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삭이는 자 1 속삭이는 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시공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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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화려한 표지에 마네킹 팔이 6개 보인다.
스릴러 소설답게 호기심을 유발하는 표지와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해왔다는 것이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잘 접하지 않던 이탈리아 스릴러라서 지루하지는 않을까 생각했지만 1권의 첫 장을 넘기면서 난 이내 쏙 빠져들고 말았다.


 

일주일 사이 5명의 어린소녀들이 사라지고, 이어서 왼쪽팔 여섯개가 발견된다.
사라진 어린 소녀는 5명인데 발견된 팔은 6개.
마지막 한 개의 팔이 누구 팔인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그 소녀가 살아있다는 생각으로 경찰과 범죄학자들은 수사를 시작한다.


처음엔 어린소녀들의 연쇄살인 사건이라서 소아성애자의 사이코패스적인 행동들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읽을수록 그렇게 단순한 사건이 아님을 알고 놀랐다.


 

사라진 소녀들의 시체가 하나씩 발견되면서 살인범과 경찰들의 흥미진진한 게임이 시작된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살인범이 펼쳐놓은 시나리오를 따라가며 경찰들은 시체 하나씩을 발견하게 되지만
전혀 누가 범인인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항상 경찰보다 한 발 앞서 있는 상황이 혹시 범인이 수사를 하는 경찰이나 범죄학자중에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상상도 해보았지만 역시나 섣부른 판단이였다.


 

점점 긴장감이 생기고, 조금씩 사건이 밝혀지는가 싶었는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더욱 놀라게 만든다.
2권이라는 분량이 많다는 생각을 전혀 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없이 빠져들게 만들었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교도소장의 편지는 무언가 알 수 없는 긴장감을 배가 시켰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난 후 모든 그림이 정확하게 잘 맞아떨어지는 짜임새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그리고 왜 제목이 "속삭이는 자"가 되었는지, 그 제목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 제목인지도.


 

모든 사람의 마음에 적게든 많게든 자리잡고 있는 악의
그 악의를 건드릴 수 있다면, 누군가 내게 속삭여서 내 안의 악의를 깨울 수 있다면
난 악마가 되는 것일까? 엄청난 사이코패스가 될 수 있을까?


 

어린아이에 대한 사건은 언제나 마음이 불편하지만, 범죄학자 출신의 작가다운 세밀함이 돋보이고,
한순간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재미는 물론 생각해 볼 수 있는 점도 있어서 좋았던 책이다.


 

단 한권의 작품으로 날 사로잡은 도나토 카리시 작가.
앞으로 주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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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의 회전 세계문학의 숲 6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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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출판사에서 나오는 세계문학시리즈중의 여섯번째 이야기다.
한달에 한권씩이라도 고전 문학류를 읽어보기로 했는데 첫달인 이번달은 이 책으로 결정했다.
편견일지도 모르나 어렵고 지겨울 것만 같은 고전류에 대한 느낌은 표지와 제목에서도 나타난다.
이 책도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는 제목과 흔들리는 오묘한 느낌의 알 수 없는 표지때문에 '지루하거나 공감못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주인공 그녀는 어린남매들을 보살피기 위해 시골의 한 집에 가정교사로 들어간다.
그리고 도착하는 그 날부터 그녀에게 유령이 보이기 시작한다.
유령의 존재는 누구인지,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과연 결말이 어떻게 될지 정말 궁금했다.

한번 읽기 시작하니 유령의 존재와 결말이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되었고,
몰입이 잘 되다보니 일반 소설책과 다를바 없이 재미를 느꼈다.

점점 압박해오는 유령의 존재에 대한 그녀의 심리상태가 잘 묘사되어 있어서 나도 모르게 점점 긴장하게 되고, 숨죽이면서 읽었다.

계속 읽다보니 머릿속에 맴도는 영화가 있었다.
바로 니콜키드먼 주연의 "디 아더스".
그래서 결말이 그녀와 남매들이 오히려 유령이고, 그녀가 생각하는 유령들이 사람이지는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정말 그랬다면 조금 실망했을수도 있겠지만 결말은 전혀 예상치 못하게 정리가되었다.
아니 정리가 되지 않았다고 해야할까?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읽고 덮으면서 난 한동안 곰곰히 생각해 볼 수 밖에 없었다.
결말을 우리에게 맡겨버리는 작가의 의도를 생각해보고, 내가 생각하는 결말이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유령은 정말 존재하는 것인지, 그녀의 환상이였던건지,
오직 그녀에게만 보이는 유령이라는 존재때문에 오히려 그녀가 유령이였던건 아닌지,
어리고 천진난만한 남매들의 진짜모습은 사악함이 있었던건 아닌지.

무엇하나 확실하지 않고, 모호한 결말때문에 처음엔 멍한 기분도 들었지만
반대로 마음껏 상상해볼 수 있는 것이 더 크게 느껴져서 매력적이였다.



어렵게만 생각했던 세계문학, 한국문학에 대해 조금은 편안히 다가갈 수도 있을것 같은
자신감도 생기고,
무엇보다 자세한 심리묘사때문에 1인칭 시점으로 함께 느낄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좋았다.
그래서 아마 결론에 대한 모호함도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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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천 정사 화장 시리즈 1
렌조 미키히코 지음, 정미영 옮김 / 시공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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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들풀이 자라난 오솔길의 표지와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제목을 보고는
오래된 일본 영화의 포스터를 보는 느낌이였다.
들풀이 보이고, 꽃무늬가 한가득인 띠지때문인지 예쁜 느낌이였는데
꽃을 소재로 한 스릴러 장르하고 해서 더욱더 궁금하게 만들었던 책이다.


 

"정사"가 사랑을 이루지 못한 남녀가 동반 자살 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뭔가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꽃을 소재로 5개의 이야기가 실린 일본 단편소설이다.
'등나무 향기, 도라지꽃 피는 집, 오동나무 관(棺), 흰 연꽃 사찰, 회귀천 정사'등
단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꽃이 매개체가 되어 이야기가 전개된다.
4번째 단편에 '연꽃'이 들어가서 개인적으로 더 관심이 가기도 했다.


 

꽃에서 꽃잎이 하나씩 하나씩 떨어지듯이 살인 사건들이 발생하고,
꽃의 향기가 점점 사그라들듯이 안타까운 사연들이 마음을 적신다.
분명히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을 추적하고, 원인을 파헤치는데 기존에 읽어봤던 일본 추리소설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추리소설을 많이 읽어봐서 엄청난 반전이 없으면 분명 실망할 만도 한데 글의 분위기가 주는 신선한 느낌때문에 흥미로웠다.


 

스릴러 소설이 이렇게 아름답고 우아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다.
꼭 꽃을 소재로 해서 그런건 아니다.
꽃이 매개체가 되긴 하지만 이렇게 현실적인 느낌과 몽환적인 느낌의 경계선에서
지나치지 않게 딱 표현할 수 있는 작가의 역량이 대단한 것 같다.



상상도 못할 정도의 대단한 반전까지는 아니여도
추리, 스릴러 소설답게 이 책에도 반전도 있고, 트릭도 있다.
기존에 스릴러 소설이나 추리소설을 읽을때는  트릭을 찾고, 결말을 예상하는 것만 중점을 두고 읽었었는데
스릴러 소설이라고 해서 꼭 반전과 트릭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 책이다.

 

피비린내나는 깜깜한 달밤이지만 벚꽃이 흐드러지게 휘날리는 장면이 상상되는 느낌이라면 표현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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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를 사랑하나요
김하인 지음 / 이야기(자음과모음)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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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향기"로 처음 알게된 김하인 작가님.
그 책의 아련함과 아픈 사랑의 이야기가 어렴풋이 아직도 남아있다.
"허브"라는 말만 들어도 허브향의 느낌처럼 상큼하고 산뜻해야겠지만
제목의 느낌은 김하인 작가님의 이전 책에 대한 느낌때문인지
푸르고 산뜻한만큼 더 아플 것 같았다.

그리고 역시 나의 추측은 맞았다.

함께 바이크를 타고 가다가 사고로 첫사랑 그녀를 잃어버린 죄책감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남자와
함께 동거하며 점점 사랑하게 된 남자가 떠나버린 상처를 힘들어하는 그녀가 있다.

남자도 여자도 각각 상처가 있었지만 그들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잊으려고 노력했다.
노력하는 하나 하나가 정말 스스로 몸에 생채기를 내듯 고통스러워보였지만
그래도 그렇게나마 살아가는 그들이 다행이였다.

하루 하루 힘겹고 불안하게 살아가는 남자와 여자가 드디어 만났다.
'혹시 서로가 그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작은 희망을 걸고 싶었지만
왠지 계속 아슬아슬한 마음은 나도 모르게 슬픈결말을 예상했나보다.

그들은 왜 그렇게 마지막까지 질주를 했어야 했을까?
왜 멈추지 못했는지, 남자든 여자든 누구 한명만이라도 멈췄다면
그들은 행복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정말 안타깝다.

그들의 상처만큼 아프지 않아서인지,
상상이 잘 안되서인지,
행복의 기준이 달랐던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남자, 그 여자의 선택에 충분히 공감되지는 못했다.

아마 나도 모르게 자꾸 이성으로 상상하고 판단하려했던것은 아니였을까?
아니 어쩌면 그들의 상처가 그대로 나에게 전해질까봐 두려워서 피했는지도 모르겠다.
결말을 향해가면서 한 장 한 장 넘길때마다
그 끝이 보이는 것 같아서,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넘기기가 꺼려졌다.
예상했지만 다 알고 있었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서는
안타깝고 처연한 마음을 어쩔수가 없어서 크게 한 번 한숨을 쉬였다.

이해하려 하지 말고, 느껴지는 감정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김하인 작가님의 문장속에서 놀다보면 비록 아픔일지라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남자 그 여자의 마음을.

그리고 바라게 될 것이다.
그 남자 그 여자의 작은 행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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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번 진짜 안 와
박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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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머피의 법칙"같은 날이 있다.
아침부터 하루종일 사소한 것을 시작으로 이것 저것 꼬이는 날.
그런 날은 정말 희한하게도 될 일도 안 되고, 잠재적이였던 문제도 그 날 터지고,
지하철도 딱 놓치고, 맘 먹고 사려고 했던 빵도 딱 떨어지는등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여기 또 한명의 머피의 법칙 같은 책 속의 주인공 "고남일"이 있다.
'안되도 안되도 이렇게 안되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사랑도, 일도, 좋아하는 취미에서도 문제가 생기는 고남일.

결국엔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런던으로 간다.
그러나 런던에 간다고 따라다니던 머피의 법칙이 없어질리가 있나.
초반에는 잘되나 싶더니 역시나 얼마 안가서 머피의 법칙이 시작된다.


툴툴대고 좌절하는 것 같으면서도, "에잇 @(&$^%@@(&$#^" 이렇게 욕을 해가며 힘을 내서 다시 해보고, 또 해보는 고남일.

그런 고남일이 불쌍하고 안타까웠던지 전지전능하신 롹스피릿님도 등장한다.


처음엔 마치 하느님같은 롹스피릿님의 등장에 '유치한가?'라는 생각도 잠시했었는데
어느새 너무나 현실적이고, 욕도 마구 날리시는 존재감에 웃음이 터졌다.



전체적으로 문장들이 여과없이 너무 리얼하게 표현되고 있어서 중간 중간 웃음이 빵 터지는 부분도 있다.
문장을 이쁘게 꾸미려고 하고, 너무 진지하고 무겁게 표현했다면
내용도 한없이 무거워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안타까운 마음만 들었을텐데
조금은 가볍고, 있는 그대로 직선적으로 표현하니 읽을때의 부담감 없이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혹시 이 책에 작가님의 이야기가 어느정도 담겨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더 현실감을 느꼈던 것 같다.



평범한 듯 또는 평범하지 않게 살아가는 우리들속에서 고남일의 지친모습과 기다리는 모습을 본다.
누구나 원하는 일에 대해 열심히 노력하고 살테지만 그게 참 뜻대로 잘되지 않는다.
그래서 때로는 "왜 나만 이러나" "되는 게 하나도 없네"라는 생각을 하면서 지치고 좌절하고 힘들어한다.
그래도 힘내서 살아가야 하는 인생들이 참 애달프다.




고남일이 기다리는 15번 버스는 진짜 안 온다.
한번도 제대로 온 적이 없다.
그 기다림의 끝이 언제인지, 오긴 오는건지, 어쩌면 영원히 기다리는 건 아닌지.
그래도 언젠가는 기다림의 끝이 있을거라고 믿고 싶다.


오늘도 어디선가 욕을 날리며 15번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고남일과 우리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좌절하기 말기를.. 그렇게라도 힘을 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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