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만드는 오페라 카수
배재철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하루만에 후딱 읽어내려 가는 책중에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적은 경우가 많다. 이 책도 그러하다.

난 워낙 음주가무에 젬병이라 음악가 - 특히 오페라 가수와는 별로 안친하다. 근데 이 책을 읽고는 '배재철'이라는 테너를 검색해 보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의 삶을 보자면 서울의 그리 넉넉치 못한 흑석동에 살았던 3형제중 막내였다. 유난히 노래를 잘해서 교회 성가대 활동을 하기도 하고, 누가 누가 잘하나 대회에 나가서 장려상도 받구...그렇게 공부보다는 노래가 좋았던 소년 재철은 한양대 성악과에 들어갔고, 교수님한테 개인 사사를 받는 이가 아닌 강사한테 교습받는 가난한 학생이였다. 동기들은 유명한 교수님아래서 개인 레슨을 수없이 받고 입학했지만, 그는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아는 아리아가 단 두곡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수석으로 졸업하고 이태리로 유학을 간다. 대부분의 아리아가 이태리 말이라서 언어를 이해하면 더 서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그곳에서 그는 아내를 만났고 독일 자르부뤼켄 국립극장의 주역가수가 된다...

그렇게 그의 앞에는 비단길만 펼쳐질 거 같았는데, 남자로서는 드물게 갑상선 암 진단을 받고 그는 그저 노래 잘하는 성악가로 살아갈 뻔했던 그에게 노래의 의미를, 영혼으로 노래하게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사람은 그런가 보다. 아픔을 겪고나면 한뼘 더 성숙해 지나 보다. 아픈만큼 성숙해진다는 유행가 가사처럼..

 

그리고, 배재철 그 역시 1만시간의 법칙을 철저하게 지킨 노력쟁이였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해도 땀 흘리지 않는 재능은 녹이 슬고 만다. 그는 돈이 없으면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다는 성악 공부를 1만시간의 노력으로 극복했음에 퇴근하는 지하철 내내 가슴이 먹먹해 짐을 느낀다.

 

말없이 배재철을 믿어주고 끌어주던 일본인 와지마. 가까우면서도 멀 수 밖에 없는 나라 - 일본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아무것도 해 준게 없는데 와지마와 일본은 그에게 성대 복귀 수술비도 마련해 주고, 여전히 가수로 인정해 주고 아낌없는 사랑을 주었다.

와지마는 친구이자 매니저이며, 좋은 멘토였다. 수술후 30~40%정도 회복된 재철의 목소리에 의기소침한 그에게 정말 힘이 되는 말을 해준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을 때는 뭔가 큰 목적이 있다고 생각해. 때론 그 목적이 너무 멀어서 안보일 때도 있지만 그런 일은 반드시 기적을 낳는다는 걸 알아. 이런 일이 너한테 일어난 데는 큰 목적이 있을 거야. 그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해. 힘내. 내가 도울께"

언제나 그는 내가 도울께, 내가 책임질께 라는 말로 노래하는 재철의 무대 뒤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와지마는 정말 일본인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로 가는 데 의미가 있다며 달려온 우리지만, 이제는 그 가늘 길 자체에 의미를 두길 바란다. 우리는 우리들 인생의 무대에서 한 번도 주역이지 않은 때는 없었다. 아무리 못난 나일지라도 우리는 변함없은 우리 삶의 주역이다. 주역이 성공하려면, 자신이 맡은 역할에 푹 빠져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역할을 사랑해야 한다. 우리모두 그 역할을 사랑하기로 하자.

마지막으로 세상 모든 일에 이유가 있다면, 세상 모든 만남에도 이유가 있다고 했다.

오늘 내가 만나는 이 사람들과 나는 어떤 이유가 있어 만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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