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세계 1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정영목 옮김 / 김영사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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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공원>의 후속작.

★★스포 있습니다★★

쥬라기 공원을 만들었던 <인젠>이 망한지 수년 후..
고생물학자 리처드 레빈은 공룡의 흔적에 관심을 가지다가, 결국 ‘이슬라 소르나‘라는 섬을 찾아내어 홀로 그곳으로 향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이언 말콤을 비롯한 일행은 그의 위치를 추리하여 이슬라 소르나로 따라간다.
한편 레빈을 감시, 주시하고 있던 <바이오신 코퍼레이션>의 연구팀장이자 유전공학자 루이스 도지슨 일행도 그곳을 향한다.

<쥬라기 공원>에서 죽다 살아난 아이언 말콤이 메인 캐릭터로 나온다. 이번에는 ‘복잡성 이론‘을 말한다.
이슬라 소르나에 레빈이 강의하던 초등학교의 학생 둘이 몰래 들어오는데, 켈리와 아비는 전작의 ‘렉스‘같은 캐릭터는 아니다. 특히 11살 컴퓨터 천재 아비는 섬의 위치를 찾아내고 말콤 일행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등 활약하기도 한다.

<쥬라기 공원>의 이슬라 누블라가 공룡 테마파크라면, <잃어버린 세계>의 이슬라 소르나는 공룡 부화장이다.
인젠이 망하면서, 비밀리에 운용되던 공룡 생산공장이 있던 이 섬이 완전히 공룡들의 서식지가 된 것이다.
티라노사우루스가 잭 손의 차에 영역 표시를 하기도 하고, 레빈과 손이 새끼들을 돌보는 렉스에게 일시적으로 쫓기기도 한다. 다만 말콤이 말하기를, 공룡들의 크기가 기존보다 작다고 하는데, 이 이유는 2권에서 밝혀질 듯하다.

챕터가 짧게 짧게 이루어져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끊어서 읽기 좋다.
아직까지는 전작에 비해서는 다소 아쉽다. 많은 사람들이 전작처럼 환상적인 공룡들의 모습과 인간과의 해프닝을 기대할 텐데, 아직은 공룡과의 이렇다 할 해프닝이 없다.
(빌런 역할을 할 것 같은) <바이오신> 일행이 곧 이슬라 소르나에 상륙할 텐데.. 그럼 좀 더 역동적인 상황이 벌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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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벤투라와 아홉 번째 왕국
실비아 플라스 지음, 진은영 옮김 / 미디어창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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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를 기대하며 아주 가볍게 읽고 싶어서 빌린 얇은 책.
상징이 아주 많은, 상징으로 이루어진 단편소설이다. 하지만 나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어렵지 않은 소설이다.

메리는 부모님이 끊어준 기차를 타고 아홉 번째 왕국으로 향한다. 옆자리 여자와 음료도 마시고 초코바를 먹으며 기차 여행에 만족하는 것도 잠시, 옆자리 여자의 말에서 이상을 감지하고 기차 여행을 포기하려고 하지만 방법이 없어 보인다. ‘비상 정차줄‘을 생각해낸 메리는 옆자리 여자의 조언에 따라 기차를 멈추고 일곱 번째 왕국에서 내리고 도망간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필시 뭔가를 상징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다시 훑어본 지금 이야기 속의 모든 것이 상징을 나타내는 듯싶다.
아래는 나 나름대로의 해석이니 참고만 하기 바란다.

기차는 무의식적으로 강요되는, 옳게 여겨진 생활방식과 인생을 나타내는 듯하다. (그래서 왕복이 아닌 편도이다. 다시 되돌아올 수 없다.)
호텔처럼 호화롭고 좋은 시설과 서비스는 멋진 기차 여행과 도착지를 약속하는 듯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네가 비용을 낸다는 걸 명심하렴. 네가 마지막에 전부 다 계산하는 거야. 여행을 매혹적으로 만드는 게 그들의 일이고. 철도 회사는 승객들에게 순수하게 호의적인 관심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란다.˝ (37쪽)
기차의 승객들도 저항하지 않고, 눈이 먼 것만 같다.
남들 사는 대로 시스템의 부품으로 살아가며,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는 무덤덤해지는 그런 인생으로 가는 길에서 메리는 과감하게 뛰어내리고 뒤돌아보지 않고 뛰어서 도망간다. 거미줄에 뺨이 따끔거리고, 뱀이 발목을 휘감더라도 어둡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간다. 그리고 햇살이 내리쬐는 아름다운 공원에 다다른다.
(옆자리 여자와 보스라는 존재, 중도 하차하는 승객 등은 무엇을 나타내는지 잘 모르겠다.)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생각이 많아진다.
나는?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이지? 기차를 타고 가고 있나? 어떤 모습이지? 기차에서의 안락함에 안일해져있나? 메리처럼 기차에서 내릴 수 있는 용기는 있을까?

모르겠다. 만약 지금 이 기차에서 내린다고 해서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많고 많은 승객들 중 하나에 불과한 것 같기도 해서 서글퍼지려고 한다. 앞으로의 내 인생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작가는 20살에 이 소설을 썼고, 11년 후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옮긴이의 말마따나 원치 않는 목적지로 가는 기차에서 스스로 내렸다.

짧고 단순하지만, 무척이나 강렬한 메시지를 던진다.
수다쟁이 이야기꾼 킹의 좋은 소설을 읽은 직후에, 순식간에 치고 빠지는 강력한 잽을 맞으니 띵-하다.
작가의 상징적인 표현이 현실에 완전히 들어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내가 타고 있는 기차와 목적지를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p. s. 훌륭한 책이긴 한데.. 100쪽도 안되는 얇은 책이 12000원인 건 좀 너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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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의 아틀란티스 - 하
스티븐 킹 지음, 최수민 옮김 / 문학세계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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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습니다★★

(상)권에 이어 4개의 연작 소설이 나온다.
실로 오랜만에 입이 떡 벌어지면서, 반갑고 그리우면서도 아련하고, 소름이 끼치는 듯한 기분을 수차례 느꼈다.
옮긴이는 이 책을 ‘스티븐 킹 최고의 작품‘이라고 언급하는데, 충분히 납득할 수 있겠다.
5편의 소설들의 연계성을 이어주는 캐롤 거버, 설리, 바비, 글러브, 월남전 등의 요소들이 독자로 하여금 여러 가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표제작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는 1966년 메인 주립대학교에 입학한 18살 신입생들의 이야기이다. 챔벌레인 홀(기숙사)에 배정받은 ‘피트 라일리‘는 다른 친구들이 그렇듯이 전염병처럼 퍼지는 하트(카드 게임)에 빠져서, 날이 갈수록 성적이 곤두박질친다. 이에 몇몇 학생들은 자퇴를 하거나 기숙사를 옮기기도 한다. 한편 월남전이 발발하는데, 학생들마다 월남전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

대학 청춘 소설이랄까. 월남전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하트라는 도박적인 요소가 주인공 피트를 비롯한 많은 학생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다양한 개성의 대학생들의 외설적이고 필터 없는 대화들을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나온다.
재밌게 읽다가 아련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캐롤의 등장과 과거 회상이 특히 그랬다.
킹의 정치적 성향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아틀란티스‘는 돌아갈 수 없는 그리운 대학생활, 다섯 소설 전체로 봤을 때는 과거를 뜻하는 듯하다.

월남전 당시 미국에서 징병제를 시행했음을 알고 놀랐다. 그러던 중 내 마음을 혼란스럽게 한 캐롤 거버의 한 마디.
˝난 여자니까. 지금은 여자라는 사실이 오히려 더 유리한 시절이야. 린든 존슨도 그걸 약속했어.˝ (125쪽)
한국 남자들의 대부분이 강제로 군 복무를 해야 하는 현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아서, 캐롤 거버가 작금의 한국을 본다면 똑같이 말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잠시나마 현재 남자의 삶이 제도적으로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장님 윌리>는 바비의 글러브를 훔쳐 간, 그리고 캐롤이 방망이에 맞던 그 순간 캐롤의 팔을 붙잡고 있던 윌리의 이야기이다. 월남전에서 바비의 친구였던 설리를 구한 윌리는 2번의 변장을 통해 장님 행세를 하며 구걸을 하여 돈을 번다. (평범하게 직장에 출근하여 다른 사람으로 변장한 후, 회사를 나와서 어느 호텔 화장실에서 장님으로 변장을 하고 구걸을 한다.)

좀 아리송한 소설이었다. 다 읽고 나서 의문이 드는, 5개의 소설들 중 유일하게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 이야기이다.
과거 캐롤에게 했던 행동에 죄책감을 많이 가지고 있는지, 홀로 참회를 하기도 하고, 캐롤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기도 한다.
바비, 캐롤, 설리와 모두 연이 있는 윌리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전체 소설의 완성도를 좀 더 탄탄하게 만들어준다.

<우리는 왜 월남으로 갔던가>는 1999년 설리의 이야기이다. 월남전에서 큰 부상을 입은 설리는 ‘늙은 마마상‘이라는 환영을 보게 된다. 전우의 장례식에 참석하여 옛 지휘관을 만나 대화하고, 차를 타고 돌아가는 도중에 하늘에서 갑자기 여러 물건들이 쏟아져내린다.

현실과 환영이 어우러지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이다.
마마상은 로니 맬런펀트가 죽인 베트남인으로 설리에게 환영으로 나타나며, 전쟁의 후유증과 참혹함을 상징하는 존재이다. 말없이 설리를 바라보기만 하던 마마상이 설리가 죽기 직전에 처음으로 말을 하는 장면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환영은 이것만이 아니다. 장례식장에서 직장으로 돌아가던 중에 하늘에서 갑자기 물건들이 떨어져 혼란을 초래하는 것 역시 환영이다. 여기서 또 입을 떡 벌리게 하는 상황이 나온다. 설리에게 정통으로 떨어지는 물건 하나가 있는데, 그건 바로...

<밤의 거룩한 장막이 내리다>에서는 바비가 약 40년 만에 고향 하위치로 돌아온다. 설리의 장례식에 잠깐 참가한 후, 고향을 둘러보다가 캐롤인 듯한 사람을 만난다. 그 사람과 대화를 하는데.. 독자들은 여기서도 뭉클함을 느끼게 된다.
다시 보고 싶었던 바비가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반갑지만, 테드의 생사를 알 수 있음에 안도감도 느끼게 된다.

실로 킹의 역작이라고 할만하다. 호러, 판타지 장르에 국한되지 않은 그의 작가로서의 뛰어난 능력을 확인해 볼 수 있는 1960년대의 시대적 상황과 약간의 환상적 요소를 잘 녹여낸 다채로운 연작 소설집이다.
큰 기대 없이 선택했지만, 너무나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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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의 아틀란티스 - 상
스티븐 킹 지음, 최수민 옮김 / 문학세계사 / 2000년 5월
평점 :
품절


★★스포 있습니다★★

상-하 2권에 소설 5개가 나누어져 있다는데, 상권에서는 <노란 코트를 입은 험악한 사나이들> 장편 하나가 수록되어 있다.

(줄거리) 엄마 리즈와 함께 살고 있는 11살 소년 바비(로버트 가필드)가 살고 있는 아파트 3층에 66세의 노인 테드(시오도어 브로티건)가 이사 온다. 리즈는 그를 경계하고 달갑지 않게 바라보지만, 바비는 테드가 마음에 들어 그와 친하게 지낸다. 그렇게 둘만의 친밀도와 우정을 쌓는데, 테드가 바비에게 이상한 부탁을 한다.
˝한 가지 더 있어. 늘 두 눈을 크게 뜨고 있어 달라는 것이야.˝
어느 날, 리즈가 일 때문에 비더만 씨와 며칠 동안 출장을 갔다가 돌아오는데, 그날 사건이 벌어진다. 바비의 여자친구 캐롤이 불량배들에게 당하고, 바비가 부상당한 캐롤을 들고 집으로 오고, 테드가 캐롤을 치료하는데, 그때 한쪽 눈이 부어터지고 화장이 번진 리즈가 집에 도착한다.

이 소설에서는 색다른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 설명하기 힘들지만 해보겠다.
일상 속에서 뭔가 다른, 이질감이 느껴지는 변화, 오싹하고 싸한, 일이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나타내는 징조에 대한 공포이다. 그런 변화와 징조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공포도 더 현실감 있게 느껴진다.
거꾸로 붙어져 있는 쪽지들, 잃어버린 개나 고양이를 찾는다는 전단지들, 전깃줄이나 전화선 꼬리에 연꼬리가 걸려있는 등.. 테드가 알려달라고 했던 사항들을 바비가 알아채고 놀라는 장면에서 나도 덩달아 은근한 공포를 느꼈다. (이런 으스스함에 점점 맛 들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바비는 착한 아이이다. 엄마 리즈가 싫은 소리를 하여도 참을 줄 알고, 남을 생각할 줄도 아는 멋진 아이. 그 어느 것 하나 모난 곳 없는, 그래서 응원하고 믿어주고 싶은 아이.
바비는 불현듯 나타난 또 다른 좋은 사람 테드와 우정을 쌓아간다. 50년의 세월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가깝게 지낸다. (이상한 나이 서열 문화가 자리 잡은 한국에서 자란 내가 보기에는 참 부러웠다.)
책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통해 가까워지는데, 테드가 바비의 생일선물로 <파리대왕>을 선물한다. 이 책은 스티븐 킹 작가 본인이 극찬한 소설로, 나 역시도 엄청 감명 깊게 읽은 책이라 반가웠다. 수차례 이 소설을 언급하고 인용하는데, 이 소설을 읽은 것이 참 다행이구나 싶었다.

이 둘의 우정이 영원할 수 없음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테드도 바비도 알고 있었다.
‘노란 코트를 입은 험악한 사나이들‘의 징조에 더하여, 집으로 돌아온 리즈가 캐롤을 안고 있는 테드를 오해하는 그 순간 때문에, 그들은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게 된다. (여기서 테드가 초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슬펐다. 상황도 상황이지만, 리즈의 히스테리적인 언행에 바비와 테드가 어영부영 이별하게 되어서 상황이 야속했다.

이게 둘의 만남의 끝은 아니었다. 밤늦게 가출하여 아랫동네로 간 바비가 다시 테드를 만나지만, 그때 ‘그들‘이 들이닥친다. 이 현실의 것이 아닌 정체불명인 ‘그들‘에 대한 묘사 역시 으스스하다.
처음에는 바비가 테드와 함께 가겠노라고 하지만, 결국 그들의 존재를 느끼고 두려움에 굴복하여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면서, 테드에게 미안해하는 장면은 이 착한 아이에게 너무 가혹하고 비참하다. (눈물샘에 자극이...)

여기서 깨달았다, 노란 코트를 입은 험악한 사나이들이 <다크타워>랑 관련이 있겠구나.
다크타워 시리즈를 조금이라도 읽었더라면, 초반에 테드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 수 있었을 테지만, 나는 테드가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몰랐기 때문에, 좀 더 바비처럼 두려워하면서 공포와 호기심을 끝까지 가지고 갈 수 있었던 듯싶다.
테드(브로티건)이 다크타워 시리즈 후반부에 등장한다고 하던데... 만나면 반가울 것 같다. 나중에.. 만날 수 있기를.

그렇게 테드와 이별하고 (테드가 딴 돈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 바비는 달라진다.
그 착한 아이에게 심정의 변화가 생겨 꽤 거칠어진다. 야구 시합 중 욕을 하고, 캐롤에게 방망이를 휘두른 고등학생에게 복수를 한다. 이사를 간 이후에는 소년원을 가기도 하는데, 이를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테드와 이별에 앞서, 엄마 같지도 않은 엄마 리즈에게 문제가 크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 출장을 갔다가 집으로 돌아와 오해를 풀기 위해 말하는 바비를 집어던질 때 두 손을 들었지만... 그래도 ‘엄마‘라는 점에서,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지는 않다는 점에서(다른 감정들이 많이 섞여있지만), 좀 복잡 미묘하다.

스티븐 킹은 이 소설에서 쳐내도 되는 잡다한 이야기들을 많이 썼다. 그래서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스티븐 킹의 구구절절 서술이 좋다거나 익숙한 것이 아니라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사소한 이야기들이 쌓이고 쌓여서 바비의 일상과 테드와의 우정 등에 대한 진한 감정을 우려내겠지만, 나 역시도 초중반에는 ‘어쩌려는 걸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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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매더
스티븐 킹 지음, 이창식 옮김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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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습니다★★

시작부터 주인공 ‘로즈 맥클런던 대니얼‘이 경찰 남편 ‘노먼 대니얼‘의 주먹질에 하혈하고 유산하며, 충격적인 임팩트로 독자의 시선을 확 끌어당긴다.
14년간의 심한 학대와 폭력의 대상인 로지는 어느 날 침대 시트에 묻은 핏자국을 보고 돌연 가출을 감행한다. 14년 동안 남편이 정해준 대로만 살았던 로지가 안절부절 수없이 내적 갈등을 하며, 혹여나 노먼이 나타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책을 읽는 나까지도 긴장이 되었다.
다행히 동네를 무사히 벗어나 <자매원>이라는 단체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생활을 하는 로지와는 반대로, 노먼은 로즈를 찾기 위해 온갖 방법을 사용하여 로지에게 근접해온다.

이야기의 구성은 이렇게 단순하다. 도망친 아내와 잡으러 가는 남편.
스티븐 킹은 여기에 환상적인 요소인 ‘그림‘을 넣었다. 다소 어울리지 않는 건 아닐까 생각했지만, 이 그림이라는 요소로 이야기가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것이 꽤 괜찮았다.
로지가 전당포에서 산 그림은 살아있다고 봐도 되겠다. 그림 속으로 들어간 로즈가 그곳에서 ‘로즈 매더‘의 요구에 따라 황소 사원의 ‘에리니에스‘로부터 아기를 구해다 준다. 이 행동은 이후에 노먼과 로지의 갈등 해결에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난 반드시 보답해‘

그림 속의 분위기와 어두컴컴한 미지의 공간이 실감 난다. 묘사를 참 잘한다. 어두컴컴하고 황량한 장소를 보면 이 책이 생각날 것 같다.
잉크같이 검은 시냇물, 자신을 살리기 위해 주위의 모든 나무를 죽이는 나무와 석류 같은 열매, 황소 신전과 외눈박이 황소 에리니에스, 미로, 그리고 로즈 매더와 도르가.

로지 맥클런던은 결혼 이후 좁은 세상에 갇혀살다가 가출한 이후 점점 변화한다. 남편에게 극심한 두려움만을 느끼다가 후에 가서는 분노의 감정을 가지게 된다. 그런 한편 전당포 주인인 ‘빌 스타이너‘라는 선한 남자와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되기도 한다.
항상 아내 위에서 군림하던 베테랑 폭력 경찰 노먼은 아내가 떠난 이후, 점점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아내 찾기에 모든 걸 건다. 노먼의 입장에서도 이야기가 서술되는데, 한 마디로 미친놈이다. 깨물어야 성욕을 느끼는 굉장히 거친 사람이다. 로즈를 찾으면서 관련 인물을 공격하고 죽이기도 한다.

결국 그림 속에서 황소 마스크가 얼굴에 달라붙어버린 노먼을 흉측한 몰골의 로즈 매더가 죽여버리는데... 솔직히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다. (복수를 뜻하는 건가..)
이후 로지와 빌은 그림 속에서 나와 결혼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로 이야기가 끝나지는 않는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른 후, 로지가 가져온 죽음의 나무의 씨앗을 심고 그 나무가 자라는데... 조금 찝찝하게 끝난다.
(다른 리뷰를 좀 찾아봐야 할 듯.)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는 스릴러이다.
술술 읽을 수 있어 500p가 크게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초반에는 로지의 심리적 불안으로 긴박함을 만들었다면, 후반으로 갈수록 로지에게 다가오는 노먼에게서 물리적인 상황으로 긴박함을 이어간다. 여러 소재의 상징성이나 이야기의 숨은 뜻을 찾지는 못했지만, 꽤 재미있게 잘 읽었다.
킹은 역시 이야기꾼이다.

아래는 <자매원> 관련 인물인 호신술을 가르치는 거구의 여자 거트 킨쇼와 노먼의 대결 장면에서 얼탱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던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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