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향투 4 모암논선 4
이용수 지음 / 모암문고 The Moam Collection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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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정향투(人靜香透)』란 인적정이향투(人迹靜而香透)의 줄임말로 인적은 고요하나 향기는 사무친다는 뜻이다. 


이 시리즈는 옛 선인들의 인간관계, 처세, 삶의 지혜를 한문 원문과 함께 현대적으로 풀어낸 인문 고전 해설서이다. 인정향투로의 4번째 여정은 담원 정인보가 모은 이강호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기록한 <서봉 모은 이강호 십곡병>으로 시작한다.


1. 담원 정인보

「서봉 모운 이강호 십곡병 (書奉 茅雲 李康鎬 十曲屛)」은 일제강점기 말 충남 논산에 살던 효령대군 18대 손 이강호를 담원 정인보가 찾아가 서화를 감상하고 이야기하다가, 떠나기 전 이강호에게 모운(茅雲)이라는 호를 주며 그 내용을 10장의 한지에 담은 작품이다.

 

정인보가 이강호에게 건넨 호 '모운'은 띠 모양의 구름이라는 뜻이다. 충남 논산 광교(광디리)의 새벽이슬 기운이 소나무와 소나무 사이에 비단 띠처럼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보고 지었다고 한다. 저자가 한문 원문을 번역하고 각주까지 달아놔서 어렵지 않게 읽힌다. 탄압이 극심하던 시절에도 이런 교류가 있었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2. 추사 김정희 

「반야심경 연구원고(般若心經 硏究原稿)」 

반야심경(般若心經)은 600권에 달하는 방대한 반야경의 정수를 260자로 압축한 대승불교의 핵심 경전이다. 이 경전은 관세음보살이 사리불(舍利弗, 부처님의 제자)에게 수행의 본질을 설명하는 형식이다. 핵심 내용은 공(空) 사상이다. 모든 현상은 고정된 실체가 없이 공허하며, 물질적 세계와 공의 세계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가 원문과 함께 한글로 쉽게 풀이해 놓아 뜻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으로도 불리는데, 마하(摩訶)는 위대한, 반야(般若)는 지혜와 깨달음, 바라밀다(波羅蜜多)는 깨달음에 이름, 심경(心經)은 핵심 가르침을 뜻한다. '위대한 지혜로 깨달음에 이르는 핵심 가르침'이라는 뜻이다. 모든 건 어차피 사라지니까 집착하지 말라는 것. 내 것도, 영원한 것도 없다. 지금 이 순간이 전부다. 카르페디엠. 아이 웃음소리에 함께 웃고, 커피 한 잔에 감사하는 것, 집착 말고 지금을 살자. 나는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하니까. 


3. 영재 이건창

「송동곡자전별사(送東谷子轉別辭)」는 1881년 조인승이 청나라에 가게 되자, 이건창이 전별사를 써 보낸 것이다. 7년 전 자신이 청나라에 갈 때 조인승이 써준 당부의 글을 소중히 간직했던 것에 대한 답례다. 몸 건강히 임무 잘 마치고, 지난번처럼 청나라 상황도 자세히 알려달라는 당부를 담았다.


세 사람의 글을 읽다 보면, 시대가 달라도 사람 사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좋은 사람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흔들리지 않으려 애쓰고, 떠나는 친구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넬 줄 알았던 사람들. 미술과 한문에 관심 있는 사람뿐 아니라, 빠르게 흘러가는 삶 속에서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싶은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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