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쇼 선생님께 보림문학선 3
비벌리 클리어리 지음, 이승민 그림, 선우미정 옮김 / 보림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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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본문이 시작되려나, 이 책은 서문이 왜 이리 기나 생각했다. 하얗지 않아서 약간 바랜 듯한 그 아이보리 색 책장이 오래된 일기장을 들쳐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그 책, 처음에는 밋밋하고 재미가 없었다. 언제 재미있어지려나 하면서 심상하니 책을 넘기다가 어느새 촉촉해진 마음. 가랑비에 속옷 젖는 줄 모른다더니...


 어린 소년이 있다. 처음엔 아빠도 있었는데 지금은 아빠는 없고 엄마만 있다. 전에는 개도 한 마리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단칸방에서 엄마랑 둘이서만 산다.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어떤 행동도 튀지 않는 소년이지만, 소년의 의도와 상관없이 튀는 것은 소년의 도시락. 도시락은 어쩌면 엄마의 마음이었을까. 아무것도 남들보다 나은 게 없지만 남들보다 못하지 않게 소년을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이었을까. 소년의 도시락은 항상 다른 아이들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못해 나중엔 훔쳐서라도 먹고 싶은 최고의 만찬이다. 소년이 항상 제 도시락을 챙겨 먹지 못한 것처럼 엄마의 사랑도 미처 다 챙겨 받지 못한 것 같다. 아빠의 빈자리가 클수록 엄마의 사랑도 늘 넉넉하다 느끼지는 못한 것 같다. 엄마의 사랑도 늘 열등감이라는 녀석에게 도둑맞은 건 아닐까. (자신은 미처 몰랐지만) 늘 찌푸리고 다니는 이 소년이 자아와 소통하고 성장해 가는 통로가 바로 글쓰기이다. 처음에는 편지글이었고 나중에는 일기가 되었다. 소년은 글을 쓰면서 세상과 이야기하고 자신을 들여다보고 성큼성큼 자라갔다.

 

우리 아들이 이제 3학년이 된다. 책읽기를 좋아하지만 이 책을 읽으려면 5학년은 돼야할 것 같다. 글이야 다 읽겠지만 이런 잔잔한 물결 같은 마음의 움직임을 알아챌 수는 없을 테니까. 책을 덮으면서, 아들이 빨리 자랐으면 좋겠다고 처음으로 생각해봤다. (그런데 우리 딸이 크면 읽혀주고 싶은 책은 ‘빨강머리 앤’ 10권 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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