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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면 없어라 - 김한길 에세이, 개정판
김한길 지음 / 해냄 / 2011년 10월
평점 :
아주 먼 옛날의 이야기처럼, 나도 한 때는 그렇게 살았지.
아니 난 그 때 이렇게 살았단다....이런 추억의 부스러기.
옛 일의 추억은 되돌아보면 참 부질없는 고민과 왜 그런 일에 일비일희하며 살아야했는지...
참, 아련하다는 말이 정답같다.
1975년, 난 이 시대를 잘 모른다. 다만 내가 태어난 해라는 것밖에는.
1981년, 서울. 김한길, 그는 미국에 갔다.
내가 태어나 시골에서 맘 편하게 지내고 있을때, 그는 고민가득 안고 서울을, 한국을 떠났다.
이 책은 지난날의 추억을 담아내고 있다.
작가 김한길, 국회의원 3선에 여당 원내대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문화관광부장관 등 화려한 이력뒤에, 그의 젊은 날의 초상과 방황들에 대한 이야기 담겨진 책.
김한길, 눈 뜨면 없어라.
해냄에서 또(?) 펴냈다.1판 1쇄가 지난 1993년, 이후 1판 21쇄, 2판 1쇄, 2판 5세, 그리고 지난 10월 3판 1쇄, 그리고 지금 3판 2쇄가 나온 것이다.
출판사는 친절하게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이 글은 작가가 1982-1983년 문예지 <문학사상>에 2년여 간 연재한 원고를 [미국일기]로 출간한 것을 1993년 '눈뜨면 없어라'로 제목을 바꿔 출간한 후, 2011년 장정과 디자인을 새로이 하여 펴내는 것"
이런 무슨 책이길래, 도대체 몇 쇄를 찍어내고도 모라자서 10년이 지나서 첫 출간된 이후, 또 10여년이 흐른후 또 세상과 마주한단 말인가?
궁금증은 더해가는데, 책을 소개하는 띠지에 이런 문구가 있다.
'독자들이 먼저 찾아 읽고 전설처럼 전해준 젊은 날의 방황과 고뇌'
'이렇게 웃기는/슬픈/아름다운/고백은 없었다'
'안타깝고 아리고 지독하게 그리운 김한길 젊은 날의 일기'
아, 그렇구나.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또는 뭔가 통하는 게 있는 글이구나.
과연 그랬다. 손에 잡고 한 번에 다 읽어내려가는 글이, 이시대와 통하는게 있었다.
젊은 날의 고뇌, 방황, 삶의 팍팍함이 무려 20여년을 지나서도, 아니 글 속에 등장하는 시대로 따지면 30여년이 지나서도 독자들에게 유효한 것이다.
이게 말이나 되는지, 슬프다.
시대의 젊은 고뇌는 결국 30여년을 지나도록 해결되지 못하고, 도돌이표.
반복되는 지구촌의 역사적 현실이 고달픈 청춘들에게 기성세대가 책임을 물어야 할 것같다.
도대체 30여년간 뭘했냐구, 허공에라도 소리쳐보고 싶다.
이 책의 제목은 내 생각에 미국일기가 정답이다.
눈 뜨면 없어라는 결국 나중에 작가의 변을 따온 제목이기 때문이다.
미국일기, 김한길, 그의 젊은 날의 고뇌.
한국사회속의 부조리에 쫓기듯 결혼과 미국 유학길.
그는 여느 유학생들처럼 지독한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다.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정외과를 다녔든 피아노를 전공하고, 바이올린과 첼로를 배웠지만,
그네들은 미국땅, 그 낯선곳에서 세탁소와 옷가게, 주유소를 운영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때론 막노동으로, 때론 식당에서 그들을 찾는 일상들이 고달프다.
젊은 김한길은 그 나름의 일기속에 그의 생각을 녹여냈다.
한인들이 모여사는 로스엘젤리스(LA)의 사회상은 지금도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마트를 돌아다니며 일자리를 구걸하고,
결국 흑석동이라 불리는 흑인밀집구역에서 불안과 위험속에 자리잡는다.
김한길은 당시 미국의 시대상을 일기속에 품어 넣어놨고,
한국을 가끔씩 그리워하며 또 한 마디 내지른다.
내가 유학생이라면 싶을 정도로, 그의 삶은 참 사실적이다.
공안, 시대적 상황에 내몰린 그 역시 역시 사람이다.
시간이 흘러 후배들이 미국에서 흥청망청 놀이에 한바탕 비웃음을 보여주던 그.
그의 생활고에 결혼생활의 행복은 저 만큼 미뤄둔체, 아내와 생이별하는 아르바이트 시간들.
아침, 낮, 저녁이 뒤바뀌고, 아내의 옷가게 아르바이트를 중고차로 바래다주는 사이.
아이가 생기고.
결국 체력고갈과 힘든 결혼생활에 그는 주유소 알바를 그만두고,
새롭게 시작하려 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운 좋게 얻는 기자직 명함.
이게 바로 김한길의 새로움을 던져주는 사건이다.
필력을 키우고, 사람을 사귀고, 아들을 얻으며,
그의 젊은 날의 방황도 차차 정리되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미국일기는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다.
고뇌하고 힘들고, 어렵다는 시련이 지금의 독자와는 호흡이 맞다.
(다만 내 생각이다.ㅜㅜ)
부록으로, 그 김한길을 각인시켰던, 병정일기가 실려있다.
대학일기도 함께 있다. 다만 시대적 상황이 변해선지, 감흥은 미국일기보다 떨어진다.
작가후기 '눈뜨면 없어라'의 마지막 구절이 내 가슴을 후벼판다.
"그때 그때의 작은 기쁨과 값싼 행복을 무시해 버린 대가로(이혼에 성공한다ㅡ/ㅡ)"
지금 이 순간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매일 매일 행복을 안겨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