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어느덧 일 주일 문학동네작가상 9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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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 책이다. 2004년도 문학동네 작가 상 수상작이라나 .. 서른 살의 화자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아버지와 다른 소통, 다른 눈높이를 가지고 있다. 그와 불륜인 7살 연상의 유부녀 기연은 사랑 없는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카페의 주인이고, 그녀의 오빠는 아버지의 기대를 받던 훌륭한 자식에서 정신줄을 놓아버리고 어린 사람이 되어버린 채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또 방황하는 어린 시절 야구 꿈나무였던 신호가 그 시절 야구 감독과 아버지를 원망하면서 살아온 이야기가 더해진다. 엄청 심오한 전개는 아니지만 세 쌍의 아버지란 사람과 아들이란 사람들의 히스토리가 등장한다.

론 주가 되는 건 화자의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아버지와의 관계이지만.. 작가의 인터뷰에서 근대 문학의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가 '아버지 죽이기'였다고 말한다. 여기서 아버지란 가부장제뿐만 아니라 봉건질서와 왕권을 상징하기도 한다면서.. 아들과 아버지에 대해서 그들의 관계에 대해서, 그리고 그 아버지들이 살아온 시간과 배경에 대해서 그들의 무게와 그들의 책임감과 그런 것들에 대해서 숙고해본다.

요즘 박카스 선전이 너무 좋다. 어린 딸이 출근하는 아빠에게 "아빠, 또 놀러 와~~"하는. 더 이상 묵묵히 혼자 희생하고 혼자 짊어지는 어깨들이 아니길 바라면서 ..

아버지는 아버지가 알고 있는 그 아이를 키워왔고, 나는 그 아이를 버린 지 오래였다. 내 생각을 말할 수 있으려면 우선 우리 사이에 있는 그 아이부터 지워야 했다.

그 아이는 허수아비일 뿐이었으니까



그것은 아주 막연하고도 깊은 공포였다. 언젠가 꼭 찾아올 것만 같은 그런 것이었다. 마치 내가 아버지 앞에서 출구 없는 블랙홀에 갇혀 있다고 느낄 때의 막연한 공포심과 비슷한 그런 것이었다. 언젠가, 때가 되면, 불행한 일이 찾아올 것이다. 나는 생각했다. 특히 기연 씨와 헤어지고 난 후엔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인생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있었지만 그런 짓이 바보 같다고 생각할 때도 많았다. 그런 식으로 고민해봐야 무엇 하나 달라지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인생이란 내가 어떻게 한다고 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처음부터 누군가에 의해 단단한 구조로 오랜 시간 꼼꼼하게 지어진 구조물과 같은 것이었다. 나는 그 구조물의 미로 속을 천천히 두리번거리며 옮겨 다닐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복잡하지 않으면 미로가 아니니 그 속에서 길을 잃을 때가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식의 생각도 어떤 때에는 칠 개월째 같은 자리에 붙어서 때가 덕지덕지 붙은 길바닥의 껌 조각보다도 못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사실 내가 살아가면서 받아들여야 하고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들은 너무나 자명 한 것들이었으므로, 내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아버지의 그 침묵하는 등이었고, 그래도 언제나 창가에 수선화를 꽂아두는 어머니였고, 기연 씨였고, 기연 씨 오빠의 그 몸짓이었고, 신호 씨의 한숨이었고, 노숙자 아저씨의 굵은 주름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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