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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ㅣ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
제인 오스틴 지음, 김선형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평점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은 2025년 12월 16일 제인 오스틴의 생일에 엘리에서 출간된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이다. 제인 오스틴 탄생 250주년을 맞아 앞으로 발간되는 이 에디션의 초판 발행일은 제인 오스틴의 생일인 12월 16일에 맞추어 발간될 예정이다.
제인 오스틴은 생전에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어느 숙녀(By a Lady)'라는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했다. 사후에 오빠 헨리 오스틴에 의해 본명이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이 다른 번역서와 다른 첫 번째 특징은, 어느 숙녀라는 여성이 자기가 잘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입말로 들려주는 문체다. 문체가 색달라서 밝고 활기차게 느껴졌다.
주인공은 엘리자베스 베넷과 다아시인데, 스토리에 집중하기 위해 등장인물들을 롱본의 베넷 가문과 다아시&빙리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 정리해 보았다. 특히 주인공 엘리자베스 베넷은 장면에 따라 미스 베넷과 일라이자, 엘리자, 리지라고 불리는데, 이걸 모르면 나처럼 다른 사람으로 오해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성격과 주위 사람들의 성격을 베넷 가의 5명의 딸 중 어디에 해당할지 생각해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나는 쫌 활발하고 나쁜 사람은 나쁘다고 말하는 제인 성격인 듯?
1. 베넷 가문(Bennet Family)
① 제인 베넷(Jane Bennet) : 베넷 가의 장녀. 예쁘고 착해 남을 나쁘게 말하지 않는다. 빙리와 사랑에 빠진다. 롱본(Longbourn)마을에 산다. 보통 미스 베넷은 큰 딸인 제인이지만, 제인이 자리에 없거나, 문맥상 엘리자베스가 명확할 때는 둘째를 미스 베넷이라고 부른다.
② 엘리자베스 베넷 (Elizabeth Bennet) : 베넷가의 둘째. 주인공. 첫인상으로 상대를 판단하는 편견이 있다. 애칭으로 엘리자(Eliza)나 일라이자(Eliza)또는 엘리자나 일라이자에 공통되는 -liz-에 친근함을 주는 접미사 -ie를 붙여 리지(Lizzie)라고 부른다. 사이다 멘트 전문가로 누구에게도 기죽지 않는다.
③ 메리(Mary Bennet) : 셋째. 독서광. 사교계는 포기하고 공부에 몰두한다.
④ 키티(Kitty Bennet) : 넷째. 키치는 캐서린(Catherine)의 애칭이다. 리디아처럼 철이 없다.
⑤ 리디아 (Lydia Bennet) : 막내. 장교들과 어울리며 노닥거리는 걸 좋아한다. 위컴과 사랑의 도피를 한다.
⑥ 베넷 씨(Mr. Bennet) : 둘째 딸 말고는 딸들을 한심하다고 생각한다. 편견 없고, 냉소적이다.
⑦ 베넷 부인(Mrs. Bennet) : 딸들을 부유한 집안에 시집보내는 것이 인생 최대의 목표인 수다쟁이.
⑧ 필립스 부인(Mrs. Philips) : 베넷 부인의 자매. 엘리자베스와 제인의 이모로, 변호사와 결혼해서 메리턴(Meryton)마을의 소식과 가십을 가장 빨리 접한다. 정보통인 필립스 이모 집은 리디아와 키티의 아지트이다.
⑨ 샬럿 루커스(Charlotte Lucas) : 엘리자베스의 절친. 윌리엄 루커스 경(윌리엄 경)과 레이디 루커스의 첫째 딸. 현실적인 안정을 위해 콜린스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결혼을 해서 콜린스 부인(Mrs. Collins)이 된다.
⑩ 윌리엄 콜린스(William Collins) : 베넷 가의 먼 친척이자 목사. 베넷 가의 재산을 상속받을 인물로, 매우 아첨꾼이며 눈치가 없고 찌질하다. 샬럿에게 청혼한다.
⑪ 가디너(Mr. Gardiner) : 엘리자베스의 외삼촌. 베넷 부인의 남동생. 런던 거주.
2. 다아시(Darcy)
① 피츠윌리엄 다아시(Fitzwilliam Darcy) : 친구 빙리의 2배 이상 부자다. 무뚝뚝하고 오만한 태도 때문에 엘리자베스의 반감을 사지만, 사실은 신사적이고 사려 깊다. 소설 속에서 영국 더비셔(Derbyshire) 주에 위치한 것으로 설정되어 있는 펨벌리(Pemberley)는 다아시 저택이 있는 거대한 영지의 이름인데, 실제 지명이 아닌 제인 오스틴이 창작한 가상의 장소다. 캐서린 드버그 영부인의 조카이다.
② 앤 다아시(Lady Anne Darcy) : 다아시의 엄마. 백작의 딸이라 이름 앞에 레이디가 붙는다.
② 조지애나 다아시(Georgiana Darcy) : 다아시의 여동생. 수줍음이 많고 오빠를 잘 따른다.
③ 피츠윌리엄 대령 (Colonel Fitzwilliam) : 다아시 친척. 사교적이라 엘리자베스와도 금방 친해진다.
④ 캐서린 드 버그 영부인(Lady Catherine de Bourgh): 오만함의 결정체. 다아시의 이모이자 콜린스의 후원자. 신분 의식이 매우 강해서 신분이 낮은 사람을 대놓고 무시한다. 자기 딸을 다아시랑 맺어주고 싶어 한다. 로징스 파크(Rosings Park)라는 거대한 영지의 주인으로 레이디 캐서린으로 불린다.
⑤ 앤 드 버그(Anne de Bourgh) : 레이디 캐서린 드 버그의 외동딸이자 다아시의 사촌. 미스 드 버그(Miss de Bourgh)
⑤ 조지 위컴(George Wickham) : 겉모습은 잘생기고 매력적인 장교이지만 실상은 방탕하고 거짓말을 일삼는 인물. 다아시와 엘리자베스 사이를 이간질한다.
3. 빙리(Bingley)
① 찰스 빙리(Charles Bingley) : 동네에 새로 이사 온다. 저택의 이름은 네더필드(Netherfield Park). 우리나라의 아이파크(IPARK) 아파트 같은 공원처럼 편안한 저택이라는 뜻일까? 다아시의 친구. 성격이 밝고 다정하며 네더필드에 이사 온 후 제인 베넷에게 첫눈에 반한다.
② 캐럴라인 빙리(Caroline Bingley): 빙리의 여동생. 다아시를 흠모하여 엘리자베스를 견제하고, 베넷 가문의 낮은 사회적 지위를 무시한다.
③ 루이자 허스트(Louisa Hurst) : 캐럴라인 빙리의 언니, 결혼하여 성이 허스트로 바뀌었다.
《오만과 편견》은 제목 때문에 철학서인 줄 알았다가 소설인 것을 알고 이제서야 읽게 된 책이다. 제목부터 편견을 가지고 본 책?
이 책은 한마디로 오만한 다아시와 다아시에 대한 편견을 가진 엘리자베스의 사랑 이야기다. 어찌 보면 신데렐라 스토리 같은데 왜 이렇게 시대와 국가를 초월해서 200년이 넘도록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을까?
직접 읽어보면 알겠지만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대한 묘사가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세밀화를 보는 듯이, 아주 정확하게 그려낸다. 말투, 침묵 등 과장하거나 강조하지 않는데도 각 캐릭터들의 특징이 저절로 머릿속에 새겨진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Happy families are all alike; every unhappy family is unhappy in its own way)."로 시작된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의 첫 문장도 돈과 결혼, 사회적 통념을 위트 있게 담아서 유명하다.
“재산이 넉넉한 독신 남성에게는 반드시 아내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상당한 재산을 지닌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이 2가지 번역과 이 책의 번역을 비교해 보자.
이 책만의 두 번째 특징은 주석들을 모아서 책 맨 뒷부분에 배치하는 미주(Endnote)가 아니라, 본문 내용에 대한 설명을 해당 페이지 아래쪽에 배치하는 각주(Footnote)라고 생각한다.
"It is a truth universally acknowledged, that a single man in possession of a good fortune, must be in want of a wife."
p.9 "온 세상이 인정하는 진리 하나는 재산이 많은 독신 남자라면 반드시 아내가 필요하다는 것이에요"
이렇게 영어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해서, 영어 원서와 함께 읽으면 좋다. 꼼꼼한 각주를 읽다 보면 역자의 노력과 정성에 감탄하게 된다. 나 역시 이 각주 때문에 소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p.424 마차 소리가 들려 창가로 가보니 커리클을 타고 거리를 달려오는 신사와 숙녀가 보였어요.
여기서 만약 각주가 없었다면 일일이 단어 뜻을 찾아봤어야 하지만 curricle이라고 영어까지 친절하게 표기되어있다. 피케piquet, 카드리유quadrille, 기그gig 등도 마찬가지다.
p.323 각주 2 :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의 청혼을 거절하면서 tempt란 말을 반복한다.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와 처음 만났을 때 "내 마음을 끌 만한 미모는 아니야"라고 한 말을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는 걸 분명히 알려준다.
각주는 다아시에게 "당신이 제 마음을 끌어 수락하게 만드실 길은 단연코 없었을 거라는 말 뜻을 제대로 이해하게 해 준다. 다아시의 오만한 태도는 매력적이지 않다고 응수하는 당당한 엘리자베스! 멋있다!
결혼을 둘러싸고 가족들이 다투는 부분도 공감이 가고, 돈 때문에 콜린스와 결혼하는 샬럿도 이해가 된다. 사람 참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엘리자베스는 똑똑하고 재치 있지만, 편견이 먼지 제대로 알려준다. 첫인상과 감정을 확신하며 남의 말을 믿어버리는 실수를 한다. 다아시는 츤데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오해하고, 싫어하지만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재밌었다.
제인 오스틴이 대단한 것은 등장인물을 나쁜 사람으로 몰아세우지 않는 것이 아닐까? 마지막에 다아시가 주변 사람들과 화해하며 어우러지는 해피엔딩이 이를 증명한다. 41세의 짧은 생애를 살면서 이런 달관한 성인군자 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게 그저 놀랍기만 하다.
《오만과 편견》은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미워하지 말고 포용하라고 말하는 듯하다. 나 같으면 레이디 캐서린과 인연을 끊어버렸을 것 같은데, 다아시는 화해를 한다. 너무 멋져 보였다. 나의 오만과 상대방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타인에게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다. 나는 지금 오만과 편견이라는 나를 고립시키는 창살에 갇혀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