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위한 원칙
리처드 템플러 지음, 이문희 옮김 / 서교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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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잘 키우려면 부모는 어떤 말과 행동을 해야 할까? 이것이 『부모를 위한 원칙』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다. 아이를 보면 그 부모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책이 내가 아들 키울 때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들은 게임에 빠져 있고, 나는 열받고, 사춘기 때 얼마나 힘들었나 모르겠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동안 몰랐던 실수와 나쁜 습관을 돌아보고, 더 나은 부모가 되기 위한 좋은 습관을 배우게 될 것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109가지 원칙은 저자가 많은 부모에게 배운 것 중 가장 중요한 것들만 뽑은 것이다. 아무리 현명한 부모라도 실수는 한다. 하지만 좋은 부모는 자신이 언제, 어떻게 실수했는지 돌아보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노력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에 이 책이 더 유용한 것 같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원칙 중 나만의 <베스트 10>을 뽑아 봤다.


1. 느긋한 부모가 좋은 부모다

최악의 부모들은 다들 무언가에 늘 전전긍긍한다. 돈 걱정, 미래 걱정으로 항상 불안하고 초조하다. 그 불안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해진다. 아이는 부모를 통해 세상을 배우기 때문이다. 부모가 불안하면 아이도 세상을 불안한 곳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부모가 먼저 행복해야 한다. 스스로에게 만족하고 느긋하고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면 아이는 그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만족할 줄 아는 아이로 자란다. 부모의 행복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2. 당신만의 삶을 지켜라

나도 이 원칙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내 인생의 전부가 되면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아이에게는 엄청난 부담이다. 그래서 아무리 아이를 키우느라 힘들고 바빠도 내가 좋아했던 일 중 일부만이라도 할 시간을 반드시 남겨두어야 한다. 그래야 자식이 성인이 되어 곁을 떠난 뒤에도 자신의 삶과 시간을 즐길 수 있다. 


나는 이걸 가장 못 했던 것 같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내 취미도, 내 시간도 사라졌다. 내 취미와 내 시간이라는 게 있었나 싶다. 아이가 독립하고, 이제서야 내가 뭘 좋아하는지 독서를 통해 찾고 있다.


3. 함께하는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라

아이가 이야기할 때 건성건성 대답하면 안 된다. 이건 모든 사람과도 마찬가지다. 나도 남편이 TV를 보며 대충 대답할 때마다 기분 나쁜데 아이라고 다를까. 하지만 아들은 어디서 배웠는지 내가 말을 꺼내면 핸드폰을 내려놓고 집중해 준다. 그 작은 행동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른다. 


저자는 아이와 함께 할 때는 다른 모든 것을 멈추고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하라고 한다. 집중은 쉽지 않다. 중간에 말을 끊거나 대충 듣게 되는 순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시간 자체를 목적으로 삼고 집중하면,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에서 생각보다 훨씬 큰 기쁨을 얻는다. 그리고 아이에게 진정으로 무언가를 배우기 시작할 것이다.


4. 감정적으로 협박하지 않는다

"네가 부족한 게 뭐 있니? 너한테 들인 돈이 얼마인데? 어떻게 네가 나에게 이럴 수 있니?" 이런 말들은 감정적 협박이다. 아이의 감정보다. 부모의 감정을 앞세우는 말로, 아이에게 죄책감만 심어주는 나쁜 말이다.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너한테 투자한 돈이 얼만데 공부를 안 하니"라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본전 생각날까 봐 영유도 안 보내고 사교육을 멀리했다. 그때는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자라면서 "왜 학원을 안 보내줬냐"라는 원망을 듣기도 했다. 부모의 선택이 늘 옳을 수는 없나 보다. 


투자한 만큼 돌려받으려는 마음을 내려놓자. 아이는 부모의 기대를 채워주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부모가 감당해야 할 감정을 아이에게 풀면 안 된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분풀이할 권리가 없다.


5. 실패를 인정하게 하라

아이들이 자기 성과에 만족하지 못할 때, 부모가 먼저 "왜 이것밖에 못 했니?"라고 다그치면 아이는 움츠러들기만 한다. 대신 "일이 어떻게 된 것 같니?"처럼 아이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그랬니? 내가 속상해서 못 살아 증말" 이런 말 쓰면 안 된다.


실수했을 때 "넌 그냥 운이 나빴던 거야"라고 말하는 것도 좋지 않다. 위로가 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이에게서 배울 기회를 빼앗는 말이다. 스스로 어떤 부분에서 실수했는지 다음에 그런 실망감을 맛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해야 한다. 판단보다 질문으로 대화를 이끌어야 한다.


6. 잔소리꾼이 되지 마라

우리가 흔히 하는 잔소리 속에는 짜증이 배어 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반감을 사는 것이다. 게다가 잔소리가 심해지면 아이의 행동보다 아이 자체를 겨냥한 잔소리가 된다. 문을 안 닫았다는 사실에 "넌 도대체 문을 닫을 줄 모르는구나"라고 말하면 아이를 비난하는 잔소리가 된다. 그러면 아이의 행동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긴 시간을 거쳐야 어떤 과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스스로 알아서 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아이가 햄스터에게 먹이 주는 것을 깜박하면, 햄스터에게 먹이를 주는 일은 아이의 몫이지만 아이가 그 일을 하도록 상기시키는 일은 당신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잔소리는 멈추자. 


7. 감정을 억압하지 마라

모든 아이에게는 강렬한 감정이 있으며, 그 감정은 표출되어야 한다. 화가 나면 화가 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화를 낸다고 아이들을 야단치는 부모들이 있다. 어떤 분노는 정당할 수 있으며. 아이들은 질책 받지 않고 자신의 정당한 분노를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익혀야 한다.


싸움을 해보지 않고 자란 사람들은 싸움을 하고도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어른이든 아이든 울고 있는 사람에게는 '울지마'가 아니라 "그래 실컷 울어라, 후련해질 때까지 울어라"라고 말해주는 거다.


8. 믿고 내버려두어라

이건 아이뿐 아니라 부부 사이에서도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믿고 내버려두면 알아서 잘 할 텐데, 과한 걱정이 관계를 악화시킨다. 모든 십 대는 부모가 바라지 않는 일들에 노출된다. 이는 불가피한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 스스로 책임감 있는 결정을 내릴 거라고 믿는다면 그 믿음이 효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아이가 문제가 생겼을 때는 부모가 진지하게 받아들이되 고함을 지르지 않고 침착하게 반응해야 한다. 그러면 다음에 또 문제가 생겼을 때 부모가 바라는 쪽으로 문제가 풀릴 것이다. 십 대 아이는 모두 속 긁는 말을 하는데 도사다. 거기에 넘어가지 말자.


9. 아이를 언제나 최우선으로 하라

모든 의사결정에서 아이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사실은 아이도 알게 해줘야 한다. 말로는 아이가 최우선이라고 하면서 스트레스가 많거나 바쁠 때 아이가 뒷전이면, 아이는 본능적으로 그것을 느낀다.


물론 아이도 어려운 상황을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 때로는 예전처럼 해주지 않는다고 불평할지도 모르지만, 잘 알려주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자신이 여전히 부모에게는 최우선임을 알고 있다. 부모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달은 아이는 자신감 있게 살아간다.


10. 조언을 구해올 때까지 기다려라

아이가 성인이 되면 부모는 뒤로 물러서야 한다. 물러섰으면 자꾸 끼어들면 안 된다. 성인이 된 자녀에게 조언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요청하지 않으면 절대 조언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요청한 문제에 대해서만 조언해야 한다. 왜냐하면 자녀는 이미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어른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잦은 개입은 도움이 아니라 간섭이 된다.


조언의 최고봉은 질문하기다. 자녀가 일자리를 제안받고 조언을 구한다면, 그 일이 좋다 나쁘다 판단하는 건 조언이 아니다. "그 일이 왜 좋아? 출퇴근 시간이 길어도 괜찮겠니?" 같은 질문을 통해 스스로 답을 찾고 결정하도록 질문을 통해 도와야 하는 것이다.


자녀가 스스로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것을 믿고 지켜보는 것, 그리고 그 아이가 여전히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모에게 더 큰 기쁨은 없지 않을까?


p.397한번 부모는 영원한 부모다. 자녀는 영원히 부모를 사랑할 것이며, 부모도 그 사실을 한순간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 든든한 믿음은 삶에서 크나큰 기쁨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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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소멸
한동일 지음 / 그린스트로우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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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소멸』에 실린 세 편의 단편은 "무너지지 않기 위해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소설 속 인물들은 저항 대신, 조용히 자신을 소모하며 각자의 자리를 견딘다. 이 책은 그 소모의 시간을 기록한 소설집이다. 그래도 청춘이 있기에 소모가 가능하지 싶다. 노년에는 소모할 젊음이 없으니까.


나태주 시인은 이 책을 두고 "거짓 없는 내용과 삶에 대한 철저한 증언"이라고 평했다. 문학적인 표현이 많은데도 이상하게 술술 읽히고 이해가 되면서 공감이 가는 작품이었다. 게다가 포켓 사이즈라 손에 쏙 들어와서, 들고 다니며 읽기에도 참 좋다.


책에 있는 표현이 너무 좋아서 페이지를 따로 밝히지 않고 옮겨 적은 부분이 많다. 줄거리보다 표현을 따라가며 읽었다. 


1. 청춘의 소멸 

-도시의 청춘에게

도시에 사는 청춘은 도시를 떠날 수 없고, 끝까지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도시는 성공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역시 도시에 자신을 맞추며 살아야 했다. 생존을 위해 나는 매일 나를 조금씩 떼어 도시에게 줘야 했다. 내가 나를 떼어내 바치지 않으면 금방 다른 누군가가 나를 대체해 버린다.


도시로 오기로 결정한 것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능동적이지 못했다. 마음을 계속 눌러두면 행동이 엉킨다. 괜찮은 척하지만 속으로는 불안이 쌓인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내가 나를 조금씩 망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어머니가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져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혼자 버려둔 시간만큼, 나도 도시에서 청춘을 소비하며 어머니의 외로움을 외면했다. 어머니는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이 없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는 아버지를 위해, 내가 태어난 후에는 자신의 전부를 내게 헌신했다.


대부분 우리들의 삶이 이런 것 같다. 타인의 기대를 위해 나를 소모하는 삶. 나도 나 자신보다 늘 아이와 가족이 먼저였으니까. 그렇게 청춘이 소멸되어 가는 줄도 모르고 살았다. 


증권사에 다니던 친구 O는 자살했다. O와 억지로라도 웃으며 이야기했으면 어땠을까? 어머니가 두통을 호소했을 때 심각하게 생각했으면 어땠을까? 그녀가 회사를 옮긴다고 했을 때 그러라고 말해 주었다면 어땠을까? 차라리 도시에 오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능동적으로 변한 줄 알았던 나는 여전히 수동적이었다는 주인공의 고백을 통해 나도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능동적으로 내가 선택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사회의 관습과 예절, 주위의 기대,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하다는 말을 따라 살았던 수동적인 삶이었다. 


주인공은 어디로 가야 하며 어떤 것이 올바른지 모르겠다고, 길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말한다. 그래서 돌아간다. 내가 원래 있던 곳으로.


p.113죽음을 내 옆에 둔 순간부터 도시를 버리고 아버지의 죽음을 뒤에서 바라보기로 결정했다. 도시는 누군가로 대체되어 또 흘러갈 것이다. 돌아가야겠다. 이곳에서의 실패를 오롯이 청춘에게 돌리고 이제는 돌아가야겠다.



2. 구류 3일

유명한 화가 E 씨와 그의 아내, 그리고 이 화가에게 그림을 배우러 온 소녀가 있다. 세 사람은 하루에 몇 시간씩 거실에 앉아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각자 고립된 채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다. 


저자는 자화상을 즐겨 그렸던 실존 인물 에곤 실레(Egon Schiele)에게 강렬한 나르시시즘을 투영하여, 자신 외에 타인을 화폭에 담지 못하는 소설 속 화가 E를 만들어 냈다.


소녀는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화가에게 화가 나서 누명을 씌워 성범죄로 고발한다. 신문에는 유명 화가 E 씨가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피소됐다는 기사가 실렸다. 사람들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화가가 처벌받기를 원한다. 담당 형사는 운 나쁘게 걸려든 것뿐이라고, 소녀는 이 고발만으로 화가에게 충분한 치욕을 줄 수 있음을 알고 있다고 알려준다. 


재판에서 판사는 화가가 법정의 존엄을 훼손했다며 구류 3일에 처했다. 동네 사람들은 화가의 집에 몰려가 그동안 자신들에게 그려줬던 그림을 태워버린다. 화가도 모든 그림을 벽난로에 던져버리고 마을을 떠난다. 그 후 화가는 정말 죽었을까? 나는 어딘가 이런 사이코 소녀가 없는 편안하고 자유로운 곳에서, 마음 편하게 그림을 그리며 아내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 것 같다.


이 작품은 옐로 저널리즘(Yellow Journalism), 즉 독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자극적이고 비도덕적인 보도를 일삼는 언론의 모습을 보여준다. 거기에 쉽게 선동되는 대중, 대중에 의해 파괴되는 예술가의 비극. 


선을 악으로 갚아도 유분수지, 내 마음을 안 받아준다고 당신 인생 통째로 밟아버리겠다는 건 무슨 심보인지? 자기감정을 타인의 파멸로 해소한 소녀가 얄밉다. 화가의 무죄가 밝혀져, 소녀는 한 가정을 파괴한 괴물로 사회에서 매장을 당해야 한다. 옐로 저널리즘이 방향을 틀어 소녀에게 향하길 바랐다는. 



3. 책

주인공이 출판사에 원고를 맡겼다. 그 출판사는 작가의 요구를 들어 주지 않고 맘대로 출판을 해 버린다. 하지만 그가 깨달은 것은 타인이나 출판사가 아닌 자신의 책을 통제하지 못한 점이었다. 그에게 책은 자신의 완벽함을 증명하기 위한 도구였던 것이다. 


p.195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방에는 남자의 리듬만 남았다.


수백 수천만 명이 사는 대도시에서 나를 찾는 사람은 없다. 오직 고독만이 그의 곁에 머문다. 청춘들은 도시의 부속품이 되어 조용히 소모된다. 


우리의 비극은 청춘의 꿈에서 시작됐다. 부모님이 희망하는 삶이 정답이라 믿고 살았다. 자식이 자신들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랐던 부모님의 마음은, 부모님의 기대를 이루기 위해 달려야 하는 청춘들의 굴레가 되어버렸다. 부모님이 바라는 대로 살려 애쓰며 청춘은 서서히 소멸해 갔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모두 패배한다. 「청춘의 소멸」에서는 실패를 인정하고 발길을 돌리는 결심으로, 「구류 3일」은 자신의 그림을 소각하는 것으로, 「」에서는 강박 속에서 스스로를 더 몰아붙인다. 이 모든 패배는 타인과 사회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다시 묻는 순간이기도 하다.


책 말미의 작가 인터뷰를 보면 고독이 무서워 타인에게 의탁하는 것 역시 자신을 갉아먹을 수 있다고 한다. 나를 마주보기 위해 필요한 건 나다. 우리는 누구나 청춘을 지나 소멸의 길로 나아가지만, 작가는 그 과정을 두려움이 아닌 깊어짐으로 해석한다. 


내 삶은 어땠을까? 어디에서 실패했고, 상처받았으며 왜 이렇게 되었을까? 괜찮다고 하면서 왜 좌절할까? 이 책을 읽으며 각자의 삶을 돌아보고, 조금 더 단단한 자신이 자신이 되어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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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는 세계의 역사 - 인류의 기원부터 현대까지, 600가지 지도로 살아나는 생생한 역사의 현장
크리스티앙 그라탈루 지음, 정미애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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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는 세계의 역사』는 프랑스 지리학자 크리스티앙 그라탈루(Christian Grataloup)가 주도적으로 집필했지만, 워낙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다 보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Le Monde diplomatique)와 라 비(La Vie)라는 잡지의 전문 편집진들이 대거 참여해 만든 책이다. 


책을 받고 깜짝 놀랐던 건 엄청난 크기와 2리터 생수병 보다 무거운 무게였다. 반려 지도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평생 함께할 지도책이다. 선물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이제까지 인류의 역사를 선물받은 것 같아서 그저 가지고만 있어도 뿌듯할 듯?


이 책의 불어 제목은 Atlas(아틀라스, 지도) Historique(이스토리크, 역사의) Mondial(몽디알, 세계의, 지구전체의)이다. 세계 역사 지도라는 뜻. 책 제목도 한국어로 아주 잘 번역한 것 같다.


특히 오른쪽 페이지 맨 위에 있는 함께 보기는 하나의 맥락으로 깊이 있는 이해를 하는데 최고다. 인덱스도 앞뒤로 바로 찾아볼 수 있게 잘 되어 있다.


 『지도로 보는 세계의 역사』는 디지털 지도로도 볼 수 있다. 먼저 주소를 치거나 QR코드로 프랑스 웹사이트로 이동한다. 홈페이지가 전부 불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마우스 우클릭으로 번역을 선택해서 보면 된다. 


지도 코드 입력하는 곳에 지도 번호를 입력하면 책과 똑같은 지도가 나온다. 확실히 AI가 번역한 것보다 프랑스어 전문 번역가 정미애 님이 번역한 책에 있는 번역이 훨씬 이해가 잘 된다. 핸드폰으로 번역을 해서 보려면 본문을 꾹 눌러 모두 선택을 하고 번역을 누르면 된다.


나는 워낙 방대한 양이라 처음부터 순서대로 꼼꼼히 볼 수 없어서, 좀 다르게 접근해 봤다. 『지도로 보는 세계의 역사』라는 책 제목을 보니 갑자기 나폴레옹이 떠오르길래 찾아보기로 나폴레옹을 찾아 나폴레옹 관련 이야기를 읽었다. 


지도를 보며 설명을 읽으면 나폴레옹이라는 인물이 지도 위에서 살아난다. 한 인물을 이렇게 입체적으로 지도를 통해 접해 볼 수 있다니!


역사가 사건의 기록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지도 위에서 살아 숨 쉬는 것 같았다. 특히 1989년 이후의 세계 부분은 걸프전과 최근 팬데믹까지, 나도 기억나는 사건들이 많아서 정신없이 지도에 푹 빠졌었다. 


마치 월리를 찾아라의 역사 편을 읽는듯한 즐거움이었다. 마음이 심란하거나 스트레스받을 때 아무 생각 없이 지도에 푹 빠져버리기에 딱인 책이다. 


최근 옛날 어릴 때 살던 집을 지나간 적이 있었다. 지금은 빌라로 바뀌었다. 그 옆에 있던 주택들은 싹 없어지고 아파트 공사 중이다. 집 터는 그대로인데 건물만 달라졌다. 땅은 그대로인데 위에 있는 것들만 바뀐다.


이 지도책을 보면서 옛날 살던 집 생각이 났다. 지구에 있는 땅은 수천 년 동안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그 위에 제국이 생겼다 무너지고, 민족이 이동하고, 도시도 생겼다 사라진다. 그 긴 시간의 흐름이 지도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뉴스에서 낯선 분쟁 지역이 나올 때, 처음 가보는 나라로 여행을 떠나기 전, 아이들과 함께 역사 공부를 할 때, 소설책이나 드라마 보다가 거기서 나오는 지역의 역사가 궁금할 때 펼쳐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한 번에 다 읽는 책이 아니라 곁에 두고 자주 찾아보는 책이다. 


『지도로 보는 세계의 역사』 속으로 나만의 특별한 역사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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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가끔은 너로 살고 싶다
박상중 지음 / 좋은땅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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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중 시인의 시집 『나도 가끔은 너로 살고 싶다』는 제목을 보고 나도 이런저런 걱정 없이 사는 숲 속 나무로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이면 <아바타>영화 속에 나오는 아주 거대한 멋찐 나무~🌳 


나무는 걱정이 없어서 참 좋겠다. 그런데 정말 아무 걱정도 없을까? 내가 너의 삶을 살아볼 수 있다면, 너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텐데... 너로 살고 싶어 시인은 자신 안으로 여행을 떠난다. 


 『나도 가끔은 너로 살고 싶다』는 제목을 따라 내 안의 결핍을 너를 통해 발견하는, 너를 통해 나를 비추는 여행을 떠나보자.



나도

나도라는 표현은 나만 그런 게 아닌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란 뜻이다. 일상에서 웃음을 찾아내고, 서로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색다른 시선에 웃는다.


너를 향한 작은 관심은 시인의 눈을 통해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보게 된다나도 <보도블록 틈에 핀 꽃>을 하마터면 밟을 뻔했는데, 시인 역시 "하마터면 너의 작고 이쁜 얼굴에 씻지 못할 상처를 남길 뻔했다"라고 해서 마치 내 맘을 들킨듯했다.


<소통>이라는 시를 보면 'Bill please'를 'Beer please'로 듣고, 유치원에서 배운 영어를 자랑하는 아들이 '아빠, 식당 프리즈'라 하길래 식당은 담에 가자 했더니 '아빠, Sit down, please'라고 말했던 것. 나도 이럴 때 있었다. 함께 웃는 행복.


나도 '나를 찌르던 조각이 모래가 되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던' <용서>의 순간이 있었다. '내 안의 길었던 겨울을 데워 이젠 봄을 맞이하겠다는 나와의 약속이었다.'



가끔은

가끔은 <가슴 앓이> 시처럼 '뭘 해도 소용없이 속 깊이 파고드는 그런 가슴 아림이 있다.' 엄마가 그립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날이 있다.


그리고 가끔은 <개뿔>에서처럼 '매일 보는 사람 서운한 표정 하나 제대로 알아채지도 못하면서 보이지도 않는 하늘의 뜻은 무슨...'하며 스스로 부끄러워질 때도 있다. 나도 불혹을 지난 지천명이 맞나?


가끔은 남의 삶을 부러워 하다가도, 결국은 내 삶으로 돌아온다. 주변의 작은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내가 가진 것으로 만족하는 삶으로. 시를 통해 지금 이 순간 나의 삶을 사랑하며 받아들이는 나를 만난다.



너로

내가 만약 너로 살아 볼 수 있다면, '책 읽기 싫어, 공부하기 싫어, 학원 가기 싫어...'라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어쩌면 시인은 왜 나는 나로 사는 것이 이렇게 힘드냐고, 너로 살아 나의 갑갑하고 꽉 막힌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하는 건 아닐까?


너로 살아 보고 싶다는, 너를 이해하려는 마음은 스스로를 더 깊이 이해해서 <작가의 기도>에서 말하듯 '외로운 이에겐 말벗이, 길을 잃고 헤매는 이에겐 나침반이, 노래하는 사람에겐 악보가' 되어 주고 싶은 바람일까? 


그래서 <명상, 마음을 묶어 두다>의 결론처럼 방황하는 마음을 내 몸에 묶어두는 것. <고흐를 떠올리며> 내일의 나를 만들어 가는 것.



살고 싶다

<소풍 같은 삶>을 살고 싶다한 바탕 즐겁게 놀다 집으로 돌아가는 삶, 일상 속 평범한 순간, 매일 마주하는 익숙한 풍경과 사람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며 사는 삶. 


『나도 가끔은 너로 살고 싶다』. 자연이나 막차, 옥수수, 헌책방, 기차역, 고흐, 개울 등 잠시 네가 되어 나를 내려놓고, 너를 이해함으로써 나를 위로하고, 우리의 삶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다.


이 시집을 읽고 나니 복잡한 생각들이 잔잔한히 가라앉는 것 같았다. 일상의 사소한 순간 속에서 너에게 스며드는 법을 배운다. 평범한 것에서 의미를 찾으며 조급함을 내려놓고 눈앞에 있는 삶을 있는 그대로 껴안으며 당당하게 살고 싶다


p.129아무쪼록 이 책에 담긴 작은 글 조각들이 당신에게 끊임없는 생각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었던 잠깐의 '멈춤'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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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는 처음이라 - 갑자기 낯설어진 나를 과학으로 이해하다 호기심 많은 10대 2
이광렬 지음 / 클랩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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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렬의 『사춘기는 처음이라』는?

뇌과학·생물학·화학의 관점에서 사춘기에 관한 40 가지 질문을 던지고, 이를 통해 부모와 자녀가 사춘기를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상대를 존중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가이드북이다.


부모님이 읽어도 좋지만, 나는 사춘기 자녀에게 이 책을 선물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부모님께 물어보기 쑥스럽고, 친구의 조언만으로는 부족할 때, 이 책을 읽으며 어렵거나 더 궁금한 부분은 AI에게 스스로 물어가며 공부하는 과정이, 사춘기를 지혜롭게 극복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화가 없는 가정일수록 이 책이 건네는 질문들은 다시 서로를 마주하게 하는 징검다리가 되어줄 것이다. 서로 싸울 게 아니라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법을 배워 보자. 각 질문 마지막에 있는 '사춘기 팁'에는 부모님과 말이 안 통할 때 감정을 글로 써서 전하는 법 등 실용적인 아이디어가 많다.


1장 : 마음속의 뇌과학

자신의 감정이 가장 중요한 사춘기 학생에게 부모나 선생님이 바른 행동을 하라고 하면 통제로 느낀다. 아이가 주체적인 어른으로 올바로 자라게 하려면 지적하고, 타이르기 전에, 독립성을 인정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판단하지 말고, 가장 먼저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줘야 한다.


사실 사람들은 남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남보다는 자신에 대해 고민하는데 훨씬 많은 시간을 쓰기 때문이다. 남들은 내 생각만큼 나에게 관심이 없으니, 만약 소셜미디어 중독이라면 앱을 하루라도 빨리 지우자. 좋은 친구는 나를 나쁜 길로 이끌지 않는다. 위험한 행동을 강요하는 친구가 있다면 과감히 거부하는 것이 진짜 강함이다.


공부를 잘하고 싶은데 왜 졸릴까? 날 좀 내버려두었으면 좋겠다며 혼자 있고 싶어 하는 이유는? 시험 시간만 되면 왜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은 걸까? 나도 궁금했던 질문의 답을 뇌과학으로 알아본다.



2장 : 거울 앞의 생물학

갑자기 살이 찌는 이유, 여드름과 체취의 원인, 멀리 있는 물체가 잘 안 보이는 근시의 이유 등 생물학적 관점에서 몸의 변화를 살펴본다. 운동 유튜브 따라 하기 같은 '사춘기 팁'이 특히 유용하다.


피부 관리법 중에서는 여드름이 생겼을 때 세안을 자주 하는 게 좋은 줄 알았는데, 지나친 세안보다 피부 보습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이 새로웠다. 비타민D는 뼈와 치아를 튼튼하게 하므로, 낮에 야외 활동을 권하지만, 학생들에게는 어려우니 흡수가 잘 되는 비타민 D3 영양제로 보충하기를 추천한다. 


체취 때문에 데오도란트를 사용할 때는 물기 없는 건조한 상태에서 소량만 바를 것, 치실과 혀클리너 사용 등 입 냄새를 줄이는 생활 속 작은 습관, 나는 반 곱슬인데 모낭의 단면이 납작할수록 곱슬이 더 심해진다는 사실 등 어른도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다.



3장 : 본능 앞의 뇌과학

요즘 전자담배를 손쉽게 구할 수 있어, 담배에 손을 대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때 담배를 피우면 평생 못 끊는다고 위협할 게 아니라 이 책을 슬쩍 건네는 건 어떨까?


담배는 뇌 회로를 망가뜨리는 니코틴이 뇌의 수용체에 붙어 도파민을 분출해서 흡연은 좋은 것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학습한다. 흡연을 하면 할수록 뇌 회로가 망가져, 담배가 없으면 안절부절못하는 강박 증상을 보이는 것이다. 금연을 선언했어도 다시 담배를 찾는 이유도 알려준다.


술도 똑같다. 알코올이 뇌에 들어오면 도파민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진다. 뇌는 술을 좋은 것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학습한다. 사춘기 때 술을 마시면 전두엽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다. 음주를 반복하면 판단력과 충동을 조절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진다. 결국 다시 술을 찾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 밖에 달고 짠 음식, 에너지 드링크, 카페인, 소셜 미디어 디어 중독, 공부를 내일로 미루는 습관도 모두 술이나 담배처럼 같은 뇌의 보상회로를 자극한다. 중독을 끊으려면 뇌의 작동 원리를 먼저 알아야 한다. 스터디 플래너로 계획을 세워 실천하기처럼, 작은 루틴으로 뇌를 다시 훈련시키는 방법을 알아보자.


4장 : 화장대 위의 화학

이 마지막 장이 학생들에게 가장 설득력 있을 것 같다. 잔소리 대신 화학이 말하게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깨끗이 씻어야 한다고만 말하지 않고, 화학적 원리(벤조일 퍼옥사이드, AHA/BHA 등)와 분자구조 및 화학 공식을 통해 왜 관리가 필요한지 아이들 스스로 납득하게 해 준다.


특히 화장품이나 렌즈처럼 아이들이 매일 접하는 소재 속에 숨은 화학식을 보여주어, 공부가 책 속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한다. 자연스럽게 공부하게 만드는 구성이 아주 마음에 든다.


알파와 베타 하이드록시산, 레티노이드의 분자 구조, 약산성 세안제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 바셀린이 보습제로 쓰이는 원리, 세안할 때 지켜야 할 순서 등 엄마가 말하면 흘려듣겠지만, 스스로 알아낸 지식은 바로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 책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엄마는 사춘기에 대한 걱정을 덜고, 자녀는 자신의 몸과 감정 변화를 과학적으로 이해하며, 사춘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지식을 얻는다. 사춘기라는 터널을 통과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이 책은 스스로 공부하고,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어른으로 성장하게 돕는 든든한 발판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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