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에 미친 청춘 - 한국의 색을 찾아서
김유나 지음 / 미다스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학창시절 난 뭔가에 빠지는게 지독하게 싫었다.

그래서 종교도 취미생활도, 공부도, 운동도 뭐든 한 가지에 욕심을 내어본 일이 없다.

다만 골고루, 자주 참여하는 데 뜻을 둘 뿐이였다.

사실 난 두려웠다. 뭔가에 빠져지내는게 너무 큰 희생을 치뤄야 하는게 아닌가하는 두려움.

불안감. 내가 이렇게 몰두하는 사이 내 옆을 지나가는 모든 것들을 포기하는 불안함.

그게 싫었다. 어쩌면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버린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우린 하나에 몰두하는 사람들을 보고 장인이나 달인(이건 잘되고 있을때)라 부른다.

하지만 외골수, 오타쿠, 매니아(쫌 다르지만), 어쩌면 스토커, 자폐아 이들을 지칭할땐 어감이 다르다.

뭔가 하나에 몰두하는 이들이지만 음침하고, 우울하고, 뭔가 안되보이고, 정신적으로 문제있는 듯 바라보기 때문이다.

 

사실 이들은 미쳤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하나만 집중해서 그리 몰두할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의 세상은 그들이 보고 싶은 것만, 그들이 받아드리고픈 세상만 처다볼 뿐이다.

여기 그런 미친 사람이 또 있다. 그녀 역시 달인, 장인의 경지에 오르고픈 욕망에, 또는 그 욕심에 사로잡혀 모든것을 떨쳐내고, 지금 미쳐있다.

 

김유나, 그녀는 천연염색가이다. 천연염색 하나에 빠져있는 미친 청춘이다.

한국태생이지만 캐나다에서 공부하고, 뉴욕에서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던 젊은이.

초등학교 5학년에 꿈꾸던 패션디자이너, 그꿈을 위해 캐나다에서 치열하게 공부했다.

부모님을 설득해 뉴욕에 명문 패션학교를 선택하고, 공부하던 중, 그녀는 운명과 마주한다.

나주천연염색문화관에서 기획안 웹툰 '색으로 말하다'

 

그리고는 그녀는 색에 미치기 시작했다.

돌연 뉴욕생활을 접고 한국에 와서 천연염색 공방에서 수업을 듣고, 전국을 1년 내내 떠돌며 천연염색 공방을 누비기 시작한 것이다.

 

책은 3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오방색, 오간색, 나의 색 당신의 색.

오방색과 오간색은 10가지 색상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있다.

때론 동서양 세계사를 넘다드는 역사적 색에 관련된 상식들이 소개되고,

때론 전국에 흩어진 공방이야기가 가득하다.

 

어쩌면 그녀가 느끼는 색에 관한 백과사전처럼 이야기는 막힘이 없다..

오방색과 오간색, 그 화려한 색상들의 아름다움이 사진과 함께 컬러풀하게 펼쳐진다.

 

이렇듯 그녀의 열정에는 젊음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앞 뒤 옆을 재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색을 찾고 그 속에서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청바지 하나 만드는 데 필요한 물 1만2천리터'

어느새 그녀는 색에 미친게 아니라 천연에 미쳐있었다.

자연스러운 색, 지구의 본연을 찾는 색을 찾고자 하는데 그대로 자연에 동화되어버린 것이다.

패스트한 사회에 슬로우한 생활을 덧붙였다.

 

p343.

"색에 미친 나의 열정이 당신에게 퍼지고, 또 당신의 열정이 그 누군가에게 퍼져나갈 것이라 확신한다. 그래서 천연염색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자연의 정신과 진정성 있는 영혼이 온 세계에 가득 차고, 곳곳에서 아름다운 색으로 빛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그녀의 마지막 말이다. 어쩌면 이 책을 통해 하고픈 그녀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글이다.

 

사실 이 책을 말하기란 쉽지 않다. 그녀의 수필집, 색에 관련된 학습서가 될 수 있다.

천연염색에 관련된 사진집이 되기도 하고, 공방체험기라고도 볼 수 있다.

게다가 자신의 환경사랑, 천연염색의 정신적 자유와 평화, 자연스러움이 녹아든 책이다..

 

그래 맞다. 사실 책은 쉬워 보이면서도 어렵다.

그녀의 정열을 나 같은 독자는 따라가기가 벅차다.

그 젊음의 열정가득한 눈매로 바라보는 세상의 색에 대한 그녀만의 고찰은 내게 어렵다.

화려한 다채로운 색상의 향연은 때론 무채색의 소음에 가깝다.

차라리 뜨거운 태양빛 아래의 강열한 원색이 그리워지는 느낌이다.

 

자신만의 열정이 꺼져버린 청춘이나, 아직 인생을 허무하게 낭비하는 생각이 젊은 청춘들에게 좋은 책 같다. 하나의 일에 미쳐서 몰두하는 그 자세야 말로 어떤 강열한 결과나 내용보다도 와 닿는게 많다.

 

ps. 공방소개와 참고도서 목록까지 있는 이 책이야말로 전국 모든 천연염색 공방의 교과서가 될 듯 싶다. 그녀의 열정에 감복하지 않는 이들이 어디 있으랴. 내용의 깊고 넓음을 떠나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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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리 2012-01-05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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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여자집 2012-01-05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