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음이 나고, 하얗게 반짝이는 철로 위를 문명이라는 긴 뱀이 꿈틀대며 달려온다. 문명의 긴 뱀은 입에서 검은 연기를 뿜는다.

뱀은 우리 앞에서 멈춰 선다. 옆구리의 문이 몇 개나 열린다. 사람이 나오고 들어가고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해라."

그것은 분명 삼촌 목소리였다. 동시에 뱀은 그대로 풀 속으로 사라졌다. 삼촌은 창백한 얼굴로 뱀을 던진 쪽을 바라보았다.

"삼촌, 지금 기억하라고 한 게 삼촌 맞아요?"

삼촌은 느릿느릿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서 낮은 음성으로 누가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지금도 삼촌은 이 이야기를 할 때마다 누구였는지 모르겠다며 애매한 표정을 짓는다.

- 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집 여자 없는 남자들 중 단편 '기노'는 환상문학성, 하루키의 자전적 요소와 나쓰메 소세키 오마주까지 포함되어 읽는 재미를 준다. 주인공 기노는 이모의 찻집터를 빌려 바를 차린다. 의문의 손님이 자주 방문하여 독서를 즐긴다. 한편 사연 있어 보이는 여성이 그에게 다가온다. 젊은 시절 바를 한 적 있는 하루키의 과거 생활이 반영된 것 같아 흥미롭다. 기노는 나중에 사정이 생겨 돌아다니다가 구마모토의 여관에 묵는다. 구마모토는 나쓰메 소세키가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일하고 신혼생활을 한 곳이다. 나쓰메의 결혼생활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고 하며, 그런 사정도 하루키의 이 단편 '기노'에 분위기로 밑바닥에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뱀의 존재가 기노의 일상에 끼어드는데, 나쓰메 소세키의 장편 '춘분 지나고까지'에 뱀머리 달린 지팡이가 의미심장하게 나오고, '긴 봄날의 짧은 글'에도 뱀에 대한 글이 있다. 구마모토가 배경인 나쓰메 소세키의 '풀베개' 에는 찻집과 여관이 등장하며 기차를 문명이라는 긴 뱀으로 묘사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난 더 이상 당신의 소설책이 아니에요. 더 이상 당신의 소설책이 될 수 없다구요. 당신 스스로 새 소설을 쓰라구요. (젤다, 사라진다.) - P14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진: UnsplashThandy Yung





빌보는 비록 지쳐 있기는 헸어도 잠시 머물고 싶었을 것이다. 만약 여러분이 요정의 노래를 좋아한다면, 6월의 별빛 아래 울려 퍼지는 요정들의 노래는 놓치기에 너무 아깝다.

"물거품에 수염을 적시지 마세요, 영감님! 물을 안 줘도 이미 길게 자랐으니까요." "빌보가 케이크를 다 먹지 않게 조심하세요! 열쇠 구멍을 통과하기에는 벌써 너무 뚱뚱하니까요!" "조용, 조용히! 좋은 친구들이여! 좋은 밤 지내길! 골짜기에도 귀가 있어. 어떤 요정들은 혀가 너무 잘 돌지. 좋은 밤 되길!" 맨 마지막에 다리를 건넌 간달프가 말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