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수학 좀 대신 해 줬으면!]의 작가 고호관님은 머릿말 제목을 -수학을 다시 만날일 없을 줄 알았는데- 라고 붙였다. 작가는 고등학교 시절까지 대학 입학을 위해서 열심히 수학을 공부하고 대학에 와서는 전공이 아니라서 계열 기초 수준의 공업수학 정도를 하고 수학과 멀어졌다고 했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일까? 첫 직장이 우리나라 대표 과학 잡지사 기자이다 보니 어쩔수 없이 수학과 다시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나도 비슷하다. 나도 고등학교까지는 입시를 위한 수학을 공부했다. 그런데 대학에서 전공 선택으로 경영 수학, 전공 필수로 통계학 등, 수학과 다시 만났다. 전공필수로 회계정보 시스템이라는 컴퓨터의 기초를 배우는 과목도 있었다. 순서도 부터 수학을 모르면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운 과목이었다. 거기다 내가 입학할 무렵부터 온 세상에 컴퓨터 열풍이 불어왔다. 그때 작가가 말하던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인 BASIC이니, FORTRAN을 배우는 학우들 생각이 나서 피식 웃었다. 문과를 택하는 것은 수학때문인 경우가 태반이었다. 나의 경우는 수학을 싫어 해서라기 보다 문학에 관심이 많아서 문과를 택했다. 하지만 집안 어른들의 취직 잘 되는 상대로 가라는 꼬임에 빠져서 회계학과에 진학하는 바람에 대학 공부가 어려워서 애먹었다. 회계학 자체가 수를 다루는 학문이니 수학과 뗄레야 뗄 수없지 않은가! 물론 학문적인 수가 아니라 돈 벌이에 필요한 수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누가 수학 좀 대신 해 줬으면!] 1부 아침에 뉴스를 보면서 수학 생각하.- 수학이 자연의 언어라고 하는데 엄청나게 빠르고 변화 무쌍한 현 세태를 수학으로 읽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서 출발하여 수학과 관련된 미신은 정말 미신이라는 것, 미래를 예측하여 지구의 재앙을 막을 수 있다면 지구를 구하는 수학이라 말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2부 일하면서 수학 생각하기.- 여기서는 여러 수학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오일러, 라마누잔,등등등. 3부 놀다가 문득 수학. 게임과 수학의 연관성, 컴퓨터가 풀어낸 수학의 난제들,수학과 관계된 영화에 관한 내용도 있다. 수학과 놀이가 결부된 내용이라서 그런지 정말 재미있었다. 4부 자녀에게 수학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수학 공부에관한 내용이다. 모든 부모들이 솔깃할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사실은 알려진 방법들이 딱히 검정된 것은 드물다는 것이고, 세상 모든 부모들이 수학을 잘하면 미래가 좀더 밝을 거라는 믿음때문에 체스, 바둑, 음악을 가르친다고 한다. 연관성은 없지는 않으나 완전 그렇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여기서 나는 난산증이라는병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난독증이 글을 읽기 힘들어 하는 증상이라면, 난산증은 계산을 하기 힘들어 하는 증상이라는 것이다. 빠르면 빠를 수록 치료가 쉬우며 시기를 놓치면 난산증이 고착되어서 어려움에 봉착하리라는 내용이었다. 5부 앞날이 걱정될때 수학생각. - 솔직히 퇴직을 앞둔 나로써는 제일 공감이 잘 되고 집중해서 읽은 부분이다. 나는 상대 출신이라 그런지 수를 기억하는 능력이 좀 탁월한 것 같다. 그렇지만 로또를 하지 않는다. 확률적으로 안하는 게 똑똑한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 아니라, 내 성격이나 신념과 관계있는 것 같다.
[누가 수학 좀 대신 해 줬으면!] 올 해에 읽은 최고의 책이다. 수학을 소재로 했지만 전혀 어렵지 않다. 한편 한편 모든 내용이 정말 재미있다. 실생활과 가까운 -3부 놀다가 문득 수학, 5부앞날이 걱정 될때 수학 생각 편이 좀 더 좋았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책의 제본이 잘 못 된 것 같다. 책이 너무 빡빡해서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고, 펼치기 어려웠다. 책 가운데 쯤을 펴서 꾹꾹 눌렀더니 책이 갈라져서 낱장이 떨어져 나오려고 하는 중이다. 좋은 책이지만 제본이 잘못 되어 정말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