려 다닐 뿐 내 의지로 내 발로 땅을 굳건하게 디딘 적이 없었어, 결코 끝나지 않은 운명의 독수리에 지금도 매 순간 내 간을 쪼이고 피 흘리고 있지, 가혹한 운명이네

세상의 말들이란 차창의 풍경처럼 빠르게 지나가네. 재빨리 지나가고 또 가버리면 그걸로 그만이지. 남의 눈에 인생의 기준을 두지는 말게. 마음에 해를 품었거든 해를 따르고 마음에 달을 품었거든 달을 따르게. 시간은 기다려주질 않아. 사랑도 해처럼 진다네. 달처럼 이울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의 생애
이승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읽는 동안 이사를 했다. 그래서 방황하듯 읽었던 책이다. 식물들의 사생활에 이어 두 번째 이승우 작가를 대한다. 역시나 독특한 전개가 그리고 언어의 유희가 압권이다. 분명 소설인데 한편의 에세이 같다.

사랑에 대한 작가의 심오한 정리들을 염탐하는 기분이랄까.. 글의 힘과, 사색과, 말장난 같은 언어유희가 소설 같지 않은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전부이다. 스토리는 간결하지만 깊이가 있고 에로틱이란, 애무란, 의심이란 질투란 사랑 관련한 단어 하나하나에 대한 해석이 참신하다.

구나 한 번쯤은 해봤고, 헤매봤고, 실연해 봤던 사랑에 대한 작가의 고찰이 대단하게 느껴지며 '사랑의 교과서를 쓰고 싶으셨나?' 했더랬다. 

삼 년 전 '나는 사랑할 자격이 없어'하고 선희의 고백을 외면했던 형배가 어느 무료한 결혼식장 하객석에서 무심히 눈에 들어온 하트 모양의 귀바퀴를 관찰하다가 그 귀바퀴의 주인공이 삼 년 전 그녀이어서  재회를 하며 사랑에 대한 여러 생각들 끝에 그녀에게 고백을 하지만, 이미 그녀에게는 영석이라는 나이 많고, 여리고, 상처가 있는 사람과의 사랑이 자라나고 있었고, 그 삼각관계 가 느닷없이 부딪치고 튀어 올라 어느 커플의 사랑이 더 견고해지고, 형배의 고교 친구들 중 준호의 사랑관이 양념 역할을 하게 된다.

자들의 친구들 중 하나쯤은 있는? 캐릭터, 그래서 욕하고, 또 어이없어하기도 하지만 내심 부럽기도 한? 그런 ..  '한 사람만 사랑하는 것은 각기 다른 개별 존재들의 다채로운 매력을 무시한 처사이므로 악덕이다.'라는 준호,  이 대목에서 너무 어이없어 헉~터졌다가 또 수긍을 한 나는 뭐지? ㅋㅋ 영석의 넝쿨 사진 때문에 둘의 인연이 시작되고 넝쿨식물의 언어는 '너는 내 것이다'가 아니라 '나를 구해주세요'이다.' 내 말을 들어라'가 아니라 '나를 받아주세요'이다. 선언이 아니라 부탁이다. .. 그녀가 영석의 의아한 사랑을 넝쿨 식물 같다고 받아들이게 되는 대목이 또한 인상적이다.

사랑을 어찌 정의할 수 있겠는가? 저마다 다른 사람들이 제각기의 사랑을 하는 사례들이 무궁무진할 텐데..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의 숙주이다. 사랑은 누군가에게 홀려서 사랑하기로 작정한 사람의 내부에서 생을 시작한다.' 이 구절이  이 소설의 처음이자 키워드이다. '사람이 사랑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사람 속으로 들어온다. 사랑이 들어와 사는 것이다. 숙주가 기생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기생체가 숙주를 선택하는 이치이다. ' 그렇게 보면 사랑에 빠졌다는 표현이 맞다. 사랑이 사람을 선택한다.? 큐피트의 화살신화도 맞네 ~~

 

 

- 전에는 아주 잘 아는 여자였으므로 그녀에 대해 궁금한 것이 없었다. 지금은 아는 것이 없으므로 궁금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녀가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 모르는 사람에게 끌린다. 아는 사람은 편하지만 매혹의 대상은 아니다. 모르는 사람은 편하지 않지만, 때때로 매혹의 대상이 된다.



- 그가 떠올린 것은 어떤 재료로 만들어진 어떤 맛의 파스타가 아니라 그냥 기호로서의 파스타였다. 그리고 그 기호가 가리키는 대상은 그녀였다.



- 거절당한 경험이 없는 것은 시도한 경험이 없어서이기 때문이다.



- 그는 거절에 대한 공포심이 없고 자기의 호감 표현이 맞게 될지도 모를 홀대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므로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망설임 없이 내부의 감정이 시키는 대로 그녀를 향해 갔다.



질투는 사랑의 크기가 아니라 그가 느끼는 약점의 크기를 나타내 보인다. 사랑해서 질투하는 것이 아니라 약점이 있어서 질투하는 것이다.



- 사랑이 그처럼 불완전하고 모순된 것은 사랑을 하는 인간이 그처럼 불완전하고 모순된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인식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손원평이란 이름, 중화권 작가인 줄로 알았 더랬 음ᆢ 주인공 '선 윤재'는 태어날 때부터 편도체의 크기가 작아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다. 편도체의 크기나 모양이 아몬드 같아서 그것을 아몬드라 부르며 '윤재'의 엄마는 실제로 아이에게 아몬드를 먹게 한다.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도움이 될까 해서.. 그리고 감정이란 걸 교육하려고 한다.

마와 할머니의 사랑 속에서 좀 특별한 아이 지만, 무감정한 아이로서 그 가족을 바라보는 표현이 재미있게 서술된다. 이 소설의 소재는 끔찍한 스토리 세 개 사이로 이어진다. 흔하진 않지만, 매스컴에서만나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그러나 가까이 있기도 한 극악무도한 범죄들ᆢ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남은 사람들의 삶ᆢ

'윤재'의 엄마가, '윤재'의 할머니가, 그리고 '윤재'가, '심 박사'가, '곤이의 아빠'가, '곤이의 엄마'가, '곤이'가ᆢ

작가는, 예측되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가는 예측 외의 스토리로 전개해 나가는, 여러 장치를 한다. 그런 반전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은은하게 들었다 놨다 한달까?

는 가끔 내 감정의 무게가 벅찰 때가 많다.

그것이 말랑할수록 상처를 많이 받게 되니깐ᆢ

그래서 쎄지고 싶어 하는 '곤이'의 몸부림이 이해가 돼서 더 안타까웠고, 그래서 '윤재'의 반응 없음, 표정 없음이 신기하기도, 조금은 부럽기도 했다.ㅎㅎ

어마어마한 사건을 겪고

감정을 얻게 된 '윤재'의 재회 장면에서 왈칵 눈물이 났다. '감정이 너무 풍부한 나는.. 책을 읽다가 울기를, 올해 몇 번째인지' ᆢ

읽는 내내 이 소년이 짠했나 보다.

결말 부분은 희극이었을까 비극이었을까

안도의 숨과 안타까움의 숨이 동시에 일었다.

작가는 도입 부분과 후기에 이렇게 언급한다

사실 어떤 이야기가 비극인지 희극인지는 당신도 나도 누구도, 영원히 말할 수없는 일이다. 그렇게 딱 나누는 것 따윈 애초에 불가능한 건지도 모른다. 삶은 여러 맛을 지닌 채 그저 흘러간다.

작품은 휴머니즘이다. 호기심에서 시작해서 잔인했다가 따뜻했다가, 작가는 실제로 아이를 출산해서는 낯설고 서먹하기까지 한 존재를 보면서 부모로서의 책임과 가정을 벗어나서의 사회적인 삶 역시 중요하다고 여기며, 사회에 대한 책임도 느낀 것 같다. 나 하나 잘 키운다 해도 상처받은 사람들의 묻지 마 범죄를 보며 나도 한때 많은 생각을 했더랬다. 죽어가는 '윤재'가 '곤이'에게 한말,,

네가 상처 입힌 사람들에게 사과해. 진심으로. 네가 날개를 찢은 나비나 모르고 밟은 벌레들에게도.

찍한 사건도 감정 없는 소년의 시선으로, 오히려 그 표현에 매료되어 불편하지가 않다.

스포가 되고 싶진 않은데

주인공이 죽는 소설인 줄 알고 놀랐더랬다ᄏᄏ

청소년 소설이라 하는데

성장소설이며

여행 중에 놓기 싫었던 꽤 괜찮은 우리나라 여류작가의 발견이다.

나주행 KTX를 타고 가며

 

 

그렇게 엄마의 사랑이 완전히 끝맺어지는 그 순간에

철없는 사랑이 가르쳐다 준 불청객인 나는, 철저히 잊히고 있었다.

그래서. 강해질 거야. 내가 살아온 인생답게. 나한테 제일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이기고 싶어. 상처받는 걸

멈출 수 없다면 차라리 상처를 줄 거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식물들의 사생활 - 이승우 장편소설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7
이승우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군가 그 작가의 이 작품이야말로 노벨상 추천작이라 했다는 어디선가 보았던 기억이 나로 하여금 이 책과 그 작가에게 관심을 갖게 했다.

급 레스토랑 민들레의 주인인 엄마, 밖으로만 돈다는 능숙한 수완가인 그녀 이름은 서영숙, 그리고 하루 종일 바둑 채널과 정원 식물 가꾸는 것이 전부인 아버지, 그리고 군대에서 폭발물 사고로 다리를 잃고 돌아온 형 우현과 그 형의 애인을 짝사랑해서 억지 부리다 가출하고 돌아와서 형의 비극과 대면하는 기현, 이 가족이 식물처럼 사랑했고, 또 사랑하는 이야기이다. 소나무를 휘어감은 때죽나무와 그 네 사람과 형의 애인 순미, 그리고 어머니의 평생 잊지 못하는 첫 남자, '남천'이라는 남해의 바닷가에 지어진 그림 같은 집, 태평양을 건너온 씨앗이 자라난, 커다란 야자나무, 그리고 형이 가고 싶어 하는 피안의 세계 물푸레나무와 형 우현이 수집한 나무들의 변신 이야기와, 식물과 대화하는 아버지.. '모든 나무들은 좌절된 사랑의 화신'이라고 말하는 우현의 말이 이 이야기의 전부를 지배한다.

위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하던 대학생 형 우현은 엄마의 사랑과 기대 안에서 살고, 기타 치며 노래를 잘 부르던 순미와 애인 관계이다. 재수생 기숙학원에서 빠져나와 가출했다가 마음잡고 공부해 보려던 기현은 순미의 등장에 한눈에 반하고, 그녀의 형을 향한 노래를 들으며 자신의 사랑을 키운다. 그리고 주체 못하는 자신의 감정을 못 이겨 해프닝을 벌이고는 형의 카메라를 들고 가출한다. 그리고 그로 인한 엄청난 파장이 일고 형에게 빚을 지게 된다. 연꽃 시장이라고 하는 사창가에 다리 없는 형을 업고 들여보내는 모자의 은밀한 의식을 목격하면서 기현은 한없는 분노와 책임감이 생겨나고, 엄마를 미행하면서 '남천'이라는 비현실적인 장소에 가게 되고, 역시나 비현실적인 야자수 아래서의 식물 같은 남녀의 사랑을 보게 된다. '남천'이란 장소는 엄마의 첫사랑의 도피처이고, 그곳에서 아이를 낳은 신성한 곳이고, 그런 그녀를 아버지가 지켰던 곳이고, 그 운명적 사랑이 운명한 곳이고, 바다를 마주하는 두 슬픈 나무의 뿌리가 밤마다 뻗어나가 바다 한가운데서 만난다는 순미의 꿈이고, 기현의 상상이고, 우현의 신화이고, 엄마와 그 첫사랑의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공간이었던, 작가에게는 '성소(聖所)'인 곳이다.

음 도입 부분의 조금 충격적인 연꽃 의식에서 흐름을 쫓아가다가 중간중간 채식주의자 생각도 나고, 나무들처럼 사랑한, 식물들처럼 사랑한 이 글의 주인공들을 작가는 따뜻하게 감싼다. 그리고 다른 시간과 다른 공간을 살아가는 가족의 화해랄까 그런 결말이 너무 좋았으며,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란 존재의, 기현을 향한 '너희 어머니는 순결하다.'이 대목과 여전한 그의 사랑과 그 사랑의 대상인 어머니..

'사랑은 다 다르다. 사랑한다는 내용은 같아도 사람들이 사랑을 하는 방식은 하나도 같지 않다. 백 명의 사람들은 백 가지 방식으로 사랑한다. 그러니까 특별하지 않은 사랑은 하나도 없다.' 엄마의 사랑도, 아버지의 사랑도, 순미의 사랑도, 우현의, 기현의, 그리고 잘못된 형부의 사랑도, 그냥 사랑은 사람마다 다다르다. 식물들은 그런 사랑이 옳다 그르다 판단하지 않는다. 그냥 사랑하고, 그냥 기대고, 그냥 욕망할 뿐이다. 중간중간 후렴구 같은 반복이있다. 작가의 스타일인가 했으며, 이야기의 전환이 섬세하나 군더더기없고 힘차다는 느낌ᆢ다른 작품에서도 곧 만나지기를 ..

 

 

모든 기록은 기록하는 자의 시각과 입장을 반영한다. 사진을 찍는 자는 카메라의 앵글이나 초점을 통해 자신의 시각과 입장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럴 때 문제 삼을 수 있는 것은 그 시각과 입장의 윤리적 기반이다. 사진을 찍는 자의 앵글과 초점은 윤리적 앵글이어야 하고 도덕적 초점이어야 한다. 그것이 형의 사진론이었고, 그것이 그가 한사코 사진의 예술로서의 지위에 눈을 돌리지 않으려 하는 이유였다.

그렇게 왔다, 사랑은. 마치 눈에 띄지 않는 사이에 꽃봉오리가 벌어지듯이, 그렇게 천천히. 사랑이었을까. 그것이. 그러나 사랑이 아니라면 그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나무가 된 뒤에도 그들은 욕망과 사랑의 감정을 지워버릴 수 없다. 나무가 된 뒤에도 그들의 욕망과 사랑의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니. 나무가 된 뒤에야 비로소 그들은 그들의 욕망과 사랑이 감정을 스스럼없이 표출할 수 있게 되었다. 나무가 됨으로써 그들은 사람으로 있을 때는 이룰 수 없었던 사랑을 이루었다. 나무는 욕망하고 사랑한다. 나무는 누구보다 더 크게 욕망하고 누구보다 더 간절하게 사랑한다. 큰 욕망과 간절한 사랑이 그들을 나무가 되게 했다.

사랑은 다 다르다. 하고 나는 나에게 말했다. 사랑한다는 내용은 같아도 사람들이 사랑을 하는 방식은 하나도 같지 않다. 백 명의 사람들은 백 가지 방식으로 사랑한다. 그러니까 특별하지 않은 사랑은 하나도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캐비닛 -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수라는 작가는 '설계자들'을 통해서 관심을 가졌고, 인상이 깊었었다.  캐비닛은 그 책을 읽은 후 블로그 이웃을 통해서 알게 되었던 책, 제12히 문학동네 수상작이다.

기괴한 인간들이 나온다. 심토머라고 하는 변화된 종의 징후를 보여주는 사람들, 즉 현재의 인간과 미래 태어날 인간의 중간쯤에 있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해괴 망측하기도 하고 징그럽기도 하고 연민이 가기도 하는 아주 이상한 사람들..

13호 캐비닛에는 그런 사람들의 자료가 보관되어 있고 권 박사는 40년간 그것을 연구해온 사람이며 주인공 공덕근은 그 박사의 보조이다. 그곳은 엄연한 공기업이다. 그런 종류의 사람들이 존재함에 놀란 주인공에게 권 박사는 이것은 성경의 끝, 인간이란 종의 마직막 단계이거나 새로운 종의 시작이라고 한다. 

 

가락에서 은행나무가 자라는 사람, 시간이 사라져 버리는 사람들, 도플갱어, 혀에서 도마뱀이 자라는 사람, 토포러라고 하는 매우 긴 잠을 자는 사람, 한 몸에 여성과 남성을 같이 가지고 있는 사람, 다중소속자라고 하는 육체를 교환하는 사람들, 스스로를 외계인의 후손이라 여기며 교신을 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 작가는 매우 능청스러운 이런 뻥 같은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매우 그럴듯하게 펼쳐 나간다.

 

각자의 이야기들은 독립적인 에피소드이나 서로 연결되는 구조이다.  작가의 상상력에 혀를 내두르다 웃다가 이건 현실 풍자이네, 블랙 유머네 했더랬다.

 

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포나 불안이 만들어낸 허상들,  이런 삶을 살면서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어 버리고 싶다는 그런 황당한 욕망? 작가의 상상력과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스킬이 역시 역시하며  먼저 읽은 책에 이어 선택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 그리고 마지막 '주의 사항이'란 부분을 읽으며 다시 한번 빵~~ 터짐, 나는 진지하게 어떤 대목에선 정말로 그런가? 하며 인터넷도 뒤져보았던 망신당할 뻔했던 사람이었음 ㅋㅋ

 

 

우리가 견딜 수 없는 시절은 없어요. 그런 시절이 있었다면 나는 지금까지 살아 있지도 않을 거예요, 우리는 행복한 기억으로 살죠, 하지만 우리는 불행한 기억으로도 살아요. 상실과 폐허의 힘으로 말입니다.





우리는 불안 때문에 삶을 규칙적으로 만든다. 면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삶을 맞춘다. 우리는 삶을 반복적이고 규칙적으로 움직이게 해서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게 만든다. 습관과 규칙의 힘으로 살아가는 삶 말이다.





에두아르 마네는 [푸른 도마뱀]이라는 책에서 열다섯을 두고 ‘세계를 다이너마이트로 폭파시키고 싶은 나이‘라고 말했다. 그 책에서 기억나는 구절이라고는 그것뿐이다. 생각해보면 나의 열다섯이 꼭 그랬다. 다이너마이트가 있다면 학교를 폭파시키고 싶은 그런 기분이 들던 시절이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에게 나는 늘 화가 나 있었다.

"글쎄, 꼭 뭘 해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냥 자네의 시간을 견뎌봐. 인생이란 그저 시간을 잠시 담아두는 그릇에 불과한 거니까." "캐비닛처럼요?" "그래, 마치 캐비닛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