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하게 살아가기 - 부적절성 속에서 죽어가는 모든 존재들을 살아가는 것
한광수 지음 / 바른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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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불평등은 태아부터 시작된다. 내가 원해서 여자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인종이든 나라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없다. 부모도 환경도 내 마음대로 택할 수 없다. 하지만 태어나서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따라 나에게 주어진 환경을 바꿀 수 있다. 내가 선택할 수 없었던 부적절한 환경은 내가 세상을 어떻게 노력하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적절한 환경이 된다. 그리고 죽을 때는 모두 다 평등하다. 이 책의 3장 자기 존중에 관한 이야기 중 '평등과 불평등'에 나오는 이야기다.

먼저 이 책의 제목 <적절하게 살아가기>에서 적절하다는 뜻부터 살펴보자. 적절하다는 말은, 너무 크거나 작지 않은, 너무 짧거나 길지 않은, 너무 많거나 적지 않은, 잘 맞는, 알맞은, 딱 맞는... 이런 뜻이다. 그런데 이렇게 적절하다는 말의 의미를 검색해서 쓰다 보니 갑자기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중용. 지나침이나 모자람이 없고,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것. 감정이나 행동에 있어 극단을 피하고 적절한 선을 지키는 것. 중용과 적절하다는 의미가 너무 비슷하다.

나는 적절하다는 말을 듣고 최근에 본 드라마인 <약한 영웅>의 주인공 연시은과 시즌 2에 처음 등장하는 박후민이 생각났다. 주인공은 시종일관 적절이라는 말의 뜻을 설명해 주는 것 같았다. 정의와 불의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시즌 2에서 처음 등장하는 박후민은 비록 중간에 마음은 흔들렸지만, 끝까지 나백신 밑으로 들어가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택한다. 이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자기 적절성이 아닐까 싶다. 나 스스로가 어떤 일을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다고 믿는 마음이 자기 적절성이니까. 저자는 자기 적절성이란 자존감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했다. 그럼 자존감이란?

내가 그림을 그렸다. 내 생각에 이 정도면 꽤 잘 그린 거 같다. 이런 내가 좀 잘했다는 적절하다는 느낌이 자존감이다. 내가 화가도 아닌데 이 정도면 잘 그렸다고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 자기 적절성이 높은 것이다. 나는 그저 존재 자체로 충분하다. 그림을 조금 못 그렸어도 다음에 더 잘 그리면 된다고 생각하고, 내가 그림이 아니어도 다른 것도 잘하는 게 많다고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자존감이 높은 것과 같다. 그래서 자기 적절성은 자존감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연시은은 서준태에게 뉴턴의 제3법칙인 작용-반작용의 법칙을 알려준다. 내가 반응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행동한다는 것. 은장 고등학교 빵 셔틀 서준태는 폭력에 굴복했기 때문에 빵 셔틀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결국 범죄라는 것을 알면서도 친구들의 핸드폰을 훔쳤다. 하지만 연시은의 말을 고민하던 서준태는 결국 훔친 핸드폰을 미안하다는 쪽지와 함께 모두 주인에게 돌려준다.

이 드라마를 안 본 사람이라도 빵 셔틀 서준태는 이제 죽겠구나 하고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죽도록 맞긴 했지만 연시은의 도움으로 죽지는 않았다. 빵 셔틀이 죽기를 각오하고 폭력에 맞설 수 있었던 것은, 연시은의 말을 진심으로 고민하고, 자기를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라는 믿음도 있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서준태의 마음에는 나도 폭력에 맞설 수 있다는 자기 적절성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스스로를 한 번 돌아보자. 대부분의 괴로움은 스스로의 부족함에서 비롯된다. 자기 부적절성이다. 저자는 묻는다. 나는 나를 가장 편하게 해주고 있는가? 자기에게 너무 기대를 많이 하고 괴로워하는 것은 아닌가?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나 자신인 것 같다. 생각하지 않으면 될걸, 계속 생각해서 스스로를 끊임없이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한다. 자신에 대한 기대를 좀 낮추면 되는데, 기대치를 높게 잡아놓고 달성하지 못했다고 스스로 열등감에 시달린다.

정체성이란 무엇일까? 책에는 자동차 부품을 비유로 든다. 좋은 부품들이 아무리 많더라도 엉뚱한 곳에 놓으면 차를 조립할 수 없다. 정체성이란 마치 자동차 부품처럼 내가 가지고 있는 좋은 부분들을 제자리에 놓고 좋은 차를 조립하는 것과 비슷하다. 나의 신체와 정신 모든 부분이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게 통일시켜 주는 것이 정체성이다.

쉽게 말하자면 정체성이란 내 이름과 나이, 성별, 민족, 내가 좋아하는 음악, 취미, 음식, 책, 스포츠 그리고 말투나 성격 등등 자동차의 부품처럼 나를 구성하는 모든 것이다. 자동차 부품은 교체할 수 있지만 나의 정체성은 이 세상에 유일한 것이기 때문에 교체할 수 없다는 점이 정체성과 자동차 부품의 다른 점이다. 그리고 정체성은 성장하거나 바뀔 수 있다.

정체성을 영어로 아이덴티티(Identity)라고 하는데, 신분증인 ID 카드에서 ID는 Identity의 약자다. 어쩌면 나의 정체성과 나의 신분이라는 것은 유일무이하기에 영어로는 똑같이 아이덴티티라고 표현을 하나보다. 다시 말해서 정체성이란 당신은 누구냐는 Who are you?에 대한 나만의 답이자 색깔이 아닐까 싶다.

이 정체성보다 더 포괄적인 개념이 적절성이다. 적절성은 자기와 타인, 세상과의 관계에서 적절한 행동으로 세상과 화해를 이루는 것이다. 내 마음대로 태어난 것도 아니고 내가 죽고 싶다고 해서 죽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자기 부적절성에 빠진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원하는 대로 살 수도 죽을 수도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부적절성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살아있는 운명도 죽어간다는 운명도 긍정할 수 있다. 부적절성을 인정해야 자유인이 된다.

이 세상에 적절성은 없다. 자유를 얻은 자가 추구해야 최고의 목표는 지혜롭게 사는 것이다. 가능하면 타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나의 존재로 인해 타인도 행복할 수 있게 사는 것이다. 이렇게 부적절성에서 나오는 적절성이 삶을 긍정하는 최고의 방식이다.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실현시켜 보자. 자기실현에는 자기가 창조하는 것을 포함한다. 창조는 자신의 몸과 마음이 조화로울 때 가능하다. 지혜롭고 기쁘게 사는 것은 부적절한 사람이 부적절성의 긍정을 통해 자유를 얻는 것이다. 자유라는 것은 몰입(flow)의 또 다른 표현이다.

저자는 몰입이란 애씀 없이 다 하는 것이며 노력 없는 노력이라고 설명한다. 애씀 없이 적절성을 이루고자 한다면 적절성에 이를 수 있다. 결과나 성과보다 몰두하는 과정 자체에 초점이 맞춰진다. 완벽한 몰입의 경지이다.

달리기 연습을 하는 학생이 있다. 그 학생은 등수나 기록보다 달리는 과정에서 얻은 몰입감과 인내가 더 큰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한 노력 속에서 경험한 성장과 적절성이었다. 얼마나 빨리 달렸는지 보다 꾸준히 자신의 리듬을 유지하며 끝까지 달렸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어떤 대학생 이 있다. 그 학생은 정해진 일과를 묵묵히 실천하며 단지 책상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매 순간 공부하는 것 자체에 집중한다. 성적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계속 앉아서 공부하는 과정 자체가 평온하다. 이는 무위의 개념을 체현하는 것으로 노력 없이 이루어지는 성취를 통해 적절성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렇게 그는 학생으로서 학업을 성취하면서도 그 과정 자체에서 최고의 적절성을 느끼며 4년을 보냈다고 한다.

이 두 가지 이야기에는 무위라는 개념이 나온다. 무위란 몰입과도 같은 경지이며 그래서 자유롭다. 자연은 서두르거나 억지로 빨리빨리 하는 일이 없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흐르니 자연인가 보다. 그 흐름은 일과 내가 하나 되는 상태인 몰입의 흐름과 비슷하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오랜 정신과 상담과 임상 경험을 통해 축적한 통찰을 바탕으로, 적절하게 살아간다는 게 어떤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그 답을 함께 찾을 수 있도록 가이드 해주었다. 적절함은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인 나에서 시작된다. 그 반대인 부적절함은 죽음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죽음을 인정하는 적절성으로 삶과 죽음은 서로 조화를 이룬다.

마지막 4장과 5장에서는 자기 존중과 자존심의 본질, 상처의 이해와 용서, 낮은 자존심 극복하는 법, 남에게 부탁하기도 어려워하고 남의 부탁도 잘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 다양한 사랑의 종류와 적절성에 대해 알아본다.

여기서 기억에 남는 것은, 내가 좋은 부모를 만나지 못한 것만 생각했었는데, 나의 부모 역시 좋은 부모를 만나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나의 부모님도 좋은 부모를 만나지 못했다는 부모님에 대한 이해는 지금의 나를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준 것 같다. 내가 부모님께 제일 바라고 원했던 것을 지금 내 아이에게 해 주고 있는 나는 너무 행복하다. 지금 행복하다면 적절하게 잘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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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투만 바꿨을 뿐인데
김민성 지음 / 프로파일러 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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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지인 중에도 말만 안 하면 다 좋은데, 한마디 툭 던지는 말이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상처를 주던 사람이 있었다. 그때 이 책이 있었다면 바로 선물해 줬을 것이다. 스스로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말투를 파악하고 조금 더 나은 말투로 바꿀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혹시 주위에 이런 분들이 계시다면 꼭 알려주자. 눈에 보이는 팩트를 얘기하지 말고 사랑을 얘기해야 한다고. 내가 해보니까 팩트를 이야기하긴 쉽지만 내 마음을 이야기하려니 생각과 고민을 많이 해야 했다.

저자는 고등학교 대학교 모두 무용을 전공했다. 그런데 어떤 친구에게서 너는 말만 안 하면 진짜 괜찮은데 굳이 입을 열어서 네 이미지를 스스로 망치냐는 말을 듣고 전공인 무용보다 말하는 공부를 했다. 첫 직장을 보험 설계사로 시작했는데 말에 대해 깊이 연구하며 최고 매출을 올렸다. 그때 깨달았다. 말투 하나 바꿨는데 인생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말에 대한 공부를 얼마나 했는지 이 책을 읽다 보니 느껴졌다. 친구의 말을 듣고 바로 말하기 공부를 시작한 저자도 멋있다.

이제까지 10년 이상을 쌓아온 내공을 이 책에 모두 담았다. 상황별로 다양한 말투를 크게 5장으로 나누어 정리했다. 인간관계가 고민이라면 3장을, 세일즈가 고민이라면 4장을 먼저 읽기를 추천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구체적인 말투 변화 방법을 실제 예를 들어 설명해 준다는 점이다.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누구나 바로 시도해 볼 수 있는 말투를 바꾸는 방법을 배워보자.

나도 아무도 안 물어봤는데 혼자서 드라마 몰아보기를 한 내용을 장황하게 이야기했던 나 자신의 모습이 생각났다. 아무리 재밌었다고 하더라도 내가 본 드라마 장르를 싫어할 수도 있고,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고, 상대방이 유치하다거나 시간 낭비라고 말하면 내가 상처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상대방이 요청을 한 게 아니면 이야기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 나는 이 사실을 왜 이제야 알았을까? 묻지 않으면 이야기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부탁하지 않았는데 나서서 해 주면 오지랖이듯.

조언을 하고 싶으면 질문형으로 바꾸면 된다. 직접적으로 조언을 하면 상대방이 나를 멀리하거나 기피할 대상으로 여길 수 있지만 조언을 질문형으로 바꾸기만 해도 자신을 위해 이야기해 주는 사람으로 기억한다는 것이다. "이 대리, 오늘 보고서 끝내고 퇴근해"라고 말하는 상사와 "이 대리, 보고서 오늘 싹 끝내버리고 주말에 마음 편히 쉬는 건 어때?"라고 말하는 상사, 누가 더 매력적인가?

보고서를 읽었더니 뭘 말하려고 하는지 주제가 명확하지 않다. 질문형으로 바꾸면 된다고 "그래서, 이 보고서 주제가 뭐야?" 설마 이런 질문형을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보고서의 주제를 좀 더 명확하게 해봐"라고 말하는 대신 "이 보고서의 주제를 좀 더 명확하게 해보면 어떨까?" 이렇게 질문형으로 바꾸기만 해도 배려의 마음이 느껴지지 않는가?

너 청소하는 거 싫어하지 않아? 너 청소하는 거 관심 없잖아. 이렇게 상대방을 평가하는 말을 하면 안 된다. 하지만 "~않아, ~잖아" 같은 말을 질문형으로만 바꾸어 봐도 한결 부드러워진다. 너 청소하는 걸 좋아하니? 너 청소에 관심이 많은 편이야? 정말 언어의 마술쇼가 아닌가?

상대방이 고쳤으면 하는 점이 있더라도 당장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조언하면 안 된다. 그래서 치아에 고춧가루가 끼었다든가 옷을 뒤집어 입었다던가 하는 바꿀 수 있는 것만 이야기해 주어야 센스 있고 배려심 깊은 사람으로 기억된다.

나는 남편이랑 대화가 안 된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내 이야기를 듣고 있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 어린이날 연휴에 푹 쉬어서 그런지 좀 여유가 있어 보이길래 말을 걸었더니 이렇게 잘 들어주는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경청을 해주는 것이다. 이야기를 할 때는 상대방이 들어줄 여유가 있는 상황인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상대방의 실수를 과거가 아닌 미래형으로 말하라. "너는 어떻게 맨날 늦니? 그래서 나만 맨날 기다리잖아" 이것은 이미 벌어진 과거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음부턴 안 늦었으면 좋겠어. 네가 약속 시간에 맞춰서 오면 난 더 행복할 것 같아" 이렇게 미래형으로 말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아이가 실수를 했으면 "넌 왜 맨날 그 모양이니" 하지 말고 "네가 이렇게 해주면 엄마도 더 행복할 것 같아" 이렇게 미래형으로 말하는 것이다. 이런 말투는 꼭 알려줘야 한다. 나도 엄마에게 '너는 애가 왜 맨날 그 모양이냐'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우리 엄마가 몰라서 그렇게 표현 한 것이었다.

그런데가 아니고 그리고를 사용하라고? 오늘 저녁은 친구와 탕수육을 먹었다. 그 친구가 잘 먹고 하는 말이 "오늘 탕수육 맛있었어. 그런데 저번에 먹었던 깐풍기가 더 맛있었어." 어쩐지 맛있게 먹은 탕수육이 별로인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하지만 여기에 그리고를 넣어보자. "오늘 탕수육 맛있었어. 그리고 저번에 먹었던 깐풍기도 맛있었어." 그리고를 사용하니 둘 다 기분 좋은 문장이 된다. "인디캣님은 1일 1책 리뷰를 하신다. 그리고 동영상 리뷰까지 하신다." 여기에 그런데를 넣어보자. "그런데 동영상 리뷰는 안 하신다?" 뭔가 안 좋거나 부정적인 표현을 해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그리고를 넣어서 말하는 습관을 들이라는 것이다.

그런데가 아니라 그리고를 사용하듯, 때문에가 아니라 덕분에를 쓰자. 너 때문에 일이 꼬였어와 같이 때문에라는 말이 들어가면 누군가를 탓하는 표현이 된다. 네 덕분에라고 표현하는 순간 긍정적인 표현을 할 수밖에 없다. 너 때문에 잘 됐다는 말은 틀린 말이다. 네 덕분에 잘 됐다고 말해야 한다. 때문에 대신 덕분에라고 말하자.

평가하지 말고 공감하라는 부분을 읽으며 나는 속으로 가슴이 철렁했다. 아들이 요새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나는 평가 내지는 해결책을 제시했던 것이다. 요새 AI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해결책을 제시해 주었다. 아들은 나에게 해결책이 아닌 공감 또는 위로를 구한 것인데 나는 전혀 몰랐다. 이런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직설적인 평가를 하는 것은 상처가 될 뿐이라고 한다. 해결책이 아니고 공감이 먼저다.

공감은 상대방이 운다고 함께 울어주는 게 아니라 왜 우는지 그 원인을 알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라고 한다. 내가 바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아들이 왜 힘들었는지 그 원인을 알기 위해 이야기를 꼼꼼히 들어주려고 노력했다면 아들은 위로를 받았을 것이다. 나중에 아들에게 공감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나의 충고는 아들에게 상처만 되었던 것.

어떻게 공감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상대방이 말할 때 무조건 듣기만 하면 된다. 상대방은 나에게 해결책을 구하지 않는다.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면 엄청 좋아하고 위로를 받는다. 내가 정말 뼈저리게 느낀 건, 상대방이 나한테 고민을 털어놓는다는 것은 해결책을 알려달라는 것이 절대로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착각하지 말자. 친구가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는 것은 결코 해결책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고민을 열심히 들어주고 맞장구쳐주다 보면 해결책은 스스로 찾아낸다. 그리고 나에게 고마워한다. 하지만 내가 해결책을 제시하면 매우 기분 나빠한다. 아들도 기껏 해결책을 제시해 줬더니만 짜증을 다 내더라. 나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명심하자. 해결책이나 조언을 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이야기 들어달라는 소리임을!

나는 말할 때나 글을 쓸 때 부사를 정말 많이 쓴다. 그런데 부사를 쓰지 않는 연습을 하라고 한다. 부사를 안 쓰면 말하기가 너무 어렵다. 하지만 어렵더라도 부사를 안 쓰고 표현하는 연습을 하면 상대방이 부사를 썼을 때보다 몇 배로 감격스러워한다.

"이 돈가스 너무너무 맛있어."라는 문장에서 너무너무라는 부사를 빼고 말해보자. "이 돈가스 바삭하고 육즙이 살아 있네" 정말 느낌이 좀 다르지 않은가? 나도 앞으로 부사를 빼고 말하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하지만 엄청 어렵다. 여기서 엄청을 빼보자. 소설책 한 권 쓰기만큼 어렵다?

나도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서 그동안 보험도 많이 들어주고 정수기 구독도 많이 해줬다. 거절하는 법을 몰라서였다. 먼저 쿠션 멘트인 정말 감사한데, 제가 도와드리고 싶은데 와 같은 말로 시작한다. 그다음 거절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상대방이 아닌 나에게로 돌려 말한다. 너무 바쁠 때 오셔서 도와드릴 수 없어요, 부탁하신 일을 제가 처리하기엔 제 능력이 아직 부족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말하며 거절한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내 사정을 모른다. 그래서 어려운 부탁을 받았을 땐 이런 중요한 부탁을 저에게 해주셔서 감사한데 와 같은 쿠션 멘트를 한 다음에 정확하게 나의 상황을 설명하고 거절해야 한다. 괜히 나중에라도 들어 줄 것처럼 말하면 안 된다.

기분이 안 좋아 보이거나 화가 나 있는 사람에게는 표정이 안 좋은데 혹시 무슨 일 있었나요?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었나요? 이렇게 넌지시 물어보기만 해도 상당히 효과적이다. 왜 화가 났는지, 왜 짜증이 났는지 원인을 당당하게 물어보는 것이 그 사람과의 사이를 좁힐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상대방의 선택을 더 빠르게 유도하는 법은 거절의 여지를 주는 답변을 선택지에서 없애는 것이다. 만약 내가 식당 주인이라면 손님에게 "술은 안 필요하세요?"라고 물으면 안 된다. 안 필요하다는 거절의 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거절의 여지를 없애야 한다. "술은 소주와 맥주 중에 어떤 걸로 드릴까요?"라고 해야 주문율이 올라간다.

결과가 아닌 과정을 공유하라. "나 말하기 실력이 향상된 것 같아"라고 말하지 말고 "나는 말을 좀 더 잘하고 싶어서 매일 <말투만 바꿨을 뿐인데>라는 책을 읽는 중이야."라고 이야기하자. 그러면 모두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고 격려를 해줄 것이다.

결과가 아닌 과정을 공유하면 반발심이나 질투심이 생기지 않는다. "나 일본어 능력 시험 1급 받았어!"라고 말하면 그래 너 잘났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나 일본어 능력 시험 1급을 따기 위해 1년간 매일 퇴근 후에 학원을 다녔어."라고 말하는 순간 1급 딴 것을 마구 축하해 주고 싶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저자는 간곡히 부탁한다. 이 책을 덮고 난 뒤에도 단 한마디라도 말투를 바꿔보라고. 처음에는 작은 변화일 수 있지만 그 작은 변화가 큰 기적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나도 말투 하나로 가족과의 관계가 더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말투는 정말 중요하다. 혹시 누군가의 말투 때문에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면 이 책에서 배운 말투를 알려주자. 그 사람 인생이 바뀔 것이다. 내 인생도 더 즐거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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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미 충분히 강한 사람입니다 -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600억 자산가 이야기
박지형(크리스) 지음 / 체인지업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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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죽을 거라면, 뭐라도 해보고 죽는 편이 나았다. 운이 좋으면 더 살 수도 있고 운이 나쁘면 더 빨리 죽을 수도 있다니. 저자는 자신의 인생을 운에게 맡기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말기 암이라는 마른하늘의 날벼락 같은 판정을 받고도 낙담하고 불평하는 대신 처음으로 웨이크 서핑을 배우고, 전국 대회에서 우승까지 한 사실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4기 암 환자의 웨이크 서핑 도전기라고까지 부르고 싶었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강한 사람입니다>라는 제목 그대로 저자는 사형 선고를 받은 이후 10년 이상을 강하게 살아남았다. 우리는 누구나 이렇게 살아남기에 충분히 강하다. 다만 누워서 죽지 않겠다는 의지가 필요할 뿐. 저자의 영어 이름은 크리스다. 가평에 있는 크리스 월드 대표이기도 하다. 지금도 그는 절대로 누워서 죽지는 않겠다며 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같은 병을 앓고 있는 모든 환자들에게 그는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10년 차 희망의 증거가 된다. 앞으로 10년을 더 살면 20년 차 희망의 증거가 될 것이다.

책 표지에는 파란색으로 <After 10 years>라고 새겨져 있다. 제발 딸아이가 태어나는 모습만이라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었는데, 그 후로 10년을 살았다. 이제 10년만 더 살면 딸아이의 결혼하는 모습도 볼 수 있게 된다. 지금으로부터 10년 후 미래에 이 책의 2권이 나오길 꿈꾸어 본다. 3자릿수 항암 치료와 몇 번의 수술을 견딜 수 있었던 건 꼭 딸아이를 보겠다는 염원 하나 때문이었을 것이다. 1000 페이지가 넘는 진료 기록은 힘겨운 투병 생활을 증명해 주는 것 같았다.

"너무 늦었다"라는 절망적인 독백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열어봤는데 원발암(Primary cancer)이 위(胃)를 뚫고 나와 있다. 파종된 씨처럼 복막과 몸 곳곳에 전이되어 있다. 원발암이란 암세포가 처음 발생한 부위의 암이다. 2014년, 저자는 혈액 종양내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사형 선고를 받는다.

항암을 안 하면 6개월 항암을 하면 1년의 중앙 생존기간이 예상된다고 했다. 중앙 생존기간(median survival time)이란 전체 환자의 절반이 생존하는 기간이다. 전체 환자 중 절반이 특정 시점까지 생존하고 나머지 절반은 그 이전에 사망한다. 중앙 생존기간이 1년이라는 말은 이 암을 진단받은 환자 중 절반은 진단 후 1년까지 생존했다는 뜻이다.

평균 생존기간은 너무 오래 살았거나 너무 일찍 사망한 극단적인 값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 반해 중앙 생존기간은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가장 중앙에 위치한 값이기 때문에 같은 환자 중 절반이 생존하는 시점이라 스스로의 생존 가능성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콧줄 이름도 알았다. 이비인후과 할 때 이비는 귀(耳)와 코(鼻)를 말한다. 콧줄은 코(鼻,비)에서부터 위까지 삽입하는 튜브다. 그래서 비위관(鼻胃管)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이유 중 하나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들은 아마도 암 환자이거나, 암 환자의 가족이거나, 혹은 암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어떤 이들일 것이다. 아니면 암과는 무관한 평범한 사람들일 수도 있다. 어떤 독자이든 이 책을 통해 암이라는 병으로부터 얻게 되는 삶의 다양한 관점들을 획득할 수 있길 바란다. 암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만약 나처럼 살게 된다면 물리적인 시간 자체를 훨씬 밀도 있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암 환자도 장애 등급이 있나? 없다. 암 환자에게는 장애 등급이 부여되지 않는다. 병과 장애는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살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병을 얻었지만 이것이 장애는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기 암 환자라는 말이 좀 부정적으로 들렸다고 한다. 특히 환자에게는 모든 것이 다 끝났다는 느낌을 추기 때문에 4기 전이암 환자로 고쳐 쓰자고 제안한다. 말기라는 워딩이 주는 끝이라는 뉘앙스는 있던 힘마저 빼앗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암 환자들의 루틴은 대부분 비슷하다. 암에 걸리면 가장 먼저 하던 것들을 모두 멈추고 투병 생활을 한다면서 가족 등 타인에게 의존한다. TV에서도 보면 암 환자 하면 병원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며 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에 선택지를 하나 더 추가했다. 굳이 하던 일을 멈추지 않아도 된다는 것. 암을 치유하기 위해 속세를 버리고 자연으로 들어가 투병하는 사람도 있고, 기도원에 들어가 금식 기도로 암에서 낫다는 이야기도 들리지만 저자처럼 하던 일을 계속하면서 병원 치료와 병행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암 환자라는 고정 관념을 통쾌하게 깨 주셨다.

저자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누워서 보낸다면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았다고 한다. 받을 수 있는 치료는 다 받되 그 외의 시간은 움직이고 싶었다. 왜 나에게 이런 불행이 찾아왔냐며 누워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것과 죽어 있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겠는가? 계속 누워만 있게 되면 누워있지 않으면 불편해진다. 그런 무기력에서 오는 불편함을 살아서는 느끼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이듬해부터 저자는 웨이크 서핑을 하기 시작했다. 웨이크(wake)는 보트가 지나가면서 만드는 물결이다. 파도가 웨이브니까 발음이 비슷해서 금방 외워졌다. TV에서 보았던 보트 꽁무니에 줄을 매달아 그 줄을 잡고 웨이크 보드로 파도타기를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에너지 소모가 큰 격렬한 운동이지만 물에서 하는 운동이라 다칠 일은 없다. 나중에는 하루에 서너 시간씩은 기본으로 탔다. 당시에는 완전히 웨이크 서핑에 미쳐서 결국 시작한 지 2년 정도가 지난 뒤에는 전국 대회에서 우승까지 해버렸다.

그저 그런 하루, 그저 그런 한 달, 그저 그런 일 년이 모여서 그저 그런 사람을 만든다. 흔히 말하는 성공과 실패가 여기에 달려 있다. 24시간이라는 시간은 무언가를 도전하기에는 부족한 것 같으면서도 충분한 시간이다. 내가 바라던 결과를 얻을 만큼의 충분한 시간은 아닐지라도 도전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그래서 그저 그런 날들로 채워가기 싫어서 항암 치료를 받으며 시작한 웨이크 서핑. 게다가 2년 만에 전국 대회 우승이라니! 병마와 싸워서 이겨내는 모습에, 사람이 이렇게 멋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

유튜브에 크리스 월드라는 채널이 있다. 들어가 봤더니, 다양한 스포츠는 물론이고, 같은 병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위하여 정기 모임도 갖고 있다. 저자는 이렇게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살아있는 희망의 증거로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나도 크리스 월드에 가서 웨이크 서핑 🏄‍♀️ 배우고 싶다. 처음에는 보트 옆에 있는 봉을 잡고 물 위에서 일어서기부터 배우는데 너무 신나고 재밌어 보인다. 있던 병도 싹 없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저자가 전국 대회 우승까지 한 것이 아닐까. 웨이크 서핑을 한다는 자체만으로 무한한 즐거움과 생명력이 느껴졌다.

이제는 넘버 원이나 온리 원이나 별 의미가 없어졌다. 오직 스페셜 원만이 살아남는 시대다. 사업가들이 똑똑해진 만큼 소비자들도 똑똑해졌다. 특별한 무언가가 없으면 그만큼 경쟁하기 힘든 시대다. 이 특별함을 기저에 깔고 맛이든 품질이든 가격이든 소비자의 니즈에 맞춘다면 틀림없이 성공할 것이다. 그래서 가평 빠지인 크리스 월드에는 대형 워터파크도 있고, 제트보트도 있고, 웨이크 서핑까지 할 수 있게 해 놓은 것 같다. 블로그를 검색해서 리뷰만 읽는데도 마치 내가 웨이크 서핑을 하는 것처럼 너무 신난다.

빠지는 수상 레저를 즐기는 곳이다. 나는 원래 바지(barge) 선이 뭔지도 몰랐다. 알고 보니 물 위에 뜬 대형 판자가 바지선이다. 동력이 없어서 다른 배(예인선)가 끌어줘야 한다. 동력이 없으면 그냥 물에 뜬 판때기에 불과하다. 모터보트, 바나나보트, 플라이피시, 웨이크 서핑 모두 누가 끌어줘야 한다. 그래서 예인선이 꼭 필요한 바지선에 비유해서 빠지라고 한다. 바지 사장이란 말도 여기서 유래한 것이 아닌가 싶다. 얼굴마담에 불과한 사장이라서 진짜 사장이 끌어줘야 하니까?

적성에 맞지 않고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도 돈을 벌 수는 있다. 하지만 롱런하기 힘들뿐더러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엉뚱한 땅을 파면서 마치 성실하게 삶을 사는 것으로 착각하며 소중한 인생을 낭비하지 말자. 한 우물만 파서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다. 그래서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

저자 역시 웨이크 서핑을 즐기며 암을 이겨냈지 않았는가! 좋아하는 것을 하다 보니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이제 내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는 것을 넘어,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흥미를 느끼는지, 나의 강점은 무엇인지를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며 노력하자.

암이라는 것은 외국에서는 감기처럼 생각한다고 한다. 어차피 우리는 결국 모두 죽는다. 그 시기가 암이라는 병 때문에 조금 앞당겨질 수도 있지만 저자처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치료를 다 하면서 일도 하고 운동도 병행한다면, 4기 전이암도 이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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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과 사용 설명서 - 피부과 진료 선택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인승균 지음 / 라온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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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무리 타고난 피부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관리를 하지 않으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연 노화와 자외선과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한 노화를 막을 수 없다. 피부에 좋은 습관은 화장품 다이어트다. 저자는 기초화장품 한 종류와 선크림과 BB크림 정도만 바르기를 권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집에서도 꾸준히 선크림 바르기를 실천하고 있다. 선크림은 나갈 때만 발랐는데 실내에서도 꼭 발라야 한다. 창문을 통해서 들어오는 자외선뿐만 아니라 형광등 불빛도 안 좋고,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서 나오는 블루 라이트도 피부 노화와 탄력을 감소시키고 색소 침착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광노화는 선크림만 잘 발라도 예방할 수 있다. 매일 아침 선크림을 바르는 습관이 수십 년 후 나의 피부 노화를 결정한다. 귀찮아도 잊지 말자! 자외선 차단제.

나는 선크림과 메이크업 베이스를 바르고 파운데이션이나 쿠션을 사용했다. 그런데 피부가 갈수록 건조해지는 것이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비비크림을 썼더니 그 건조함은 어디로 간 것인지? 바로 푸석푸석한 게 없어졌다. 잠깐 나갈 때는 선크림과 BB크림만 발라도 화사하고 피부도 촉촉하다.

BB(Blemish Balm) 크림은 원래 피부과 시술 후 붉어지고 민감해진 피부를 진정시키고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잡티 커버와 보습효과가 있는 것 같다. 프라이머, 컨실러, 리퀴드 파운데이션, 쿠션 종류의 화장품은 모공을 막을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비비크림을 사용한다. 그리고 파운데이션이나 쿠션에 SPF지수(Sun Protection Factor)가 표시된 제품이 있지만 극소량에 불과하므로 선크림은 꼭 따로 발라줘야 한다.

저자는 송도 휴먼 피부과 원장이자 피부과 전문의로 20년 가까이 피부과 진료를 해오면서 내원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자주 묻는 질문을 한번 정리해 보고 싶었다고 한다. 환자들에게는 설명할 시간이 늘 부족했는데 책을 통해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줄 수 있고, 피부과의 다른 궁금증이 있는 분들에게는 굳이 피부과까지 방문하지 않더라도 이 책 한 권으로 해결할 수 있게 최대한 자세하게 알려준다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피부과를 방문할까? 크게 나누면 피부 질환과 미용이 아닐까 싶다. 여드름이나 아토피 같은 피부질환이 있거나 주름이나 쌍꺼풀 같은 미용 시술을 하거나 흉터나 색소 치료도 있을 것이다. 비립종과 탈모에 대한 것도 알려주고, 요즘 유행하는 다양한 미용 시술에 대한 궁금증도 해소시켜 준다. 꼼꼼하게 읽어보면 불필요한 치료와 시술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내용 중 병원에서 운영 중인 YouTube 채널에 소개된 것은 QR코드로 바로 연결해서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글로 설명이 어려운 시술 과정 등을 영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여 피부과 진료에 대한 거부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저자는 특정 치료의 결과에 대한 믿음이 있어도 그것을 강하게 권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치료를 추천해 달라고 하면 난감하다고 한다. 상담 오신 분을 의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진솔한 표현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피부과에 가면 비싼 시술을 해야 권하면서 지금 이 시술을 안 받으면 마치 큰 손해를 보는 것처럼 말한다. 상담자들이 저자에게 시술을 추천해 달라고 해도 성격상 권하는 것이 어려우니, 이 책을 읽고 어느 정도 결정한 다음에 상담을 오셨으면 좋겠다는 깊은 뜻도 있지 않을까 싶다.

주사 피부염? 처음 들었을 때는 주사 때문에 피부에 염증이 생긴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주사 피부염의 영어는 로사쎄아rosacea인데 라틴어 로사rosa는 장미처럼 붉다는 뜻이다. 네이버에서 이미지를 검색해 보니 주사를 부리는 만취한 사람 얼굴처럼 코 주위로 얼굴이 빨갛다. 너무너무 속상할 것 같다. 공교롭게도 주사 피부염을 악화시키는 첫 번째 음식은 알코올이었다. 만성질환이라 치료가 어렵다며 그저 약물만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주의해야 할 음식들과 피부 장벽을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함께 알려주는 세심함이 돋보였다.

가성비가 좋은 치료는 주름 보톡스와 턱과 침샘에 주사하는 보톡스 시술 그리고 레이저 제모와 흑자(검버섯), 사마귀 제거다. 다만 흑자의 경우는 치료의 결과가 다양해서 레이저 시술 후 몇 개월간 색소가 더 진해지는 부작용을 겪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상담 시의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부작용의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한 후에 동의를 구하고 치료를 하게 된다. 사마귀나 점은 주로 CO₂ 레이저(Carbon Dioxide Laser)로 불리는 탄산가스 레이저를 사용해서 사마귀나 점을 태우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그 결과 사마귀나 흑갈색 점이 바로 없어져서 만족도가 높다.

피부과 의사들도 꾸준히 피부 관리를 한다. 전문가들도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니까 실천하는 것이다. 인승균 원장님도 보톡스와 색소 치료를 정기적으로 받는다고 한다. 병원에서 근무하시는 여자 원장님들은 서로 토닝 레이저와 같은 시술을 해주면서 피부 톤을 유지한다. 피부과를 갔는데 피부과 의사의 얼굴이 환자가 보기에도 걱정스럽다면 신뢰가 가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에 제주도에서 두 분이 송도까지 올라오셨단다. 어떻게 이렇게 멀리서 오셨냐고 하니 여기서 써마지를 받아본 후 효과가 좋아서 제주도에서도 받아봤는데 아무 효과가 없어 다시 왔다는 것이다. 써마지 시술은 고주파를 사용한 탄력 치료이고 장비의 특성상 시술 시 뜨거움이 느껴진다. 그런데 제주도에서 할 때는 안 뜨거웠다고 한다. 공장형 피부과에서 시술을 받은 분들에게 가끔씩 듣는 피드백이다. 시술을 하는 사람이 어느 정도 강도로 해야 효과가 있는지 몰라서 시술의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다. 경험 부족이다. 그래서 같은 시술도 효과가 달라진다.

보톡스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가격이 많이 저렴해졌지만 휴먼 피부과 송도점은 보톡스 비용을 낮추지 않는다. 그것은 이 병원 원장님들의 시술에 대한 자신감이기도 하지만 시술을 받는 한 분 한 분의 주름과 근육의 움직임에 따라 보톡스의 양과 부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지난번 치료에 대한 피드백을 바탕으로 다음 치료에서는 다시 용량을 조절하고 불편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다.

마지막으로 스킨부스터라는 리쥬란? 쥬베룩? 엑소좀? 콜라겐 주사? 등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넓어진 모공, 도자기처럼 회복되고 싶은 분들, 모공 치료에도 보톡스를 사용한다. 이렇게 보톡스를 주사하는 방법을 더모톡신 또는 스킨 보톡스라고 부른다. 레이저 제모와 피부 탄력에 관해서도 자세히 알려준다. 나는 남자들이 수염 제모를 하면 엄청 편할 것 같았다. 아침마다 면도하는 시간도 절약되고, 여행 갈 때도 면도기를 챙기지 않아도 되니 정말 좋을 듯.

휴먼 피부과 송도점은 커피숍으로 비유하면 스타벅스 정도의 위치인 것 같다. 스타벅스가 저가형 커피점들과 가격경쟁을 하지 않는 것처럼 이곳도 저가형 의원과 가격경쟁을 하지 않는다. 대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치료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고객의 피부 타입과 과거력을 참고로 치료를 결정한다. 기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치료 방향을 전환하기도 하고, 중간에 다른 피부 문제가 발생하면 정해진 스케줄이 아닌 다른 시술을 진행한다.

저자는 마치 바리스타가 정성껏 내려주는 드립 커피처럼 각 원두의 향과 정성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커피 전문점 같은 피부과 의원을 꿈꾼다. 우리 모두가 바라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이상적인 피부과 의원. 어쩌면 인승균 원장님께서 이미 진행하고 계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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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짝퉁전쟁
김종면 지음 / 좋은땅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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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노(YONO)란 많은 것을 소유하기보다는 내게 진정으로 필요한 '하나'에 집중하는 경향이다. 가성비를 고려하여 최소한의 소비로 최대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를 말한다.

코로나로 소비가 위축되자 명품의 디자인이나 기능을 모방해서 만든 합리적인 가격의 대체품인 듀프(Dupe, Duplication 복제의 준말) 소비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 이 책이 짝퉁에 관련된 책이지만 이렇게 현명한 소비가 유행하고 있다니 기분이 참 좋다.

도대체 짝퉁은 왜 만드는 것일까? 이윤이 많이 남기 때문이다. 그럼 짝퉁은 왜 살까? 기업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싸기 때문이다. 혹시 윈도 정품 쓰시는 분? 짝퉁을 사는 이유는 싸다는 것 단 하나다. 성능이 비슷하고 가격이 싸다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굳이 정품을 살 이유가 없다. 명품 시계나 명품 가방의 짝퉁을 사는 이유 역시 싸다는 것이 첫 번째다.

이 책은 짝퉁의 이해, 트렌드, 관련 법률, 단속, 신고의 5부분으로 되어있다. 나는 <짝퉁 전쟁>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라는 어떤 노래 가사가 생각났다. 요새는 정말 짝퉁이 너무 많다. 게다가 나처럼 어리숙한 사람은 짝퉁인지 정품인지 구별하기 힘들다. 진짜랑 너무 똑같다.

아들은 온라인에서 잠바 정품을 70% 세일해서 싸게 샀다고 좋아하더만 1년도 못 입고 목 근처 실밥이 터지고, 지퍼는 고장 났다. 나는 아웃렛에서 브랜드 양말을 너무 싸게 팔아서 10켤레나 샀는데 한두 번 세탁하니 색이 바래고 후줄근해져서 그냥 1000원짜리 양말 바가지 썼다 생각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아들도 나도 진짜를 싸게 산 줄 알고 좋아했다가 짝퉁인 것을 알고 나니 이제 모든 브랜드가 진짜일지 의심이 간다. 게다가 지하철역에서 100% 정품이라고 파는 모든 브랜드는 이제 안 믿는다. 비싸더라도 정품을 사던가 정품 매장에서 세일하는 것을 사야겠다. 그런데 정품을 세일할 때 소비자가 왕창 사가지고 되파는 경우도 있어서 1인당 구입 개수를 제한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가짜 뉴스가 판치고, AI는 엉뚱한 대답을 진짜처럼 말해주고, 온라인에서는 남의 상품 페이지 링크를 슬쩍 가져와 진짜처럼 팔고 있다. 피싱사이트는 물론 사기도 너무 많다. 문제는 사기도 당한 사람만 손해고, 짝퉁도 산 사람만 손해다. 사기꾼은 잡지 못하고, 짝퉁은 상품 페이지를 삭제해 버리면 흔적이 남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페이지를 또 만들어서 짝퉁을 팔면 그만이다. 그러니 소비자가 똘똘해져야 한다.

나는 짝퉁 하면 명품 가방이나 시계, 선글라스 같은 것을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굳이 명품까지 안 가더라도 평범한 브랜드 짝퉁도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예전에 가짜 양주가 있다고 했는데 요새는 2000원짜리 맥주 중에서도 가짜가 있다. 맥주인지 물인지 맛이 엄청 이상한 곳이 있어서 두 번 다시 가지 않는다. 가짜 와인도 있고 가짜 맥주도 있고 위조지폐도 있다.

나도 옛날에 너도나도 짝퉁 가방 들고 다니면서 왜 저렇게 좋아하는지 이해가 안 된 적이 있었다. 명품 가방이 너무 예뻐서 가지고 싶은데 돈은 없고 그래서 대리만족을 하나보다 생각했다. 짝퉁에도 A급이 있고 레벨 별로 가격이 틀리다고 한다.

이 책에서 그 이유를 알았다. 동대문 새빛 시장의 일명 '노란 천막'들에서 짝퉁을 판다. 남대문시장에서는 해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가 짝퉁을 파는 곳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200만 원이 넘는 명품 가방을 남대문에서 짝퉁으로 사면 10만 원대에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200만 원짜리를 10만 원대에 사면 정품과 퀄리티가 확 차이가 날 텐데...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자기 자신에게 10만 원짜리 짝퉁을 그것도 불법으로 사준다면 좀 미안할 것 같다. 한편으로는 맘이 짠하다.

옛날에는 남한테 과시하려고 짝퉁을 샀다는데 요새는 남의 브랜드 선전해 줄 이유가 있냐며 상표가 너무 크거나 눈에 띄면 안 사는 사람들도 많이 생겼다. 게다가 명품도 상표가 지나치게 눈에 띄면 촌스럽다고 기피한다. 디자인도 예쁘고 질이 좋아서 명품을 사지 이제는 남한테 과시하려고 사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된 것이다. 자동차도 한 집 걸러 외제차니까 차 가지고 감탄하는 시대도 지났다. 물론 아직도 좀 있어 보이는 것이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주기는 하지만 특정 직업군에 한정된다.

요새는 명품 가방뿐만 아니라 의류, 화장품, 자동차 부품, 의약품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한다. 옛날에도 도라지를 인삼이라고 속여 팔았다니 짝퉁은 역사가 깊다. 하지만 의약품은 정말 위험할 것 같은데 목숨을 담보로 의약품은 조심하자. 남편도 정품 키보드가 너무 비싸니까 중국 쿠팡 같은 곳에서 몇만 원 주고 샀는데 받자마자 무겁다고 안 가지고 다닌다. 중고를 잘 사는 것도 어렵고, 짝퉁을 안 사는 것도 어렵고, 싸고 좋은 물건을 고르는 것도 어렵다. 현명한 소비를 하는 것은 이래저래 어려운 일이다.

나는 짝퉁을 신고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짝퉁임을 입증할 수 있는 구매 영수증과 판매자 정보, 제품 사진, 정품과 비교 사진 같은 것을 준비해 놓으면 신고를 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했는데 짝퉁이라면 해당 쇼핑몰의 고객센터로 신고하면 된다. 명품을 사서 리폼하는 것도 상표권 침해에 해당되므로 불법이다. 명품을 사면 그냥 오래오래 쓰다가 물려주는 것이 답인 듯?

마지막 장에서는 국내의 네이버나 쿠팡 또는 해외의 아마존, 쇼피, 토코피디아 같은 쇼핑몰에서 짝퉁을 발견했을 때 어떻게 신고해야 하는지 신고 양식 작성에서부터 효과적인 신고를 위한 팁과 노하우를 알려준다. 사진으로 상세하게 알려줘서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된다.

저자는 이 책을 위조 상품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위조 상품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고 한다. 짝퉁은 악이다. 하지만 짝퉁을 뿌리뽑기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다. 법이 처벌하기를 기다리기 보다 소비자들이 현명해져서 짝퉁을 안 사는 것이 빠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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