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리처드 바크만 지음 / 어진소리(민미디어) / 1994년 6월
평점 :
절판


원제 Running Man. 스티븐 킹이 ‘리처드 바크먼‘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4번째 소설.
72시간 만에 다 썼다고 한다. 그래도 좀 더 신경 써서 썼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스포 있습니다★★

머지않은 2025년을 배경으로 한다. 빈부격차와 공해가 엄청 심해진 디스토피아 세계 속에서, 돈이 필요한 주인공 ‘벤 리차드‘가 생존 게임에 참가한다.
특정한 공간 속에서 참가자들끼리 싸우는 <헝거 게임>과 다르게, 이 게임은 공간 제한이 없는 사회 속에서 진행된다. 30일 동안 헌터들로부터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되고, 하루에 2번 녹화를 하여 우체통에 넣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이야기 진행이 스티븐 킹 답지 않게 엄청 빠르게 진행된다. 구구절절 여러 인물의 과거나 생각을 읊지 않고 시간이 흐르는 대로 벤 리차드를 따라 이야기를 이어간다. 속도감 있게 벤 리차드가 꾸역꾸역 살아나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 또한 명확하다. 2025년의 사회가 그렇게 암울하다는 가정은 아무래도 괜찮다.
‘헌터‘라는 게임 설정과 그 게임에 망설임 없이 참여하는 벤 리차드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동물을 사냥하는 것처럼 사회 속에 특정 인간을 풀어놓고 12시간 후에 온갖 방법을 동원해 찾아 죽인다는 설정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 일반인들도 충분히 위험에 빠질 수 있는데 말이다. (작중에서도 리차드가 호텔을 폭파시켜버린다.) 목격자의 신고에 상금이 주어진다고 한들, ‘이런 미친 게임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을 버리기 힘들었다.
또 아무리 딸이 많이 아프다고 한들, 위험천만한 ‘헌터‘에 이렇게 스스럼없이 참여하는 리차드도 이상했다. 프리 텔레비전에 방영되는 수많은 비교적 덜 위험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리고 이 게임의 생존자는 여태껏 6년 동안 없다고 말하는데... 다른 게임을 하고 싶다고 요구를 하거나 고민하는 것도 일절 없이 담담하게 수락하는 모습에 위화감을 느꼈다.

뭐, 이걸 다 차치하고, 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상정하고 독서하려고 노력했다.
같은 부류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고 인질을 잡기도 하면서, 여러 도시를 거쳐가며 생존해나가는 리차드를 따라가며 읽는 재미는 충분하다.

리차드가 ‘아멜리아‘라는 중산층 여성을 인질로 삼아 정면 돌파를 하는 상황에서 명장면이 있다.
온갖 구경꾼들과 경찰, 군인들이 몰려든 상황에서 결국 길을 열어주는 상황에서 한쪽에는 부유한 사람들이, 다른 한쪽에는 극빈한 사람들이 서있는 가운데를 에어카를 타고 지나가는 모습은 명장면이 아닐 수 없다.
결말 역시 인상적이다. 뻥카(폭탄을 가지고 있다는 거짓말)로 큰 제트기를 타고 도주하던 중에, 아내와 딸이 이미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목적을 잃어버린 리차드가 하는 선택은 ‘킹답다!‘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

아쉬운 작품이긴 하다. 심리와 배경에 세심하게 신경을 썼더라면, 좀 더 완성도 있는 작품이 되었을 텐데...
절판된 킹의 작품을 읽을 수 있었음에 큰 의의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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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아이들 네버랜드 클래식 30
찰스 킹즐리 지음, 워릭 고블린 그림, 김영선 옮김 / 시공주니어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굴뚝 청소부 불쌍한 소년 톰이 ‘물의 아이‘가 되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살면서 한 번도 씻어본 적이 없어서 검댕이 잔뜩 묻은 상태에서 주인 ‘그라임즈‘에게 맞으면서 굴뚝 청소로 살아가던 고아 톰이 9.85cm 크기의 물의 아이가 된다. 다양한 생물들과 대화하고, 다른 물의 아이들과 요정들을 만나고, 끝내는 ‘아무데도없는곳의맞은편끝으로‘에 가면서 성장하기도 한다.

다채로운 볼거리를 익살스러운 서술로 잘 살린다. 마치 어린 독자에게 말을 건네는 듯한 재미난 서술 덕분에 지루하지 않다. 삽화가 없었더라도 충분히 재밌었을 것이다.
어린아이들의 눈에 맞춰 세세하게 묘사하는 것 역시 재미난다. (살아움직이는 경찰봉이 기억에 남는다.)

˝경찰관은 어디 가고 혼자 다니세요?˝
˝우리는 경찰관이 들고 다녀야 움직일 수 있는, 땅의 세계에 있는 그 멍청한 경찰봉하고는 달라. 우린 우리 스스로 일을 하고, 아주 잘 해내고 있어.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그럼 손잡이에 가죽 끈은 왜 달려 있어요?˝
˝그건 근무하지 않을 때 벽에 걸어 놓기 위해서지.˝

등장인물들이 픽픽 죽는다는 느낌을 받아서 놀랐는데, 물론 그걸로 끝이 아니다. 물의 아이가 되거나 하늘나라로 가거나, 그것도 아니면 그 어떤 무언가라도 된다.

나에게는 그냥 재미있는 판타지 모험 동화로 읽혔지만, 어린이들은 이 속에서 어떤 교훈을 얻고 무엇을 느꼈을지 궁금해진다. 굴뚝 청소부로 일하는 톰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으려나? 남한테한만큼너도받으리 요정과 남한테바라는만큼너도하라 요정의 언행을 통해서 본인이 받고 있는 가정교육을 생각해 볼 것도 같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함께 어린이 판타지 문학의 효시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물의 아이들>이 낫다!
가볍게 물속 세계를 판타지스럽게 느껴보고 싶다면,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맛깔나는 서술이 독자를 실망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71쪽의 글을 남기면서 마무리한다.

자, 이제 이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교실로 가서 구구단을 공부하라. 그게 이 이야기보다 더 재미있을까? 물론 그게 더 재미있다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 아이들한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리한테는 잘된 일이다. 어차피 별의별 사람이 다 모여 사는 게 이 세상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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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네버랜드 클래식 13
케니스 그레이엄 지음,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 그림, 신수진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영국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동화라고 한다.

작가 케네스 그레이엄이 시력이 약한 아들을 위해 들려주고 쓴 이야기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단 한 사람을 위한 이야기라니... 로맨틱!

두더지 mole, 물 쥐 rat, 두꺼비 toad, 오소리 badger. 개성 있는 동물 4마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같이 식사하고 대화하고 여행하고 길을 잃기도 하고 친구의 아들을 찾아주기도 한다.
의인화된 동물들의 이야기인 줄 알았지만, 중반부에 사람과도 소통하고 교류한다. (물론 토드가 그렇다.) 이런 부분들이 은근 재밌다.

두꺼비 토드의 언행을 보고 있자면 정말 말이 안 나온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유산으로 꼴리는 대로 막 산다. 머리는 좋지만 산만하고 자만심으로 똘똘 뭉쳐있어서 매번 문제를 일으킨다. 감정이 시시각각 변한다. 자기가 최고여야만 한다. 지 잘난 맛에 산다.
사람이었으면 최악이었겠지만... 두꺼비니까 봐준다.
그래도 덕분에 책이 좀 더 재미있었다. 특히 감옥에 투옥됐다가 탈출하여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에서 자만심과 허영심으로 매번 위기를 자초하는 부분이 재밌었다.

삽화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글과 잘 어울린다. 다 읽고 난 후에 다시 한번 삽화를 훑어봤는데 마음에 들었다.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 기억해두겠다.

취향에 따라 조금 밋밋하고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힐링하는 목적으로 가볍게 읽기에는 꽤 괜찮아 보인다. 동물들이 다들 단순하고 착하다. (자동차 절도와 탈옥... 무기를 쓰는 건... 착한 건 아니지만... 넘어가자...)
본인은 차후에 영어로 된 버전으로 읽어볼까 한다.

(여담) 초반에 개와 관련된 개인적인 기억이 자꾸 떠올라서 집중하기 어려웠다. 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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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을 보라
마이클 무어콕 지음, 최용준 옮김 / 시공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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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발칙하고 도전적인 소설이다.
기독교의 절대적인 성역을 용감하게 건드린다.

★★스포 있습니다★★

1970년, 현실에서 방황하던 청년 ‘칼 글루거‘는 예수를 만나기 위해서 타임머신을 타고 서기 28년으로 간다.
세례자 요한을 만나고 에세네파와 함께 머물던 그는 방랑하다가 결국 예수를 만나게 되는데...

현재 시점(28년)과 과거 시점(칼 글루거가 살아왔던 시간)이 번갈아 서술된다.
과거에 칼이 겪었던 종교와 관련된 일화들이 산발적으로 나열되는데,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칼 융에 대한 기초 지식이 부족했던 탓이리라...) 일화들은 대개 기독교와 관련된 불행한 이야기들이다.

그런 그가 과거로 와서 예수를 만나 예수의 존재를 증명하려고 하는데... 그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만난 예수의 모습은... 아래에 사진으로 첨부한다. (이때부터 약간 가라앉았던 기대가 다시 커졌다.)

칼 글루거 본인이 장애인 예수를 대신해 성경 속 예수가 되어버린다. 본인이 기억하고 있는 성경의 내용에 따라 행동하면서 예언을 완성해버린다.
예수의 생애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고 있던 나로서는 소설을 읽으면서, 과연 성경에서 쓰인 예수를 어떻게 묘사할지 예측이 갔지만, 그래도 충분히 재미있었다!

진짜 용감하다. 기독교를 대놓고 까버린다. 예수가 보인 기적은 사실 착시 효과거나 신경성 육체 질환을 치료한 거라고, 유다가 배신한 건 예수가 지시한 것이라고 말해버린다.
한국인에게 좀 더 와닿게 표현하자면, 사실 고구려는 중국의 속국이었다는 가정, 조선의 이 씨 왕조는 사실 일본 혈통이었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소설을 쓴 느낌이랄까. (한국인들이라면 어이가 없거나 피꺼솟할 상황이다.)

칼 글루거의 심리의 변화와 깊이는 그저 글을 읽을 뿐이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 했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예수를 만나러 간다는 발상과 용감하고 도발적으로 결말을 향해 가는 과정은 대단했다. (1969년 작품이라는 것도 놀랍다.)
독실한 기독교인들의 감상이 궁금해진다.

(여담) 마이클 무어콕. 이 작가 엄청 유명하던데, 왜 이렇게 번역이 안 되어있을까. 무려 SF 그랜드 마스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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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괜찮겠네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이사카 코타로‘의 산문집을 드디어 읽었다.
등단 이후 10년 동안 쓴 에세이를 엮어서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2000년~2010년)

기발하고 재미난 그의 소설과 달리, 에세이들은 잔잔하고 소소하다. 일상, 책, 생각, 십이지신 등에 대한 글을 꾸밈없이 보여준다. 이사카 코타로의 팬이라면, 그의 소설들이 언급되는 부분을 반갑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저 이 책으로 이사카 코타로를 접한다면... 재미없고 심심할 것만 같다. 특별한 임팩트가 없다.

그런 만큼 작가가 굉장히 평범한, 그래서 친숙하게 느껴진다. 독자인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이 일상을 살아간다는 점에서 괜스레 친근감을 가지게 된다. 소설에서도 느낄 수 있겠지만, 에세이에서도 작가의 선함을 느낄 수 있다. 주변에 작가 같은 사람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다른 작가들의 책들이 많이 나와서 메모했는데, 국내 출간된 작품이 얼마 없다. 대부분 일본 소설이라서...
한국에 번역 출간된 작품은 다음과 같다. (누락 가능성 有)
<외치는 소리> 오에 겐자부로
<여름 19세의 초상> 시마다 소지
<무지개여 모독의 무지개여> 마루야마 겐지
<미싱> 혼다 다카요시
<심심풀이 살인> <마리오네트의 덫> 아카가와 지로
<살인의 쌍곡선> 니시무라 교타로
<북의 유즈루, 저녁 하늘을 나는 학>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시마다 소지
<만물의 척도> 켄 앨더, 켄 애들러
<아이 이야기> 야마모토 히로시
- 찾아보니까 생각보다 많네... 천천히 읽어봐야겠다.

원본에서 상당 부분을 삭제하여 번역 출간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인이 공감하기 힘든 내용이 많았더라면, 이야기가 더 루즈해지지 않았을까.. 이 정도로 충분하다!

이사카 코타로 팬이라면, 그를 알아가는 재미로 잔잔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집이다. (‘아날로그 피쉬‘라는 일본 밴드가 좋다고 해서, 찾아서 들어봤는데.. 코타로 답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ㅋㅋㅋㅋ)
이사카 코타로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음...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한 작가의 그저 그런 이야기 정도가 아닐까?

(여담)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왜 이사카 코타로는 나오키상 심사를 거부한다고 했을까? 집필에 전념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었는데, 나오키상 후보에 들어가면 해야 할 일이 많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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