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2021년 작품집에 실린, 2020년 대상 수상자 최윤의 자선작 '얼굴을 비울 때까지'로부터
나는 서영에 대한 무수한 소문을 들으면서 이따금 질문을 던져 본다. 한 재능 있는 예술가가 어떻게 그 재능을 포기하게 되는 것일까. 서영에게 어머니라는 악재는 늘 그녀를 따라다니는 그림자 같은 것이다. 그녀가 미술판을 떠나 제주도로 내려간 것도 그렇지만 엉뚱하게 약재상집 아들과 만난 것도 서영이 엄마의 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 인생에서 만나는 악재는 약이 되기도 한다. 악재로 인생에 근육이 붙는 사람들을 가끔 만나지 않던가. 그런데 서영은 그 엄마라는 악재에 지고 말았다. 그녀는 늘 지고 있었다. 정상적인 모녀 관계와는 다른 어떤 관계의 패턴이 서영과 서영의 엄마 사이에는 형성되어 있었다. - 얼굴을 비울 때까지 | 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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