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백수린의 '폴링 인 폴' 수록작 '유령이 출몰할 때'는 자음과모음 2010 가을호에 실렸고 발표 당시 제목은 ‘그곳에 유령이 출몰했다’라고 한다. 2010년 가을이면 새천년의 첫십년이 지나가고 2010년대의 첫 해가 저무는 시점. 짙은 안개 같은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개인은 늘 한 치 앞을 볼 수 없다.

사진: UnsplashDimitar Donovski


새로 발간된 '폴링 인 폴'(2024년)을 추가한다.


K구역의 내부로 진입할수록 안개는 점점 더 짙어졌다. 집에서 고작 삼사십 분 떨어진 곳인데 여기만 이렇게 안개가 끼어 있을 수 있다니. 놀라웠다.

선배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카페에서는 유명한 예술가들과 철학자들이 만났다가 헤어졌다. 사치와 방탕 그리고 혁명의 기운이 뒤섞여 있던 그 무렵의 카페는 종종 은어로 불렸다. 선배가 말했다. 그래서 그때 사람들은 카페에 가면서 예배당에 간다고 했대. 선배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얀마, 너도 예배당에 왔으니 회개나 좀 해라 따위의 시시껄렁한 농담을 해대며 웃었다. - 유령이 출몰할 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레이스 2023-04-15 1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수린 에세이 읽어보고 싶어요^^

서곡 2023-04-15 14:31   좋아요 0 | URL
네 최신작이라 찾아 두었는데 저도 아직 못 읽어봤답니다 예전 에세이집 ‘다정한 매일매일‘은 쉽고 편하게 읽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