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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한 게 아니라 동시다발적인 겁니다
황준연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6월
평점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스스로 의지가 약하다고 자책해 온 사람, 아이의 산만함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와 교사들에게 『산만한 게 아니라 동시다발적인 겁니다』는 새로운 해답을 제시한다. ADHD 기질의 저자는 산만함을 결함이 아니라 여러 가지를 동시에 처리하려는 뇌의 특성이라며, 시스템만 갖추면 무엇보다 강한 무기가 될 수 있다.
1. 망한 인생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새아버지가 6번 바뀌었다. 월세 10만 원짜리 방에서 어머니와 떨어져, 죽어도 그만 살아도 그만인 삶을 살았다. 망한 인생이 바뀐 건 군 제대 후 학습지 교사를 하면서다. ADHD인데도 전교 1등 하는 아이 때문이었다. 그 아이는 정해진 시간에만 집중하고, 다시 산만해졌다.
그때 성공은 재능이 아니라 시스템인 걸 깨달았다. 그날부터 자신만의 시스템을 만들었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하면 둘 다 할 수 있었다. 방향이 맞으면 시간이 알아서 증명해 준다. 애초에 방향이 없었기 때문에 망한 인생이었던 것이다.
2. 멘토
인생을 바꾸기 위해 찾아간 멘토는 뜻밖에 책을 써보라고 했다. 저자에게는 매일 한 시간씩 책을 읽는 작은 꾸준함의 습관이 있었다. 멘토는 그 축적된 에너지의 출구를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산만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억지로 고치는 게 아니라 이미 있는 에너지의 방향과 시스템을 찾는 것이다.
산만한 사람은 마라톤이 아니라 40번의 단거리 달리기로 책을 끝난다. 산만한 사람은 관심 없는 일에 끈기가 없을 뿐, 정말 중요한 일 앞에서는 무서울 정도로 집요하게 몰입할 수 있다.
3. 헌혈
2주에 한 번씩 헌혈하기는 자동으로 돌아가게 만든 저자의 첫 규칙적 의례였다. 지금까지도 꾸준히 이어온 것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산만한 사람에게 이런 의례가 필요한 것은 결심으로 지속하지 못해서다. 결심은 3일이면 증발하지만, 결정 에너지를 쓰지 않게 고정해 버리면 오히려 잘 지킨다.
자동 루틴 5단계는 해야 할 일을 매번 고민하지 않도록 시간과 장소, 순서를 미리 정해 두는 것이다. 나도 작심삼일로 유명한데, 이렇게 의지보다 시스템을 만들어 두면 습관을 오래 유지하는데 효과적일 것 같았다.
4. 여러 개의 엔진
한 가지 일에 오래 붙어 있으면 효율이 떨어지지만 여러 일을 순환하면 짧고 강렬한 집중을 할 수 있다. 이것이 순환 집중이다. 한 건당 붙어 있는 시간은 짧지만 집중의 밀도가 다르다.
ADHD 뇌는 시간이 아니라 전환이 필요하다. ADHD 뇌가 일을 끝내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잘게 쪼개고, 자주 갈아탈 것. 이 원칙만 지키면 산만한 뇌도 일을 끝낸다.
5. AI 시대의 경쟁력
AI 시대의 경쟁력은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AI에게 물어보고 배우는 것이다. AI에게 일을 잘 시키려면 프롬프트를 잘 써야 한다고 하지만, 그게 되면 ADHD가 아니다. 두서가 없어도, 문법이 틀려도 쏟아내기만 하면 AI가 구조를 꺼내 준다.
ADHD의 쉽게 질리고, 하나에 오래 못 붙어 있는 성격이 AI 시대에는 강점이다. 시대가 바뀌면 결함도 능력이 되는 것이다.
6. 아이들에게
저자가 ADHD 기질이기 때문에 아이들도 유전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아이들이 커서 수업에 집중을 못 한다는 말을 듣는다면 선생님에게 우리 아이는 한꺼번에 여러 가지에 관심을 두는 성향을 가진 아이라고, 그게 문제로만 볼 게 아니라 하나의 특성으로 이해해 달라고 이야기하겠다고 한다.
또한 저자가 AI를 만나 해방된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자신에게 맞는 도구와 환경을 찾아주고 싶다고 말한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ADHD 기질도 강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기 때문에, ADHD 기질을 가진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질 것이다.
7. 나와 같은 뇌
회의 중 발표자의 말을 듣다가 딴생각에 빠졌던 순간, 세금 신고를 하려다 책상을 정리하고, 오래된 사진을 보고, SNS를 켜고, 저녁이 돼서야 신고를 안 한 걸 깨닫는 순간,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몇 번이나 "어, 이거 나인데" 싶었다면, 당신은 나와 같은 뇌를 가진 사람이다. 이건 나쁜 소식이 아니라 가장 큰 무기다.
p.114 산만함은 치료되지 않는다. 길들여진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할 일은 하나다. 머릿속에서 동시에 터지는 생각들을 하나도 버리지 말고 전부 꺼내 AI에게 던지는 것. 정리는 AI가 한다.

그동안 고치려 했던 뇌는 고칠 게 아니라, 여러 개를 동시에 붙잡을 수 있어서 남들과 달랐던 것뿐이다. 이제 당신 차례다. 쏟아내는 건 당신이 하면 된다. 당신은 산만한 게 아니라, 동시다발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