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소피 커틀리 지음, 허진 옮김 / 위니더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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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으로 가는 길] 지난 주에 읽은 동화책이다.

찰리의 12살 생일날  띠 동갑 남동생이 태어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린이의 시간이 끝날 쯤, 동생이 생긴다면 어떨까? 나도 동생이 있다. 두 살 터울인 동생과는 자주 다투었던 기억 밖에 없다. 동생은 막내라고 온 가족 모두 엄청 사랑해주었다. 난 어땠을까? 내가 특별히 사랑 받고 있다고 느낀 적은 별로 없었다. 5남 3녀에서 일곱 번째를 더구나 딸을 누가 주목한단 말인가? 남동생은 인물도 장난 아니게 잘 생겼다. 내 기억으로는 어머니의 농담 반 진담 반의 넋두리가 가슴에 콕 박혀있다.

"밑의 둘은 안 낳았으면 편했을 텐데!"

그렇지 않으면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

어른들이 나와 동생을 놀리느라 하는 말이었고, 우리도 잘 알고 있었지만 어린 마음에 엄청 듣기 싫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말을 하면서 놀리는 것이 그분들의 서툰 애정 표현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의 찰리는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 하다가 건강에 문제가 있는 동생이 생기면서 자신이 부모님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그러면서 평소에 놀이터인 숲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시대를 넘어서 석기시대로 돌아가서 모험을 하게 된다. 

석기 시대 소년 하비의 가족에게도 위기가 있다. 찰리는 하비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도록 돕고, 자기도 다시 현실의 가족에게 돌아온다. 


모든 가족에게는 작든, 크든 문제가 있다. 가족이라면 그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함께 풀어나가면서 행복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어른들은 "니가 뭘 알아?"또는 "엄마, 아빠가 알아서 할게. 넌 공부나 잘해." 하면서 문제에서 아이를 배제 시키려 한다. 아이들은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할 수도 있고, 방해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차단 시킨다고 아이들이 잘 자라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차라리 우리 집에는 이런 저런 문제가 있고, 함께 풀어 나가려면 이러저러한 도움이 필요하다고 설명해준다면 가족 간의 유대감이 쌓이고,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서 행복한 가정이 될 것이다.

찰리도 아픈 동생으로 인해서 더 힘들어 질거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가족간에 상처 입히기도 하겠지만 함께 할 거라는 것을 안다. 


[집으로 가는 길]처럼 가족이라면 함께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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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영어, 엄마표 영어로 시작합니다
김희진 지음 / 리얼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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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룬 다음에는 자식을 몇이나 낳을지 고민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나면 당연히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건강이다. 그리고 다음이 교육일 것 같다. 부모라면 자식의 교육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다행히도 우리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라 주었고, 그러니 똑똑한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첫번째 교육 방법으로는 태교였다. 클래식 음악을 많이 들었다. 두번째 교육방법은 [초등영어, 엄마표 영어로 시작합니다]의 엄마처럼 나도 책을 많이 읽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돐도 되기 전에 웅진출판사에서 나온 곰돌이 시리즈를 사서 엄청 많이 읽어주었고, 책으로 도미노 게임도 많이 했다. 그래서였을까? 내 바램대로 첫아이는 책을 엄청 좋아했고, 책벌레로 자랐다. 

둘째와 셌째는 달랐다. [초등영어, 엄마표 영어로 시작합니다] 작가네 처럼 둘째 셋째는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 똑같이 책을 읽어 주었건만 첫째는 또 읽어 달라는 말을 계속해서 귀찮을 지경이었지만 동생들은 책을 읽으면 스르르 잠이 들거나 조용히 하라며 책을 못 읽게 했다. 내 배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다 다르게 자랐다. 

영어 공부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초등...]작가와 비슷하게 영어를 많이 들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곰돌이 푸를 비롯한 디즈니 에니메이션을 한글 자막없이 들려주기를 엄청했다. 아이들이 대사를 줄줄 외울 수 있을 정도로!

 그런데 이것도 큰아이만 그랬다. 동생들은 별 흥미가 없어했다. 30대가 된 큰아이는 지금도 곰돌이 푸의 대사를 줄줄 읊는다. 

그렇다고 우리 아이들이 영어 공부를 잘 하게 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우리나라 평균의 성적으로 보통의 대학을 나와서 소시민으로 잘 살고 있다. 물론 나는 우리 아이들의 영어 공부를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캐나다인 고모부와 전화 통화하는 걸 보면 깊은 대화까지는 못하는 것 같지만. 영어권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내가 보기에 원어민 수준에서 한참 미달 되는 수준이지만 주눅 들지는 않는 것 같다. 

[초등영어, 엄마표 영어를 시작합니다]의 작가 김희진씨가 참 대단하게 보였다. 다른 엄마들도 김희진 작가같은 교육 방법을 몰라서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실천의 문제다. 계획을 세운대로 꼼꼼히 실천했기때문에 아이들을 유학 보내지 않고 원어민 수준의 영어 실력을 길러 줄 수 있었던 것이다. 

김희진 작가가 참 존경스럽고,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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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0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음의 파수꾼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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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사강의 책을 많이 읽었다. 주로 그녀가 20대에 발표했던 작품들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마음의 파수꾼]은 사강이 30대에 쓴 소설이다. 이 책은 앞선 작품들에 비해 짜임이 치밀하고 탄탄하다고 느꼈다. 이야기 구성이 잘 짜였다는 것은 그녀의 글이 20대 때에 비해 많이 성장했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앞선 작품들에서 보여주던 자유로움이 많이 덜했다. 구성이 잘 짜여진 이야기라서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사강의 작품 같지 않은 낯설음 이라고 할까? 작가로서 성숙해지면서 작품이 어떤 틀 속에 갇혀 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이것은 오로지 나 혼자만의 느낌일 뿐이다. 겨우 이 작품 하나로 사강의 소설이 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른 측면에서는 [마음의 파수꾼]이 다른 작품에 비해 대중에게 훨씬 어필이 잘 되었을 것이고, 사랑이란 이름으로 저질러 지는 범죄에서 대해서 어디까지 동감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할 꺼리를 많이 던졌을 것이다. 하지만 사강의 특기인 심리묘사나 그녀만의 감수성, 어떠한 생각의 틀에도 가두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이 잘 드러나지는 않아서 아쉬웠다. 

 소설 [마음의 파수꾼]은 무척 재미있었다. 루이스 같은 사랑도 있구나 하고 고개가 끄덕여 지다 가도, 섬뜩하고, 통쾌 했다. 제법 무서운 이야기지만 무겁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손쉬운 행복을 손에 넣는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었다. 그런 행복은 사람을 속박한다. 행복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상심에서 빠져나오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다. 우리는 최악의 근심 거리 한가운데서 헤엄치고, 몸부림 치고, 스스로를 변호하고, 한 가지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돌연 행복이 조약돌처럼 혹은 반짝이는 햇빛처럼 우리의 이마를 친다. 그러면 우리는 존재한다는 그 모든 기쁨을 마주한 채 당황하여 뒷걸음을 치는 것이다.-p169~170  

역시 사강의 소설에서는 건질 수 있는 문장이 많다.

올 봄 사강의 소설을 읽을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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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후, 일 년 후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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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오후를 [한 달 후, 일 년 후] 와 또 다른 사강의 책[마음의 파수꾼]을 읽으며 보냈다.

[한 달 후, 일 년 후]를 먼저 읽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릿속엔 바둑판이 자리잡고 있었다. 아마도 오전에 대국을 했던 기억 때문인 것 같다. 모두 세 판을 두었는데 20점 이상을 깔고 두는 접바둑이었다. 어린 제자들과의 지도 대국이라 일부러 져주기도 하고, 새까맣게 깔고 두니 집이 모자라 세 판 모두 졌다. 그래서 였을까? 줄을 바꾸어 글을 읽을 때마다 바둑판의 일 선에 젖히고, 젖히면 잇고 줄을 따라 돌을 놓아서 한 연을 통째로 가두어 돌을 따먹는 장면이 계속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렇다고 책 내용이 들어오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이야기에 집중이 잘 되었고 무척 재미있었다. 아마도 활자가 까만 바둑 돌로 보이는 착시현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직업병 같기도 하고. 

  [한 달 후, 일 년 후]는 여러 남녀의 연애 담이다. 이 책이 출판 된 것이 1957년이라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내가 태어나기 한참 전에 출판된 책이 요즘의 우리 젊은이들에게 더 잘 통할 것 같아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내가 20대 초반에 이 책을 읽었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때까지만 해도 혼전 순결이 철칙이었고, 남녀가 사귀기 시작한 뒤, 손잡고 뽀뽀하면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였다. 대학생이 된 뒤에도 집에서는 귀가 시간이나 옷입는 것, 화장하는 것까지 간섭하셨다. 그래서 실전에서 못하는 연애를 책으로 했는지도 모르겠다. 

[한 달 후, 일 년 후]를 반 쯤 읽었을 때 세익스피어의 [한 여름 밤의 꿈]이 생각 나서 피식 웃었다. 물론 [한여름 밤의 꿈]과는 달리 [한 달 후, 일 년 후]에서는 요정이나 마녀는 등장하지 않고 결말이 뚜렷하지도 않다. 하지만 요정이, 마녀가 없는 현실에서의 [한여름 밤의 꿈]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A는 B를 사랑하고, B는 C를 사랑하고. 그렇다고 B는 A와 관계를 단절하지도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극 같았다. 출판사에 다니는 말리그라스 부부의 월요 살롱을 구심점으로 그곳에 오는 작가, 배우, 연극 연출가, 대학생, 알랭의 조카등, 다양한 사람들의 자유로운 사랑 이야기. 

 [한 달 후, 일 년 후]의 부부에게는 아이가 없다. 베르나르의 아내 니콜이 임신했다가 유산되는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자식이 있는 커플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까? 결혼한 남편이, 또는 아내가 쉽게 바람을 피우고 다른이를 받아들인다. 결혼의 의무를 충실히 다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없고, 고뇌 하지도 않는다. 애인이 있는 조제도 자크와 동거하는 중에 사랑하지도 않는 베르나르를 거절하지 않고.


 [한 달 후, 일 년 후]는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처음으로 그는 자신의 성가신 사랑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삶에는 다른 것도 있었다. 삶에는 우정, 호의, 그리고 특히 파니 같은 사람들의 이해심이 있었다. -P150


 이 이야기를 지금 만나서 참 좋았다. 20대를 마무리하고 있는 내 딸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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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미소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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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강의 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았다. [슬픔이여 안녕][어떤 미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정도다. 오래 전에 읽은 소설이라 스토리도 다 까먹었다.

[어떤 미소]의 내용이 생각 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야기를 읽을 수록 내가 [슬픔이여 안녕]이라고 기억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다 [슬픔이여 안녕]에서는 세실이 주인공이고, [어떤 미소]에는 도미니크가 주인공이라는 걸 기억해냈다. 이럴수가!  내가 두 이야기 제목을 완전히 바꿔 기억하고 있었다니! 

오래전 [어떤 미소]를 읽을때 내 마음은 너무나 불안했다. 도미니크를 동정하거나 이해 할 수 없었다. 오히려 프랑스와즈가 너무 불쌍했다. 그러니 뤽이라는 중년 남성이 얼마나 파렴치한으로 생각되었겠나!

 나의 이성관은 공자님 가르침을 최고 덕목으로 받드시는 아버지의 가르침이 지배하고 있었다. 일부종사. 내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우리 사회는 여성의 순결을 강요 했고, 혼전 성관계를 죄악시 하였다. 그러니 나의 머리로는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도미니크를 응원할 수가 없었다. 오래전 읽었던 [어떤 미소]는 유부남의 꼬임에 빠진 여대생의 일탈로만 내 기억 속에 남았다. 

환갑이 다 되어가는 이 나이에 읽은 [어떤 미소]는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좋은 소설이었다. 옛날에는 스토리를 따라가기에만 급급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소설에 담아 낸 철학도 보이고, 소설 속 대화에서 작가의 생각들을 많이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녀의 눈가에는 정말로 꽤 심각한 주름들이 있었다. 나는 거기에 내 집게손가락을 대보았다.

"난 이게 멋지다고 생각되는걸요. 이런 가느다란 선들로 이루어진 두개의 근육을 갖기 위해 그 모든 밤, 그 모든 고장, 그 모든 얼굴이 필요했잖아요. 당신은 이것들을 쟁취한 거예요. 그것들 때문에 활력있어 보이고요.  잘은 모르지만 나는 이것들이 아름답고, 표정이 풍부하고, 사람의 마음을 끈다고 생각해요. 주름없는 매끈한 얼굴은 무서워요."-p67


도미니크가 프랑스와즈에게 하는 말이다. 왠지 이 대화가 참 좋았다. 나는 소설속 프랑스와즈보다 15년은 더 살았다.  내 얼굴에는 프랑스와즈보다 많은 주름이 생겼을 것이고, 지금 내 얼굴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는 것이다. 

 프랑스와즈는 도미니크의 젊음을 질투했다고 고백한다. 그럼에도 뤽이 프랑스와즈와 늙어가기를 택하는 것은 프랑스와즈의 얼굴에 남은 주름의 세월을 함께 했기 때문일 것이다.

도미니크는 사랑의 열병을 앓고 난 뒤 성숙한 어른이 되어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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