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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의 싸이코들 - 시나리오로 쉽게 이해하는 성격장애
두에인 L. 도버트 지음, 이윤혜 옮김 / 황소걸음 / 2025년 4월
평점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떤 사람의 행동과 태도에 의문이 있다면 그 사람과 관계에 헌신하기 전에 주의 깊게 살펴 보라. 성격 장애 진단을 내리는 데 서두르지 말고 거리를 두고 행동과 태도를 관찰하라. (p.265)
나는 이 책의 차례를 훑어보다가 회피성 성격장애의 특징인 억눌려 있고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며 부정적 평가에 민감하다는 말과 의존성 성격장애인 스스로 판단하려 하지 않고 타인에게 지나치게 순응한다는 부분에 해당되어, 혹시 나도 성격 장애가 있는 건 아닐지 궁금해서 서평단을 신청했다. 나는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다 있는 것 같았다. 다행히 큰 스트레스 상황이 지나면 다시 평온해지니까 성격 장애는 아닌 듯?
성격 장애라는 개념을 공부하지 않으면 우리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 그 결과 다른 사람에게 성격 장애의 특징이 나타나도 그것을 제대로 식별할 수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주변에는 성격 장애를 가진 사람이 꼭 있다. 어쩌면 그 사람이 바로 나의 배우자나 자녀일 수도 있고, 혹은 직장 상사나 동료일 수도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적어도 문제가 나에게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면 좋은지 갈 수 있다.
이 책의 장점은 나처럼 성격장애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어려운 의학용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일상적인 시나리오를 통해 설명해 주기 때문에 누구나 부담 없이 읽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성격장애는 크게 A 타입 : 편집성, 분열성, 분열형 성격 장애, B 타입 : 행동장애와 반사회성, 경계선, 자기애성, 히스테리성(연극성) 성격 장애 그리고 C 타입 : 회피성, 의존성, 강박성 성격 장애의 11가지가 있다. 이것은 책 표지 뒷면에 "성격장애, 알면 통제할 수 있다"라는 핵심 문구 아래에도 정리되어 있으며, 책의 <차례> 또한 이 내용을 담고 있다.
나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3가지 타입별 성격장애의 특징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내가 아는 드라마나 영화 캐릭터들을 떠올리며 검색해서 정리해 보았다. 책에는 이것보다 훨씬 정확하고 구체적인 시나리오로 비유해서 설명해 준다. 하지만 책 내용을 모두 밝히면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자세한 것은 책을 참고하고 하길 바란다. 내가 이해한 만큼만 예로 든 것이라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비유를 잘못했을 수도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A 타입 (별나거나 이상한 성격, The Odd & Eccentric)
1. 편집성 성격장애 : 편집이라고 하니 편견, 편식이 생각난다. 어떤 생각에 한 쪽으로만 치우쳐서 (치우칠 편, 偏) 비정상적으로 집(붙잡을 집, 執) 착하는 것이다. 남을 무조건 의심하고 모두 내 계획을 망치려 한다고 생각하는 <스카이캐슬>의 차민혁 교수 같은.
2. 분열성, 3. 분열형 성격장애 : 분열성 성격장애는 <오징어 게임>의 오일남 할아버지나 영화 <레옹>의 주인공처럼 사람들과 어울리기 싫어하고, 고독하고, 감정 표현도 말도 없는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분열형 성격장애는 기이한 생각과 행동을 한다. 마치 드라마 <도깨비>의 지은탁처럼 귀신을 보거나 귀신과 대화를 하는 식이다. 당연히 현실에서는 왕따가 될 수밖에.
B 타입 (감정적이거나 변덕스러운 성격, The Dramatic & Erratic)
4. 행동 장애는 성격장애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사춘기 이전에 처음으로 진단받는 장애인데 여기에 포함한 이유는 반사회성 성격 장애와 유사한 특징 때문이다. 행동 장애는 조기에 발견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댕냥이에게 해를 가하는 게 아무렇지 않은 아이를 발견하면 반드시 부모에게 알려줘야 할 것 같다.
5. 반사회성 성격장애는 싸이코 패스와 소시오패스를 포함한다. 사이코패스는 선천적인 특성이 강하고 소시오패스는 후천적인 요인에 의해 형성된다. 드라마 <보이스>의 모태구나 <마우스>의 성요한처럼 자신의 행동에 전혀 죄책감이 없으면, 뇌의 기능적 문제로 인한 싸이코패스에 가깝다.
소시오패스는 <이태원 클라쓰>의 장근원처럼 옳고 그름을 인지하고, <스카이캐슬>의 김주영 처럼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지만 죄책감은 없다. 이는 환경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경우다. 반사회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은 아예 만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6. 경계선성 성격장애는 감정 기복이 심하고, 충동적이며, 자기 파괴적이다.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얼굴 없는 미녀>의 김혜수가 연기한 지수가 대표적인 예다. 또한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고문영이 문강태가 떠날까봐 극도로 불안해하는 모습도 여기에 해당된다. 책에 나오는 타미의 시나리오와 비교해 보면 더 잘 이해가 될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치료받으면 대부분 나아진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크기 때문에, 한결같은 태도로 일관성 있게 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7. 히스테리성(연극성) 성격 장애는 연극배우처럼 관심받는 것을 좋아하고, 과장된 감정 표현을 하며 매력적으로 보이려고 노력한다. 영화 <아가씨>의 히데코처럼 자신의 매력을 이용해서 주변 인물들을 자신에게 묶어두려 하거나, <미쓰 홍당무>의 양미숙처럼 주변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신의 존재감을 과도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책에서 보먼 트레이시의 남편은 히스테리성 성격장애의 피해자였고, 결국 트레이시와 이혼한다.
8. 자기애성 성격장애는 자신이 특별하고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 <베테랑>의 조태오처럼 자신이 법위에 있다고 믿거나 <내부자들>의 장필우 의원처럼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양철 회장 역시 자신이 가진 권력과 부로,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에는 블레이크와 질의 예가 나오지만 이 성격 장애는 남자에게 훨씬 많이 나타난다. 그래서 임상의학자들은 흔히 '남자의 자존심 장애'라고 부른다.
C 타입 (걱정하거나 두려워하는 성격, The Anxious & Fearful)
9. 회피성 성격 장애: <굿 윌 헌팅>의 윌 헌팅처럼 능력을 인정받을 기회가 와도 실패와 거절에 민감해서 자신감이 없고, 다른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기를 두려워한다. <나의 아저씨>의 아이유가 연기한 이지안도 비슷한 예이다. 관계 맺기를 어려워하고 칭찬이나 따뜻한 말에도 불편해한다. 책에 나온 시나리오의 예인, 식사 초대에 응했다가 결국 집으로 돌아온 마이크의 사례를 떠올려 보면 더 쉽게 이해될 것이다.
10. 의존성 성격 장애: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며, 버림받을까 봐 두려워한다. <응답하라 1988>에서 김선우가 성보라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헌신적이며, 자신의 감정보다 보라의 결정과 생각을 따르는 것이나, <기생충>에서 박 사장 부인 최연교가 남편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모습도 비슷하다. 에이미의 시나리오를 읽어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11. 강박성 성격 장애: 지나치게 완벽주의적이고, 정리 정돈에 집착하며, 통제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굿 닥터>의 김도한 교수처럼 완벽하고 높은 수준을 요구하며, 융통성이 부족하다. <또 오해영>의 박도경이나 가족을 지키기 위해 통제된 삶을 철저하게 살아가는 <국제시장>의 덕수가 이 유형이다. 책에 나오는 존처럼 삶의 모든 영역에서 기준과 규칙, 가치, 도덕을 엄격히 지킨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어떤 장애에 속하는지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성격 장애가 아니라 신경 발달장애인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ASD)'라 이 책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우리가 쓰는 싸이코라는 말은 성격 장애를 가진 사람을 말한다. 싸이코는 피하는 게 상책이지만 그럴 수 없을 때는 그 특징을 이해하고 적절히 대처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모르고 싸이코를 일반인처럼 대했다가 피해를 당하는 일도 방지할 수 있다. 이 책으로 어떤 경우를 싸이코라고 하고 그런 싸이코들은 어떻게 대처하면 되는지 11가지 유형별로 배워보자.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피해자를 만든다. 피해자는 신체적, 정신적, 감정적 손실을 본다. 피해자는 자존감이 낮아지고 불필요한 죄책감에 시달리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를 경험한다. 우리는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 때문에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성격장애에 대해 알 필요가 있는 것이다.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괴로워하거나 고통스러워해도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는 것이다. 자신만 신경 쓸 뿐 남들에게는 관심이 없다.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하거나 고통스러워해도 그들의 감정을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자신만의 세상에 살며, 오직 자신의 필요와 욕구만 중요하다.
성격장애가 있으면 충동적으로 반응하고 제멋대로 행동한다. 유연하지 못해서 사람을 대하는 자신의 인식이 잘못됐을 가능성을 전혀 생각하지 못한다. 어떻게 해서든 상황을 피한 다음,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고, 반대 의견은 무마할 구실을 찾는다. 자신이 틀렸다고 말하는 상대방을 비난하기도 한다. 자신의 행동을 수정하기 보다 문제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계속되기에 성격 장애인 것이다.
부록에서는 성격장애 분야를 깊이 있게 연구하고 그 발전에 크게 기여한 대표적인 심리학자들을 소개한다. 파블로프, 프로이트, 아들러, 카를 융, 피아제, 에리히 프롬, 에릭 에릭슨, 스키너 등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들이 많다. 이들이 성격장애만 연구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연구와 이론은 인간의 성격 형성과 발달, 그리고 정신 병리에 대한 이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파블로프와 스키너의 행동주의 이론이나 피아제의 인지 발달 이론 등을 읽으면서 정리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내 주변의 싸이코들 행동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파악하고 현명하게 대처해서 그들에게 더 이상 휘둘리지 않기를 바란다. 이 책이 그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