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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조선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0
정명섭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1월
평점 :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0번째 작품《빙하 조선》을 만나보았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정명섭 작가의 작품이라서 더욱 기대되었고 그 기대는 헛되지 않았다. 조금 더 긴 호흡의 결말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틀림없이 후속편으로 다시 만나게 될 것 같다. 결말이 아니라 다음 편을 위한 짧은 숨 고르기라 생각된다. 한여름에 눈보라와 함께 찾아온 북극 한파가 흥미로운 이야기의 시작이다. 화재 진화를 하던 멸화군 화길 앞에 눈이 내린다. 그 덕에 불길은 쉽게 잡았지만 그 후 조선은 빙하기에 접어든다.
모든 것이 얼어붙고 눈은 수시로 폭설을 뿌린다. 듣도 보도 못한 빙하기를 접한 조선의 백성들은 어떻게 될까? 기나긴 어두운 겨울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화길의 아버지는 화길에게 북으로 떠나 '따뜻한 땅'을 찾으라 한다. 그런데 남쪽이 아니라 북쪽 백두산 근처로 가서 찾으라고 한다. 그리고 그 장소는 아들 화길에게만 알려준다. 아마도 백두산에서 나오는 온천을 뜻하는듯한데 그래도 물만 따뜻하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듯하다. 여기서 뛰어난 이야기꾼 정명섭의 능력이 돋보인다. 어떤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인지 꼭 만나보길 바란다.
백두산으로 가는 길은 화길에게 그리 녹녹치 않다. 조선인을 죽이고 인육을 먹으려는 조선인을 보게 되고 그런 조선인들을 구해주는 여진족을 보게 된다. 극한에 처한 인간의 본성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그런 인간들의 모습을 보면서 함께 길을 떠난 열여섯 살 두 소년 화길과 부광의 대화가 깊은 생각에 빠져들게 한다.
"그렇다고 악하게 살아남고 싶지는 않아."
"살아남는 게 최선이고 좋은 일이면 방법은 중요하지 않겠지."
"그렇게 살아남는 게 무슨 의미겠어."
"살아남는 게 옳은 일이라면 그게 바로 의미가 되겠지."
정말 의미와 재미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소설이다. 빙하기가 가져온 일상의 파괴는 상상하기도 싫은 비극이었다. 배경은 조선이지만 그 상황은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적용될 것이다. 궁을 떠나 따뜻한 곳으로 몽진부터 생각하는 왕과 대신들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쫓는 오늘의 위정자들을 보는듯했다. 빙하기라는 재난이 얼마 후 찾아올지도 모를 미래를 보는 듯해서 더욱더 흥미롭게 만나볼 수 있었다.
소년 화길이 떠난 모험에는 배신과 은인이 등장하고 화길의 지략이 보인다. 그런 화길과 함께 멋진 모험을 떠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만나보길 바란다.
"다산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