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은희경 : 빈처 Poor Man's Wife ㅣ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15
은희경 지음, 전승희 옮김, K. E. 더핀 감수 / 도서출판 아시아 / 2012년 7월
평점 :
책을 보고는 '빈처'라는 제목에 끌렸다. '현진건'의 '빈처'도 아니고 '은희경'의 '빈'처라, 알라딘서 구입하고는 가벼워서 놀라고, 책이 얇고 또 짧아서 그리고 옆에 영어로 번역이 나와서 놀랬다. 시리즈물인 것 같다.
청춘의 남녀가 결혼이라는 틀에서 아저씨와 아줌마가 되고, 아저씨는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것이 가정에 충실한 것인 줄로만 알고 열심히 일하고 정보를 얻는다고 사람을 사귄다고 술자리를 빈번히 갖게 되고, 아줌마는 두 아이 육아에 지쳐 여자이기를 포기하고 자기가 독신녀라느니 애인이 있다느니.. 하는 아내의 일기를 우연히 보게 되면서 남자는 대학시절 아내를 쫓아다니던 일, 데이트하던 일, 매일 술을 먹고 늦는 일 등에 대해서 돌아보게 된다.
그녀는 일기 속에서 남편을 스테디 한 관계가 아닌 애인이라고 하기도 하고 또 연애를 하고 싶다고 표현한다. 아저씨는 늘 밖에서 지치고, 아줌마는 늘 안에서 지치고,,
남자는 살아가는 것이 진지한 일이며, 비록 모양 틀 안에서 똑같은 얼음으로 얼려진다 해도 살아가는 것은 엄숙한 일이라고 결론을 맺는데, 나는 삶이 참 진부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때는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다. 이렇게 안 쳐다보고 살 걸 남자들은 왜 그렇게들 예쁜 여자와 결혼하려고 안달인지 몰라. 나는 이제 얼굴을 밀어 버리고 그냥 남들과 구별만 가게 ‘마누라‘라고 써 붙이고 있을게라고
하긴 살뜰하고 다감하여 지겨운 아내, 귀하고 기특해서 조바심 나는 자식들, 남들처럼은 행복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운 가정사, 그런 것들로 이루어진 집이라는 일상에 갇혀 살기에는 그는 너무나도 자유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그 자유가 이 척박한 세상에서 그리는 사람이 무너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한 방법이라는 것을 나는 인정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