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의 아틀란티스 - 상
스티븐 킹 지음, 최수민 옮김 / 문학세계사 / 2000년 5월
평점 :
품절


★★스포 있습니다★★

상-하 2권에 소설 5개가 나누어져 있다는데, 상권에서는 <노란 코트를 입은 험악한 사나이들> 장편 하나가 수록되어 있다.

(줄거리) 엄마 리즈와 함께 살고 있는 11살 소년 바비(로버트 가필드)가 살고 있는 아파트 3층에 66세의 노인 테드(시오도어 브로티건)가 이사 온다. 리즈는 그를 경계하고 달갑지 않게 바라보지만, 바비는 테드가 마음에 들어 그와 친하게 지낸다. 그렇게 둘만의 친밀도와 우정을 쌓는데, 테드가 바비에게 이상한 부탁을 한다.
˝한 가지 더 있어. 늘 두 눈을 크게 뜨고 있어 달라는 것이야.˝
어느 날, 리즈가 일 때문에 비더만 씨와 며칠 동안 출장을 갔다가 돌아오는데, 그날 사건이 벌어진다. 바비의 여자친구 캐롤이 불량배들에게 당하고, 바비가 부상당한 캐롤을 들고 집으로 오고, 테드가 캐롤을 치료하는데, 그때 한쪽 눈이 부어터지고 화장이 번진 리즈가 집에 도착한다.

이 소설에서는 색다른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 설명하기 힘들지만 해보겠다.
일상 속에서 뭔가 다른, 이질감이 느껴지는 변화, 오싹하고 싸한, 일이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나타내는 징조에 대한 공포이다. 그런 변화와 징조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공포도 더 현실감 있게 느껴진다.
거꾸로 붙어져 있는 쪽지들, 잃어버린 개나 고양이를 찾는다는 전단지들, 전깃줄이나 전화선 꼬리에 연꼬리가 걸려있는 등.. 테드가 알려달라고 했던 사항들을 바비가 알아채고 놀라는 장면에서 나도 덩달아 은근한 공포를 느꼈다. (이런 으스스함에 점점 맛 들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바비는 착한 아이이다. 엄마 리즈가 싫은 소리를 하여도 참을 줄 알고, 남을 생각할 줄도 아는 멋진 아이. 그 어느 것 하나 모난 곳 없는, 그래서 응원하고 믿어주고 싶은 아이.
바비는 불현듯 나타난 또 다른 좋은 사람 테드와 우정을 쌓아간다. 50년의 세월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가깝게 지낸다. (이상한 나이 서열 문화가 자리 잡은 한국에서 자란 내가 보기에는 참 부러웠다.)
책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통해 가까워지는데, 테드가 바비의 생일선물로 <파리대왕>을 선물한다. 이 책은 스티븐 킹 작가 본인이 극찬한 소설로, 나 역시도 엄청 감명 깊게 읽은 책이라 반가웠다. 수차례 이 소설을 언급하고 인용하는데, 이 소설을 읽은 것이 참 다행이구나 싶었다.

이 둘의 우정이 영원할 수 없음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테드도 바비도 알고 있었다.
‘노란 코트를 입은 험악한 사나이들‘의 징조에 더하여, 집으로 돌아온 리즈가 캐롤을 안고 있는 테드를 오해하는 그 순간 때문에, 그들은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게 된다. (여기서 테드가 초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슬펐다. 상황도 상황이지만, 리즈의 히스테리적인 언행에 바비와 테드가 어영부영 이별하게 되어서 상황이 야속했다.

이게 둘의 만남의 끝은 아니었다. 밤늦게 가출하여 아랫동네로 간 바비가 다시 테드를 만나지만, 그때 ‘그들‘이 들이닥친다. 이 현실의 것이 아닌 정체불명인 ‘그들‘에 대한 묘사 역시 으스스하다.
처음에는 바비가 테드와 함께 가겠노라고 하지만, 결국 그들의 존재를 느끼고 두려움에 굴복하여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면서, 테드에게 미안해하는 장면은 이 착한 아이에게 너무 가혹하고 비참하다. (눈물샘에 자극이...)

여기서 깨달았다, 노란 코트를 입은 험악한 사나이들이 <다크타워>랑 관련이 있겠구나.
다크타워 시리즈를 조금이라도 읽었더라면, 초반에 테드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 수 있었을 테지만, 나는 테드가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몰랐기 때문에, 좀 더 바비처럼 두려워하면서 공포와 호기심을 끝까지 가지고 갈 수 있었던 듯싶다.
테드(브로티건)이 다크타워 시리즈 후반부에 등장한다고 하던데... 만나면 반가울 것 같다. 나중에.. 만날 수 있기를.

그렇게 테드와 이별하고 (테드가 딴 돈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 바비는 달라진다.
그 착한 아이에게 심정의 변화가 생겨 꽤 거칠어진다. 야구 시합 중 욕을 하고, 캐롤에게 방망이를 휘두른 고등학생에게 복수를 한다. 이사를 간 이후에는 소년원을 가기도 하는데, 이를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테드와 이별에 앞서, 엄마 같지도 않은 엄마 리즈에게 문제가 크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 출장을 갔다가 집으로 돌아와 오해를 풀기 위해 말하는 바비를 집어던질 때 두 손을 들었지만... 그래도 ‘엄마‘라는 점에서,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지는 않다는 점에서(다른 감정들이 많이 섞여있지만), 좀 복잡 미묘하다.

스티븐 킹은 이 소설에서 쳐내도 되는 잡다한 이야기들을 많이 썼다. 그래서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스티븐 킹의 구구절절 서술이 좋다거나 익숙한 것이 아니라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사소한 이야기들이 쌓이고 쌓여서 바비의 일상과 테드와의 우정 등에 대한 진한 감정을 우려내겠지만, 나 역시도 초중반에는 ‘어쩌려는 걸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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