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초콜릿이다 - 정박미경의 B급 연애 탈출기
정박미경 지음, 문홍진 그림 / 레드박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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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말이라 우울해서, 졸리우니깐, 기분이 우울하니깐 혹은 좀 더 로맨틱한 감정을 오래 유지 하기 위해 적당한 달콤함과 적당한 카페인을 난 필요로 해 라는 명목하에 서랍속 초콜릿을 먹어본다. 적당한 크기의 초콜릿을 한입 넣고 한참을 눈을 감고 음미한다.

그래 바로 이 맛이이야. 달콤 쌉싸름한....남자(?)도 바로 이 맛이것든....

 

저자는 페미니스트이다. 나는 절대 페미니스트는 아니다. 

페미니스트인 저자는 아주 미인은 아니다. 하지만 호감형이다. 나? 나도 꽤 호감형인거 같다.(희망사항)

우리 사회는 페미니스트라고 이름 붙여진 개체에게는 '예쁘다'는 말을 참 아끼는 거 같다. 단 공 지영 작가님이나 김 별아 작가님을 제외하고는..(물론, 내가 알고 있는 페미니스트적 성향이 있는 여성 작가가 얼마되지 않아서...)

나도 한 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도 그 이름으로 불리워지고 있음을 알았다.

저자처럼 나도 30대 후반이 되도록 살아오면서 연애를 쉬어 본적이 딱 3년 있는거 같다. 감히 10년이 넘는 첫사랑이 현재 진행형이였을 때만 해도 갈아타기, 양다리, 살짝 발 얹기 등의 연애는 아주 가벼운 사랑이라 혐오하였다. 그러나, 그 10년이 넘는 사랑의 종지부가 찍히던 날(아니, 그로 3년이 지나고 난 뒤~) 나는 B급 연애니스트가 되어 있었다. 저자처럼 혹은, 많은 30대 싱글 여성들처럼...

 

마치 몇년 전 읽었던 언니네 방처럼 그런 느낌의 책이다. 읽다보면 정말 나쁜 남자와 그 나쁜 남자와의 치명적 사랑에 빠지는 7명의 여자를 만나게 된다. 그 속에 나도 있고 우리도 있다.

 

몇년전부터 대한민국은 연상연하 커플 천국이 되었다. 이승기였던가? 잘 깎아놓은 밤톨같은 녀석이 나이에 맞지 않는 목소리와 반듯함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누나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누나는 내 여자라고~ 꼭 안아 줄거라고~

그러더니 이제는 지현우가 누나들의 본능을 뒤흔들며 국가대표급 푼수 누님들도 킹카의 연하 남친과 해피엔딩이 가능함을 증명 시켜준다. 저자는 동갑의 남자들은 이미 유부남이고 나이차가 있는 오빠(?)들은 오빠라는 소리가 물색하리 만큼 아저씨, 아니 홀아비 냄새를 폴폴 풍기니 당연히 우리가 남동생들에게 시선을 돌릴 수 밖에 없다고.

나 또한 참 많은 남동생(?)들을 만났다. 잘 키워서 잡아먹으려 했던 것이 아니라 남자들은 나이가 많으나 적으나 어린애들이다.

그러니깐 생물학적으로도 우성인 젊은것들을 만나는 것이 여러 측면에서 유리하다. 비록 데이트 비용을 좀 더 많이 지불하는 일이 있더라도 내가 지불한, 지원한 경제력에 응당 따라오는, 요구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기에...

비록, 남녀사이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는 반드시 존재하는 비용지불과 요구 권리는 있다.

그리고, 나이 많은 애들하고 싸우다 지치는 것보다 젊은것들과의 마찰이 되려 그래 요 부분은 넘어가 주자 싶은 맘이 더 생기기도 한다.

나의 지인중에도 연하의 남친과 남편을 둔 이가 제법 있는데 하나같이 그들이 하는 말은 또래의 남자들(위로 3~4살 많은 남자들을 포함하여..)이 우리보다 훨씬 어린 것들(심지어는 띠동갑 한바퀴를 돌고도 한 두살 남는 어린 여자아이들)이랑 결혼을 하니 상대적으로 남아있는 부류들이 눈이 맞을 뿐이라고....(난 개인적으로 참 괜찮은 여자라서 연하의 남친을 둔것이라 주장하고 싶지만 이 말이 더 정당함을 인정한다)

 

연상연하와 함께 골드미스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연하의 남친을 만나면 골드미스인가? 통장 5~6개 정도의 재테크에 능한 사람이면 골드미스인가? 전문직 여성이면 골드미스인가? 과연 골드미스의 정의를 알 수가 없다.

연하의 남친, 통장갯수, 전문직 여성이라고 해서 무조건 풍족한 골드미스들은 아닌거 같다. 단지 이는 좀 더 쉬운 방법으로 지갑을 열어 소비성을 부추기가 쉬운 30대 싱글 여성들을 현혹하기 위한 상술에 지나지 않는거 같다.

 

잠깐 책속의 내 동료들을 만나보면,

어리...서른 다섯이 넘도록 천연기념물(?)로 남아있는 그녀. 진짜 살(?)맛을 느껴보고 싶다지만..그녀는 그 맛을 알기위해 수수깡처럼 속이 텅빈 놈이랑 연애를 하고 말았다. 새로운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고 그동안 함께 만들어 놓은 감정에 책임질 줄 모르는 이기적인 그런 수수깡. 우리는 이런 수수깡 같은 놈을 만났다고 해서 자책할 필요가 없다. 단지 아주 멋지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인간에 대한 예의가 있는 남자를 연애 상대로 고르지 못한 자신에 대한 실망감은 있겠지만 그 실망감으로 다음 사랑을 막아서는 안된다. 어리의 사랑이 어리석었던 것이 아니라 그 사랑을 몰라준 그 수수깡이 아주 후진 인간이다. 무엇보다 더욱 많이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임을 다짐하는 어리에게 다음 연애는 어떤 기쁨과 행복을 줄까?

 

희수...폭력적인 아버지 탓에 남성 혐오증을 간직한 그녀. 우리의 연애사를 좌우하는 것은 어린시절 형성된 트라우마 때문이다. 나 역시 그랬음을~(프로이드의 말을 빌리자면 구강기때의 애정결핍이 내게는 많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잘 깨무는 버릇이 있다. 혹 나와 비슷한 버릇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구강기때 엄마로부터의 애정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을까?)

희수는 누군가를 대상으로 사랑을 쏟아 붓는 것을 두려워한다. 쏟아 부은 만큼 돌려받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인지라 큰 기대만큼 되받지 않았을 때의 상실감은 더욱 더 그녀를 외롭게 했다. 남자들을 혐오하고 기피하게 되었다.

희수 그녀에게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인정하고, 그 경험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성찰하여, 아픔을 흘려 보내는 일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희수는 누구보다 행복해 질 권리가 있다.

 

현서...여성해방을 외치는 자유연애주의자. 연하남의 유혹을 악마의 유혹이라 말하는 그녀. 

'오늘 가장 친한 (남자)후배하나를 잃었다. (대신 애인이 생겼다)'라는 카피가 생각난다. 그녀는 연하의 남친과 연애를 장학사업이라 했다. 그럼 난 그동안 몇번의 장학재단을 세웠던가?

연하남과의 연애가 갖는 사회학이라는 여자를 위한 초컬릿 상자가 본문속에 있다. 참 웃긴 현실이다.

남녀를 뛰어넘어 연장자에 대한 예우는 존경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근데 참 이상한것이 처음 연애를 할 때는 그 어른스러움, 나이 많음에 존경을 표하면서 관계가 오래 지속되면 존경의 무게는 가벼워 지는거 같다.

나이 든 여자를 존중하는 코드를 가져본 적이 없는 우리사회에서 참 아이러니하며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여성들은 이제 막 남동생들을 애인으로 삼기 시작했고 세상에 널여 있는 게 남동생들이니까 말이다.

 

초인...양다리로 부족해 네 다리를 걸치고 있는 팜므파탈. 착한 여자는 천국에 가지만, 못된 여자는 아무 데나 간다. 초인은 못된 여자는 아니지만, 최소한 착한 여자는 아니며 착한 여자가 되고 싶지도 않다. 나 역시도 착한 여자가 되고 싶은 맘은 없다.

외모와 똑똑함으로 둘러싼 여자 분류법을 보면 참 재밌지만 절대 동감한다. 여기서 절대 동감은 능동적 동감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씁쓸한 수동적 동감일 뿐이다.

① 예쁘지도 않으면서 예뻐지려고 노력하지도 않는 똑똑한 여자 ; 마귀할멈 또는 페미니스트라 부른다.

② 예쁘지도 않으면서 똑똑하지 않은 여자 ; 그저 못생긴 여자

③ 예쁘고 멍청한 여자 ; 머리 빈 여자 또는 골빈 여자(남자들의 워너비^^)

④ 예쁘면서 똑똑한 여자 ; 퀸카이거나 악녀이다...여기서 악녀란 마귀할멈과는 다르다. 남자를 압도할 만큼 치명적으로 예뻐야 한다.  예쁘지도 않으면서 경제력이나 학식따위의 권력으로 남자를 위협하는 여자는 악녀가 아니라 마귀할멈이라고 한다.

 

지아...제자를 애인으로 만든 골드미스 대학강사. 캬~ 몇해전 패션과 출강을 할 때였다. 참 예쁜 아이가 있었다. 가수 팀을 닮은 아이. 뭘 어떻게 해 보겠다는 심상이 아니라 그 아이가 와야만 출석을 불렀던 기억이 난다. 또 한 번 연영과 출강을 할 때였다. 처음 생긴학과라 인원수도 극히 적었고 모두 20대 초반의 아이들이였다. 그러나 한 녀석 20대 후반인 녀석 - 갓 제대했는지 군복(밀리터리 룩)을 자주 입고 비니를 쓰고 다니던 녀석이 참 쓸만했던 기억이 난다. 우스갯소리로 친구들에게 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면 주책이라고 날 구박했었다. 그러나, 그때는 나도 30대 초반이였고 그래봐야 그 녀석과는 5~6살 정도였으니 아주 불가능(?)하리란 법은 없으니깐.

그렇다. 불가능은 없었다. 지금 나의 남친(일주일 후면 남친이 아닌 남편이 된다)은 5살 연하이다. 물론, 그 때의 그 학생은 아니다.

친구의 아는 동생이였지만, 지금은 남친이고 앞으로의 남편감이다.

지아, 그녀는 나쁜 여자이기 떼문에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길을 자유롭게 가기 때문에 나쁜 여자가 되는 것이다.

난 차라리 나쁜 남자에게 데여 눈물, 콧물 빼고 청승을 떠는 것보다 차라리 나쁜 여자가 되어서 자유로우라고 충고하고 싶다.

그렇다고 난 지아처럼 잘나가는 나쁜여자가 아니다. 단지 착한 여자가 아닐 뿐이다.

 

디디...나쁜 남자와 릴레이로 연애하는라 30대 초반에 벌써 노파가 되어버린 그녀. 그녀는 어쩜 오늘도 나쁜남자를 부르는 분신사바 주문을 외고 있는지도. 한 남자의 과거는 곧 그사람의 미래이다. 과거가 화려했던 남자 나를 만나서 개과천선 하리라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세살 버릇 남 못주는 나쁜 남자와의 연애는 한 번쯤은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그 경험은 딱 한 번으로 족하다. 길인지 길이 아닌지 모를 때는 한 번 가보는 것도 방법이다. 길이 아니면 되돌아 오면 되니깐. 하지만 두 번 되돌아 오는 실수를 않기 위해서는 나쁜남자 판독법을 꼭 알아야한다. 디디를 포함하여 우리나라 모든 여성들은.

대중문화는 나쁜남자를 참으로 사랑스러운 마초로 그린다. 모든 여자들에게 싸가지가 없지만 오직 한 여자 내 여자에게만은 싸가지가 있는 남자로 그려준다. 그러기에 우리 여자들은 나쁜 남자에게 끌린다. 오직 내 여자에게만은 순정을 지키는 사랑스러운 마초. 나쁜남자의 빛과 그림자를 잘 조절하는 남자라면 불러도 상관없겠다.

 

이후...마치 까미유 끌로델인양 먹물 든 잘난 남자에게 자양분을 빼앗긴 그녀.

까미유 끌로델은 19세기 대표적인 여류 조각가였으나 잘난 남자 로댕을 사랑한 댓가로 그녀의 창조적인 모든 에너지를 통째로 도둑맞은 비운의 예술가. 스무살의 꽃봉오리인 까미유는 그녀보다 무려 스물하고도 여섯살이나 많은 스승과 사랑에 빠진다. 스승에 대한 사랑과 조각에 대한 열정이 전부였던 그녀. 스승과 제자, 작가와 모델이라는 복잡미묘한 관계 속에서, 스승과의 예술적 충돌과 여성 편력이 심한 불성실한 연인으로 인한 상처는 까미유를 파경으로 이끌고, 스승인 로댕은 승승장구하며 유명 조각가로 우뚝 서지만, 제자인 까미유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정신병의 발병으로 파경에 이른다.

그렇게 이후는 유부남 영화감독의 똑똑함에 반해 모든 걸 말하고 아이디어를 주지만 그녀는 결국 여러 여자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잘난 남자는 절대로 잘난 여자를 키우지 않는다. 적당한 멍청함과 예쁜 외모로 그들을 돌보아 주고 따라주는 골빈 여자만을 키운다.

이런 진짜 나쁜놈들~

 

이렇게 일곱 여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는 B급 연애 탈출 9계명을 배워야 한다.

- 연애는 훈련임을 명심하라

- 현실을 벗어난 판타지는 과감하게 버려라

- 나만의 연애 각본을 써라

-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알아내라

- 나의 행복을 우선시하라

- 나의 욕망에 최선을 다하라

- '사랑으로 하나된다'는 거짓말에 속지마라

- 나이 듦의 방어막을 만들어라

- 남자의 자원을 이용하되 그에 속하지는 마라

 

이 책은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선배 여성의 충고임을 잊지 말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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