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III
스티븐 킹 지음, 최인석 옮김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5년 7월
평점 :
절판


드디어 다 읽었다. 설을 쉬면서 흐름이 끊겨서 띄엄띄엄 읽다가 오늘에서야...

★★스포 있습니다.★★

3권의 줄거리는 별것 없다. (뒤표지 사진을 참고해도 무방하다.)
랠프와 루이스가 맹활약한다. <하이 릿지>로 가서 <우연>의 가호를 받고 있던 찰리 피커링을 물리치고 위험에 처한 여성들을 구한다. 도랜스와 조 와이저, 클로토와 라케시스가 조력자로 출연하여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아트로포스의 본거지에서도 아트로포스를 압도한다. 크림슨과 에드의 뜻 역시 꺾어버린다.

거의 뭐 ‘랠프 무쌍‘이다. 자유자재로 차원 이동을 하여 물리 법칙을 무시할 수 있으며, 에너지(?)를 사용하여 물리적인 영향력을 줄 수도 있다. 루이스는 폭주하는 랠프를 제어하는 조력자 역할이다.
최종 보스 피의 왕 크림슨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아서 조금은 시시했다. 그렇게 에드의 가미카제 전략까지 막아낸 후, 말 그대로 회춘한 랠프와 루이스는 결국 재혼을 한다.

낙태 찬반에 대한 갈등은 그다지 드러나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
그 혼란한 와중에 헬렌이 랠프의 말에 분노를 드러내는 장면이 거의 유일하다. (사진 첨부함)
이 장면에서 헬렌의 굳은 심지와 신념을 느끼기보다는, 무언가에 눈이 멀어 미쳐버린 듯한 인상을 받았다.
결국 연설을 강행한 수전 데이는...
(305쪽)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여권운동가는 날아온 유리조각에 목이 잘렸다. 잘린 그녀의 머리는 금발의 가발을 흩날리며 기괴한 하얀 볼링 공처럼 6층으로 날아갔다.

<에필로그>에서 랠프가 대머리 박사 둘과 한 약속이 드러나면서, 자신을 희생하면서 그의 고귀함을 보여준다. 이 부분이 있어서 이야기의 끝맺음이 나름 깔끔했달까.

무난한 초능력 소설이다. 3권부터는 어느 순간 조금 지겹기도 했다. 광휘야 그렇다고 해도, 아트로포스와 크림슨과 싸울 때의 판타지스러운 요소가 좀 애매하기도 했다.
킹의 작품 중에서 딱히 추천하는 편은 아니다. 무엇보다 분량이 꽤 많아서, 킹의 모든 작품을 읽어볼 요량이 아니라면 굳이 찾아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상놀이 - 마광수의 맛.있.는 단편소설집
마광수 지음 / 책읽는귀족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권짜리 읽던 책에 조금 지치고 흐름이 끊겨서, 별생각 없이 가볍게 독서하고 싶은 마음에 마광수 선생님의 단편집을 집어 들었다.
마광수 선생님의 소설이라면,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성性SEX이 주요 소재이다. 이 단편집 마찬가지로 절반 이상의 소설에서 성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긴 머리카락과 긴 손톱, 각종 장신구가 자주 등장한다. 취향이 확실하다.)

총 22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황당, 이상야릇, 허무, 그로테스크를 테마로 단편이 5편씩 있고, 책 앞뒤로 단편이 하나씩 더 있다.
먼저 서시 <손>이라는 (1장짜리) 초 단편소설이 마음에 든다. 타인에게 미움받던 이유였던 것이 결국 자기를 행복하게 해준다는 이야기에서 씁쓸함과 약간의 위로를 받았다.

각 테마별로 이야기를 하나씩 꼽아보자면 이렇다.
황당 : 심각해씨의 비극(성적으로 굉장히 자유로운 22세기, 심각해씨는 보수적인 결혼제도와 성 관념을 말한다. 어이없으면서 웃겼다. 설마 진짜 이런 미래가 가능할까?)
이상야릇 : 유다(예수를 배반한 가롯 유다가 사실은 여호와의 계획을 충실히 이행한 천사라는 이야기. 왜 나는 종교를 가지고 장난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걸까...ㅋㅋㅋ)
허무 : 개미(왕개미 한 마리를 애지중지 키우는 한 남자가 결국 개미에게 체조를 시킬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테마가 허무인 만큼.. 결과는...)
그로테스크 : 방(房)(젊은 여성에게는 풀이 죽어버리고 노인에게는 성욕을 느끼는 한 남자의 이야기. 나체의 노인을 묘사하는데, 어우... ‘그로테스크‘라는 단어와 가장 잘 맞는 단편.)

<즐거운 사라>를 발표하고 탄압을 받았던 것이 억울하셨는지, 이를 반대로 해석하고 비꼰 작품들도 몇 있다. 근데... 그럴 만도 하다. 야한 소설 한 권 썼다고 전과 2범이 말이냐... 그렇게 사회적으로 매장해버리고 교수들 사이에서는 이지메 당하는 게 말이 되냐... 진짜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너무나 안타깝고 슬플 따름이다.
10년만 더 늦게 태어났더라면,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나 미국, 유럽에서 태어났더라면, 행복한 교수이자 작가로 살 수 있으신 분이 이렇게 힘들고 서글픈 인생을 살아가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 (아직도 한국은 성性에 관하여 나아갈 길이 멀다.)
한국 문단 꼬락서니를 보면, 언제 마광수 작가님이 대대적으로 재평가될지 기약할 수는 없겠지만, 언젠가는 꼭 명예를 되찾았으면 좋겠다.

다시 작품 얘기로 돌아와서...
작가님의 취향이 담긴 이야기를 읽다 보면, ˝하-아씨.. ㅋㅋㅋㅋㅋ˝ 하면서 웃게 되기도 한다. 나와 취향이 맞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뭔가 웃기다.

전체적으로 가볍게 읽을만하다.
순수함이 드러나는 마광수 선생님의 그림도 볼만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면증 II
스티븐 킹 지음, 최인석 옮김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5년 7월
평점 :
절판


★★스포 있습니다★★

(줄거리)
랠프는 본인의 능력을 알아가는 와중에, 루이스 역시 불면증에 시달려 왔으며 광휘를 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게 둘은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새로운 작은 대머리 박사 ‘3번 박사‘가 떠돌이 개 로잘리의 풍선 매듭 광휘를 자르고 스카프를 가져가는 등의 행동을 랠프와 루이스가 막으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1번과 2번 박사를 만나 불면증의 원인과 본인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판타지스러움이 물씬 풍긴다.
랠프와 루이스가 광휘를 보는 것뿐만 아니라, 영적인 공격을 할 수도 있고, 타인의 생각과 과거를 알 수도 있고, 신체 접촉을 통해 약간의 조종도 할 수 있다. 랠프와 루이스가 신체적으로 젊어지기도 했다.
메이 로처의 집에서 걸어 나온 두 개의 존재(클로토와 라케시스)는 인간(단기 시간 사용자)의 끝을 사랑과 경의를 담아 평화롭게 매듭지어 주는 선한 존재들임이 밝혀지고, 3번 박사(아트로포스)가 에드를 통해 위험한 일을 꾸미고 있음을 알게 된다.

수전 데이의 연설 날짜가 다가오면서 사람들의 견해 차이가 점점 갈등으로 번지기 시작한다.
낙태에 대한 킹의 찬반 의견보다 더 울림 있는 글이 있어 아래에 첨부한다. 진짜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고, ‘입장과 생각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평화롭게 지내면 된다‘라는 견해가, 성별에 대한 갈등이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현재 한국의 사회와 많이 닮아있어 더 와닿았다.

대머리 박사들도 인간들처럼 체스판의 말들에 불과한 존재들이라서, 딱히 공포스럽지는 않았다.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본인의 초능력(?)을 알아가는 老 캐릭터(들)의 좌충우돌 이야기랄까...
랠프와 루이스의 절친한 친구 빌 맥거번과 떠돌이 개 로잘리가 3번 박사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장면은 안타까웠다.
랠프의 옛 친구 지미 밴더미어가 죽기 직전에, (다른 형태로 변해있는) 랠프를 보고 하는 말에서 괜히 울컥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늙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랠프 로버츠가 왔어! 폴 채시의 아내하고 함께 왔어! 안녕, 랠피. 자네 우리가 그 텐트 쳐 놓고 하던 콘서트에 들어가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들으려고 기를 썼던 것 생각나나?」
⟮생각나고말고, 지미.⟯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잘 읽었다.
예상치 못한 판타지 때문에 분위기가 망가지는 게 아닌가 우려했지만, 괜찮았다. 1, 2번 박사가 랠프와 루이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문답하는 상황도 나쁘지 않았다.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단어와 언어를 잘 표현했다.)
1권에 비해 비교적 잔잔한 편이었으나, 캐릭터에 애정을 가지고 흥미롭게 잘 읽었다.

랠프와 루이스가 ‘에드와 3번 박사를 건드리지 않고, 아예 수전 데이의 연설을 막으라‘라는 말을 과연 실현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또 3번 박사가 루이스의 다이아몬드 귀걸이를 착용하고 있는데, 과연 루이스가 안전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면증 I
스티븐 킹 지음, 최인석 옮김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5년 7월
평점 :
절판


스티븐 킹의 1994년 작품. 한국에서는 총 3권으로 출간되었다.
절판되어 구해 읽기 어려운 관계로, 졸업하기 전에 서둘러 읽어본다.

★★스포 있습니다★★

데리 시에 사는 70대 홀아비 랠프 로버츠는 아내 캐롤린이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나자 불면증을 겪게 된다. 자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면서 광휘와 발자취 같은, 남들은 보지 못하는 현상을 수시로 보게 된다.
한편 선량한 이웃이던 에드 디프뉴가 낙태에 대해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며 이상 행동을 보인다. 아내 헬렌을 폭행하기도 하고 <생명의 친구들>이라는 단체를 이끌면서 <여성의료보호센터>에서 시위를 하기도 한다.

주인공 랠프의 내면과 시선을 따라가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랠프는 아래층에 사는 친구 빌 맥거번과 60대 이웃 과부 루이스 채시와 일상을 공유하며 친하게 지낸다. 랠프라는 사람 자체가 선한 사람이라 더 그렇겠지만, 작가 특유의 비유와 세세하게 묘사하는 문장들이 나이 듦에 대한 안쓰럽고 아련하고 약간은 슬프기도 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랠프가 이웃들과 일상을 보내는 장면은 정겹고 따뜻했다. 좋은 사람들과 농담하고 대화하는 그 분위기가 참 좋았다.
(앞으로 리뷰를 쓸 때, 킹의 문장력에 특출난 변화나 차이점이 있는 게 아니면, 서술 방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다. 매번 너무 중복되는 느낌이 든다.)

주요 사건은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겠다.
- 선량한 이웃이었던 에드의 좋지 못한 변화
- 여권신장운동가 수전 데이의 데리 시 방문과 낙태에 대한 찬반과 시위
- 랠프의 불면증과 랠프에게 보이는 광휘

에드가 등장하는 장면은 항상 강렬했다. 접촉사고를 내는 등장씬부터 아내를 폭행한 후 마당에서 느긋하게 쉬던 장면, 랠프에게 전화로 협박하는 장면, tv에 출연하여 인터뷰하는 장면 등...
수전 데이라는 인물과 낙태에 대한 소재가 남은 이야기에서도 꽤나 큰 영향력을 보여줄 것 같다.
광휘에 대한 묘사들은 꽤 읽을만했다. 사람들의 상태에 따라 광휘의 색과 크기가 다른데, 랠프가 이걸 단서로 활약할 것 같다.

아직은 본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기 보다, 약간의 불안감과 이상 증세가 나타난 정도랄까.
책의 소제목이기도 한 <작은 대머리 박사들>은 책의 말미에 잠깐 등장했다.

충분히 재밌게 읽었다. 어느새 킹의 글쓰기 방식에 익숙해졌나 보다.
개인적으로 약간 조급한 상태로 독서했는데, 조금 더 느긋한 마음으로 독서했다면 소설을 좀 더 즐길 수 있었을 것 같다.
(빨리 읽어야 한다는 생각, 다독하고 기록해야 한다는 생각, 다른 할 것들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헌터
리처드 바크만 지음 / 어진소리(민미디어) / 1994년 6월
평점 :
절판


원제 Running Man. 스티븐 킹이 ‘리처드 바크먼‘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4번째 소설.
72시간 만에 다 썼다고 한다. 그래도 좀 더 신경 써서 썼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스포 있습니다★★

머지않은 2025년을 배경으로 한다. 빈부격차와 공해가 엄청 심해진 디스토피아 세계 속에서, 돈이 필요한 주인공 ‘벤 리차드‘가 생존 게임에 참가한다.
특정한 공간 속에서 참가자들끼리 싸우는 <헝거 게임>과 다르게, 이 게임은 공간 제한이 없는 사회 속에서 진행된다. 30일 동안 헌터들로부터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되고, 하루에 2번 녹화를 하여 우체통에 넣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이야기 진행이 스티븐 킹 답지 않게 엄청 빠르게 진행된다. 구구절절 여러 인물의 과거나 생각을 읊지 않고 시간이 흐르는 대로 벤 리차드를 따라 이야기를 이어간다. 속도감 있게 벤 리차드가 꾸역꾸역 살아나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 또한 명확하다. 2025년의 사회가 그렇게 암울하다는 가정은 아무래도 괜찮다.
‘헌터‘라는 게임 설정과 그 게임에 망설임 없이 참여하는 벤 리차드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동물을 사냥하는 것처럼 사회 속에 특정 인간을 풀어놓고 12시간 후에 온갖 방법을 동원해 찾아 죽인다는 설정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 일반인들도 충분히 위험에 빠질 수 있는데 말이다. (작중에서도 리차드가 호텔을 폭파시켜버린다.) 목격자의 신고에 상금이 주어진다고 한들, ‘이런 미친 게임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을 버리기 힘들었다.
또 아무리 딸이 많이 아프다고 한들, 위험천만한 ‘헌터‘에 이렇게 스스럼없이 참여하는 리차드도 이상했다. 프리 텔레비전에 방영되는 수많은 비교적 덜 위험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리고 이 게임의 생존자는 여태껏 6년 동안 없다고 말하는데... 다른 게임을 하고 싶다고 요구를 하거나 고민하는 것도 일절 없이 담담하게 수락하는 모습에 위화감을 느꼈다.

뭐, 이걸 다 차치하고, 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상정하고 독서하려고 노력했다.
같은 부류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고 인질을 잡기도 하면서, 여러 도시를 거쳐가며 생존해나가는 리차드를 따라가며 읽는 재미는 충분하다.

리차드가 ‘아멜리아‘라는 중산층 여성을 인질로 삼아 정면 돌파를 하는 상황에서 명장면이 있다.
온갖 구경꾼들과 경찰, 군인들이 몰려든 상황에서 결국 길을 열어주는 상황에서 한쪽에는 부유한 사람들이, 다른 한쪽에는 극빈한 사람들이 서있는 가운데를 에어카를 타고 지나가는 모습은 명장면이 아닐 수 없다.
결말 역시 인상적이다. 뻥카(폭탄을 가지고 있다는 거짓말)로 큰 제트기를 타고 도주하던 중에, 아내와 딸이 이미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목적을 잃어버린 리차드가 하는 선택은 ‘킹답다!‘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

아쉬운 작품이긴 하다. 심리와 배경에 세심하게 신경을 썼더라면, 좀 더 완성도 있는 작품이 되었을 텐데...
절판된 킹의 작품을 읽을 수 있었음에 큰 의의를 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