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연일기 - 조선의 미래를 고민한 실천적 지성의 기록 클래식 아고라 4
이이 지음, 유성선.유정은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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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한나라의 군주와 학문을 논하고 토론하던 '경연'은 어떤 모습일까? 아주 경직된 모습일듯싶었지만 율곡 이이가 들려준 경연 분위기는 무척이나 자유로운듯하다. 물론 훈구 대신과 사림의 첨예한 대립을 볼 수 있는 장면들도 수시로 등장한다. 이 책《경연일기經筵日記》는 경연에서 율곡 이이가 왕에게 전하려 했던 충심을 바탕으로 당시 시대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 더욱 재미나고 흥미롭다.


명종20년(1565년 7월)부터 선조14년(1581년 11월)까지 약 17년간의 조선 역사를 육곡 이이는 어떻게 기술하고 있을까? 이 책의 구성은 사실을 기본으로 한 '기사'를 보여주고 그 사건에 대한 이이의 생각을 들려주고 있는 '논평'이 보인다. 500여 페이지가 넘는 벽돌책이지만 율곡 이이가 가진 깊은 사유를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너무나 쉽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유성선(강원대 철학과 교수)과 유정은(강원대 철학실천연구소 교수)의 번역과 해설이 편안함을 더해주고 있다.


p.455. 1581년 선조 14년 정월

흰 무지개가 해를 꿰뚫는 변고가 생기니, 삼정승이 사직하였다.


p.92. 전하께서 즉위하신 지 수년이 되었으나 나라를 다스린 효과를 아직 보지 못하고 있으니, 아마 전하의 격물치지와 성의정심의 노력이 지극하지 못하신가 합니다.


흰 무지개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연현상을 두고 한 나라의 정승들이 모두 사퇴하였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비롯해서 이 책에는 괴이한 자연현상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또한 이 책이 주는 즐거움 중 하나다. 이 책이 가진 가장 재미난 점은 수시로 '디스'하는 글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이가 선조를 디스 하는 것은 예사로 등장하고 율곡 이이가 선조를 포기하는 장면도 나온다. 선조는 왜 학문에 뜻이 없었을까? 누군가는 "그대가 추천한 이이는 어찌 그렇게 말을 경솔하게 하는가?"(p.101)라며 율곡 이이를 비판하고 또 이이는 누군가를 비판한다.


학문을 토론하는 경연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지만 솔직히 율곡 이이가 들려주는 '인물평'이 더욱 재미나고 흥미로웠다. 율곡 이이는 정철과 퇴계 이황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지금 나랏일을 하려는 이들의 계획은 틀렸다. 무슨 일을 하려면 마땅히 개혁이 있어야 한다."(p.75) 10만 양병설의 주인공 율곡 이이가 꿈꾸던 '개혁'은 어떤 모습일까? 경연일기라는 제목이 주는 딱딱함과 무미건조함은 시작부터 사라진다. 율곡 이이라는 개인이 서술한 역사를 흥미롭고 재미나게 볼 수 있는 전혀 부담되지 않는 매력적인 책이다.



"arte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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