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비평, 그림 읽는 즐거움
테리 바렛 지음, 이태호 옮김 / 아트북스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비평은 무엇인가?  난 비평의 비가 비(非)가 아니라 비(批)임을 몰랐다.

그동안 비평은 오해를 받고 살았다. '비판'이라는 부정적 의미와 난해하다는 두 가지 큰 오해를 가지고 살았다. 나를 비롯한 사람들이 만든 굴레를 비평이 고스란히 떠안고 살았다.

그러나 이제 알았다. 비평은 사물의 미와 추, 선과 악, 장단을 들추어 내어 가치를 판단하는 일이다.

그러니깐 부정이 아닌 긍정의 의미가 더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비평이 떠안고 있었던 부정의 의미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 한 권의 역량은 다하지 않았나하고 감히 생각을 해 본다.

 

발음조차 힘든 먼나라 낯선 비평가들의 이름보다 비평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평가, 그리고 더 나아가 비평을 하는 방법을 아는 것으로 말이다. 물론, 많은 비평가들이 비평하는 작가들의 작품(그림 혹은 사진 등)을 보는 것은 아주 큰 수확이지만 말이다.

 

저자는 미국인으로 미국 작가들과 비평가들에 대하여 말하고 있지만, 미국 작가라 해서 작품 의도나 비평이 큰 차이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동일한 작품을 두고 비평이 너무나도 달라서 고개가 갸우뚱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말이다.

 

르네상스시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비평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중세동안 신과 교회뒤에 숨겨진 인간 본연의 감정이 표출 되었던 - 르네상스시대야말로 미술 살롱(갤러리같은^^)을 중심으로 비평이 활발히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미술비평의 신빙성있는 역사는 뚜렷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르네상스시대의 유명한 화가이자, 건축가이기도 한 조르조 바사리 - 그는 미술사의 아버지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으며 미술 비평의 효시이다. 그는 특히 라파엘로와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최고의 작품이라 평하며 완벽함 그 자체라고 호평하였다. 또한 레오나르드 다빈치에게는 신이 다빈치에게 모든걸 선물했다고 할 정도로 극찬하였다. 뭐 라파엘로나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드 다빈치의 미술작품을 누가 감히 폄하하겠냐만은 비평가들은 바사리처럼 개인적인 취향에따라 좋음과 싫음이 아주 정확하다.

바사리도 호평을 하는 작가가 있는 반면 우첼로(사실, 이 화가는 처음 듣는다^^)처럼 그의 작품은 너무 원근법에 따르다보니 중요한 부분 - 사실적 표현 -을 놓쳐 버렸고 되려 그건 불완전한 작품이 되어 버렸기에 잘그렸지만 평평하다. 즉, 건조하고 마르다고 말하였다.

바사리는 훈련된 눈과 기법에 대한 이해를 비평의 기준잣대로 삼았고, 프랑스의 저술가이자 비평가, 철학자인 드니 디드로도 바사리처럼 훈련된 눈과 관찰, 체험을 비평의 기준잣대로 삼았다.

그래서일까? 디드로는 바사리보다 좀 더 융통성 있는 비평을 했던 거 같다. 그의 융통성 발휘는 오늘날 당대의 미술비평을 하는 올바른 방법이기도 하다.

 

또, 비평가하면 클레멘트 그린버그를 빼 놓고 말할 수는 없다. 그만큼 그는 미국 미술비평속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평론가이다. 그는 미술은 일상생활과는 다른 무엇이 있어야 한다며, 대중성보다는 고급문화를 옹호했던 거 같다. 그래서 그는 대중문화나 여과없이 모방하는 키치문화를 비판하였고, 자본주의는 되려 고급문화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아직 그린버그에 대해서 좀 더 알아봐야하고 공부해 보아야 알 수 있겠지만 짧은 나의 지식으로는 나와는 코드가 약간 엇박자가 아닐까 싶다.

그는 추상표현을 자주하였고, 미술비평을 위한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여 그를 가리켜 '미술계의 모세'라 부른다.

 

그러면 비평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키워드만 말하자면, 묘사하기와 해석하기, 판단하기 그리고, 쓰고 말하기의 절차를 가진다.

묘사는 비평가의 언어활동의 핵심이며, 미술작품 특색을 파악하고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비평가는 작품 자체의 외관적 정보뿐만 아니라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같은 정보도 제공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미술 작품을 더 정확하게 읽을 수 있다. 감상할 수 있다.

작품안에 나타난 인물, 대상, 배경, 사건을 묘사하고 작품에 사용된 매체 - 가령, 어떤 물감을 이용하여 그렸는지 등을 묘사할 수 있다. 또한 작가가 선택한 매체를 이용하여 소재를 어떻게 보여주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해석하기에는 어떤 해석이 옳고 그르고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일관성과 조화, 포괄성을 기준으로 평가하여 해석이 작품과 조화를 잘 이룬다면 좋은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좀 더 합리적인 해석이란 표현이 맞는 표현이겠다.

 

판단하기는 해석하기와 유사한 것으로 둘 다 의사결정을 하고 결정에 필요한 이유와 증거를 제공하고, 결론을 내리기 위한 논쟁을 공식화한다.

 

책 뒷부분에 학생들의 비평한 예가 실려있는데, 유명 비평가 못지 않다. 물론, 석사과정이상이고 미술 비평을 전공으로 하기에 그리고, 그만큼 잘된 비평이기에 소개를 했겠지만, 학생들의 비평글을 보면 비평하기가 좀 싶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되려 더 움츠러들게 만든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올바른 비평, 맞는 비평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혼자서가 아니라 함께 의견을 교환하면서 비평의 맛을 알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다 보면 유명한 비평가처럼 이름을 날릴수는 없겠지만, 나름의 비평 기준 잣대는 만들수 있으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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