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집 여자 없는 남자들 중 단편 '기노'는 환상문학성, 하루키의 자전적 요소와 나쓰메 소세키 오마주까지 포함되어 읽는 재미를 준다. 주인공 기노는 이모의 찻집터를 빌려 바를 차린다. 의문의 손님이 자주 방문하여 독서를 즐긴다. 한편 사연 있어 보이는 여성이 그에게 다가온다. 젊은 시절 바를 한 적 있는 하루키의 과거 생활이 반영된 것 같아 흥미롭다. 기노는 나중에 사정이 생겨 돌아다니다가 구마모토의 여관에 묵는다. 구마모토는 나쓰메 소세키가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일하고 신혼생활을 한 곳이다. 나쓰메의 결혼생활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고 하며, 그런 사정도 하루키의 이 단편 '기노'에 분위기로 밑바닥에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뱀의 존재가 기노의 일상에 끼어드는데, 나쓰메 소세키의 장편 '춘분 지나고까지'에 뱀머리 달린 지팡이가 의미심장하게 나오고, '긴 봄날의 짧은 글'에도 뱀에 대한 글이 있다. 구마모토가 배경인 나쓰메 소세키의 '풀베개' 에는 찻집과 여관이 등장하며 기차를 문명이라는 긴 뱀으로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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