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는 운이 좋으면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이는 실패가 매우 일상적이며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성공은 오히려 아주 우연히 찾아오는 한 차례의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벤야민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아무리 성공적인 소설이라 해도 실제로 그 내용에서 확인하는 것은 ‘인간의 실패나 성공의 이면에 깊이 깔린 의지의 침몰 및 소실 상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제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성공에는 대개 기적에 가까운 요소, 특정 시간과 장소에만 국한된 특별한 요소가 담겨 있어 백 퍼센트의 전이나 복제가 불가능한 반면, 실패에는 이런 요소들이 비교적 적은 대신 불운의 요소가 많은 데다 구조적으로 인간 본성의 아픈 곳을 건드리고 인간의 기본적인 한계와 보편적인 곤경을 폭로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현대 소설에서 인간의 본성을 파헤치려 한다면 실패 쪽을 파고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바로 그곳에 역사의 기회와 우연성, 개별적인 독특성을 초월하는 공통된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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