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를 전하며 - 헤르만 헤세 x 빈센트 반 고흐 세계문화전집 1
헤르만 헤세.빈센트 반 고흐 지음, 홍선기 옮김 / 모티브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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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출간된 세계문화전집은 문학가와 예술가를 한 권 안에 나란히 놓는 시리즈로 구성되었다. 특히 독일,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일본 등 해외 유수의 박물관과 미술관, 학회 및 유족들의 협력 하에 시작된, 최초의 크로스 문화 전집 시리즈다. 시리즈 1권 『안부를 전하며』의 주인공은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20세기 독일 문학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친 대문호 《헤르만 헤세》와 미술 역사를 통틀어 가장 사랑받는 화가 중 하나인 네덜란드 천재화가 《빈센트 반 고흐》다. 두 사람 다 아버지가 신학자였다. 헤세의 아버지는 개신교 선교사이자 신학자였고, 반 고흐 아버지는 네덜란드 개혁교회 목사였다. 둘 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신학의 길을 갔고, 둘 다 그 길에서 실패했다. 그것으로 인해 둘 다 살고 있던 곳의 이웃들에게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특이하게도 둘 다 정신질환을 앓았고, 둘 다 자살을 시도했다. 알다시피 반고흐는 정신병으로 발작과 자살 시도를 반복하다가 37세에 결국 세상을 떠났다. 다행히도 헤세는 15세에 간신히 위기를 넘겨 간신히 살아남아 오늘날 우리에게 놀랍고 심오한 작품을 남겼다.

얼핏보면 삶의 궤적이 닮은 것 같은 두 사람이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하나였다. 바로 '안부를 전하는 방식'이다. 헤세는 세상을 향해 안부를 전했는데 수만통의 편지를 쓰고, 수만 권의 책에 서명하고, 낯선 독자에게도 수채와 엽서를 그려 보냈다. 무려 4만 4천 통의 편지에 답했다. 전 세계에서 매일 쏟아져 들어오는 편지의 양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아내 '니논'의 도움을 받으며 '모든 편지에 답장한다'는 원칙을 끝까지 지켜냈다. 세상이 그를 배신자라도 불렀을 때도, 건강이 악화되어 심한 통증으로 손이 떨렸을 때도, 헤세는 편지 쓰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시인이 아니면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신학교 다을 넘은 소년은 이렇게 시인이 되었고, 시인으로서 성공했고, 그 성공의 무게 아래에서 안부를 쓰다가 눈을 감았다. 헤세의 성격과 세심함과 독자를 향한 그 사랑이 보인다. 그 위대한 사람과의 서면 교류는 편지를 받는 입장에선 저자의 숨결과 손길을 건네 받은 것이다. 독자는 수십년 전 연예인에게 싸인 받은 것을 한동안 가지고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와는 비교도 못할 안부를 독자들은 받았다니 집안의 가보이다.

반 고흐에게 안부는 주로 한 사람 동생 테오 반에게 전해졌다. 더 정확히는 생활비와 물감값을 요청하는 안부였는데 어느 날 35세 때는 마지막 한 줄에서 갑자기 편지 끝에 각주처럼 악수를 덧붙이며 안부를 전했다. 두 사람은 생전 약 1,300통의 편지를 주고 받았다. 현재 동생 테오가 쓴 편지는 39통 밖에 남아 있지 않다. 반면 테오에게 보낸 고흐의 편지는 667통이 있다. 형의 편지를 동생이 소중히 간직한 덕분이다. 그 편지들 끝에 'poignée de main'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고마운 마음을 글이라는 악수를 통해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제발, 빨리 물감을 보내줘. 한 푼도 없어.

악수를 보내며. (poignée de main)

얼마나 고마웠을까? 책을 보면 동생 테오가 형을 위해 애쓴 흔적들이 적혀있다. 동생은 유럽에서 매우 큰 규모의 구필 화랑 지점장으로 적지 않은 연봉을 받았다. 그러나 테오는 한순간도 호화로운 생활을 하지 않았다. 대신 10년 이상을 형 빈센트에게 생활비와 물감값, 캔버스값, 심지어 술값과 담뱃값까지 보내주었다.

누군가에게 안부를 전하는 같은 행위는 이렇게 극명하게 달랐다. 한 사람의 안부는 세상에 닿아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두드렸고, 한 사람의 안부는 한 명에게 집중되어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하는 안부이며 필요를 채우는 안부였다. 서문을 보면 이 부분을 이렇게 기록한다.

헤세에게 안부는 타인을 향한 관심과 의식의 표현이며, 상대방의 내면적 본질에 대한 인정이다. 반면 반 고흐에게 안부의 형식은 무엇보다도 부재하는 물리적 현존의 대체이며, 감정의 닻이었다. 즉 헤세는 편지와 문학 작품,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접촉이 바깥세상으로 향하는 '문'이었다면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안부를 전하면서 더더욱 내면의 혼돈에 굴복하며 스스로를 파괴해간 슬픔의 '문'이었다. p.11-12

책은 헤르만 헤세의 유년시절을 소개하며 그의 일생을 비춰나간다. •11월의 밤 튀빙겐의 어느 기억 •잠 못 이루는 밤들 •1900년 일기 •마지막 시들 등이 실려 있는데 여기를 보면 헤세의 내면을 살피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꼭 읽고 가야만 헤세의 감정선에 닿게 될 것이다. 이어 반 고흐의 일생이 간략하게 적혀 있고 편지가 기록되어 있다. •테오에게 쓴 편지 •여동생에게 쓴 편지 •어머니에게 쓴 편지 •폴 고갱에게∞고갱으로부터 쓰여진 편지가 나온다. 고흐의 세세한 마음과 고민과 가족들과의 친밀한 얘기가 상당히 잘 기록되어 있어 고흐를 바라보는 시각에 상당히 긍정적 역할을 해준다. 어머니에게 편지를 쓰며 가족의 안부를 묻는 장면은 여느 가정과 다를바 없는 따뜻함을 안겨주고, 이모까지 안부를 묻고, 동생의 순산을 기뻐하는 안도하는 장면을 보면서, 고흐의 자살이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다. 아래의 편지는 고흐를 아는데 상당한 이해를 줄 거 같아 긴 글을 실어본다.

1890년 2월 19일(36세, Letter 855)

생레미드프로방스에서 어머니에게...

"사랑하는 어머니, 며칠째 어머니 편지에 답하려 했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림을 그리느라 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이 지 나버렸습니다. 어머니도 저처럼 봉어르와 테오를 많이 생각하고 계시겠지요. 순산했다는 소식이 왔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빌(여동생)이 남아 있어줘서 정말 다행입니다. 저보다 아버지 이름을 따서 지었으면 훨씬 좋았을 텐데-요즘 아버지를 그렇게 자주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 하지만 이미 그렇게 된 것이니, 곧바로 아기를 위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침실에 걸 그림.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얀 아몬드 꽃이 핀 큰 가지.

코르 소식 감사합니다. 편지하실 때 안부 전해주시는 것 잊지 마세요. 미나 이모가 그렇게 참을성 있게 고통을 견디고 있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방금 빌과 어머니의 편지가 왔습니다. 매우 감사합니다. 더 일찍 써야 했는데, 말씀드렸듯이 꽤 바쁜 작업 때문에 머리가 글 쓰는 쪽으로 향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그림 한 점이 팔린 뜻밖의 행운을 이용해서 파리에 가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테오를 방문하러. 이곳 의사 덕분에 왔을 때보다 차분하고 건강하게 떠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병원 밖에서 어떻게 되는지 한번 시험해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 어쨌든 최선을 바라겠습니다"(병원에 간 이유는 1888년 12월 23일 밤, 빈센트는 자신의 왼쪽 귀를 잘랐기 때문이다. ㅠ)

생각으로 껴안으며, 당신을 사랑하는, 빈센트가.

p. 286-288

마지막 안부 인사는 기존 악수를 하며 안부보다 특이하다. 즉 "생각으로 껴안으며, 당신을 사랑하는 빈세트가"라는 안부 인사 안에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 이상의 만남을 원하는 것이 보인다. 그런데 1890년 7월 29일 새벽 1시 반에 밀밭에서 동생의 품에서 숨을 거둔것으로 보아 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안타깝게도 이듬해 동생 테오도 세상을 떠난다. 죽음이란 운명이 이 두 사람에게는 연결된 사랑의 애정일까?

빈센트가 동생 테오에게 특이한 편지 한 통을 또 보낸다. 우울함 가득한 안부를 전하여 혼잣말로 이런 말을 했다. 이것은 마음 속에 혼자만 알아야 될 것임에도 동생 테오에게만은 숨기지 않았다. 그 내용은 "여자 곁에 가고 싶다, 사랑이 없이는 살 수 없다, 여자 없이는"이라는 내용이다. 빈센트에게는 어떤 여성이 있었나 보다. 혼잣말로 다시 말하기를 "넌 그녀뿐, 다른 사람은 안 돼"라고 하는데 이러한 생각이 비합리적이라고 보며 접는다. 그런데 이내 "누가 우선이지, 논리냐 나냐. 옳든 그르든 나는 달리 할 수 없어. 여자를 찾겠어. 나는 사람일 뿐이야, 열정을 가진 사람, 여자에게 가야 해, 안 그러면 얼어붙거나 돌이 되거나, 어쨎든 주눅 들테니까." 말하며 한 여성을 찾았고 만났다. 그런데 그 여성은 다른 여성과 다른 것이 있었다. 아래 그 내용을 적어 본다.

한 여자를 만났어. 프랑스인들이 말하는 우브리에르,

일하는 여자. 많은 고생을 한 게 보였어,

삶이 그녀 위로 지나간 것이.

모든 여자는, 어떤 나이에서든, 사랑하고 선하다면, 남자에게 순간의 무한은 아닐지라도 무한의 순간을 줄 수 있단다. 그 여자는 나를 이용하지 않았어.

나에게 좋았어. 아주 착해어. 아주 상냥했어.

p. 218-219

이때 빈센트 나이 28세이다. 젊은 피가 끓어 오르는 나이며, 한 여성의 사랑 안에 들어가 사랑을 주고 받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빈센트에게 있어 여성은 사랑을 가진 선한자이며, 특히 상대를 이용하지 않는 자이다. 안부를 전하면서 이렇게까지 자신의 연애사를 고백하는 것이 특이하다. 그만큼 빈센트는 동생 테오에게 마음의 의지대상이다.

생각보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잘 읽히며, 두 사람의 인생의 한 부분에 독자가 끼어 들어가 편지를 주고 받는 안부가 되어졌다. 그리고 책을 통해 헤세의 그림과 고흐의 그림이 새롭게 다가오는 계기도 될 것이다. 무엇보다 하드커버로 책을 출간하게 되어 소장품으로 놔둘 수 있어 좋았고, 그 안에 담긴 그림도 인쇄가 매우 잘 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에게 있어 안부는 어떤 의미였을까를 생각해 본다. 빈센트 반 고흐에게 안부는 '빛'이었다. 갚을 수 없는 빚. 사랑이 죄책감으로 변하고, 죄책감이 절망으로 변하고, 절망이 밀밭에서의 총성으로 변했다. 그러면 헤세에게 있어 안부는 '숨'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들이쉬고 내쉬는 것. 보내고 받는 것. 그 호흡이 62년 동안 멈추지 않았기에 85세까지 살았고, 4만 4천 통의 편지와 3천 점의 수채화를 남기게 되었다. 그런 뒤 헤세는 자신의 침실에서 잠들 듯 조용히 눈을 감았다.

안부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책이 출간되었다. 그저 소식을 전하는 안부였는데 여기엔 인간만이 가진 삶의 애환적 일생이 담겼다. 단순히 따뜻하게만 전해진 안부가 아닌 반 고흐에게는 '돈'이라는 생명줄을 얻는 수단이었다. 헤세에겐 단순히 독자에게 보낸 안부이기 보다는 삶을 살아내는 '생존 확인'으로서의 안부였다. 헤세의 삶을 들여다 보면서 세상이 자신을 매국노로 부르고, 아내가 병들고, 아이들이 중병에 걸려 고통에 처한 가운데 어떻게 다정하게 답변을 줄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 본다. 삶을 대하는 방식은 각자마다 다른 것이다. 그게 무엇이든 우리는 현재에도 안부를 전하며 살고 있다. 카톡이라는 새로운 문명의 기기가 새로운 안부 문화를 만들지만 이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가볍게 또는 진지하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그림을 그려야 했던

대문호, 헤르만 헤세

자신을 구원하고자 글을 써야 했던

불멸의 화가, 빈 센트 반 고흐

이 책은 많은 점이 비슷했던 위대한 두 예술가의 생과 그 엇갈림이 주는 질문으로 구성되었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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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 릴케 시 필사집 쓰는 기쁨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배명자 옮김 / 나무생각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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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연금술사라고 불리는 자들이 있다. 브라질 대표작가 파울로 코엘료, 영국의 극작가인 셰익스피어. 그런데 그들과 나란히 어깨동무를 해도 될 정도의 인물이 있으니 바로 독일의 서정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Rainer Maria Rilke이다. 그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중 한 사람이다. 볼프강 레프만은 ‘릴케 평전’에서 이렇게 평했다. 릴케의 시를 모두 읽고 난 후의 느낌을 레프만이 정확하게 적었기에 가져와 본다. 즉 “릴케는 신과 내세에 대한 믿음이 상실된 시대에 인간 실존의 의미를 찾으려고 시도했다”

릴케는 자아의 고독과 소외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죽음과 삶의 화해를 추구한 시인이다. 그의 시를 보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란 인간 존재에 대한 심오한 질문들이 담겨 있다. 즉 우리 인생이란 무엇이고, 우리의 낮과 밤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용감하게 마주하며 보여주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릴케는 "내가 애정을 쏟은 모든 것들은 / 풍요롭게 나를 쓰고 내버린다"라고 노래한다. 시간은 인간의 모든 가능성을 소모시킨 뒤 마침내 죽음이라는 구렁텅이에 빠트린다는 것이다.

추천하는 글에 시인 장석주님이 말하듯 「릴케는 인간의 창백한 내면에 상수로 남은 고독과 죽음, 사랑과 고통, 존재와 탄식을 관조하며 노래하고 있다는 그 표현이 정확하다」 릴케의 시를 읽으면 가슴이 요동치고, 영혼이 절규하는 느낌을 가지며, 몰입해서 읽을 때면 가슴에 밀려드는 경외감과 벅찬 환희로 몸이 떨릴 지경이다.

일단 독자의 마음을 흔들었던 시를 소개해 본다. 릴케가 쓴 시 가운데 현재 독자의 마음에 가장 마음에 와닿은 시이다. 어쩌면 이 시 하나로 인해 이 책을 읽고 싶었다고 말하고 싶다.


인생을 꼭 이해할 필요는 없어요

인생을 꼭 이해할 필요는 없어요

그냥 두면 축제처럼 될 터이니

모든 날을 그냥 그렇게 두세요

아이가 길을 걸으며

바람 불 때마다 날아드는 꽃잎을

선물처럼 그냥 두듯이

꽃잎을 모아 간직하는

일 따위 관심 없어요

아이는 제 머리카락에 들어와

붙잡힌 꽃잎 살며시 떼어내 풀어주고

사랑스러운 젊은 시절을 향해

새 꽃잎을 달라 두 손을 내밀어요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찾아온다. 그래서 그 인생에 대해 모든 것을 이해해 보고자 철학서를 포함해 인간 실존에 관한 책을 밤새워 읽고 또 읽어 나갔다. 어떤 때는 한 철학자에 의해 인생의 숙제가 다 풀리는 것처럼 생각되어서 평온함을 얻었으나, 그러나 인생이란게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서 그 인생이 마냥 쉽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마치 릴케가 매일 밤 욥기를 읽어 나가듯이 이해되지 않는 삶에서 그가 얻은 결론은 바로 "모든 날을 그냥 그렇게 두세요"라고 하였듯, 독자 또한 인생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그저 모든 날을 그냥 그렇게 흘러가도록 놔두는 것을 배웠다. 『아이가 걸으며 바람이 불 때마다 날아드는 꽃잎을 선물처럼 그냥 두듯이』 말이다.

어쩜 이렇게 릴케는 인간의 깊은 절망과 괴로움과 아픔에 대해 실존에 대해 멋진 문장으로 표현해 낼까? 그것은 그가 저 깊은 바닥의 고통을 맛보았기 때문이리라. 릴케는 불안과 고독이 얼마나 깊었기에 매일 밤 욥기를 읽었을까. 그에 관해 알려면 그의 삶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잠깐 언급하고자 한다. 그는 지극히 보수적인 프라하의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서 완고한 어머니에 의해 신앙을 주입받으며 자랐다. 어머니는 세상을 떠난 첫딸을 잊지 못해 릴케를 6살까지 딸처럼 키웠다. 그리고 군인 출신이었던 아버지는 못다 이룬 꿈을 위해 릴케를 군사학교에 보냈다. 그러나 몸이 허약해 군사학교는 중도에 그만두는데 이에 대한 반작용과 엄혹한 유년 군사 시절 고통의 호소에 응답하지 않는 하나님에 대한 원망이 그의 심리 근저에 자리잡았을 듯하다. 그에게 종교는 어머니 콤플렉스와 연관된 갈등이며 또한 그로부터 해방되기 위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이후 프라하대학교에 들어가 문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으며, 이어 뮌헨대학교로 옮겼는데 그곳에서 운명의 여인 루 살로메를 만나게 된다. 이때 정신적, 문학적으로 성숙해졌다고 하는데 그러나 이 세기의 여인은 릴케의 마음을 참 아프게 했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보석을 만들기 위한 신의 운명적 장난은 아닐런지. 그 이유는 그의 인생을 뒤흔들었던 살로메를 향한 사랑과 이별로 인해 릴케는 사랑으로 인해 위대한 시인으로 태어났고, 이별로 인해 시인의 대명사로 거듭났다고 보면 될 것이다. 결혼 생활은 실패했고, 가난에 시달렸으며, 인생 후반부에는 유럽을 떠돌며 대작들을 남겼는데, 하루하루를 선물처럼 맞으라는 인생, 축제와 같은 그의 삶은 51년으로 짧게 막을 내리게 된다. 그래서일까. 아이가 바람이 불 때마다 날아오는 꽃잎을 행복하게 맞이하는 것처럼 살아가라는 그의 조언은 가슴 저리다. 그 꽃잎이 어떤 것이든 아이에게는 선물인 것이다.

릴케에 의하면 인간의 존재는 처음부터 끝까지 길 위에 서있다. 거기서 인간은 자신만의 하나님을 만나야 한다고 보았다. 또 삶이란 신을 찾는 과정이라고 노래했다. 그는 ‘기도시집’ 제 2부 ‘순례의 서’에서 이렇게 말한다. “순례의 길에는 늘 바람이 분다 / 순례는 세상의 사물들과 친해지는 길이다 / 가로수 길 끝에서 기다리는 것은 누구일까?”

릴케의 시는 그냥 마음이 센치해질 때면 몰입해서 읽으면 그 진가를 알게 된다. 읽고 느끼고 그 내용을 가지고 응시하며 명상하는 것이 릴케에 대한 최고의 서평이지 않나 생각된다. 이 책은 필사를 통해 시를 되새김질 할 수 있는 도서이다. 릴케가 남긴 글을 독자의 필체로 쓰는 영광은 이 또한 이 책이 가지는 특징이다. 마음 가는 대로 펴서 읽고 느끼며 쓰면 된다. 영혼이 더 한층 고고한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을 경험케 될 것이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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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튼 커쇼, 위대함의 무게 - 혹독하게 성실하고 지독하게 위대했던
앤디 매컬러 지음, 한승훈 옮김 / 비아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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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트는 말하길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과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신간으로 클레이튼 커쇼의 책이 나온다고 하여 잔뜩 기대를 했다. 왜냐하면 직접 만나지 못하지만 책을 통해 현재의 가장 훌륭한 사람과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커쇼라는 훌륭한 인물을 알게된 계기는 야구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 이 사람에 대해 알게 되었다. 류현진 선수 또한 커쇼를 매우 존중하고 있음도 알게 되었다. 류선수가 한 말이다.

"커쇼는 아주 겸손하다. 신앙이 있고 항상 겸손하고 세계 최고의 에이스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겸손하고 착하고 성실하다. 이런 선수가 내 옆에 있다는 사실이 고마울 따름이다."

흔히 알고 있듯 커쇼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수 중 한 명으로 꼽히며, 다저스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선수로" 알려져 있다. 특히 그는 삶의 불안을 위대함으로 바꾼 인물로서도 유명하다. 부모님의 이혼과 경제적 불안 속에서 자란 소년이었다. 그러나 그는 내면의 두려움을 통제하고, 분초를 쪼개는 강박적인 ‘5일 루틴’을 통해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 갔다. 최고의 선수이지만 커쇼는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도 특혜를 피하려고 노력하며 겸손하게 행동한다. 특히 술과 담배를 입에 대지도 않을 뿐 아니라 시즌 중에도 매일 체력 단련을 하는 등 엄청난 훈련량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매 경기 완투에 가까운 활약에도 불구하고 그의 구위가 사그러들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더군다나 ‘전설’이라는 타이틀에 가려진 커쇼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면 정말 존경 받아 마땅한 인물임을 알게 된다. 낮은 곳을 향해 손을 내미는 봉사 정신은 이렇게 알려져 있다. 즉 그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해 막대한 선행을 베푸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아프리카 고아들의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커쇼와 엘렌은 2010년 결혼 직후 신혼여행지로 잠비아를 택했다. 잠비아를 다녀온 커쇼는 “아프리카는 우리가 얼마나 축복받았는지를 보여준다. 그들은 아주 기본적인 생활 여건만 갖춰져도 그렇게 행복해 할 수가 없다. 이것은 그들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커쇼는 잠비아에 고아원을 지어 선교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2011년 이후로는 스트라이크 아웃 1개 당 100달러를 적립해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돕고 있다. 또한 각종 상을 받을 때마다 상금의 대부분을 내놓았다. 지금도 겨울마다 약 한 달간 잠비아에 직접 머물며 자선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정말 어떤 인물일까?

이번에 출간된 클레이튼 커쇼의 평전 『클레이튼 커쇼, 위대함의 무게』(원제: The Last of His Kind)는 그의 모든 인생을 스케치했다고 보면 된다. 이 책은 독자를 평소 접근이 불가능한 다저스 클럽하우스 한복판으로 안내하기 때문이다. 저자 앤디 매컬러는 무려 200여 명에 달하는 주변 인물을 인터뷰하며 클레이튼 커쇼의 유년기부터 전성기 너머의 모습까지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하였다. 야구팬이라면 결코 지나칠 수 없는 MLB의 흥미진진한 일화 또한 이 책에 가득 실었다. 아직 마흔도 되지 않는 그의 여정에는 21세기 미국 스포츠 스타가 정점에 도달하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것들이 담겼다. 눈부신 부와 명예, 치열한 경쟁들, 끊임없이 쏟아지는 기대 속에서 커쇼는 어린 시절에 이미 오을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결심을 했었다. 이 책은 그 결심 이후에 이야기가 담겨 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커쇼는 삶이 자신을 아무리 흔들어도 삶의 무게를 견디며 이겨 나갔다는 것이다. 승리의 영광도 그에게 많았지만 계속되는 부상과 패배의 좌절 속에서도 끝내 마운드를 포기하지 않고 뛰었다. 그런 한 인간의 여정이 고스란히 이 책에 담겨 있다. 그리고 커쇼는 이른바 ‘5일 루틴’의 궤도 위에서 살았던 자이다. 등판 다음 날의 웨이트트레이닝과 러닝을 시작으로, 둘째 날에는 34구의 불펜 피칭, 셋째 날에는 웨이트트레이닝과 롱토스, 넷째 날에는 시각화 훈련을 하고 다섯 번째 날에는 칠면조 샌드위치를 삼키고 마운드에 올랐다. 그런데 다섯 번째 날에 그의 모습은 매우 달랐다. 책장을 넘기면서부터 이 부분을 다루고 있는데 흥미롭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에게는 이것이 표준 일정이었다. 즉 나흘 동안 준비해 다섯 번째 날에 실행하는 것. 이 사이클은 커쇼를 빚어냈고, 그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를 괴롭혀왔다. p.12

"등판 당일에는 그저 말하는 힘도 아끼고 싶은 마음이었다. 말도 입 밖으로 잘 나오지 않았다."

"커쇼를 내버려두어야 한다는 원칙은 가까은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퍼졌다. 커쇼는 전화를 거의 받지 않았다. 문자 메시지도 무시했다. 친구들도 다섯 번째 날에는 커쇼가 없는 별도의 단체 대화방에서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p.19

"커쇼를 오래 알아온 선수 중에도 다섯 번째 날에 가히 그에게 장난을 치는 대담한 이는 거의 없었다." p.23

"커쇼처럼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도 없어요"라고 전 동료 제이미 라이트는 커쇼를 회상했다. "그런데 다섯 번째 날만 되면 그냥 짐승이에요." p.25

이것을 보며 프로의 정신과 커쇼의 의지를 보게 된다. 다섯 번째 날은 커쇼에게 있어 성스런 날이며, 결단의 날인 것이다. 그래서 일과표는 분 단위로 세밀하게 정해졌다. 분초를 다투는 이 모든 행동의 뿌리에는 역설적이게도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로 가득한 마운드 위에서 커쇼를 지탱하는 것은 오직 그가 직접 설계한 ‘완벽한 루틴’뿐이었다. 그건 괴물과 같은 루틴이지만 자신을 지켜내고 팀을 지켜내기 위한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또한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음에도 결코 자만하지 않고 매일 자신을 갈아 넣은 커쇼의 기록을 통해 우리는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는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게 된다.

재밌게도 p.18을 보면 "커쇼는 아버지가 되고 나서야 부드러워졌다."고 한다. 선수로서 경기에 임하기 전에 눈빛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예민함과 긴장감, 부담감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되면서는 다섯째 날만 아니라면 부드러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니, 가족의 사랑이 얼마만큼 중요한지를 보게 된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그의 신앙에 대해 보게 된다. 신앙인이라면 이 부분에서 새로운 신앙적인 맛을 보게 될 것이다. 그는 경기 전 항상 같은 기도를 올린다.

"주님, 무슨 일이 일어나든

저와 함께 해주세요."

커쇼의 신앙은 아내인 '엘런'과의 사귐에서 더 증대되고 새롭게 정립이 되었다. 즉 엘렌과의 만남을 통해 커쇼는 하나님은 멀고 추상적인 존재였지만, 엘런은 주님이 늘 가까이에 계시며 그분의 은혜가 그와 함께하고 있다고 믿게 도왔다. 그래서 커쇼는 점점 커져가는 운동선수로서의 재능을 하늘이 주신 선물로 보기 시작했다. 왼팔은 단순한 신체의 일부가 아니었다. 그것은 더욱 큰 일을 하기 위하 도구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이 능력이 어떤 책임을 의미한다고 느꼈는데 그가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은 신약성경 골로새서 3장 23절로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는 말씀이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커쇼의 신앙은 깊어졌다. p.28

커쇼가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성경을 되뇌곤 하는데 그 성경 구절은 빌립보 말씀이다.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p.126

"가끔은 제 신앙에 있어서 제가 사기꾼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야구는 엄청난 무대를 주잖아요. 무슨 이야기든 할 수 있는 자리죠. 저는 이 무대를 사용해서 결국 예수님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선택했습니다. 그게 하나님이 제 인생에서 원하시는 일이라고 믿거든요. 그런데 가끔 성령의 임재를 느끼지 못할 때는 확신도 없는 상태에서 그냥 제 자신을 세상 앞에 내세우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p.550

커쇼가 가진 신앙은 그가 믿는 신(GOD)과 어려운 이들에게 나눔과 사랑으로 나타났다. 커쇼는 선수로서도 훌륭할 뿐 아니라 신앙적으로도 뛰어난 신심을 가졌다. 그리고 그 신앙은 야구만 아니라 그가 걸어가는 삶에서도 뚜렸하게 나타난다.

이 책은 커쇼라는 인물에 대한 것을 총망라한 책이다. 한 사람을 깊이 알게 되면, 또 다른 사람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 특히 선수로서 이보다 위대한 사람이 없을 정도의 일대기를 이렇게 책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독자에게 큰 기쁨이요 영광이다. 위대한 선수를 이 책 한 권으로 만나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매우 뜻깊게 배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책의 한 문장

커쇼는 코치든 구단 임원이든 동료든 늘 여러 조언을 들었다. 대부분은 걸러냈지만 납득이 되는 것은 받아들일 줄 알았다. 한 사람이 그에 대해 회상하기를 "선수들은 커리어 초창기 마이너리그 시절에 코치들이 시키는 것이라면 뭐든 다 하려고 합니다. 어떤 선수들은 계속 네 네 네만 하다가 나중에 자신이 어떤 선수였는지조차 잊어버리게 되죠." 그러나 커쇼는 달랐다며 이렇게 말을 이어 갔다. “커쇼는 좋게 말하면 고집이 있었고, 나쁘게 말해도 고집이 있었어요. 자신을 ‘최고의 모습’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고, 누가 뭐라 하든 그것을 지킬 줄 아는 선수였죠.” p.240-241

"커쇼는 마운드에 서면 정말로 믿었어요. 상대가 누구든 결국 잡아낼 거라고요." p.241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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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인생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세종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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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인물에 대하여 많이 아는 거 같지만 실제 우리는 그 인물에 대해 모르게 많다. 바로 세종대왕과 같은 인물이 그 예이다. 한국인이라면 세종대왕은 자신의 할아버지 이름보다 더 친근하게 입에 올리는 이름이다. 그는 모두가 알듯 글을 모르는 백성들을 딱하게 여기어 훈민정음(訓民正音)을 창제하였다. 이 밖에도 측우기를 제작하고 농사직설을 편찬하며, 의약과 음악, 법제 정비 등 괄목할 만한 업적을 이룬 분이시다.

얼마나 대단한 분이었으면 고구려 제 19대 광개토대왕과 함께 대왕(大王)의 극존칭이 붙는 임금이다. 대왕(大王)이라는 존칭은 재임 중에 뚜렷한 업적을 남긴 임금에게만 사후에 후손들이 공경의 뜻을 담아 붙이는데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조선 제 4대 임금이었던 그는 1397년 태조 이성계의 5번째 아들이자 제 3대 임금인 이방원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1412년 충녕대군에 봉(封)해졌고 1418년 6월에 왕세자로 책봉되었으며, 두 달 후인 1418년 8월 10일 태종의 양위로 조선의 제 4대 임금에 즉위하게 되었다. 원래 왕위계승 순서는 태종의 장남인 양녕대군이지만 그는 세자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어 태종의 마음에 실망을 주었다. 결국 모든 면에서 반듯한 세종에게 왕의 자리를 주었는데 태종이 세종을 바라보며 했던 말처럼 "충녕은 영특하고 학문을 좋아하며, 큰일을 맡길 만한 인재였다."

이것이 우리가 아는 세종에 대한 일반적인 역사이다. 이외에도 세종의 업적은 1418년부터 1450년까지 31년 6개월간 많은 업적을 남겼는데,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은 그는 단순히 머리가 비상하고 재능이 뛰어나서 많은 업적을 남긴 것이 아니라 백성이 왜 불편한지, 왜 억울한지, 나라가 어디에서 막히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한 끝에 수많은 업적을 이룬 것이다. 즉 강한 군주라서, 정치를 잘해서, 많은 치적을 남겨서 위대한 왕이 된 것이 아니라 진정 백성을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내놓은 성인이었기 때문에 위대한 왕이된 것이다. 물론 스스로를 성인이라 여기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더 나은 길을 찾고자 했다. 또한 세종대왕은 완벽했기 때문에 위대한 인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묻고, 듣고, 고치려 했기에 위대하게 평가됐다.

그리고 세종은 나라의 근본을 사람에게 찾았다. 인재를 고를 때 능력보다 자질을 먼저 보았고, 한 번의 실수로 사람을 버리지 않았다. 부족함이 보이면 다른 길로 기회를 열어 주었고, 신하의 말이 거칠어도 그 안에 담긴 마음을 먼저 살폈다. 그는 모든 것을 쥐고 통제하려는 군주가 아니라, 맡기고 믿을 줄 아는 군주였다. 참으로 중국의 요임금, 순인금과 같은 인물이지 않나 생각된다.

이번에 나온 신간 『그대는 인생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는 세종대왕의 말과 사상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읽어보도록 하는 책이다. 즉 이 책은 세종의 시대를 읽는 것이 아니라 세종의 시선으로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데 목적을 두고 편찬했다. 세상을 살아갈 때 우리는 많은 것들로 인해 고민하고, 방법을 찾는다. 이러저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모를 때, 삶의 지혜가 필요할 때, 나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을 때, 리더로서 인재를 어떻게 다루어야 될지 모를 때 이 책은 우리에게 분명한 혜안(慧眼)을 주고 있다.

아래는 책의 목차이다. 차례대로 읽어도 되지만 현재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읽고 싶은 부분만 읽어도 된다. 어디를 펴도 배울점이 많은 책이다.

Chapter 01 왜 사람부터 볼 줄 알아야 하는가

Chapter 02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얻는가

Chapter 03 얻은 인재는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Chapter 04 힘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

Chapter 05 성장하는 사람은 무엇이 다른가

Chapter 06 나를 왜 지켜야 하는가

Chapter 07 더 나은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Chapter 08 왜 그릇을 키워야 하는가

Chapter 09 목표를 이뤘다면 그 다음은 무엇을 봐야 하는가

인재에 대한 부분에서 한 부분을 언급하고자 한다. 인재를 다루기 위해선 그리 단순하지 않다. 많은 묘미가 필요하고 깊은 통찰이 필요하다. 세종실록에 나오는 흥미로운 대화 가운데 일화를 들어보자. 즉위한지 얼마되지 않아 한 신하가 조심스럽게 말하길 "전하께서 하시는 정사는 마땅히 명나라 황제의 법도를 따라 직접 친히 죄수를 끌어내어 자상히 심문하고, 만일 장관이 일을 하다 착오가 생기면 즉시 모자를 벗기고 끌어내어 왕의 위엄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강한 통치로 왕의 위엄을 보여, 작은 착오도 용납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에 다른 한 신하가 말하길 "그렇지 않다며 누군가에게 직무를 맡겼다면 그 사람을 믿어야 하며, 의심이 있으면 맡기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전하께서 사람을 뽑아 세웠다면 그 일을 성과로 이어지도록 해야하며, 전하께서 모든 일을 관여하려고 해선 안 된다고" 말하였다. 한 번의 실수로 사람을 끌어내어 벌하는 공포 정치는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종은 어떤 것을 선택했을까? 바로 후자 신하의 말을 경청했다. 그래서 한 번은 세종이 말하길 "관원이 그 직무에 적당한 자이면, 모든 일이 다 다스려진다."고 하였다.

인재를 얻으면 편안해야 하며,

맡겼으면 의심을 말고,

의심이 있으면 맡기지 말아야 한다.

p.085

또한 쓸만한 인재가 있을 때는 승진하는 차례를 무시하고 발탁하여 채용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았다. 원칙이 있어야 하지만 분명한 인재라면 관례를 넘어 발탁할 수 있음을 배운다. 그리고 어느 한 편에 불통한 자는 다른 편을 강하게 하여 다시 기회를 주는 것으로 인재를 잃어버리는 일이 없어야 함을 가르친다. 즉 한 번의 판단으로 한 사람을 재단하여 그 사람의 나머지 가능성을 닫아 버린다면 보석과 같은 인재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강경(講經)에서 한 번 실패했다고 하여 그 사람의 모든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것은 지나칩니다. 다른 재능이 있을 수도 있고, 조그 더 시간을 주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인재를 잃게 될까 염려됩니다.

_허조

강경은 조선시대 과거의 문과(文科)초시(初試)의 초장(初場)·중장(中場)·종장(終場)에서 초장에 시험 보는 방법 가운데 하나이다.

강경은 일종의 구술시험을 말한다.

"어느 한편에 불통한 자는 다시 다른 편을

강하게 하여, 통한 경우에는 중장(2차 시험),

종장(최종 시험)에 응시케 하라."

_세종대왕

세상을 살아갈 때 한 사람의 단면만을 보고 전부를 판단해 버리는 일이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말은 잘 못하지만 글로 표현하면 놀라운 통찰을 보여주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빠른 판단은 못 하지만 깊이 있는 분석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렇다. 실제 삶에거 겪어보면 속도가 있는 사람은 신중하지 못하며, 너무 신중한 사람은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느려 답답함을 느낀다. 그러나 이런 부분은 장단점이 서려 있으니 보안해주면 더 좋은 결과를 맺게 된다.

이 책 『그대는 인생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는 이렇게 삶의 조언이 필요할 때,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질 때, 무언가 답답함을 느낄 때 펴서 읽으면, 세종의 지혜로 세상을 만나게 되는 책이다. 세종 자신은 성인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 자체가 성인의 겸허함이니,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이런 대인을 통해 삶의 문제에 해답을 얻고자 한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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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윌북 클래식 브론테 세 자매 컬렉션
에밀리 브론테 지음, 박찬원 옮김 / 윌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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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wuthering heights』이란 책에 관심을 가진건 1993년에 극장에서 본 영화 때문이었다. 이때 영화를 보면서 나의 영혼은 내용 보다는 영상미에 사로잡혀 가슴이 터질듯 했다. `폭풍의 언덕`은 히스꽃 이미지로 넘실대는 작품이다. 야생마 같은 캐서린과 야생초 이미지의 히스클리프를 대변해주는 꽃으로 보인다. 영화를 보면 음울한 구름, 매서운 바람에 이어 폭우가 쏟아지면 반쯤 미친 히스클리프와 제 멋에 겨운 캐서린은 온통 히스꽃 천지인 들판을 맨발로 쏘다니는 장면이 나오는데 왜 이렇게 나는 그때 가슴을 흔드는 지진과 같은 것을 느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언 30년이 흘러 영화와 함께 책을 출간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쁨에 겨워 책과 영화를 보고자 했다. 일단 영화는 평이 좋지 않는데다가 시간을 내기 어려워 미루고 있으며, 책을 통해 그때의 가슴을 흔든 장면으로 들어가 보고자 하였다.

책에는 '폭풍의 언덕'에 대한 자료를 제공한다.(아래 사진과 영상 참조)

'워더링 하이츠'는 히스클리프 씨가 사는 저택의 이름이다. 즉 '폭풍의 언덕'이라는 의미다. '워더링 Wateings'은 이 고장 특유의 표현이며,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에 휘몰아치는 거칠고 거센 바람을 묘사한다. 집이 높은 곳에 있으니 맑고 상쾌한 바람에 통풍은 좋다. 집 가장자리에 제대로 자라지도 못하고 과하게 기울어진 전나무 몇 그루에서 바람의 세기를 느낄 수 있다. 태양의 적선을 갈구하듯 전부 한쪽으로 뻗어 자란 앙상한 가시나무 숲에서도 언덕 위로 몰아치는 북풍의 힘을 짐작할 수 있었다. p.11



책은 마음의 상상력과 그림을 그려주고, 영화는 실제적 그림을 그려주기에 영화를 꼭 참고하기를 바란다. 그것도 1993년에 만들어진 영화를 추천하는 바이다.

에밀리 브론테(Emily Brontë)의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은 1847년에 발표된 영국 문학의 대표적인 고딕 로맨스 소설이다. 브론테 자매 중 둘째인 에밀리 브론테가 서른 살의 나이에 요절하기 일 년 전 남긴 유일한 소설 작품이다. 안타깝게도 에밀리는 책이 나온 다음 해에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언니인 샬롯 브론테는 <제인 에어>를 써서 성공을 거둔 반면 에밀리는 죽고 나서야 작품성을 인정받게 되었고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삶이란 무엇이고, 성공이란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그런데 더 안타까운 것은 브론테 세 자매는 위생 환경이 열악하고 질병이 만연했던 빅토리아 시대였음을 감안하더라도 젊은 나이에 모두 세상을 떠났다. <제인 에어>를 쓴 샬럿 브론테 또한 겨우 38세에 극심한 입덧으로 1885년 태어나지 못한 아이와 함께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마치 이 책 『폭풍의 언덕』의 우울한 배경처럼 그들의 삶은 무척 어두운 색채를 띤다. 그럼에도 이 책을 통해 요크셔의 장대한 자연을 장려하게 묘사하여 '호워트'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언니 샬롯 브론테의 제인에어(jane eyre)와 더불어 애정의 섬세함을 내면화한 작품으로 평가되어 시대가 아무리 흘러도 사람들의 가슴을 매만지고 있다.


『폭풍의 언덕』의 제목에서 보이듯 작품 전체에 흐르고 있는 어두운 분위기와 감정선은 빗나간 애정의 극단적인 복수심과 증오의 표현이다. 증오심과 복수심은 인간 내면 속에 거칠게 소용돌이치는 폭풍우이다. 사랑을 소유하기 위한 욕심은 집착일 뿐임을 소설은 보여준다. 그러나 황량한 하이드 언덕에서 벌어지는 인간 애증의 감동적 이야기는 "죄는 미워해도 인간 자체는 미워하지 않는다"는 주제를 던져주고 있지 않을까?

"내가 히스클리프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가 잘생겨서가 아니라, 넬리, 그가 나보다 더 나 자신이기 때문이야. 우리의 영혼이 무엇으로 빚어졌든, 히스클리프와 나는 같은 영혼을 가지고 있어. 그리고 린턴의 영혼은 우리와 전혀 달라. 달빛과 번개가 다른 것처럼, 서리와 불이 다른 것처럼"

p.137

이 책은 우리가 생각하듯 로맨스 소설은 아니다. 히스클리프와 캐서린, 넬리, 이저벨라를 포함한 주변 인간 본성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소설이며, 인간이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지, 악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벽돌과 같은 책을 읽고 나면 마음이 편안하지는 않다. 그러나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어떤 이는 “좋은 소설”이라기보다, “강렬한 소설”에 가깝다는 말을 한다. 이처럼 『폭풍의 언덕』이 지금까지 고전으로 읽히는 이유는 인간 감정의 본질을 너무나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집착이 된 사랑은 결국 인간을 파괴한다는 이야기다.

책 안에는 한 번쯤 멈추어 생각해 보게 하는 문구가 많다. 그리고 책의 사이즈며, 글자 크기, 편집이 깔끔하게 되어 있어 읽기에 편하다. 책은 상상력을 주어 그 당시의 그림 세계로 빠져들게 하며, 특히 저자 에밀리는 매일 황야로 달려가 바람에 이리저리 나부끼는 억센 풀을 향해 마음을 던졌던 여인임을 알게 되었다.

'폭풍의 언덕'의 작가 에밀리 브렌테는 책과 함께 황야를 먹고 자란 사람이다. 에밀리는 낯선 사람들과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할 정도로 내성적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에밀리에게는 평생 가족 외에는 친구도 연인도 업었다. 에밀리가 열정적으로 좋아한 것은 황야였다. "저 언덕 위 히스가 가득한 황무지로 가면 다시 나 자신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창문을 활짝 열어. 연 채로 그냥 둬!" p.214

에밀리는 날씨와 관계없이 거의 매일 황야로 산책을 나가 신선한 공기를 듬뚝 마셨다. 그가 자주 걷던 황야에는 주로 억센 식물들이 자랐다. 황야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그의 얼굴에는 빛이 가득했다. "언덕에서 불어오는 바람마저 생명력이 가득해서 그 바람을 호흡하는 사람은 죽어가다가도 살아날 것 같았어요. p.448

영화를 봐서 그런지 에밀리가 걸었던 그 황야와 바람이 느껴진다. 그리고 책이 주는 맛은 얼마나 원작의 맛을 잘 번역하여 독자에게 안겨주냐이다. 어떤 번역은 다른 번역자보다 좀 부드럽고 시적인 느낌이 강조되어 브론테 자매 작품의 특유의 서정성을 잘 살려낸다. 요크셔의 황량한 풍경 묘사나 인물들의 내면 심리가 특히 아름답게 다가온다. 또 어떤 번역은 원작의 어두운 분위기와 강렬한 감정을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옮기며 고유의 문학적 가치를 잃지 않는다. 이번에 출간된 저자 박찬원의 번역본은 이런 모든 것을 아우르며 특히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복잡한 관계를 묘사하는 부분에서 번역자의 섬세함이 매우 잘 드러난다고 생각된다. 책을 좋아한다면 제인에어와 함께 폭풍의 언덕이란 책은 서재에 꼭 꽂혀 있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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