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걸 직감했던 것 같아. 내 손을 꼭 잡고 나를 자기 앞으로 끌어당기더니 입을 맞췄어. 마지막 입맞춤인 것처럼.

—총사령관 동지, 동지께서는 사랑을 해보신 적이 있나요? 저는 남편을 묻는 게 아니라 사랑을 묻는 겁니다.

나는 조국을 세상 무엇보다 사랑했어. 정말 사랑했지…… 이제 와서 누구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겠어?

그래서 딸아이한테 해…… 오로지 그 아이한테만…… 내가 전쟁을 추억하면 딸아이는 내가 동화를 들려주는 줄 알아.

연금이 나왔어. 그 돈으로 얼마든지 나를 위해 살 수 있었어.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해.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살고 싶더라고. 나는 공산주의자니까……

나는 내 것이 하나도 없어. 내가 가진 거라곤 훈장들, 메달들, 그리고 표창장들이 전부지.

지금은 사후세계에 대한 책을 즐겨 읽어. 저세상엔 뭐가 있을까? 거기서 누굴 만나게 될까? 엄마를 만나고 싶은데 엄마 얼굴 보기가 두렵기도 해.

지금 이건 내가 이야기하는 게 아니야. 내 안의 고통이 이야기하는 거지……

우리 이야기는 꼭 안 써도 돼…… 우리를 잊어버리지만 마……

당신과 내가 이렇게 서로 이야기를 나눴잖아. 같이 울었고. 그러니까 헤어질 때 뒤돌아서 우리를 봐줘. 우리들 집도.

낯선 사람처럼 한 번만 돌아보지 말고 두 번은 돌아봐줘. 내 사람처럼. 다른 건 더 필요 없어. 뒤돌아봐주기만 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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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8-11 12: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곡님 그동안 올려주신 이야기 되새김질하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서곡 2022-08-11 13:49   좋아요 2 | URL
두번은 돌아봐달라는 말씀에 울컥하게 되는 끝입니다. 되새김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