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 작가의 2020년 이효석문학상 수상 소감으로부터


최윤 - Daum 백과 (장석주) 


꽃잎 - Daum 백과





저의 어머니께서 습작시절 학교 신문에 연재했던 소설을 읽으셨던가 봅니다. 앞자리에서 과일을 깎으시던 그 분은 무심한 듯, 안타까우신 듯 말씀하셨습니다. "얘야, 너무 어두운 글은 쓰지 마."

병약하셨던 어머니는 딸이 소설가가 되기 전에 돌아가셨고, 어머니의 조언은 큰 효력이 없었나 봅니다. 저는 늘 어둡고 그늘진 생에 마음이 이끌렸습니다.

문득, 어머니의 생각이 나는 곳은 어디나 내 문학의 생가다, 라는 생각을 합니다.

어느 반항의 사춘기, 가출을 할 생각으로 기차를 타고 이 부근을 지나쳐, 당시의 세상 끝인 동해안까지 갔습니다. 그 해안 도시의 한 책방에서 시집을 몇 권 사들고 여관방에서 하룻밤을 지냈습니다. 투숙객이 많지 않은 겨울이었습니다. 여학생 혼자 밤새 불 밝히고 있는 것이 불안했던지 주인아주머니는 여러 번 "학생 자?" 하고 저를 불렀습니다. 이것이 저의 처음이자 마지막 가출이지만, 맘속으로 저는 늘 가출 중입니다. - 대상 수상작가 수상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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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23-01-12 2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
이 소설이 너무 강렬해서 저에게 최윤 작가님은 이 소설 자체로 각인되었습니다

서곡 2023-01-12 21:07   좋아요 1 | URL
문지 작품집은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를, 문동 작품집은 ‘회색 눈사람‘을 각각 표제작으로 했더라고요 저는 지금 문동 걸로 읽고 있는데 여긴 ‘꽃잎..‘은 수록하지 않았네요 아쉽게도 저는 영화만 봤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나와같다면 2023-01-12 2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가 개봉했을 때 혼자 가서 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언젠가 양재천을 걷고있는데 벚꽃잎이 볼에 떨어졌어요. 순간 우주의 무게를 느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