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옮긴 글의 출처는 열린책들 '러시아 희곡 2'에 실린 오종우 역 '벚나무 동산'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벚꽃 동산 [Vishnyovyi sad]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101065&cid=40942&categoryId=33467
벚나무 동산 4막 희극 A. P. 체호프 지음/오종우 옮김
곧 해가 뜨려는 새벽. 이미 벚꽃이 핀 오월이지만 동산엔 아침 서리가 내렸고 춥다. 창문들은 닫혀 있다.
아침 서리가 내렸습니다. 게다가 영하 3도인데 벚꽃은 활짝 피었지요. 정말이지 우리네 날씨는 알 수 없습니다. (한숨을 쉰다.) 예, 그래요. 우리네 날씨는 종잡을 수 없다니까요.
사람은 온순한데, 이따금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죠. 멋지게 말하지만 알아들을 순 없답니다.
불행한 사람이에요. 매일 어떤 일이든 일어나거든요. 저흰 그이를 이렇게 놀려요. 스물둘의 불행이라고…….
당신의 벚나무 동산은 빚 때문에 팔리게 되어 오는 8월 22일 경매에 부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걱정 마시고 푹 주무십시오. 벗어날 방법이 있으니까…….
아무 쓸모도 없는 이 집을 비롯한 낡은 건물은 모두 철거해 버리고 시대에 뒤진 벚나무 동산도 벌목해야겠지요…….
4, 50년 전에는 버찌를 말리기도 하고 절이기도 하고 담그기도 하고 잼으로 만들기도 하고 그랬지요…….
이 책장의 나이가 얼마나 되는 지 아니? 일주일 전쯤 맨 아래 서랍을 열어 보니 거기 숫자가 새겨 있더구나. 이 책장은 꼭 1백 년 전에 만들어진 거야. 어때? 응? 기념제라도 열어 줘야 하지 않겠니? 생명이 없는 거라지만 그래도 책을 넣어 두는 장이니.
귀중하고 존경스런 책장이여! 너의 존재를 찬양하나니, 넌 1백 년이 넘게 선과 정의의 빛나는 이상을 향해 매진했구나. 유익을 향한 네 침묵의 호소는 1백 년이 흘러도 약해지지 않았고 우리 세대에게 활기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신념을 심어 주었으며 선의 이상과 공공의 자각을 가르쳐 주었도다.
오, 나의 동산! 어둡고 음산한 가을과 추운 겨울을 겪고도 넌 다시 젊고 행복에 넘치는구나. 하늘의 천사들도 널 버리지 않을 거야……. 아 내 어깨와 가슴에서 무거운 돌을 떼어낼 수 있다면, 아 나의 과거를 잊을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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