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애쓰셨습니다, 사람도 삶도
이은정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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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가 나이 듦을 두려워하는 건, 쓸모없는 인간이 될까 봐, 아프면 가족에게 짐만 될까 봐, 점점 혼자가 될까 봐 걱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나이가 들어야 비로소 나로 살아갈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조금씩 더 단단해져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책은 나 되찾기의 기록이다. 우리는 너무 오래 타인을 위해 살아왔다. 딸로, 아내로, 엄마로, 며느리로 살다 보니 어느새 '나'는 소리 없이 증발해 버렸다.

인간관계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내가 뭘 잘못했을까?” 자책하는 사람들에게 그저 너무 오래 타인을 위해 애써왔을 뿐이라고 위로한다. 저자의 실제 경험이라 더 생생하게 전해진다. 나는 6개의 챕터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를 하나씩 뽑아 봤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내 생애 지금이 가장 좋다"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자녀들이 50이 넘은 어머니께 건네도 참 좋을 것 같았다. 나이 듦이 두려움이 아닌, 나답게 살아도 된다는 조용한 허락처럼 느껴지면서, 당당히 자신의 삶을 찾으라는 응원처럼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다.

1. 좋은 사람인 척 살아온 30 년

착한 척하는 것은 나를 조금씩 갉아먹는 자해였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 애쓰다 보니, 양보할 때마다 자존감이 깎여 나가고, 나 자신은 닳아 없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됐다. 나를 드러내는 것,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걸 당당히 말할 때, 상대는 나를 제대로 이해하고 사랑할 기회를 갖는다. 괜찮지 않다고 말하는 것, 남의 기대가 아니라 내 기준으로 사는 것이 자존감의 첫걸음이다.

2. "오늘도 감사합니다."

나도 저자처럼 아침에 눈을 뜨면 천장을 보고 "오늘도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아침에 처음 하는 말이 그날 하루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예전엔 힘들었던 일이 먼저 떠올랐는데, 감사를 연습하니 저자는 뇌가 마치 검색창에 감사라고 입력한 것처럼 자동으로 감사할 것을 검색했다고 한다. 행복은 이미 가지고 있는 70%를 볼 줄 아는 눈에서 시작된다. 기대를 낮추고 여백을 만들면 그 여백에 감사가 들어올 것이다.

3. 지금 나와 맞는 친구

30년이 된 친구가 있었는데 점점 거리를 두게 되었다. 이유는 과거를 공유하는 사이일 뿐, 지금의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 나도 그랬다. 지금은 30년 넘은 친구들은 다 연락이 안 되고, 한 명만 가끔 연락하며 지낸다. 모든 인연이 계속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함께한 시간이 거짓이 되는 것도 아니란 말에 어쩐지 위안을 받았다. 멀어진 관계에 에너지 뺏기지 말고, 나 부터 챙긴 다음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자. 어쩐지 미안해서 내가 먼저 연락하고 이어가는 관계보다 정리하는 용기가 나를 지킨다.

4. 나를 돌볼 차례

이젠 남을 돌보며 살지 말고 나부터 돌봐야 한다. 뭘 좋아하냐는 수강생의 질문에 답하지 못했던 저자는 작은 것부터 시도했다. 좋아하는 꽃을 사고, 운동을 시작하고, 악기에 도전하면서 조금씩 자신을 돌보고 챙기는 법을 배워갔다. 나도 시아버님이 실버하우스에 들어가신 후에야 내가 좋아하는 걸 찾기 시작했다. 책을 통해 찾으려고 인디캣 서평단을 시작했다. 서평단은 기한 안에 글을 써야 해서 작심삼일인 내게는 딱 맞는 채찍이 될 것 같았다. 처음엔 책을 그대로 베껴 쓰는 수준이었는데, 꾸준히 하다 보니 조금씩 내 이야기도 할 수 있게 됐다. 이젠 배달 음식 끊고 집밥 해 먹기에 도전 중이다.

5. 진심으로 안부를 묻는 사람

대화는 상대의 말도 경청하는 것인데, 내 말 하려고 딴 생각 할 때가 많다. 이 책을 통해 진짜 듣는다는 의미를 알게 되었다. 상대의 안부를 진심으로 묻는 것이다. 중간에 말 끊지 말고, 섣부른 조언으로 훈계하지도 말고, 상대가 울 때 힘내라는 말로 덮어 버리지도 말고, 실컷 울어도 괜찮다며 끝까지 들어주는 것이 진짜로 듣는 것이다. 진짜 안부를 묻고 들어준다는 것은, 상대의 침묵과, 눈물과, 감정을 내가 함부로 판단하지 않겠다는 배려이고 존중이다.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면, 남은 생을 살아갈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6. 참 많이 애쓰셨습니다

<내가 행복해야 주변도 행복하다>는 부분을 읽다가 지오디(GOD)의 노래 '어머님께'가 떠올랐다.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는 가사처럼, 저자의 어머니 역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생선 살을 마음 편히 드시고 싶으셨을 것이다. 저자는 엄마와 달리 내가 좋은 반찬 먼저 집어 들고, 나를 위한 휴식을 당당히 취하겠다고 말한다. 불행한 엄마 곁에서 아이는 결코 행복의 꽃을 피울 수 없으니까. 나도 갈비탕 먹을 때면 고기는 늘 남편과 아들 더 먹으라고 주며, 나는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것으로 충분하다 여겼다. 그런데 이 책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앞으로 내 몫은 내가 다 챙겨 먹을 거다.

『그동안 애쓰셨습니다, 사람도 삶도』에서 말하는 건, 가장 좋은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 생애 지금이 가장 좋다" 그리고 인생의 가장 좋은 챕터는 아직 펼치지 않은 페이지에 있다. 이 책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 애쓰기보다 나 자신을 먼저 돌보고, 존중할 때 관계도 삶도 훨씬 편안해진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나부터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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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타고 통찰의 나라로
오봉학 지음 / 좋은땅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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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가 뽑은 책 속 한 줄은 주황색 <광에 들어간 여우> 이야기에 나오는 "지금 배부름을 포기하지 않으면 자유도 목숨도 잃게 되겠지"라는 말이다. 이야기 속 여우는 광 안에서 먹을 것을 마구 먹다가 배가 불러 구멍에 끼어 빠져나오지 못하게 되고, 결국 하룻밤을 굶어 배를 홀쭉하게 만든 뒤에야 무사히 빠져나온다. "배부름은 잠깐이지만 자유는 살아 있는 동안 계속된다"라고 말하는 여우. 나는 당뇨 전 단계라 단 음식과 빵·떡·면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오늘까지만 먹고 안 먹어야지가 계속되다 보니 몸무게도 다시 늘고 건강도 나빠졌다. 순간의 '맛있음'을 포기하지 못하면 건강이라는 더 큰 자유를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문장과 여우가 계속 떠오른다.


『무지개 타고 통찰의 나라로』는 내가 달달한 거  먹고 싶을 때마다 여우도 참았는데 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안 먹겠다고 판단하게 만든 책이었다. 이렇게 하라는 게 아니라 너 같으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다. 무지개가 여러 색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의 빛이듯, 이 책의 이야기들도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통찰로 이어진다. 이야기 속 질문들이 결국 나를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빨강(본능, 감정)에서는 자기 욕심을 바라본다. 톨스토이 우화 <소와 사자의 사랑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소는 풀을, 사자는 고기를 서로에게 권하지만 결국 헤어진다. 자기 방식으로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상대를 위한다는 나의 최선이 사실은 내 기준의 강요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맘대로 판단하지 말고, 상대방에게 꼭 물어보는 습관을 가져야겠다. 사랑은 많이 주는 게 아니라 맞게 주는 것.


주황(태도) : <광에 들어간 여우>를 통해 욕심은 순간을 만족시키지만, 절제는 삶 전체를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배웠다. 주황의 지혜는 덜 채워서 더 멀리 가는 힘이다.


노랑(관찰, 사고) : 보고 발견하고 연결하는 힘을 기른다. 나는 <양초 한 개로 방을 가득 채운 아들> 이야기의 통찰이 돋보였다. 부자가 세 아들에게 빈방을 가득 채울 것을 사 오라 했다. 맏아들과 둘째는 건초와 솜을 사 왔다. 막내는 불쌍한 아이들에게 돈을 나눠 주고, 남은 돈으로 양초 하나를 사 와 방을 빛으로 가득 채웠다. 아버지는 막내에게 가업을 맡겼다. 나도 맏아들과 둘째처럼 건초나 솜을 사 왔을 거 같다. 빛으로 채우다니, 정말 멋쪘다.


초록(성장) : 시간과 노력, 훈련을 통해 스스로 자라는 법을 배운다. <코는 크게 하고 눈은 작게>라는 이야기는 처음에 '이게 무슨 말이지?' 했다가 고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시작하라는 이야기란 걸 알고 무릎을 탁 쳤다. 조각할 때 코는 크게 만들어야 나중에 더 깎을 수 있고, 눈은 작게 만들어야 나중에 더 크게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완벽해진 다음 시작하는 게 아니라 일단 시작하고, 부족한 부분을 고쳐가며 성장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랑(공정) : <백정 포정의 소를 잡는 법>이 인상적이었다. 포정은 소의 뼈마디 사이의 틈을 따라 칼을 넣어 힘을 들이지 않고 소를 잡았기 때문에, 수천 마리를 잡았어도 칼이 새것처럼 유지되었다. 억지로 베지 않고, 결을 거스르지 않으며, 힘을 쓰되 과하지 않았다. 지혜란 억지로가 아니라 문제와 어울려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파랑의 지혜는 힘과 조화를 구별할 줄 아는 능력이 아닐까? 상대의 결을 그대로 인정하고 그 흐름에 맞춰 나를 조율하는 것.


남색(책임) : <촉추를 살린 안영의 말>이 생각난다. 진실을 말하는 용기와 함께 진실이 받아들여지게 하는 지혜가 놀라웠다. 임금이 잡아 놓은 짐승을 촉추가 놓치자 그의 목을 베려 했다. 그때, 안영이 달려와 "촉추는 세 가지 큰 죄를 지었으니 죽어 마땅합니다"라며 죄를 말했다. 짐승을 놓친 것, 임금님이 사람을 죽이게 만든 것, 사람보다 짐승을 귀히 여기는 임금님으로 만든 것. 임금은 이 말을 듣고 촉추를 살려줬다. 안영은 임금의 말을 인정하며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것처럼 유도해 임금님 체면을 세워준 것이다. 말로 이기는 게 아니라 말로 살리는 것이 남색이 말하는 책임의 지혜다.


보라(성찰) : 이 책은 장자의 질문으로 끝난다. 어느 날 장주가 나비가 되어 날아다니는 꿈을 꾸다 눈을 떴다. "내가 장주로서 나비가 되는 꿈을 꾼 것인가, 아니면 원래 나비인데 지금 장주가 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나라는 울타리가 사라지면 우리는 우주의 한 부분임을 알게 된다. 그때 비로소 꽃이 스스로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듯, 존재 자체로 편안함에 이른다. '장주(莊周)'는 장자의 본명이다. 자(子)는 스승이라는 뜻.  


이 책을 읽고 나의 가장 큰 소득은 단 게 먹고 싶을 때마다 "여우도 참았는데" 하며 멈추게 된 것이다. 통찰은 거창한 깨달음이 아니라, 작은 것 하나를 실행하는 데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색깔별로 통찰을 연습하는데, 그 연습의 시작은 질문이다. 질문을 통해 생각하다 보면 왜 그런지가 보이고, 남의 기준이 아닌 내 기준으로 선택을 하게 되어 조금 더 단단하고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p.328 질문을 품고 살아가는 당신은 이미 🌈 무지개를 타고 세상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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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휴머니즘 - 인류의 미래를 찾아서 (에리히 프롬 탄생 125주년 기념판)
에리히 프롬 지음, 라이너 풍크 엮음, 황선길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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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무의식은 보편적 인간이다'라는 말은 인간은 겉으로는 모두 다르지만 깊은 무의식 안으로 들어가면 외로움, 사랑받고 싶은 마음, 죽음에 대한 불안 같은 감정을 누구나 똑같이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무의식에서 보면 인간은 다 비슷하다. 여기서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이 말하는 휴머니즘이 시작된다.

휴머니즘 하면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꽃도 예쁘고 자연도 아름답지만, 그보다 더 아름다운 건 사람이라는 메시지는, 인간을 그 자체로 소중한 존재로 바라보는 생각인 휴머니즘과 닮았다. 우리 무의식에 공통된 감정이 있다는 사실은 국적이나 문화의 차이를 넘어 서로를 같은 인간으로 바라보게 한다. 이렇게 인간의 공통된 본질을 이야기하는 책이 『위기의 휴머니즘』이다. 이 책은 프롬의 잘 알려지지 않은 글들을 엮어 휴머니즘과 현대 사회의 문제를 다룬다.

옮긴이는 독일어 발음을 살려 마르크스를 '맑스', 엥겔스를 '엥엘스'로 표기했는데, 처음엔 일반적인 표기와 달라 낯설었다. 이 낯섦은 번역에서도 나타난다. 프롬의 글은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서, 옮긴이는 문장을 다듬어 독자에게 편의를 높이기보다, 원문의 낯섦을 그대로 보존하는 쪽을 택했다고 한다. 어려운 부분은 AI에게 물어가며 천천히 읽었다. 첫 부분의 <엮은이 서문>에 있는 다음 문장부터 이해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 p.16

이 책은 인류의 미래에 대한 실존적 질문과 씨름하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선호되는 관점은 사회적으로 생성된 감정적인 경험이 관심의 중심에 있는 사회심리학적 관점이다. 또한 이 관점이 주제의 선택을 결정했다.

✨ p.16 AI에게 쉬운 번역 부탁

이 책은 인류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며 어떤 감정과 경험을 하게 되는지를 중심으로 인간을 이해하려는 사회심리학적 시각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래서 이 책의 주제들도 사람과 사회가 서로 영향을 주며 만들어내는 인간의 마음과 경험을 중심으로 선택되었다.

🪞실존적 질문이란 “어떻게 돈을 벌까?”처럼 밥 먹고 돈 버는 일상적인 질문 말고 “돈을 벌어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하는 근본적인 고민을 말한다. "왜 사는 걸까?"처럼 존재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밤에 자려다 문득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 적이 있었는데, 이게 실존적인 질문이었다.

사회심리학적 관점이란 사회가 사람 마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살펴보는 시각이다. SNS가 없을 땐 남에 대해 잘 몰랐는데, 지금은 매일 남과 비교하다 보니 내 삶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옛날엔 여자가 서른 넘기기 전에 결혼하는 분위기였는데, 1인 가구가 늘어난 지금은 결혼을 안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직장에서도 우리 팀을 위해서 오늘 야근을 해야 한다면 불만이 쏙 들어간다. 이렇게 사회와 집단이 개인의 감정과 판단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바로 사회심리학적 관점이다.

1부에서는 현대 사회가 얼마나 병들어 있는지, 2부에서는 인간 안에 있는 파괴의 본능이 전쟁과 폭력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분석한다. 3부는 사람들이 불안할수록 자기 집단만 옳다고 믿는 나르시시즘에 빠져 서로를 적으로 돌린다는 것을, 4부는 그래서 그 해답으로 "사람이 가장 소중하다"라는 휴머니즘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 무의식은 보편적 인간이다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다. 이 내용은 이 책 <제4부 하나의 세계에서의 휴머니즘> 가운데 '오늘날 휴머니즘의 중요성'에 나온다. 술 마시고 필름이 끊겨도 집은 잘 찾아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의식은 없어도 몸이 길을 기억한다는 게 무의식이 작동한다는 증거가 아닐까? 프롬은 여기서 더 나아간다. 무의식 깊은 곳에는 인종도 국적도 없는 그냥 '인간'만 있기에 무의식과 접촉하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타인을 느끼게 된다. 거기에는 낯선 사람도, 나보다 못한 사람도 없다. '무의식은 보편적 인간이다'라는 말은, 인간에게 공통된 보편성이 있다는 뜻이다.

BTS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로 중계되는 모습을 보며, 오늘날 세계는 문화, 기술, 경제가 이미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마음까지 연결된 건 아니다. 같은 노래를 들으면서도 서로를 적으로 보는 순간, 그 연결은 무역 갈등, 혐오, 전쟁으로 무너진다. 이런 시대일수록 서로 같은 인간임을 강조하는 휴머니즘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무의식은 보편적 인간이다'라는 말이 마음에 남았다. 만약 인류가 휴머니즘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세계는 전쟁과 파괴로 무너질 것만 같았다.

🌱 프롬이 말하는 휴머니즘은 어려운 이념이 아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만 생각하자. 이태원 참사 때 모르는 사람에게 달려가 심폐소생술을 한 것, 코로나 때 경쟁하던 나라들끼리 백신 정보를 공유한 것 등 그 순간만큼은 그냥 같은 인간이었다. 프롬이 말한 무의식 속의 휴머니즘은 배우는 게 아니라 식욕 같은 본능이지 싶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미 우리 안에 있는 휴머니즘을 깨우는 일이다. 그건 더 많이 가지는 삶이 아니라, 더 깊이 느끼고 생각하는 삶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이 책의 표지와 각 부의 시작에는 전각 작품이 실려 있다. 전각은 잘못 새기면 돌을 버려야 해서, 끌을 대기 전에 오래 생각해야 한다. 프롬의 질문도 그렇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어쩌면 그 답은 평범한 일상 속에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위기의 휴머니즘』을 위기에서 구하는 일은, 오늘 내 곁에 있는 사람의 말에 조금 더 귀 기울이는 것에서 시작되는 건 아닐까? 휴머니즘은 이미 우리 무의식 속에 있으니까.

p.292 나는 인간이 훨씬 더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세상, 소비가 삶의 지배적 동기가 아닌 세상, 인간이 처음이자 마지막 목적이 되는 세상, 인간이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과 환상 없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힘을 발견하는 세상이 실현 가능하다고 믿는다. -휴머니스트 신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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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트럭으로 월 700만 원 번다 - ‘2,400명’ 창업인이 증명한 ‘배송 창업’ 성공 공식
김이화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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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정보는 운명을 결정한다."라는 말은 책을 덮으며 가장 먼저 머릿속에 남았던 문장이다. 사람들은 종종 노력이나 의지로 인생이 바뀐다고 말하지만, 현실에서는 무엇을 얼마나 알고 시작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같은 일을 해도 어떤 사람은 기회를 잡고, 어떤 사람은 사기를 당하거나 실패한다. 그 차이는 정보다. 


배송 창업의 실패는 능력 부족이 아니라 정보 부족 때문에 생긴다. 제대로 된 정보와 체계적인 준비만으로도 배송 창업자들 중 95%가 6개월 안에 안정적 수익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들의 공통점은 정확한 정보와 포기하지 않는 태도였다.


🚚 진짜 월 700이 가능?

『나는 트럭으로 월 700만 원 번다』는 배송업의 현실과 준비해야 할 것들 그리고 초보자들이 쉽게 빠지는 함정을 숨김없이 알려주는 책이다. 어떤 자격이 필요한지, 어떤 차량을 준비해야 하는지, 어떤 계약 조건을 경계해야 하는지 철저히 알아보고 시작하면 배송 창업은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 책에는 그런 실용적인 정보가 담겨 있다. 배송인그룹 총괄팀장 김이화 저자는 배송으로 자본 없이도 인생을 바꿀 수 있음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증명해온 리더로, 무신용 차량 임대 시스템과, 세금과 계약 문제를 돕는 지원 체계를 갖춰 배송 창업자들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내가 아는 분의 아들도 쿠팡 배송 일을 하는데, 30대의 젊은 나이에 월 700만 원 이상을 번다고 한다. 일은 무척 힘들지만 캠핑카를 사서 가족여행을 다닐 만큼 생활이 나아졌고, 최근에는 수원에 아파트까지 당첨됐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제목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배송 일이 힘든 만큼 수입도 분명한 구조라는 것을 이미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 운전이 아니라 사업

이 책은 배송 창업이 왜 비교적 안전한 사업인지 설명하는 것에서 시작해, 화물운송종사 자격증, 업종에 맞는 배송 차량 고르기, 영업용 번호판과 사업자 등록, 자차와 임대차 선택법 같은 실제 준비 과정을 안내한다. 또한 지입사기, 알선 사기, 수수료 사기와 지불 공정 계약 대처법 등 모르면 100% 당하는 함정들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마지막에는 배송 창업자 인생 로드맵 5단계인 초심, 정착, 성장, 확장, 졸업에 대해서도 나온다. 부록에는 배송인 그룹 멤버십 서비스 Q&A와 루트매니저들의 생생 후기가 실려있다. 


배송 창업은 단순히 운전을 하는 일 이 아니라 차량을 활용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작은 물류 사업이다. 월급제가 정해진 급여 안에서 생활을 유지하는 구조라면, 사업자는 일한 만큼 수입이 늘어날 수 있는 구조다. 배송 일을 시작하려 한다면 같은 땀을 흘리더라도 노력한 만큼 보상이 돌아오는 구조를 선택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둘 중 어떤 길이 더 좋은 길인지 정답은 없다. 중요한 건 어떤 길이 자신의 목표와 성향에 맞는가이다.


🚨 모르면 100% 당한다

배송업은 안정적이고 반복적인 업무를 통해 꾸준한 수익을 만들 수 있는 사업에 가깝다. 게다가 자본이나 학력 또는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준비만 제대로 하고, 중도에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누구나 충분히 월 500만 원을 벌 수 있다. 월 500만 원은 연봉으로 환산하면 약 7천만 원으로 대한민국 상위 15% 정도에 해당하는 고소득이다. 그래서 은퇴하고 배송 창업을 하는 분들도 많다고 한다. 


배송 창업의 가장 큰 리스크는 사기다. 알선 사기, 수수료 사기, 허위계약 등 초보자가 알기 어려운 함정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그중 가장 치명적인 것이 지입 사기다. 지입(持込)은 한자로 가질지(持)에 넣을 입(入) 자를 쓴다. 내 차를 가지고 회사에 들어간다는 뜻으로, 배송 일자리 알선을 미끼로 차량을 강매하는 방식이다. 악마적 연쇄 작용 때문에 한 사람의 인생을 통째로 파괴할 수 있다. 


책에서는 원청사(原請社)의 단가 후려치기를 조심하라고 강조하는데, 원청사가 부실하거나 중간에서 과도한 수수료를 가져가면 실제로 트럭을 모는 사람들의 몫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쿠팡은 발주처고, 이들과 직접 계약해서 물량을 확보한 운송 법인이 원청사다. 그래서 계약 구조와 원청사의 단가 후려치기 판별법도 꼼꼼하게 나와 있다. 배송업 사기꾼들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오늘 결정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한다. 조급함이 곧 함정이다. 가짜들만 확실히 걷어낼 수 있으면 배송은 인생을 다시 일으켜 세워줄 확실한 기회가 된다.


🪟 닫힌 문 말고 열린 문을 보라

헬렌 켈러는 행복의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리지만 우리는 닫힌 문을 오래 바라보느라 열린 문을 보지 못한다고 했다. 이 책은 열린 문을 보여주는 안내서이자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되어 줄 것이다. 땀의 값이 정직하게 돌아오는 길을 택해서 월 500에 도전해 보자. 어떤 사람은 월 1000 신화를 쫓다가 인생이 끝났다고 말하지만, 월 1000 신화가 끝났기 때문에 이제 제대로 시작할 수 있다는 저자는 절박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주고, 정상적으로 시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p.34 삶은 화려한 말이 아니라 현실적인 구조 위에서 움직이며, 그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건 언제나 정직한 땀에서 비롯된다. 


인생은 멋진 말이나 희망만으로 바뀌지 않는다. 결국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버느냐가 삶의 질을 결정한다. 같은 땀을 흘려도 누구는 월 700을 벌고, 누구는 사기를 당한다. 그 차이는 정보에서 온다. 정보는 운명을 결정한다. 정보를 모르면 당한다. 전세 사기도 식품 허위 광고도 모르면 당하고, 정부 지원금이나 복지 혜택도 아는 사람만 챙긴다. 정보는 배송업에서만 운명을 결정하는 게 아니었다. 배송 창업 이야기만 있을 줄 알았는데, 읽고 나니 정보를 모르면 얼마나 쉽게 당하는지까지 깨닫게 해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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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 작은 섬 알래스카에서
박은애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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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알래스카 최남단 작은 섬 케치칸(Ketchikan)은 밴쿠버나 시애틀을 출발한 알래스카 크루즈 첫 기항지로도 유명하다. 기항지(寄港地)란 잠시 기(寄)거하다 할 때의 기(寄)자를 써서 배가 항해하는 도중에 잠시 들르는 항구를 말한다. 연간 강수량이 매우 많아 알래스카의 우기 수도라고도 불린다. 해를 보기 힘들고, 병원도, 언어도, 생활도 불편한 『세상 끝 작은 섬 알래스카에서』 성장해 가는 저자와 가족의 이야기다.


🐻 곰이 사는 동네

베란다에 곰이 올라오고, 길을 걷다 사슴을 만나고, 바다에서는 고래가 숨을 내뿜는 캐치캔(그곳 발음인 듯?)이라는 곳에서 저자는 두 아이를 키우며 살아낸다. 차 안에 남긴 햄버거 상자 냄새를 맡고 곰이 창문을 박살 냈다는 이야기, 차 보험에 곰의 차량 파손을 대비한 항목이 따로 있다는 이야기, 갈색 곰이 늘 먹이를 찾아 동네를 어슬렁거리고, 해가 지면 집 밖을 나서는 것 자체가 위험한 곳이다.

나는 말이 안 통하는 이웃과 사는 이야기에 완전 공감했다. 곰이 자꾸 와서 쓰레기를 뒤지니까 쓰레기는 컨테이너에 넣어야 하는데, 윗집은 아무리 얘기를 해도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버렸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읽는데 내가 겪은 층간 소음 문제가 떠올랐다. 최근 뉴스에서 층간 소음을 참다못해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위층 사람을 살해했다는 끔찍한 이야기도 들었다. 쓰레기를 윗집 대신 컨테이너에 집어넣는 것도 한두 번이지 언제 쓰레기를 버릴지 24시간 감시할 수도 없고 정말 너무 얄미웠다. 세계 어느 곳이든 이런 이웃 꼭 있나보다.

🌌 앞마당에서 만난 오로라

알래스카 집 앞마당에서 만난 오로라에 관한 묘사는 나도 너무 신비로워서 꼭 한번 가서 직접 보고 싶었다. 밤하늘에 펼쳐진 신비로운 빛을 TV로는 본 적이 있는데, 별로 큰 감동은 없었다. 역시 자연의 장면은 직접 봐야 마음에 깊이 새겨지나 보다. 나는 정동진에서 일출을 보았던 아침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수평선 위로 떠오르던 장엄한 태양의 모습에 압도당했던 감동의 순간. 저자는 생애 처음 오로라를 본 이후 가끔 밤하늘을 올려다본다고 한다. 오로라를 다시 본다고 삶이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그런 경이로운 순간은 인간이 자연 앞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게 하고, 좀 더 겸손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만든다.

✈️ 어디보다 무엇

나는 상해에서 거의 7년을 살았다. 말이 잘 통하는 한국 사람들끼리만 어울렸고, 마트에서 김치와 라면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간판만 중국어로 바뀌었을 뿐 생활은 한국과 똑같았다. 하지만 상해는 병원도 치과도 안경도 알래스카처럼 너무 불편하고 비쌌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최고라는 생각만 들었다. 게다가 아들 입시 뒷바라지에 치이다 보니 중국어 공부도, 여행도, 기록도 제대로 못했다.

나는 7년을 살고도 왜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까? 저자는 알래스카에서 고립된 힘든 시간을 글로 녹여 책이 되었다. 나는 낯설고 불편한 환경 속에서 한국 사람만 찾고, 불편함을 피해 다니기 바빴던 게 아닐까? 저자가 얼음의 시간을 글로 녹일 때 나는 상해에서의 시간을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낸 건 아닐까? 삶은 내가 어디에 있었느냐가 아니라, 그 시간에 무엇을 했느냐로 남는 것 같다.

📖 이 책을 읽고

이 책은 알래스카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그곳에서 실제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다. 읽고 나면 그곳 생활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긴다. 진짜 곰을 보면 무서울 것 같고, 튀어 오르는 연어를 보면 아름다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낯선 환경 속에서 자신을 들여다본 기록은, 지금의 삶을 돌아보고 싶은 사람에게 더 깊이 와닿을 것이다.

어쩌면 저자는 알래스카와 신앙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시간을 기록하며 살라고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상해에서 한국과 똑같은 일상을 보내며 살았다. 하지만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을 뿐, 가족과 함께 했던 내 삶의 일부였기에 그 시간도 헛되지 않았다. 그때 감정을 글로 써뒀다면 지금의 나를 조금 더 잘 알 수 있었을까? 후회보다 지금이 중요하다. 앞으로의 시간은 저자처럼 내가 어떤 마음으로 내 삶을 살아왔는지 보고 느낀 것들을 조금씩 남기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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