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바이, 블랙버드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스포 없음)

내가 애정하는 이사카 코타로의 걸작을 다시 읽어보았다.
독특하다. 독특한 등장인물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하고 엉뚱한 상황 속에서 거듭되는 이별이 참 묘하다.

호시노 가즈히코.
어쩌다 보니 다섯 여자와 사귀다가 차례로 이별을 고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30살 남자.
다섯 다리를 걸치는 인간이라면 사회통념상 질타 받아야 마땅하겠지만, 가즈히코가 무책임해 보이고 한심할지언정 미워할 수는 없는 캐릭터이다.
주로 가즈히코 1인칭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그의 감정과 기억과 생각을 보면 나쁜 의도가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선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계산적이지 않아서, 그저 좋아하면 사귀고 보는 그런 타입이랄까. 그래서 사회통념의 잣대를 들이밀기가 망설여진다.

˝누구든 하나를 선택할 생각은 아니었어. 누구와 함께 있어도 즐거웠어. 그렇게 계속 관계가 이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104p)

마유미.
가즈히코를 감시하는 일을 하고 있는, 180cm 180kg의 규격 외 여자.
덩치뿐만 아니라 행동거지도 규격 외다. 타인의 아픔을 즐기는 무적에 가까운 거친 캐릭터이다.
호시노 가즈히코의 이별 인사 퍼레이드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며, 은근히 가즈히코와 합이 맞아 독자에게 갖가지 재미를 선사한다.

총 5번의 이별, 그리고 호시노 가즈히코가 마침내 ‘그 버스‘에 올라타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미 수차례 읽었던 터라 대략적인 줄거리는 알고 있었다. 3번째 이별까지는 나쁘지 않게 읽었다. 하지만 4번째 이별부터 내 마음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내가 이 책을 왜 그렇게 좋아했던 건지 다시 실감했다.
단편 하나하나가 탄탄하다. 각각의 단편이 다양한 감동을 만들어낸다. (아무래도 5번째 이별이 제일 마음에 든다.)
결말마저 너무나 환상적이다. 만족스럽다. 희망을 꿈꾸며, 희망을 간절히 바라며, 책을 덮었다.

고민하다가 4.5점을 준다.
엉뚱함 속의 감동과 재미가 나의 취향을 저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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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소년 2022-02-21 16: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행운과 행복님 저 waxing moon입니다.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성석 2022-02-21 16:17   좋아요 1 | URL
영성님? 오랜만이에요! 건강히 잘 지내셔사요? 저는 이제 막 졸업해서 취준 중입니다ㅠㅠ

커피소년 2022-02-21 16:19   좋아요 1 | URL
그러시군요. 고생하셨습니다. 지금은 한참 힘든 시기를 보내시고 계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행운과 행복님의 실력이라면 반드시 좋은 곳에 취업하여 잘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힘내세요.
 
나의 야구는 끝난 것이 아니다 - 한국을 꿈꾸는 메이저리거들
민훈기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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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 한창 관심이 있던 2013년에 사서 읽었던 책을 다시 읽었다.
민훈기 기자가 KBO 8구단의 외인 19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 반가웠다.
내가 응원하던 두산의 프록터와 니퍼트부터, 익히 들어왔던 주키치, 리즈, 사도스키, 탈보트, 나이트, 벤 헤켄, 로페즈, 가르시아... KBO 리그에서 뛰었던 19명의 외국인의 야구 인생 이야기를 글로 세세히 만나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선수는 ‘브라이언 코리‘이다.
2011년에 롯데 자이언츠에서 잠깐 뛴 투수로 내 기억 속에는 없던 선수였지만, 그의 인생 이야기는 가히 감동적이다. 수많은 부상과 웨이버 공시, 갑작스러운 트레이드와 빅 리그 호출, 그리고 방출 등 불운과 우여곡절에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정신력은 정말 본받을 만하다. 야구에 진심으로 대하는 그 모습까지... 정말 책에 있던 말마따나 그의 인생을 책으로 써내도 될 정도이다.
끝없이 도전하고 무너지지 않는 브라이언 코리의 모습은 내가 너무 지치고 힘들 때 종종 기억날 것만 같다.

많은 야구 선수들이 빅 리그로 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을 산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결국 한국의 KBO 리그까지 오게 되는 과정을 보면,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순탄한 인생을 살아왔는지 실감하게 된다. 정말 멋지다들... 내가 언젠가 그런 멋지고 용감한 도전을 할 날이 올까..

아무래도 민훈기 기자가 각각의 야구 선수들을 직접 인터뷰하여 옮긴 내용이기 때문에, 딱히 나쁜 이야기는 없다. 하지만 나무위키를 살펴보면 책에서 좋게만 묘사되는 모습과는 달리, 의아한 점이 있는 선수들도 좀 있다.
이혼 전의 니퍼트는 가정적인 모습으로 묘사되고 은퇴 후에는 고향(미국)으로 돌아갈 거라고 했지만, 현재는 한국인 아내와 재혼하여 한국에서 살고 있다. 리즈는 게으르고, 주키치는 다혈질의 성격으로, 인터뷰와는 달랐다.

미래를 위해 경영학과 증권 중개인 공부를 한다는 스캇 프록터와 우여곡절이 많았던 유먼 메달의 주인공 셰인 유먼, 임팩트가 너무나도 강했던 카림 가르시아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가르시아의 한화 복귀 이후 보여주는 홈런 퍼레이드는 정말 멋지다. 이때 한화 팬들은 야구가 정말 재밌었을 것 같다.

책과 나무위키를 병행하며, 그들의 이야기와 추억을 즐길 수 있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 초반까지 KBO 리그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꽤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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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꼭 필요한 최소한의 수학 - 회사에서 초등수학이면 충분하다!
후카사와 신타로 지음, 위정훈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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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학습과 스도쿠를 제외하고, 숫자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책은 처음으로 기록하는 것 같다.
현재의 나에게 어떻게든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을 한 권 읽어보고 싶어서 선택했다.

(사무직) 직장인들을 위한 비즈니스 수학 서적이다.
아직 일을 하고 있는 상태가 아닌 나보다는, 열일하고 있지만 좀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싶은 직장인들에게 추천한다. 본인의 업무 방식과 사고방식이 효율적인지 되돌아보고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가볍게 읽기에 나쁘지 않다.

갖가지 수학 기술을 알려주기 보다 수학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학창 시절 수학에 대한 호불호와 실력을 떠나, 깊은 수학적 지식이 없어도 괜찮은, 비즈니스에 유용한 수학적 사고방식을 알려준다.
숫자를 통해 좀 더 설득력 있고 가시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어차피 확실하게 수치화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수학적 근거에 의해 합리적으로 어림셈하면 된다.
간단한 예제와 예시를 통해 흥미와 이해도를 잡는다. 차근차근 설명해줘서 함께 공부하는 기분이다.

아래는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다.
- ‘인도 수학‘을 간단하게 설명해 주는데, 관심이 생겨 유튜브에서 조금 찾아보았다. 와우! 두 자릿수 곱셈의 신세계가 열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 배리법 : 가정에 반함으로써 진실을 제시하는 방법
- 상관 분석 : 서로 다른 데이터의 관계 정도를 수치로 측정한 것.
(+/-는 양/음의 상관, 0에 가까울수록 관계성↓, 절댓값 1에 가까울수록 관계성↑)
엑셀 함수 : CORREL(,)

내가 이해하기에 어려운 부분은 거의 없었다.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부분도 꽤 많았다.
어쩌면 꾸준하게 초중등 수학을 접하고 숫자를 사용한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수학적 사고의 필요성과 약간의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었음에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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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펄프픽션 5
마광수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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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포함 140쪽의 짧은 소설이다.

(간단 줄거리) 가난한 남대생이 온갖 알바를 뛰며 학교를 다니다가, 돈 때문에 호스트바에 입성하게 된다. 그렇게 다양한 여자들을 만나고 자신의 취향을 확고히 하다가, 자퇴하고 전업 매춘부가 된다.
어느 날 애용하던 인터넷 카페 ‘롱 네일 페티시 마니악‘에서 ‘헤라‘라는 여자를 만나게 되는데...

어느덧 마광수 선생님의 소설을 4권이나 읽게 되었다. 그의 확고한 취향과 페티시를 반복적으로 보다 보니, 이젠 나도 궁금해진다. 도대체 어떻길래...
긴 손톱, 긴 머리카락, 온갖 장신구와 피어싱으로 치장한 남자가 주인공이라는 설정이 독특했다. (이때까지 읽었던 그의 소설과의 차이점이다. 다른 소설들에서는 주인공과 관계하는 여성들만 그러했다.) 물론 후반부에 마 선생님의 취향 저격인 여성이 등장한다.

이러한 성적 취향과 더불어, 돈이 현대 사회의 신분(계급)을 나타낸다고 직접적으로 서술하면서, 현대사회에 대한 견해도 나타낸다. 더 나아가서 긴 손톱을 귀족의 상징(무노동)과 연결 지을 때는 감탄과 웃음이 동시에 나왔다.
주인공은 부정할 수 없는 천민(가난한 대학생)으로 진짜 귀족(상류층)을 동경하며 본인의 마조히스트적 기질을 키워나간다. 결국에는 ‘헤라‘라는 마 선생님의 이상형(?)을 영접하고 그녀의 개가 되고 싶어 하며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소설의 주인공을 빌려 하고픈 말을 거침없고 시원하게 해버리는 것이 꽤 충격적이고 발칙하다.
<상상놀이> 리뷰에서 ‘10년만 더 늦게 태어났다...‘라고 적었는데, 그 말 취소다. 오히려 더한 악플과 페미니스트들의 공격에 시달렸을 것이다. 오늘 이 책 읽고 확실히 느꼈다. 그만큼 가감 없이 과감하게 질러버린다.

온갖 성적인 요소(매춘, 호스트바, 조건만남, 콜보이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노골적으로 표현되지만, 그다지 야하지 않다. 오히려 어이가 없거나 조금 역겨워서 ˝아이씨...˝ 하며 헛웃음이 나온다.
이제는 마 선생님의 성적 취향을 나타내는 글이 유쾌하기만 하다. 물론 ‘마광수‘의 글을 처음 접하는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 있겠지만, 난 이미 익숙해졌다.

마광수의 소설 스타일을 가장 짧고 강렬하게 맛볼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해설 마지막 문단 일부를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 짓는다.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데도 마광수의 머리 위로는 비난의 화산재가 쏟아진다. 그러나 마광수는 숭고하다. 그가 원했건 원하지 않았건 그는 여러 번 죄없는 희생양이 되었으니까. 어느 사회나 때때로 희생양이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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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 III
스티븐 킹 지음, 최인석 옮김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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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드디어 다 읽었다. 설을 쉬면서 흐름이 끊겨서 띄엄띄엄 읽다가 오늘에서야...

★★스포 있습니다.★★

3권의 줄거리는 별것 없다. (뒤표지 사진을 참고해도 무방하다.)
랠프와 루이스가 맹활약한다. <하이 릿지>로 가서 <우연>의 가호를 받고 있던 찰리 피커링을 물리치고 위험에 처한 여성들을 구한다. 도랜스와 조 와이저, 클로토와 라케시스가 조력자로 출연하여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아트로포스의 본거지에서도 아트로포스를 압도한다. 크림슨과 에드의 뜻 역시 꺾어버린다.

거의 뭐 ‘랠프 무쌍‘이다. 자유자재로 차원 이동을 하여 물리 법칙을 무시할 수 있으며, 에너지(?)를 사용하여 물리적인 영향력을 줄 수도 있다. 루이스는 폭주하는 랠프를 제어하는 조력자 역할이다.
최종 보스 피의 왕 크림슨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아서 조금은 시시했다. 그렇게 에드의 가미카제 전략까지 막아낸 후, 말 그대로 회춘한 랠프와 루이스는 결국 재혼을 한다.

낙태 찬반에 대한 갈등은 그다지 드러나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
그 혼란한 와중에 헬렌이 랠프의 말에 분노를 드러내는 장면이 거의 유일하다. (사진 첨부함)
이 장면에서 헬렌의 굳은 심지와 신념을 느끼기보다는, 무언가에 눈이 멀어 미쳐버린 듯한 인상을 받았다.
결국 연설을 강행한 수전 데이는...
(305쪽)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여권운동가는 날아온 유리조각에 목이 잘렸다. 잘린 그녀의 머리는 금발의 가발을 흩날리며 기괴한 하얀 볼링 공처럼 6층으로 날아갔다.

<에필로그>에서 랠프가 대머리 박사 둘과 한 약속이 드러나면서, 자신을 희생하면서 그의 고귀함을 보여준다. 이 부분이 있어서 이야기의 끝맺음이 나름 깔끔했달까.

무난한 초능력 소설이다. 3권부터는 어느 순간 조금 지겹기도 했다. 광휘야 그렇다고 해도, 아트로포스와 크림슨과 싸울 때의 판타지스러운 요소가 좀 애매하기도 했다.
킹의 작품 중에서 딱히 추천하는 편은 아니다. 무엇보다 분량이 꽤 많아서, 킹의 모든 작품을 읽어볼 요량이 아니라면 굳이 찾아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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