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알폰스 무하, 새로운 스타일의 탄생 - 현대 일러스트 미술의 선구자 무하의 삶과 예술
장우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2월
평점 :
스타일을 창조한 화가는 무하밖에 없었다!
한눈에 보아도 매력적인 배우 혹은 매혹적인 그림이 있다. 알폰스무하의 그림이 바로 그러하다.
이 책을 만나기 전에 분명 나는 이 그림을 마음에 둔적이 있다. 마치 맥스필드 패리쉬 작품/Maxfield Parrish처럼 묘한 매력을 느낀다. 영감을 준다고 할까? "도톰하고 뽀얀 살결, 실타래같이 엉킨 머리카락, 유려한 몸의곡선과 몽환적인 표정은" 마치 내 안에 잠들어 있는 내적인 영혼이 깨어나는 것처럼 무언가 꿈틀대게 한다. 이런 책을 내어준 출판사와 저자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바이다.
무하의 그림은 어떤 사람이 보기에도 눈에 띄는 그림이다. 100년 전에도 그러하지만 100년 후의 사람들에게도 눈에 띄는 것은 그만큼 이 그림은 독특한 매력을 품기 때문일 것이다. 한 가지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의 그림이 1895년 1월 초 프랑스 파리의 어느 연극 공연 포스터에 붙여지자 대중들과 수집가들은 무하의 포스터를 얻기 위해 전단지를 붙이는 이에게 뇌물을 건네기도 하고 심지어 밤에 몰래 면도칼로 포스터를 뜯어내는 모험을 일삼았다. 또한 사라 베르나르(파리 연극계의 슈퍼 스타)는 즉시 무하에게 포스터 디자인뿐만 아니라 무대와 의상 제작까지 의뢰하였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체코의 국민 화가인 그의 그림이 일본 애니메이션에 영감을 불어넣어 주었다는 것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애니를 본 후 일본 애니에 빠져 한 동안 명작 애니를 즐겨본 적이 있다. 그 이유는 애니메이션의 차원을 영화 이상으로 승화시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 애니의 출처가 바로 무하의 그림(영감)에서 나왔다고 하니 수긍하는 바이다.
이 책은 국내 전시회에서도 볼 수 없었던 무하의 작품들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즉 무하의 어린 시절 일화부터 그가 일러스트레이터와 북 디자이너로 활동했을 당시 그렸던 그림들과 광고 포스터, 일생의 대표작인 '슬라브 서사시' 등 다양한 작품들을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무하가 그린 그림 양식을 이 책에서는 아르누보 양식이라고 말한다. 물론 처음 들어보는 말이다.
책에서는 이렇게 말해준다. "아르누보는 미술과 삶이 결합해 주변 환경의 총체적 변혁을 요구하는 예술 운동이다" 다른 매체를 통해서 다시 정의하면 '아르누보(Art Nouveau)'는 '새로운 예술'이라는 의미로 1890-1910년 사이에 유럽, 미국, 남미등 국제적으로 유행한 미술양식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 하나는 아르누보는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던 예술을 시민의 손에 쥐어주었다. 특유의 이미지의 화풍은 분명 그의 이름이 낯선 이들에게도 익숙하게 다가가 안길 것이다.
이 책은 목차에도 나오듯이 알폰스 무하라는 존재를 A~Z까지 다 나열하였다고 볼 정도로 짜임새 있게 편집되었다. 스토리가 있는 책이면서도 그림자료가 풍성해 결코 지루할 틈도 없이 독자들에게 눈과 영혼의 즐거움을 주고 있다. 특히 책의 앞쪽을 보면 '무하'라는 존재가 무엇임을 그림으로 증명해 주는 그림 몇 점이 나온다. 이럴때 하는 말이 있다. "말해 본들 뭐하랴? 직접 봐라!"
그렇다. 그의 그림이 그를 말해주고 아르누보 양식이 무엇임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그 가운데 특히 나에게 강렬하게 다가온 그림이 있으니 그건 1992년도 《하츠 인터내셔널》잡지 1월호 표지에 실린 그림이다. 다른 그림과 다르게 이 그림은 미소년의 순수함과 어머니라고 말하기에는 눈빛이 묘한 매력의 여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선물(행운, 기회)
인생이란 어쩌면, 우연과 행운의 그 중간 어디쯤이란 말처럼 무하에게 행운이 찾아온다. 영어 단어 “Chance”라는 단어를 보면 우연을 뜻하는 동시에 기회, 행운이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우연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강력하게 우리의 운명을 좌우하는 경우가 있는데 무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다. 크리스마스 직전 친구의 부탁을 받고 그는 르메르시에 있는 인쇄소의 일을 맡아 보게 되었다. 그 인쇄소는 당시 유명한 미술가들이 그린 전단이나 달력, 포스터를 주로 인쇄하는 곳이었는데 매니저가 갑자기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그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르네상스 극장에서 당대의 가장 유명한 여배우인 사라 베르나르가 주연하는 연극 ‘지스몽다’의 포스터를 주문한 것이었다. 포스터는 새해 첫 날 거리에 나붙어야 했지만 정작 포스터를 그릴 디자이너가 없었는데 무하가 그것을 그려야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 찾아 온 것이다. 특히 동방 교회의 전통이 여전히 남아 있었던 모라비아에서 자란 무하에게 비잔틱식 의상(그녀가 연극 무대에서 입고 있는 의상)과 무대, 음악은 친숙하였고, 연극을 통해서 느낀 감동을 그대로 그는 스케치에 옮기게 된다.
그런데 그림을 완성한 후 1985년 새해 첫날, 파리의 광고 선전탑에 걸린 무하의 포스터는 곧 파리 전역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비잔티식 모자이크로 이루어진 배경과 함께 화려한 중세풍의 의상, 이국적이면서도 장식적인 느낌을 주는 그의 그림에는 신비감을 주었고 파리지앵들은 그 포스터의 여배우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무하는 하룻밤 사이에 유명한 존재가 되었다.
그가 마주한 또 다른 우연
무하는 4년 동안 집에서 멀리 떨어진 성 페트로브 수도원의 성가대원의 일원으로서 교육받고 있었다. 그런데 사춘기에 찾아온 변성기로 더는 성가대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아쉽지만 이곳을 떠나야 했는데 이곳에서의 생활은 음악적 감수성을 가지게 하였고, 바로크 교회(문화)에 대한 짙은 향수와 더불어 그가 본 모든 것들이 작품으로 표출되었다. 특히 친구 유렉의 고향 우스티 나드 오리치로의 여행에서 낯선 거리를 배회하는 중에 우연히 들른 교회의 천장화와 마주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그는 종잡을 수 없는 자신의 꿈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천장화는 움라우프(Umlauf 1825-1916)라는 지방 화가가 예수의 탄생 장면을 그린 바로크풍의 프레스코화인데 이 그림이 평생토록 무하의 뇌리에 남아 몇 번이나 이곳을 찾게 하였다. 그리고 그는 이곳에서 여비를 마련하며 지내기 위해 낯선 사람들의 얼굴을 그려주며 화가가 될 운명임을 직감하게 된다.(fresco painting : 소석회(消石灰)에 모래를 섞은 모르타르를 벽면에 바르고 수분이 있는 동안 채색하여 완성하는 회화)
여기서 인간이 가지는 운명에 대해 생각해 본다. 때로 우리는 인생이 무너지는 경험과 방황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무하에게는 이후 또 한 번의 큰 어려움을 당하며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순간이 찾아 왔다.(p41-43) 그런데 운명의 신은 그를 점점 화가로서의 삶을 다지는 여정으로 초대되어 나아간다. 이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다면 인간은 결코 낙망하거나 좌절하지 않으리라. 그런데 사람들은 쉽게, 아니 나 자신도 절망을 한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진 꿈을 간직하며 꿈을 향해 달려가는 뚝심이 필요한 것이다. 그럴 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분명 돕는 일들이 눈 앞에 언젠가는 펼쳐질 것이다.
이 책은 무하라는 한 인간을 조명하면서, 그가 지닌 그림의 향연을 시대적 순서로 다양한 그림과 함께 보여주는 책이다. 그림과 함께 그의 삶이 지닌 인생 스토리를 보면서 한 인간의 위대한 삶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고 다양한 조연들이 함께 해주었기에 가능함을 보게 되었다. 무하는 이후 포스터 화가는 물론, 삽화가로서뿐만 아니라 보석 디자이너, 조각가, 실내 장식가, 스테인드글라스, 초상화로서도 그 재능을 사람들에게 알리게 되었고, 파리 유행의 정점을 찍는 가장 독창적인 아르누보 예술가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더불어 무하는 장식 패널, 달력, 엽서 등을 선보이며 그만의 스타일인 ‘무하 양식’을 형성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무하가 지닌 재능과 작품들은 광고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려놓은 것이다.
이 책의 한 문장
“나는 예술을 위한 예술보다
사람을 위한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기를 원한다.”
예술가의 힘이란 그런 것이다. 무하라는 한 사람의 예술가에 의해 사람들은 멀리 떨어진 나라와 민족, 그들이 겪고 있는 사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함께 아파할 수 있게 되었다. -하이신스 공주 1911 / p275
“아름다운 백합과 화관, 화려한 장식, 정돈된 윤곽선 안에 굽이치는 머릿결과 사실적인 표정. 그것은 사라 베르나르를 나타내는 전형인 동시에 아르누보의 독특한 여인 이미지로 자리 잡아 갔다. 무하가 제작한 포스터를 통해 그녀의 인기는 프랑스 전역으로 퍼졌고, 바다를 건너 미국까지, 그리고 한 세기를 훌쩍 뛰어넘어 현재의 우리에게도 그녀는 여전히 이상적인 여인으로 기억되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리뷰입니다]
#알폰스무하새로운스타일의탄생
#알폰스무하 #장우진 #RHK
#컬처블룸 #일러스트 #무하 #MUCHA
#예술가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