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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투만 바꿨을 뿐인데
김민성 지음 / 프로파일러 북스 / 2024년 9월
평점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의 지인 중에도 말만 안 하면 다 좋은데, 한마디 툭 던지는 말이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상처를 주던 사람이 있었다. 그때 이 책이 있었다면 바로 선물해 줬을 것이다. 스스로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말투를 파악하고 조금 더 나은 말투로 바꿀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혹시 주위에 이런 분들이 계시다면 꼭 알려주자. 눈에 보이는 팩트를 얘기하지 말고 사랑을 얘기해야 한다고. 내가 해보니까 팩트를 이야기하긴 쉽지만 내 마음을 이야기하려니 생각과 고민을 많이 해야 했다.
저자는 고등학교 대학교 모두 무용을 전공했다. 그런데 어떤 친구에게서 너는 말만 안 하면 진짜 괜찮은데 굳이 입을 열어서 네 이미지를 스스로 망치냐는 말을 듣고 전공인 무용보다 말하는 공부를 했다. 첫 직장을 보험 설계사로 시작했는데 말에 대해 깊이 연구하며 최고 매출을 올렸다. 그때 깨달았다. 말투 하나 바꿨는데 인생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말에 대한 공부를 얼마나 했는지 이 책을 읽다 보니 느껴졌다. 친구의 말을 듣고 바로 말하기 공부를 시작한 저자도 멋있다.
이제까지 10년 이상을 쌓아온 내공을 이 책에 모두 담았다. 상황별로 다양한 말투를 크게 5장으로 나누어 정리했다. 인간관계가 고민이라면 3장을, 세일즈가 고민이라면 4장을 먼저 읽기를 추천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구체적인 말투 변화 방법을 실제 예를 들어 설명해 준다는 점이다.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누구나 바로 시도해 볼 수 있는 말투를 바꾸는 방법을 배워보자.
나도 아무도 안 물어봤는데 혼자서 드라마 몰아보기를 한 내용을 장황하게 이야기했던 나 자신의 모습이 생각났다. 아무리 재밌었다고 하더라도 내가 본 드라마 장르를 싫어할 수도 있고,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고, 상대방이 유치하다거나 시간 낭비라고 말하면 내가 상처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상대방이 요청을 한 게 아니면 이야기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 나는 이 사실을 왜 이제야 알았을까? 묻지 않으면 이야기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부탁하지 않았는데 나서서 해 주면 오지랖이듯.
조언을 하고 싶으면 질문형으로 바꾸면 된다. 직접적으로 조언을 하면 상대방이 나를 멀리하거나 기피할 대상으로 여길 수 있지만 조언을 질문형으로 바꾸기만 해도 자신을 위해 이야기해 주는 사람으로 기억한다는 것이다. "이 대리, 오늘 보고서 끝내고 퇴근해"라고 말하는 상사와 "이 대리, 보고서 오늘 싹 끝내버리고 주말에 마음 편히 쉬는 건 어때?"라고 말하는 상사, 누가 더 매력적인가?
보고서를 읽었더니 뭘 말하려고 하는지 주제가 명확하지 않다. 질문형으로 바꾸면 된다고 "그래서, 이 보고서 주제가 뭐야?" 설마 이런 질문형을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보고서의 주제를 좀 더 명확하게 해봐"라고 말하는 대신 "이 보고서의 주제를 좀 더 명확하게 해보면 어떨까?" 이렇게 질문형으로 바꾸기만 해도 배려의 마음이 느껴지지 않는가?
너 청소하는 거 싫어하지 않아? 너 청소하는 거 관심 없잖아. 이렇게 상대방을 평가하는 말을 하면 안 된다. 하지만 "~않아, ~잖아" 같은 말을 질문형으로만 바꾸어 봐도 한결 부드러워진다. 너 청소하는 걸 좋아하니? 너 청소에 관심이 많은 편이야? 정말 언어의 마술쇼가 아닌가?
상대방이 고쳤으면 하는 점이 있더라도 당장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조언하면 안 된다. 그래서 치아에 고춧가루가 끼었다든가 옷을 뒤집어 입었다던가 하는 바꿀 수 있는 것만 이야기해 주어야 센스 있고 배려심 깊은 사람으로 기억된다.
나는 남편이랑 대화가 안 된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내 이야기를 듣고 있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 어린이날 연휴에 푹 쉬어서 그런지 좀 여유가 있어 보이길래 말을 걸었더니 이렇게 잘 들어주는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경청을 해주는 것이다. 이야기를 할 때는 상대방이 들어줄 여유가 있는 상황인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상대방의 실수를 과거가 아닌 미래형으로 말하라. "너는 어떻게 맨날 늦니? 그래서 나만 맨날 기다리잖아" 이것은 이미 벌어진 과거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음부턴 안 늦었으면 좋겠어. 네가 약속 시간에 맞춰서 오면 난 더 행복할 것 같아" 이렇게 미래형으로 말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아이가 실수를 했으면 "넌 왜 맨날 그 모양이니" 하지 말고 "네가 이렇게 해주면 엄마도 더 행복할 것 같아" 이렇게 미래형으로 말하는 것이다. 이런 말투는 꼭 알려줘야 한다. 나도 엄마에게 '너는 애가 왜 맨날 그 모양이냐'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우리 엄마가 몰라서 그렇게 표현 한 것이었다.
그런데가 아니고 그리고를 사용하라고? 오늘 저녁은 친구와 탕수육을 먹었다. 그 친구가 잘 먹고 하는 말이 "오늘 탕수육 맛있었어. 그런데 저번에 먹었던 깐풍기가 더 맛있었어." 어쩐지 맛있게 먹은 탕수육이 별로인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하지만 여기에 그리고를 넣어보자. "오늘 탕수육 맛있었어. 그리고 저번에 먹었던 깐풍기도 맛있었어." 그리고를 사용하니 둘 다 기분 좋은 문장이 된다. "인디캣님은 1일 1책 리뷰를 하신다. 그리고 동영상 리뷰까지 하신다." 여기에 그런데를 넣어보자. "그런데 동영상 리뷰는 안 하신다?" 뭔가 안 좋거나 부정적인 표현을 해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그리고를 넣어서 말하는 습관을 들이라는 것이다.
그런데가 아니라 그리고를 사용하듯, 때문에가 아니라 덕분에를 쓰자. 너 때문에 일이 꼬였어와 같이 때문에라는 말이 들어가면 누군가를 탓하는 표현이 된다. 네 덕분에라고 표현하는 순간 긍정적인 표현을 할 수밖에 없다. 너 때문에 잘 됐다는 말은 틀린 말이다. 네 덕분에 잘 됐다고 말해야 한다. 때문에 대신 덕분에라고 말하자.
평가하지 말고 공감하라는 부분을 읽으며 나는 속으로 가슴이 철렁했다. 아들이 요새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나는 평가 내지는 해결책을 제시했던 것이다. 요새 AI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해결책을 제시해 주었다. 아들은 나에게 해결책이 아닌 공감 또는 위로를 구한 것인데 나는 전혀 몰랐다. 이런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직설적인 평가를 하는 것은 상처가 될 뿐이라고 한다. 해결책이 아니고 공감이 먼저다.
공감은 상대방이 운다고 함께 울어주는 게 아니라 왜 우는지 그 원인을 알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라고 한다. 내가 바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아들이 왜 힘들었는지 그 원인을 알기 위해 이야기를 꼼꼼히 들어주려고 노력했다면 아들은 위로를 받았을 것이다. 나중에 아들에게 공감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나의 충고는 아들에게 상처만 되었던 것.
어떻게 공감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상대방이 말할 때 무조건 듣기만 하면 된다. 상대방은 나에게 해결책을 구하지 않는다.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면 엄청 좋아하고 위로를 받는다. 내가 정말 뼈저리게 느낀 건, 상대방이 나한테 고민을 털어놓는다는 것은 해결책을 알려달라는 것이 절대로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착각하지 말자. 친구가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는 것은 결코 해결책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고민을 열심히 들어주고 맞장구쳐주다 보면 해결책은 스스로 찾아낸다. 그리고 나에게 고마워한다. 하지만 내가 해결책을 제시하면 매우 기분 나빠한다. 아들도 기껏 해결책을 제시해 줬더니만 짜증을 다 내더라. 나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명심하자. 해결책이나 조언을 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이야기 들어달라는 소리임을!
나는 말할 때나 글을 쓸 때 부사를 정말 많이 쓴다. 그런데 부사를 쓰지 않는 연습을 하라고 한다. 부사를 안 쓰면 말하기가 너무 어렵다. 하지만 어렵더라도 부사를 안 쓰고 표현하는 연습을 하면 상대방이 부사를 썼을 때보다 몇 배로 감격스러워한다.
"이 돈가스 너무너무 맛있어."라는 문장에서 너무너무라는 부사를 빼고 말해보자. "이 돈가스 바삭하고 육즙이 살아 있네" 정말 느낌이 좀 다르지 않은가? 나도 앞으로 부사를 빼고 말하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하지만 엄청 어렵다. 여기서 엄청을 빼보자. 소설책 한 권 쓰기만큼 어렵다?
나도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서 그동안 보험도 많이 들어주고 정수기 구독도 많이 해줬다. 거절하는 법을 몰라서였다. 먼저 쿠션 멘트인 정말 감사한데, 제가 도와드리고 싶은데 와 같은 말로 시작한다. 그다음 거절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상대방이 아닌 나에게로 돌려 말한다. 너무 바쁠 때 오셔서 도와드릴 수 없어요, 부탁하신 일을 제가 처리하기엔 제 능력이 아직 부족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말하며 거절한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내 사정을 모른다. 그래서 어려운 부탁을 받았을 땐 이런 중요한 부탁을 저에게 해주셔서 감사한데 와 같은 쿠션 멘트를 한 다음에 정확하게 나의 상황을 설명하고 거절해야 한다. 괜히 나중에라도 들어 줄 것처럼 말하면 안 된다.
기분이 안 좋아 보이거나 화가 나 있는 사람에게는 표정이 안 좋은데 혹시 무슨 일 있었나요?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었나요? 이렇게 넌지시 물어보기만 해도 상당히 효과적이다. 왜 화가 났는지, 왜 짜증이 났는지 원인을 당당하게 물어보는 것이 그 사람과의 사이를 좁힐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상대방의 선택을 더 빠르게 유도하는 법은 거절의 여지를 주는 답변을 선택지에서 없애는 것이다. 만약 내가 식당 주인이라면 손님에게 "술은 안 필요하세요?"라고 물으면 안 된다. 안 필요하다는 거절의 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거절의 여지를 없애야 한다. "술은 소주와 맥주 중에 어떤 걸로 드릴까요?"라고 해야 주문율이 올라간다.
결과가 아닌 과정을 공유하라. "나 말하기 실력이 향상된 것 같아"라고 말하지 말고 "나는 말을 좀 더 잘하고 싶어서 매일 <말투만 바꿨을 뿐인데>라는 책을 읽는 중이야."라고 이야기하자. 그러면 모두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고 격려를 해줄 것이다.
결과가 아닌 과정을 공유하면 반발심이나 질투심이 생기지 않는다. "나 일본어 능력 시험 1급 받았어!"라고 말하면 그래 너 잘났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나 일본어 능력 시험 1급을 따기 위해 1년간 매일 퇴근 후에 학원을 다녔어."라고 말하는 순간 1급 딴 것을 마구 축하해 주고 싶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저자는 간곡히 부탁한다. 이 책을 덮고 난 뒤에도 단 한마디라도 말투를 바꿔보라고. 처음에는 작은 변화일 수 있지만 그 작은 변화가 큰 기적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나도 말투 하나로 가족과의 관계가 더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말투는 정말 중요하다. 혹시 누군가의 말투 때문에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면 이 책에서 배운 말투를 알려주자. 그 사람 인생이 바뀔 것이다. 내 인생도 더 즐거워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