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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번 진짜 안 와
박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마치 "머피의 법칙"같은 날이 있다.
아침부터 하루종일 사소한 것을 시작으로 이것 저것 꼬이는 날.
그런 날은 정말 희한하게도 될 일도 안 되고, 잠재적이였던 문제도 그 날 터지고,
지하철도 딱 놓치고, 맘 먹고 사려고 했던 빵도 딱 떨어지는등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여기 또 한명의 머피의 법칙 같은 책 속의 주인공 "고남일"이 있다.
'안되도 안되도 이렇게 안되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사랑도, 일도, 좋아하는 취미에서도 문제가 생기는 고남일.
결국엔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런던으로 간다.
그러나 런던에 간다고 따라다니던 머피의 법칙이 없어질리가 있나.
초반에는 잘되나 싶더니 역시나 얼마 안가서 머피의 법칙이 시작된다.
툴툴대고 좌절하는 것 같으면서도, "에잇 @(&$^%@@(&$#^" 이렇게 욕을 해가며 힘을 내서 다시 해보고, 또 해보는 고남일.
그런 고남일이 불쌍하고 안타까웠던지 전지전능하신 롹스피릿님도 등장한다.
처음엔 마치 하느님같은 롹스피릿님의 등장에 '유치한가?'라는 생각도 잠시했었는데
어느새 너무나 현실적이고, 욕도 마구 날리시는 존재감에 웃음이 터졌다.
전체적으로 문장들이 여과없이 너무 리얼하게 표현되고 있어서 중간 중간 웃음이 빵 터지는 부분도 있다.
문장을 이쁘게 꾸미려고 하고, 너무 진지하고 무겁게 표현했다면
내용도 한없이 무거워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안타까운 마음만 들었을텐데
조금은 가볍고, 있는 그대로 직선적으로 표현하니 읽을때의 부담감 없이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혹시 이 책에 작가님의 이야기가 어느정도 담겨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더 현실감을 느꼈던 것 같다.
평범한 듯 또는 평범하지 않게 살아가는 우리들속에서 고남일의 지친모습과 기다리는 모습을 본다.
누구나 원하는 일에 대해 열심히 노력하고 살테지만 그게 참 뜻대로 잘되지 않는다.
그래서 때로는 "왜 나만 이러나" "되는 게 하나도 없네"라는 생각을 하면서 지치고 좌절하고 힘들어한다.
그래도 힘내서 살아가야 하는 인생들이 참 애달프다.
고남일이 기다리는 15번 버스는 진짜 안 온다.
한번도 제대로 온 적이 없다.
그 기다림의 끝이 언제인지, 오긴 오는건지, 어쩌면 영원히 기다리는 건 아닌지.
그래도 언젠가는 기다림의 끝이 있을거라고 믿고 싶다.
오늘도 어디선가 욕을 날리며 15번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고남일과 우리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좌절하기 말기를.. 그렇게라도 힘을 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