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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 심리학으로 읽는 숨겨진 마음의 작동 원리 84
데이비드 J. 리버만 지음, 정미화 옮김 / 서교책방 / 2026년 8월
평점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무력감은 행동하지 않을수록 커진다는 말처럼,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무력감을 키우는 행동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이 책은 그런 일상 속 84가지 행동과 습관을 다룬다. 각 항목에서는 그 행동의 특징을 살펴본 뒤 그 이유를 분석하고, 무력한 습관에서 벗어날 실천법을 알려준다.
문제를 외면하면 똑같은 삶이 반복되지만, 문제를 정확히 바라보면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다. 거울 없이 내 얼굴을 볼 수 없듯, 행동은 마음의 거울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그건 절망할 이유가 아니라 변할 수 있다는 증거다. 5개의 파트에서 가장 공감했던 질문을 하나씩 뽑아봤다.
1. 왜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의 부탁을 들어줄까?
호의에 보답하지 못하면 불편하고, 타인의 인정이 곧 내 자존감을 세워 준다고 생각하기에, 좋아하지 않는 사람 부탁도 들어 주는 것이다. 그래서 호구가 되는 거였다. 나도 보험 많이 들어줘 봐서 너무 공감됐다.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잘 아는 것이 강인함이다. 남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고 자처해서 호구가 될 필요는 없다. 나는 너무 어리버리해서, 남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부탁을 들어줄 때만 친구처럼 군다는 사실도 몰랐다. 친한척하면서 그냥 날 이용할 뿐이었는데... 이제 와 생각해 보니 보험 들어주면 연락이 끊겼다.
'왜 다른 사람이 실패하기를 은근히 바랄까?', '왜 남에게 도와달라고 말하는 것이 힘들까?', '왜 칭찬을 들으면 불편할까?' 이런 궁금증도 해소해 보자.
2. 왜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도 외로울까?
습관적으로 외로움을 느끼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존감 부족이다.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남에게 기대고, 그게 채워지지 않으니 함께 있어도 외롭다. 이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내가 스스로에게 가장 맘에 드는 점을 적은 것을 거울에 붙여두기. 그리고 매일 저녁 하루 중 가장 뿌듯했던 일을 일기에 적어보는 것이다. 한 달 후 다시 읽어보면 자신이 꽤 멋진 사람임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남편과 함께 있어도 늘 외롭다고 느꼈던 신혼 시절이 떠올랐다. 이 책을 통해 그 이유를 알게 됐다. 나에게 자존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나 자신을 괜찮은 사람이라 느끼지 못하니, 남편이 먼저 챙겨주길 바랐고, 그게 안 채워지니 늘 서운하고 함께 있어도 외로웠던 것이다.
'왜 그냥 싫은 사람이 있을까?', '왜 혼자 있을 때 유튜브나 라디오를 켜 놓을까?', '왜 매번 정신이 없을까?'와 같은 질문들도 흥미로웠다.
3. 왜 몇 분이면 끝날 일도 자꾸 미룰까?
이유는 주의력이다. 사소한 일을 미뤄두면 그 일이 머릿속에 계속 남아 주의를 분산시키고, 정작 하기 싫은 중요한 일에는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사소한 일에 신경 쓰며 생산적으로 살고 있다는 착각을 하는 것이다.
해결법은 간단하다. 해야 할 사소한 일을 종이나 스마트폰에 적어두고 바로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는 것. 나도 이 책을 읽고 바로 핸드폰 첫 화면에 메모가 뜨는 스티키 메모 앱을 깔고 우선순위를 정해 할 일을 메모하고 잊어버렸더니 하나씩 없앨 때마다 뿌듯했다.
예전엔 서평 마감일을 앞두고 괜히 책상 정리나 설거지를 했는데, 그게 게으름이 아니라 정작 중요한 일과 마주하기 싫어서였다는 것도 알게 됐다.
'왜 이렇게 신경이 예민할까?', '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잔인하게 굴까?', '왜 자꾸 뒷담화가 하고 싶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도 재밌었다.
4. 왜 별일이 없는데도 기운이 빠질까?
열정을 쏟을 대상이 없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속으로는 힘든데 겉으로 괜찮은 척하며 지내다 보면 점점 지칠 수밖에 없다. 최근 내가 남편 병간호하다가 지친 게 딱 이 상태인 것 같다.
저자는 휴식이 가장 절실한 때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기운이 바닥났을 때라고 한다. 간병을 멈출 수는 없지만, 하루에 단 몇 시간만이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야겠다. 요즘 찾아온 극심한 무기력은 내가 게을러서가 아니라, 나 역시 지쳐서 돌봄과 쉼이 필요하단 마음의 신호라는 걸 알았다.
'왜 일상적으로 내 행동을 합리화할까?', '왜 나쁜 습관을 고치기 어려울까?', '왜 배고프지 않아도 먹을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도 인상적이었다.
5. 왜 무기력할까?
해야 할 일은 하고 있지만 정작 하고 싶은 일은 못한다. 와이프라 당연히 병간호를 해야 하지만, 의무감에 하는 일에만 시간과 에너지를 쏟다 보니 내가 무기력해진 것이다.
특히 간병이 그런 것 같다. 예전에 엄마 간병할 때도 엄마랑 싸우고 집으로 와 버린 적이 있었다. 내가 나쁜 딸인 줄 알았는데 환자 앞에서는 괜찮은 척, 즐거운 척해야 하는 것 자체가 상당한 스트레스였음을 알게 되니 과거의 나 자신도 좀 용서가 됐다.
이럴 때는 내게 즐거움을 주는 아주 작은 목표 하나를 정해 실행해 보라고 한다. 무력감은 행동하지 않을수록 커지니까. 그래서 친구의 제안처럼 나가서 책 좀 보면서 커피 한 잔 다 마시고 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짬짬이 내 방에서 나만의 독서 시간도 만들어 봐야겠다.
이 책이 좋았던 건, 거창한 위로가 아니라 "나는 왜 이렇게 행동할까"라는 아주 사소한 질문들로 나를 들여다보게 해준 점이었다.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의 부탁을 거절 못 하는 것도, 남편이 곁에 있어도 외로웠던 것도, 별것 아닌 일을 자꾸 미루는 것도, 간병하며 무기력해졌던 것도 내가 나쁜 사람이 아닌 지친 사람이었음을 알게 해 주었다.
무엇보다 무력감은 행동하지 않을수록 커진다는 말에 대한 해답이,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커피 한 잔 사 마시는 아주 작은 실천이라는 걸 알게 해 줘서 너무 고마웠다. 스스로 자신을 자꾸 몰아세우고 상황 탓만 하던 내게, 이 책은 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토닥여 주는 법을 알려준 고마운 거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