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침볼도, 참 독특하고 신기한 화가이다. 그의 그림 '가을'에 대한 글을 '몸, 멈출 수 없는 상상의 유혹'(허정아 지음) 중 '2부. 또 다른 ‘나’, 몸 밖을 상상하다'로부터 가져온다. 저자는 프랑스 문학과 후기 구조주의 철학 연구자이다.

 

Autumn, 1573 - Giuseppe Arcimboldo - WikiArt.org



주세페 아르침볼도 - 봄, 여름, 가을, 겨울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144XX47800026 (루브르 박물관 소장) 

The Librarian, 1566 - Giuseppe Arcimboldo - WikiArt.org


책 '애서광들'의 표지화는 아르침볼도의 '사서'를 연상시킨다.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초상화들은 인간 분신으로서 얼굴이 갖는 특징을 잘 보여준다. 1500년대 이탈리아 궁정화가였던 그는 음식이나 식물과 같은 정물들을 가지고 인간 초상화를 그렸던 독특한 화가다. 그의 그림은 얼굴을 구성하는 눈, 코, 입, 귀, 머리카락 등의 기관들을 나뭇가지, 포도, 사과, 낙엽 등의 사물들로 바꿔놓고 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얼굴과 전혀 무관한 사물들의 집합 속에서 우리는 초상화가 담고 있는 인물의 성격을 감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호박을 모자로 쓰고 있는 <가을> 속의 인물은 그의 얼굴을 구성하고 있는 포도, 사과, 감자처럼 너그러운 인품의 사람이었을 것 같다. 이렇듯 아르침볼도의 초상화에서 얼굴을 구성하는 정물들은 단순히 사물이 아닌 기관들로서, 바탕으로서의 얼굴에 잠재되어 있는 인물의 성격들을 구체화하고 있다. 분신으로서의 아르침볼도 초상화는 인물의 영혼을 눈, 코, 입이 아닌 과일이나 나무와 같은 자연 사물들로 교체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는 영혼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몸을 상상력을 동원해 무한히 변형시킨 화가였다. - 불멸의 욕망, 초상화 / 04 ‘인간제조’를 향한 발칙한 상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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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10-07 2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그림 볼때마다 웃음이ㅋㅋㅋ인용해주신 글을 보니 또 새롭네요! 서곡님 건강한 주말 보내세요^^

서곡 2023-10-07 22:57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ㅎㅎ 16세기 화가인데 포스트모던합니다 ㅋㅋ 미미님 완쾌하시는 연휴 되시기 바랍니다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