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바라기 노리코 시집에 부록으로 실린 이바라기 노리코의 글로부터 윤동주 시인의 동생 윤일주(그도 시를 썼다)를 만난 장면을 일부 발췌했다. 이바라기 노리코가 윤일주를 만난 해가 1984년인데, 윤일주는 그 다음 해 1985년에 별세한다. 윤동주 탄생 백주년 때 형제동시집 '민들레 피리'가 출간되었다.
연세대 교정의 윤동주 시비 - 건축을 전공한 동생 윤일주가 설계했다고 한다. By yknok29 - 자작, CC BY-SA 3.0, https://ko.wikipedia.org/w/index.php?curid=183388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일본에서 번역되어 출간된 1984년 가을에 나는 윤동주의 친동생인 윤일주 씨를 만나게 되었다.
그 당시 일주 씨의 부인과 따님도 함께였는데 "이 아이는 큰아버지를 무척이나 자랑스러워 한답니다"라는 말에 곁에 있던 따님이 부끄러워하면서도 청아한 목소리로 「별 헤는 밤」을 낭송해 주었다.
낭송이 끝나자 옆에 있던 일주 씨가 말했다.
"요즘 아버지 생각을 자주합니다. 아버지는 어떤 마음으로 형의 유골을 품고 후쿠오카에서 부산을 거쳐 흔들리는 기차를 타고 머나먼 북간도까지 돌아오셨을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부산에서 북간도까지라면 한반도의 끝에서 끝으로 멀고도 긴 여정이다. 분노와 통한을 풀 길도 없이 형의 유골을 품고 돌아왔을 아버지의 마음과 그 마음을 헤아리는 아들의 심연의 말들은 그 어떤 격렬한 지탄보다도 강하게 내 폐부를 찔렀다. 아버지는 아들의 옥사를 학살로 받아들였을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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