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옮긴 박완서의 글은 ‘모든 것에 따뜻함이 숨어 있다’에 수록된, 박완서의 딸 호원숙이 쓴 ‘행복한 예술가의 초상: 박완서 연대기’(1992)로부터 재인용했다. 막내를 잃은 후에 쓴 글로 보인다.
다행히 남은 자식들이 창의 불빛을 서로 확인할 수 있는 지척에서, 수프가 식지 않을 만한 이웃에서, 이 나라 끝에서 혹은 지구의 반대 방향에서 돌봐 주고 걱정해 주어 살아가는 데 힘이 돼 주고 있다. 나는 자식들과의 이런 멀고 가까운 거리를 좋아하고, 가장 멀리 우주 밖으로 사라진 자식을 가장 가깝게 느낄 수도 있는 신비 또한 좋아한다. 무엇보다도 나에게 남겨진 자유가 소중하며 그 안에는 자식들도 들이고 싶지 않다. - 자전 에세이 「나의 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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