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조약돌'이란 책이 있다.

내가 좋아했던 '새똥과 전쟁'처럼 뜬금없는 병치이며

그림 또한 멀리서 바라 보는 것처럼,

표정은 안 보이고 액션만 보이는 손톱만한 그림이다.

세관원 루소와 우체부 슈발이 주인공이다.

읽고 나니,

괜시리 눈시울이 뜨끈해진다.

루소는 세관원으로 생계를 이었지만

그림에 대한 갈급한 의지로 스스로 그림을 익히고 그렸다.

그래서 인가, 그의 그림은 구도가 좀 안 맞아 보이지만

뭔가 꿈꾸는 듯  환상적이고 몽환적이다.

그리고 섬세하고 성실하다.

슈발은 우체부인데

매일 우편물을 배달하면서도 늘 꿈을 꾸었다.

어느 날, 배달 중 큰 돌에 부딪히고 그제야 꿈을 한 번 실현시켜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돌을 하나 둘 외바퀴 수레로 옮겼다.

그리고 33년 동안 온 세상의 모든 꿈이 가득한 꿈의 궁전을 지었다.

그 성 하나에 온 세계와 문명과 신화와 꿈이 다 들어 있다.

돌이 꿈을 꾸고 꽃도 피울 것 같다.

 

나는 무엇으로 불리고 있는가.

앞으로는 무엇으로 불릴 것인가.

나는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앞으로는 무엇을 이룰 것인가.

 

울컥,

뜨거운 것이 올라온다.

나는 꿈을 잊고 살았는가,

아니면, 꿈이 나를 버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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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아빠다! - 물구나무 그림책 66 파랑새 그림책 63
마이클 그레니엣 글.그림, 김정화 옮김 / 파랑새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꼭 아이가 그린 것 처럼

크레파스로 이리저리 휘갈겨 그린 그림이 어째 좀 만만하다.

나도 그리겠다. ㅋㅋ

코끼리 아빠라니 코끼리 가족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사람이 나오네. 아빠와 아이.

아이가 유치원 갔다가 올 때, 귀한 딸 누가 데려 갈까봐

마중 나오는 건 항상 아빠다.

빨리 가자, 채근하는 아빠가 아니라 같이 다정하게 이야기도 나누고

여기 기웃 저기 기웃 구경도 같이 해 주는 좋~은 아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게 있는데,

바로 코끼리 인형이다.

인형을 볼 때마다 아이는 우리 집에 코끼리 한 마리만 있었으면, 한다.

뭐, 아이야 뭐든 갖고 싶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웃기는 건 아빠다. 아이가 맨날 코끼리 코끼리 하니까

이 아빠가 정말 사랑하는 딸한테 코끼리 한 마리를 구해주고 싶어진다.

어쩌나, 어쩌나 고민이다.

그런데 고민하는 아빠 앞에 코끼리 신령(?)이 나타나 상자 하나를 주고 간다.

안에 아기 코끼리라도 들어있나 했지. 그런데 그게 아니네.

그 상자 안에는 코끼리로 변하는 방법이 적힌 책이 들어있다. 그리고...

코끼리 피부로 변하게 하는 크림과

길쭉한 알약과

동그란 알약이 들어있다.

크림을 온 몸에 바르면 코끼리처럼 회색 피부로 변하다.

길쭉한 알약을 먹으면 몸집이 커지고 꼬리가 길게 자란다.

동그란 알약을 삼키면 다리가 굵어지고 발톱이 커진다.

설명서대로 아빠는 크림을 바르고 약을 먹는다.

정말 대단한 아빠다.

어디에도 다시 아빠로 돌아오는 법은 안 나오는데!!!

걱정도 하지 않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다 한다. 오로지 딸의 기쁨을 위해서!

아빠는 모자와 안경을 쓴 채로 코끼리로 변했다.

그런데 코랑 귀는 그대로다.

바로 여기가 중요하다.

맛있는 냄새를 열심히 맡으라고 한다. 코가 길~어지게..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를 열심히 들으라고 한다. 귀가 커~다래지게...

드디어 아빠는 코끼리가 되었다.

기뻐할 딸의 모습을 떠올리며 룰루 랄라 아빠가 더 신났다.

유치원 앞에서 만난 딸은 물론 기뻐한다.

그리고 코끼리 아빠 등에 올라타고 좋아하는 장난감 가게 앞으로 간다.

"있잖아, 저 사자 코끼리 아빠랑  친구하면 좋을 것 같지 않아?"

허걱! 어쩌라고?

그럼 이번엔 엄마라도 동원해야 하나? 아님 아빠 친구를 불러야 하나?

아빠는 코끼리, 엄마는 사자?

맨 뒷장에 사자가 그려진 종이 상자 하나가 달랑 그려져 있다.

아빠를 시험에 들게 하시는군.

우리 딸, 어린이집 다닐 때

아빠가 등하원을 맡았었다.

그길엔 장난감 가게는 없고 구멍가게 하나가 있었다.

유모차 끌고 다닐 땐 아무것도 몰라 그냥 지나쳤는데

걸어다닐 만 하니, 그 앞을 그냥 못 지나간다.

엄마라면, 안 돼! 하고 그냥 지나가는데

아빠는 그걸 못해서

딸아이가 사 달라는 건 다 사 줘서

집에 와서는 늘 아이가 저녁밥 잘 안 먹는다고 나한테 혼났다.

아빠는 그런가 보다.

딸 한테는 꼼짝 못 하나 보다..

남편 좀 덜 혼 낼 걸, 미안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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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어린이에서 전집류를 출간하기로 했나 보다. 일명 물구나무, 라고.

그 중 에릭 바튀의 철학 그림책이 있는데,

나는 에릭 바튀라는 이름을, 한참 바라보았다.

저 이름을 내가 어디서 보았더라.... 

에릭 칼, 아니다. 그건 배고픈 애벌레 그린 아저씨잖아.

에릭 바튀, 에릭 바튀...

그러다가 아! 그랬다. 생각이 났다.

새똥과 전쟁.

아이가 그린 것 처럼 단순한 선과 선명한 색감으로 내 인상에 남아있던 그림책, 새똥과 전쟁.

그걸 그리고 만든이가 바로 에릭 바튀였다.

사실, 새똥과 전쟁 자체도 철학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지.

 내가 받은 책은 '작은 남자'와 '작은 행복'.

 

*작은 남자

태초에 하나님이 아담을  창조하셔서 그런가. 작은 남자가 혼자 있다. 쓸쓸하고 외롭고 서글프다가, 꽃향기도 알게 되고 물맑음도 깨닫게 되고 새지저귐도 느끼게 된다. 그래서 행복하다. 그런데 그 행복이 길지는 못하네. 또 쓸쓸하다. 하릴없이 자기가 기대고 있던 바위에 입을 맞춘다. 그런데 그 바위가 여자로 변한다. 둘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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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어린이에서 전집류를 출간하기로 했나 보다. 일명 물구나무, 라고.

그 중 에릭 바튀의 철학 그림책이 있는데,

나는 에릭 바튀라는 이름을, 한참 바라보았다.

저 이름을 내가 어디서 보았더라....?

에릭 칼, 아니다. 그건 배고픈 애벌레 그린 아저씨잖아.

에릭 바튀, 에릭 바튀...

그러다가 아! 그랬다. 생각이 났다.

새똥과 전쟁.

아이가 그린 것 처럼 단순한 선과 선명한 색감으로 내 인상에 남아있던 그림책, 새똥과 전쟁.

그걸 그리고 만든이가 바로 에릭 바튀였다.

사실, 새똥과 전쟁 자체도 철학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지.

 내가 받은 책은 '작은 남자'와 '작은 행복'.

 

*작은 남자

태초에 하나님이 아담을  창조하셔서 그런가. 작은 남자가 혼자 있다. 쓸쓸하고 외롭고 서글프다가, 꽃향기도 알게 되고 물맑음도 깨닫게 되고 새지저귐도 느끼게 된다. 그래서 행복하다. 그런데 그 행복이 길지는 못하네. 또 쓸쓸하다. 하릴없이 자기가 기대고 있던 바위에 입을 맞춘다. 그런데 그 바위가 여자로 변한다. 둘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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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랑 할머니
권정생 글, 강우근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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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표지가 너무 익숙하여,

이건 새 책이 아닌가 보다, 했다.

어디선가 본 듯한 할머니 아닌가 말이다.

권정생 선생님 글이라고 하니, 또 다른 책을 찾아 보았다.

’훨훨 간다’에 나오는 그 할머니 눈이랑  ’꼬부랑 할머니’  눈이랑  똑같아서

그림 작가가 같은가 했다.

그런데 ’훨훨 간다’  는 김용철 선생님이 그리셨고

’꼬부랑 할머니’ 는 강우근 선생님이 그리셨다.

강우근, 어디서 들어봤지?

또 고민이 시작되었다. 어디서 들었더라?

못 찾으면 내가, 책나무가 아니다.

ㅎㅎ 개똥이네 놀이터에 정기적으로 그림이랑 글을 써 주시는 ’붉나무’가 강우근 선생님이다. 

사계절 생태 그림책인가, 그걸 그리고 만드셨다.

 아, 그런데 할머니는 정말 똑같다.

아니, 우리 나라 할머니들은 정말 똑같이 생겨서 그렇다.

우리 외할머니, 여든 하고도  절반 고개를 넘어가신다...

이 그림책 표지를 보니 우리 외할머니 모습이 떠올랐다.

늘 정정하실 것 같던 할머니도 어느새 저 그림처럼,

허리가 점점 꼬부라지신다.

20대에 청상 과부가 되어 딸 둘 데리고 종가 맏며느리로 사시느라

저 할머니처럼 자글자글 눈웃음 자국은 못 만드셨다.

그래도 피부도 좋으시고 흰 머리도 별로 없으셨는데,

세월 앞에 장사 없네, 우리 할머니도,

늙으신다.

 

저 꼬부랑 고개가 그냥 고개일까.

우리 외할머니같은, 우리의 숱한 할머니들이 넘으셨던

삶의 고개가 아니었을까.

구절양장이라고,

굽이굽이 끝도 없이 돌아치는 고개고개를

쉼없이 걸어 넘으셨던 바로 그 삶의 고개가 아니었을까.

오늘 마침

만화책을 좀 읽었지.

’호두 나무 왼쪽 길로’라는, 성장 만화.

만화지만, 우리 아들이 좀 자라면 읽으면 좋겠다 싶어 미리 사서 읽어 보았다.

거기 아리랑의 유래를 찾는 사람들이 나오고, 정선까지 와서 아리랑을 부르는 장면이 있다.

꼬부랑 할머니를 읽다가

정선 아리랑까지 생각났다면 비약인가.

우리 민족은 고개를,

꼭 넘어버린단다.

아무리 힘들어도, 어느 지역의 아리랑을 들어보아도,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고 한다.

요즘 아이들이

고개를 넘어가는 게 뭔지 알 턱이 없다.

아이가 혹 삶의 고개를 넘게 될까 봐

엄마들이 앞서 고개를 평지로 만들어 버리는 까닭이다.

가끔, 두려운 마음으로 기도를 한다.

우리 아이 앞에 평지만 있게 할 것이 아니라

고개를 넘어갈 만한 힘을 주소서,

라고.

우리 할머니가 넘으셨던 고개,

나도 넘을 것이고,

우리 아이들도 넘을 것이다.

고개를 넘어야

평지가 고마운 줄 안다.

고개를 넘을 때마다 더 강한 삶의 근력이 생긴다.
노래가 흥얼흥얼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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