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역 자기신뢰 - 세상이 요구하는 나가 아닌 진짜 나로 사는 법
랄프 왈도 에머슨 지음, 필로소피랩 엮음 / 각주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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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에머슨은 19세기 미국 문학과 철학을 대표하는 사상가이다. 그는 인간의 영혼 속에 신성이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이 신성을 타락시키는 사회적 규범과 제도, 부패한 정치, 산업화와 물질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간은 본래 선하다. 그래서 외부의 권위 없이도 도덕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오히려 종교와 타락한 관습 같은 부패한 제도에 갇혀 있는 인간이 진정한 자신이 되려면 이런 껍데기를 벗어버리고 그 위로 올라서야 한다. 이것이 초월이다. 자기신뢰를 바탕으로 내면의 직관에 의지할 때, 자연과 우주의 조화와 연결된 독립적인 개인으로서 본래의 선함을 회복하고 온전히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형식적인 교리나 조직은 오히려 신과 인간 사이의 직접적인 연결을 방해한다. 이런 종교와 신념으로부터 초월해야 한다. 이것이 초월주의(Transcendentalism)다. 이성, 경험, 관습, 과거로부터의 초월이다. 영적인 진리는 우리 안에 있다. 인간의 영혼과 자연은 궁극적으로 하나의 신적 존재(초월혼, 우주정신)에 연결되어 있다.

자기신뢰 (Self-Reliance)를 바탕으로 사회가 부여한 구속을 넘어서, 직관, 본성, 자연이라는 더 높은 진리에 도달해야 한다. 자기신뢰란 내 삶의 태도다. 너 자신을 알라가 아니라 너 자신을 믿으라는 말이다. 자신 안에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나만의 색깔로 살며,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현재를 충실하게 사는 것이다.

이 책은 에머슨의 에세이 제1집 두 번째 수록작인 <자기신뢰>를 중심으로 그의 주요 에세이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메시지만 뽑아 엮은 #에머슨 #인생명언 집이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글들을 하나의 #자기신뢰 주제로 묶어, 더 체계적이고 실용적인 인생철학 책으로 만들었다.

초역에는 2가지 뜻이 있다. 뽑을 초(抄)자를 써서 책에서 좋은 문장만 발췌해서 번역했다는 발췌 번역이라는 뜻과, 넘을 초(超)자를 써서 원작의 의도나 맥락을 살려 재창조한 초월 번역이라는 뜻이다.

이 책에는 이 2가지 방식의 초역이 모두 담겨 있다. 그래서 제목이 <초역 자기신뢰>인 것이다. 본문 제목 바로 밑에 있는 군청색 작은 글씨는 에머슨의 에세이를 발췌 번역한 것이고, 그 아래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이한 초월 번역이다. 우리는 원문과 그 문장의 심층적 의미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어 에머슨의 사상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초역이라서 #인문고전 중에서 이해하기 쉬운 #철학책 종류나 #철학책입문 서적으로 추천해도 좋다. 이해하기 어려운 에머슨의 말을 쉽게 풀어서 알려주기 때문이다. #고전 책들은 너무 어렵고 양이 많아서 나처럼 읽기를 망설이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이 책은 얇아서 부담도 없고, 해설까지 되어 있다. 제목 밑에 실린 원문은 짧아서 필사하기에도 좋다.

이 책 시리즈에 <초역 명상록>도 있는데 #필사 #책추천 리스트에 넣어두면 좋을 것 같다. 앞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철학자들의 책을 이렇게 필사하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초역 시리즈로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

#고전책 중에서도 #철학책 분야의 책을 추천할 때 최고의 책이다. 에머슨이 말하는 초월주의는 현대 #자기계발 사상의 정신적 뿌리가 되었다. 초월주의의 핵심은 우리 내면에 무한한 잠재력과 진리를 가지고 있다는 믿음이다. 이는 자기 계발에서 강조하는 자아실현과 이어진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책 속으로 잠시 사색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니체(Friedrich Nietzsche)는 여행을 갈 때면 꼭 에머슨의 책을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자기신뢰>는 오직 자신의 진정한 목소리를 믿고 따르라고 강조하는데 이것이 초인(Übermensch) 사상을 탄생시켰다. 당시 유럽의 염세주의에 맞서는 에머슨의 미래 지향적인 낙관주의는 니체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에머슨의 자기 존중과 인간의 잠재력에 대한 무한한 긍정은 니체에게 영향을 주었고, 결국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의 핵심 사상을 구상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신은 죽었으므로 자신 내부의 힘을 통해 스스로 창조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초인은 삶의 고통과 운명까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초월주의 운동의 핵심 인물은 소로(Henry David Thoreau)였다. 그는 <월든>으로 에머슨에게서 받은 영향을 잘 보여주었다. 에머슨이 말하는 '자연과의 직접적인 교감을 통한 영적 진리'를 발견하려고 월든 호숫가에서 오두막을 짓고 2년간 생활했다. 나는 <월든>이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기록한 것인 줄 알았는데, 인생의 본질을 탐구한 에세이였다. 자발적으로 고독과 자급자족의 삶을 실험하고 간소하게 살 것을 강조했다.

에머슨의 사상은 (Carl Jung)의 개별화 과정과 유럽의 문학적 전통에서 벗어나 미국 고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휘트먼(Walt Whitman)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대중의 기대와 정치적 압박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리더십을 구축했던 전 미국 대통령 오바마(Barack Obama)와 세상의 평가가 아닌 자신의 창조적 직관을 믿고 나아간 가수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도 <자기신뢰>를 즐겨 읽었다고 한다.

개인의 독립성과 창의성을 중시한 에머슨의 사상은 미국의 개척 정신과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독립 정신의 초석이 되었다. 따라서 미국 역사를 공부할 때 에머슨의 <자기신뢰>를 일독하고 필사한 후, 다음 단계의 공부로 넘어가는 것도 미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표지에는 세상이 요구하는 나가 아닌 진짜 나로 사는법이라는 부제가 있다. 이 책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듯하다. 남들의 기대에 맞추느라 지치고, 내가 진정 누구인지 혼란스러울 때 시대를 초월한 에머슨의 인생 명언들만 뽑은 문구들을 해설을 참고해서 읽으며 나만의 생각을 적어가다 보면 진짜 나로 살 수 있는 힌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20년 이상 제사를 지냈다. 내가 원해서 한 것이 아니고 싫어도 억지로 해서 너무 억울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내가 과거에 제사를 지낸 사실은 억울하지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과거의 억울함에 매여 살게 아니라 그 억울함의 에너지를 앞으로는 내가 내 삶의 주인으로 살겠다는 강한 의지로 만들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자기신뢰다.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위에서 나만의 삶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모든 답은 내 안에 있다. 나는 이 사실을 믿을 용기만 있으면 된다. 사회의 강요와 권위를 따르지 않고, 나의 내면의 진실을 따른다. 나만의 고유한 삶을 개척한다. 우리는 SNS와 미디어 등을 통해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한다. 그런데 정작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 적이 있는가?

기존의 틀을 초월하여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인간과 자연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며, 모든 존재 안에는 신성이 깃들어 있다. 자연 속에서 자아의 경계가 사라지고 온 우주와 하나가 된다. 이때 개별자인 나는 사라지지만, 오히려 모든 것이 더욱 뚜렷하게 보인다. 동양의 도가사상에 나와 자연이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物我一體)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초월주의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특별한 장소나 중간자가 필요하지 않다. 교회에 가지 않더라도, 자연과 일상 속에서 충분히 초월적인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초월적인 순간이 몰입이 아닐까? 내면의 선한 본성과 직관을 통해 정신적 초월을 추구한다. 순수한 현재에 존재하며 영원과 연결된다.

그럼 초현실주의(Surrealism)는 뭔가 해서 찾아보니, 현실보다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 무의식과 꿈의 세계를 탐험하여 미술이나 글 속에 옮겨 놓는 예술 운동이라고 한다. 현실을 초월한 무의식의 세계를 탐험하니 초현실주의라고 한 거였다.

거창한 목표와 대단한 능력이 없어도 우리 각자의 삶은 충분히 아름답다. 하루하루 평범한 순간들 속에는, 오직 자기 자신에게 진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깊은 의미와 아름다움이 숨겨져 있다.

오늘날 우리가 다시 에머슨의 <초역 자기신뢰>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하나다. 에머슨의 사상을 조금 쉽게 접해서, 외부의 기대가 아니라 나의 기준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일은 어렵지만 꼭 필요한 일이다. 스스로에게 진실해야 인생의 모든 순간에 의미가 생기고, 지금 어떠한 상황에 있더라도 환경과 상관없이 행복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p.44 자기신뢰의 근원은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목소리이고, 이 목소리는 지혜의 근원이다. 내 안의 목소리에서 모든 행동과 생각이 시작되고, 이 목소리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이 책은 #필사하기좋은책 중 하나다. 책을 읽다가 이건 진짜 인생 명언이라는 생각이 드는 말만 골라서 필사해도 좋다. 책의 뒷날개에는 이 책을 이용하는 다양한 팁이 적혀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의 오른쪽 페이지가 비어 있거나 여백이 많은 점을 이용해서 조금 색다르게 활용하는 팁을 생각해 봤다.

1. 필사는 다른 노트에 하고, 이 책에 실린 글들을 읽으면서, 그때그때 떠오르는 나만의 생각을 날짜와 함께 기록하는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길이 보이고, 평범한 일상에 숨어 있는 나만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2. 세 줄 일기처럼 책의 아무 곳이나 펴서, 오늘 무엇을 느꼈는지,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무엇이 기억에 남았는지 등을 에머슨의 글을 읽으며 기록한다. 날짜를 적으면 생각이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알 수 있어 좋다.

시간이 지나 책의 여백에 기록한 내 생각을 다시 읽어보면, 내가 무엇을 소중히 여겼는지, 세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봤는지 분명한 일관성을 가지고 드러난다고 한다. 이 흐름이 내가 말로 표현하지 못한 마음속 진심을 증명해 주는 증거다. 내 본질은 이 작은 솔직한 기록에서 발견된다.

내가 생각하는 나보다 더 정직하게, 내면의 진정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나의 이야기를 완성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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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5-10-16 0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즈음 열심히 필사 중인 도서인데, 서평까지 읽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꼼꼼한 서평이 인상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