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부랑 할머니
권정생 글, 강우근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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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표지가 너무 익숙하여,

이건 새 책이 아닌가 보다, 했다.

어디선가 본 듯한 할머니 아닌가 말이다.

권정생 선생님 글이라고 하니, 또 다른 책을 찾아 보았다.

’훨훨 간다’에 나오는 그 할머니 눈이랑  ’꼬부랑 할머니’  눈이랑  똑같아서

그림 작가가 같은가 했다.

그런데 ’훨훨 간다’  는 김용철 선생님이 그리셨고

’꼬부랑 할머니’ 는 강우근 선생님이 그리셨다.

강우근, 어디서 들어봤지?

또 고민이 시작되었다. 어디서 들었더라?

못 찾으면 내가, 책나무가 아니다.

ㅎㅎ 개똥이네 놀이터에 정기적으로 그림이랑 글을 써 주시는 ’붉나무’가 강우근 선생님이다. 

사계절 생태 그림책인가, 그걸 그리고 만드셨다.

 아, 그런데 할머니는 정말 똑같다.

아니, 우리 나라 할머니들은 정말 똑같이 생겨서 그렇다.

우리 외할머니, 여든 하고도  절반 고개를 넘어가신다...

이 그림책 표지를 보니 우리 외할머니 모습이 떠올랐다.

늘 정정하실 것 같던 할머니도 어느새 저 그림처럼,

허리가 점점 꼬부라지신다.

20대에 청상 과부가 되어 딸 둘 데리고 종가 맏며느리로 사시느라

저 할머니처럼 자글자글 눈웃음 자국은 못 만드셨다.

그래도 피부도 좋으시고 흰 머리도 별로 없으셨는데,

세월 앞에 장사 없네, 우리 할머니도,

늙으신다.

 

저 꼬부랑 고개가 그냥 고개일까.

우리 외할머니같은, 우리의 숱한 할머니들이 넘으셨던

삶의 고개가 아니었을까.

구절양장이라고,

굽이굽이 끝도 없이 돌아치는 고개고개를

쉼없이 걸어 넘으셨던 바로 그 삶의 고개가 아니었을까.

오늘 마침

만화책을 좀 읽었지.

’호두 나무 왼쪽 길로’라는, 성장 만화.

만화지만, 우리 아들이 좀 자라면 읽으면 좋겠다 싶어 미리 사서 읽어 보았다.

거기 아리랑의 유래를 찾는 사람들이 나오고, 정선까지 와서 아리랑을 부르는 장면이 있다.

꼬부랑 할머니를 읽다가

정선 아리랑까지 생각났다면 비약인가.

우리 민족은 고개를,

꼭 넘어버린단다.

아무리 힘들어도, 어느 지역의 아리랑을 들어보아도,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고 한다.

요즘 아이들이

고개를 넘어가는 게 뭔지 알 턱이 없다.

아이가 혹 삶의 고개를 넘게 될까 봐

엄마들이 앞서 고개를 평지로 만들어 버리는 까닭이다.

가끔, 두려운 마음으로 기도를 한다.

우리 아이 앞에 평지만 있게 할 것이 아니라

고개를 넘어갈 만한 힘을 주소서,

라고.

우리 할머니가 넘으셨던 고개,

나도 넘을 것이고,

우리 아이들도 넘을 것이다.

고개를 넘어야

평지가 고마운 줄 안다.

고개를 넘을 때마다 더 강한 삶의 근력이 생긴다.
노래가 흥얼흥얼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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