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상상놀이 - 마광수의 맛.있.는 단편소설집
마광수 지음 / 책읽는귀족 / 2013년 4월
평점 :
3권짜리 읽던 책에 조금 지치고 흐름이 끊겨서, 별생각 없이 가볍게 독서하고 싶은 마음에 마광수 선생님의 단편집을 집어 들었다.
마광수 선생님의 소설이라면,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성性SEX이 주요 소재이다. 이 단편집 마찬가지로 절반 이상의 소설에서 성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긴 머리카락과 긴 손톱, 각종 장신구가 자주 등장한다. 취향이 확실하다.)
총 22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황당, 이상야릇, 허무, 그로테스크를 테마로 단편이 5편씩 있고, 책 앞뒤로 단편이 하나씩 더 있다.
먼저 서시 <손>이라는 (1장짜리) 초 단편소설이 마음에 든다. 타인에게 미움받던 이유였던 것이 결국 자기를 행복하게 해준다는 이야기에서 씁쓸함과 약간의 위로를 받았다.
각 테마별로 이야기를 하나씩 꼽아보자면 이렇다.
황당 : 심각해씨의 비극(성적으로 굉장히 자유로운 22세기, 심각해씨는 보수적인 결혼제도와 성 관념을 말한다. 어이없으면서 웃겼다. 설마 진짜 이런 미래가 가능할까?)
이상야릇 : 유다(예수를 배반한 가롯 유다가 사실은 여호와의 계획을 충실히 이행한 천사라는 이야기. 왜 나는 종교를 가지고 장난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걸까...ㅋㅋㅋ)
허무 : 개미(왕개미 한 마리를 애지중지 키우는 한 남자가 결국 개미에게 체조를 시킬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테마가 허무인 만큼.. 결과는...)
그로테스크 : 방(房)(젊은 여성에게는 풀이 죽어버리고 노인에게는 성욕을 느끼는 한 남자의 이야기. 나체의 노인을 묘사하는데, 어우... ‘그로테스크‘라는 단어와 가장 잘 맞는 단편.)
<즐거운 사라>를 발표하고 탄압을 받았던 것이 억울하셨는지, 이를 반대로 해석하고 비꼰 작품들도 몇 있다. 근데... 그럴 만도 하다. 야한 소설 한 권 썼다고 전과 2범이 말이냐... 그렇게 사회적으로 매장해버리고 교수들 사이에서는 이지메 당하는 게 말이 되냐... 진짜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너무나 안타깝고 슬플 따름이다.
10년만 더 늦게 태어났더라면,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나 미국, 유럽에서 태어났더라면, 행복한 교수이자 작가로 살 수 있으신 분이 이렇게 힘들고 서글픈 인생을 살아가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 (아직도 한국은 성性에 관하여 나아갈 길이 멀다.)
한국 문단 꼬락서니를 보면, 언제 마광수 작가님이 대대적으로 재평가될지 기약할 수는 없겠지만, 언젠가는 꼭 명예를 되찾았으면 좋겠다.
다시 작품 얘기로 돌아와서...
작가님의 취향이 담긴 이야기를 읽다 보면, ˝하-아씨.. ㅋㅋㅋㅋㅋ˝ 하면서 웃게 되기도 한다. 나와 취향이 맞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뭔가 웃기다.
전체적으로 가볍게 읽을만하다.
순수함이 드러나는 마광수 선생님의 그림도 볼만하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206/pimg_7910041793296677.jpg)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206/pimg_7910041793296678.jpg)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206/pimg_7910041793296679.jpg)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206/pimg_7910041793296680.jpg)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206/pimg_791004179329668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