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언어의 줄다리기 - 언어 속 숨은 이데올로기 톺아보기
신지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은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것입니다>>
"아빠, 이건 어떻게 쓰는 거야?"
며칠 전 딸아이가 물었다.
아직 한글을 배우고 있는 6살 딸아이, 모든 게 신기하게 보일 나이.
녀석은 한글이 마치 그림처럼 재미있나보다.
그림처럼 하나 하나 따라 쓰기(배낌)도하고, 나름 소리내어 읽기도 한다.
물론 아직 서툴다.
하지만 글에 대한 녀석의 열정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한글을 뗀 오빠는 제법 글을 잘 읽는다. 다만 아직 쓰는 건 조금 서툴다. 하지만 서툴면 그런대로 맞은면 맞는대로 놔둔다. 녀석의 글을 보는 이가 조금씩 고쳐주면 될 일이다.
사실 나도 직업상 글을 많이 쓰고는 있지만, 두려운 일이다.
누군가에게 평가받아야 하는 일이고, 항상 빨간펜으로 수정을 두려워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한글 어문법을 완벽히 아는 것도 아니라서 수정에는 반드시 이유와 근거를 찾아야 한다. 어려운 일이다.
한글세대인 나는 한문세대와는 사뭇 거리감을 느낀다. 물론 유학파들이 쓰는 영문번역투 어체를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세상은 다시 돌고 돌아 중국어를 배우려는 이들이 많다.
각설하고 언어는 살아숨쉬고 있다. 나는 그렇게 느낀다. 세대와 시대를 따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우리말은 날로 성장하고 발전하고, 퇴화되고 있고, 소멸되고 있다.
언어의 줄다리기.
언어 속 숨은 이데올로기 톺아보기.
신지영 지음에 21세기 북스에서 펴냈다.
톺아보기라는 말은 구석구석 꼼꼼히 살펴본다는 뜻을 가진 순 우리말이라는 설명이 눈에 들어오지만, 순우리말에 대한 정의에 관해서는 여쭤보고 싶다. 그 기준점이 어디에서 부터인지와 그 근원에 관한 학문적 논지를 순수한 호기심에서 따져보고 싶다. 오해는 마시라. 딴지는 아닌 그거 궁금함때문이다.
책에 대한 설명는 이미 책을 소개하는 글에 다 나온 듯 싶다.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단어 '대통령'. 극단적 성차별 언어 미망인과 과부, 이분법적 이데올로기가 담긴 기혼과 미혼"
대통령이란 단어에는 국민을 주권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여기는 이데올로기가 숨어 있다.
아직 죽지 않는 죄인이란 뜻의 미망인이나 부족한 사람이 된 부인쯤으로 해석되는 과부 역시 극단적으로 여성을 폄훼하는 모멸적인 언어다.
지은이는 신지영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국어국문과를 맡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런던대학에서 박사를 끝내고, 지금은 음성공학과 언어병리학을 연구하고 있다.
이미 말소리의 이해, 한국어의 말소리, 쉽게 읽는 한국어학의 이해, 한국어 문법 여행, 열려라 말, 한국어 발음 교육의 이론과 실제, 말소리 장애 등의 책을 펴낸 바 있다.
과히 전문가의 필모그래피(?)를 보여주는 저자의 활약상이다. 이 쯤되어야 사람들로부터 어떤 옹졸하고 치졸한 언어에 대한 주장도 단번에 반박할 수 있을 듯한 자신감을 보여준다는 생각이다.
책은 줄다리기라는 제목답게 경기장으로 구분지어 설명한다. 무려 10번째 경기장까지 있다. 대단히 두껍고 담긴게 내외적으로 충실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마치 책장에 전리품처럼 두고두고 봐야할 듯 싶은 그런 국어책이다. 내가 마음이 흔들릴 때 바로 꺼내 봐야할 책이다.
저자의 학술적인 가치를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이처럼 국어, 우리나라 한국어, 한글에 관한 전문가는 무려 4년에 걸쳐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해 언어의 줄다리기라는 결과물을 집대성했다.
비단 저자가 이 책 하나가 아니라 앞으로 더 많은 한글 단어와 한국어에 관한 설명들을 곁들인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길 기대한다. 비단 내가 아니라 이 땅의 모든 한국어 한글을 배우려는 이들과 관심 깊은 이들에게는 충실한 교과서가 되기 때문이다.
대통령 각화와 대통령님을 시작하는 첫 번째 경기장을 시작으로 책은 무려 10번의 경기장을 소개한다. 대통령은 지금 줄다리기를 기다리는 중, 관점과 관점 사이의 줄다리기, 미혼과 비혼의 줄다리기, 미망인과 유가족, 여교사와 여성 교사, 청년과 젊은이, 요즘 애들과 요즘 어른들, 자장면과 짜장면, 용천과 룡천의 줄다리기를 살펴보고 있다.
사실, 저자의 말 처럼 이런한 단어들에 관해 지금껏 무관심했고, 그저 그냥 아는 만큼만 사용한 점이 부끄럽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언어에는 많은 뜻이 담겨져 있구나를 새삼 느꼈다.
언어와 권력의 관계, 남자와 여자라는 성차별적인 단어들이 친숙히 자리잡고 있고, 남과 북의 언어가 한글 한국어와 조선어로 갈리면서 생긴 문제들까지 참 복잡하고 다단한 문제들이 얽히고 섥였다.
나 뿐만 아니라, 요즘 세대의 청년고민들에 관한 부분은 교육현장에서 더욱 많이 느끼는 저자가 아닌가 싶다.
우리가 생각하는 문제는 결국 우리 자신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싶다. 언어적인 부분은 누군가 내가 대우받고 남보다 존경받는 모습을 위해 태어나고 그리 불려지도록 관습화시켜 놓은 것이 아닌가 한다.
저자는 각하를 쓰면 안되는 이유는 대한민국은 국민 모두가 주인인 평등한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각하는 중국의 사대주의에서는 제일 말단인 셈이다. 공화국을 거치면서 결국 대통령을 높여부른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1조는 틀렸다. 저자 역시 ‘크게 거느리고 다스리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대통령’이란 단어를 지적한다.
이제는 주권자인 국민이 선출한 국민의 대표라는 뜻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기에 이 단어 역시 줄다리기를 한다는 것이다.
아직 죽지 않은 죄인이라는 뜻의 미망인(未亡人)은 언론에서 예사로 다뤄지고 있다. 남편이 죽어서 이제 부족한 사람이 된 과부(寡婦)는 너무나 자연스럽다. 과거 관습처럼 사용된 단어의 뜻은 결국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런게 언어적 차별이고 폭력이 아닐까 싶다.
청년이라는 단어는 왜 여성을 포함하고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함의는 없었는지, 학생회는 왜 여학생회가 별도로 있는지? 여자대학교는 왜 있는지, 우리사회속 기혼과 미혼은 적절한 구분인지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지루함이 없다.
또 다른 이야기지만, 차를 타고 가던 아들이 묻는다.
"아빠 여대생 마사지는 여대생이 하는 마사지야? 여대생이 손님인거야?"
"응? 뭔 소리야?"
"저기 간판에 여대생 마사지라고 써 있어"
"음 그건 아마 여대생들이 많이 피곤해서 그런가봐"
뭐 대충 둘러대고 말았지만, 간판에 떡 하니 자리잡은 여대생 마사지에 대한 아들녀셕의 호기심은 참 대단하다. 왜 남대생은 없고, 마사지는 여대생만 받는거냐며? 뭐 한 동안 설명하느라 애썼다. 우리나라 말이 참 어려운 단어임을 아이들 한글 가르치면서 느낀다. 한글은 결국 어렵다.
저자는 요즘 애들이 쓰는 극단적인 줄임말이나 급식체를 관해서는 남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우리 세대풍자이고, 그 시대 그 시대마다 나타나고 사라진 또래언어인 셈이다.
하긴 방가방가라는 통신체를 한 때 썼던 세대인 나 역시 지금의 새로움은 낯설음으로 다가온다. 그들만의 리그에 끼지 못한 소외감과 어찌하든 그들처럼 유행에 뒤처짐없이 따라하고픈 애어른의 마음을 들킨 듯 부끄럽다.
저자는 마지막 말로 이 책의 쓰임새를 말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서로 다른 생각들이 정면으로 출동하며 벌이는 언어 표현들 사이의 다양한 줄다리기를 관전했다. (중락)언어표현들 사이의 충돌을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소통의 문제를 고민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책의 제목인 '언어의 줄다리기'는 진행중이다. 언어는 살아움직이며 또 다른 쓰임새를 만들어내고 있다. 소통의 수단이 된 언어가 어디서 활용되고 사용되는지, 왜 많은 사람들이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고 나타내기 위해 노력하는를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쓰는 이 글에서도 나만의 글로 감정과 느낌을 정리해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다시금 느끼게 해 준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단순한 국어에 대한 흥미를 갖는 이들이나, 언어와 언어적 사회기능에 관한 궁금증이 있다면 꼭 한 번 찾아 읽어야 할 책 같다. 그리고 추천한다. 글을 쓰는 이들, 써야만 하는 이들이라면 꼭 함께 고민하고 소통해야 할 책이다.
<<이 글은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