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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이솝 우화 전집
이솝 지음, 최인자 외 옮김, 로버트 올리비아 템플 외 주해 / 문학세계사 / 2021년 3월
평점 :
소크라테스가 사형 집행을 앞두고도 탐독했던 책!
플라톤 대화편에도 인용!
아리스토텔레스와 그의 제자들이 이솝 우화를 수집하여 체계화시킴!
이솝 우화하면 아직도 선명하게 생각나는 우화가 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양치기 소년, 개와 그림자, 여우와 두루미가 그것이다. 그래서 일단 이 책 어른을 위한 이솝 우화에서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살펴 보았다. 어른을 위한 우화라 그런지 담백하면서 딱 필요한 교훈만 적어 놓았다.
어쩌면 싱거울 수 있으니 우리가 양념을 하고, 상상을 가지고 어릴 때 보았던 어린이 이솝 우화를 첨가해서 보면 더 우화가 즐겁게 다가 올 것이다.
그렇다. 흔히 알듯 이솝 우화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재미있고 교훈적인 얘기로만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즉 처음부터 성인들을 일깨우고 일상에서 겪은 여러 경험과 삶의 지혜를 재치 있게 전달할 목적으로 구전되다가 여기저기서 조금씩 수집돠었다. 놀랍게도 고대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가 이솝과 그의 우화에 대해서 매우 심도 있게 자료를 모으고 제자들에게 수집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알렉산더 대왕과 함께 전장을 누볐던 조카를 통해서 이시리아의 『아히카르의 책』을 손에 넣었는데 그 책에는 여러 우화와 함께 이솝 우화가 실려 있었다고 한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의 동료 철학자인 테오프라스투스는 이 책을 그리스어로 번역하고 주석을 달아서 똑같은 제목으로 출간했다. 그리고 나서 그의 제자인 팔레룸의 데메트리우스가 거의 백여 편에 달하는 이솝 우화 모음집을 만들었고, 그것이 이후로 몇 세기 동안 이솝 우화의 표준이 되었다. 그가 없었다면 이솝 우화의 대부분이 사라졌을 것이라고 하니 그의 업적이 가히 크다 하겠다.
아무튼 소크라테스가 사형 집행을 앞두고도 탐독했던 책이 바로 이솝 우화라고 하니 가히 이 책은 단순히 어린이를 향한 교훈을 넘어 어른들이 사용하기에도 적합한 변론을 위한 인용으로, 정치적인 용도(풍자)로, 성인들을 일깨우는 용도로 만들어 졌다. 그래서 현재의 어른들이 읽는 가운데 삶의 교훈과 지혜를 충분히 얻을 것으로 본다.
또한 이솝 우화는 농민과 상민 같은 평범한 고대 그리스 사람의 일상적인 삶과 함께 고대인들이 평생을 거쳐 체득한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예를 들어 가발이나 개목걸이같이 매일 사용하는 물건들에 대한 상세한 묘사가 등장하곤 하는데, 더러 깜짝 놀랄 만한 내용들이 있다. 한 마디로 이런 우화를 통해서 당시 사람들의 집안을 들여다보고, 쥐들이 좋아하는 먹이가 무엇인지, 식료품 창고에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 애완동물들은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아들들이 어쩌다 버릇이 나빠졌는지, 모든 사람들이 얼마나 미신적이었는지, 상인들이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했는지, 농부가 어쩌다가 어리석게도 상인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얼마 안 되는 물건을 싣고 바다로 나갔는지, 또한 당나귀들이 얼마나 학대를 받았으며 구두쇠는 어떻게 금을 땅에 파묻었는지, 주인은 어떻게 새 노예를 샀고, 사람들은 재치 있는 말대꾸로 어떻게 단박에 조롱을 받아쳤는지 등등 그리스에서 살다간 평범한 사람들의 민낯과 사회 분위기를 그대로 볼 수 있는 특혜를 누리게 된다.(p422)
그리고 이솝 우화에는 어부(농부)들의 거친 농담들이 등장하는데, 그 중 어떤 농담들은 오늘날 지구상의 어느 시골에 적용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유익함을 준다.
플루투를 부는 어부
남달이 플루투를 잘 보는 어부 한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그 어부는 자신의 플루투와 그물을 가지고 바다로 나갔다. 그럴듯한 바위 위에 자리를 잡고 앉은 그는 플루트를 꺼내 불기 시작했다. 어부는 물고기들도 그 아름다운 선율에 정신이 팔려 저희들끼리 물 밖으로 뛰어 올라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한 마리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플루투를 내려놓고 그물을 던졌다. 이내 많은 물고기가 잡혔다. 어부는 물고기들을 그물에서 꺼내 땅바닥에 던져 놓았다. 물고기들이 미친 듯이 팔딱거리는 것을 본 어부는 이렇세 쏘아붙였다.
"멍청한 물고기들 같으니라구! 내가 열심히 풀루트를 불 때는 꼼짝도 하지 않더니, 이제야 그렇게 신나게 춤을 춘단 말이냐?" p123
이 우화가 주는 교훈은 '더러는 어떤 일을 할 때를 가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말해 준다. 매우 어부가 거친 단어를 사용하지만 이 우화를 통해 우린 삶의 교훈을 리얼하게 얻게 된다.
이 책의 특징을 알고 가면 좋을 것이다. 그 이전까지 가장 널리 알려진 이솝 이야기 영역본은 핸포드(S. A. Handford) 번역의 펭귄판이다. 그런데 이 판본에는 이 책에 실린 358편의 절반 정도에 달하는 182편의 우화가 수록되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여러 우화집이 그리스 산문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그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1927년 프랑스 파리에서 발간된 에밀 샹브리(Emile Chambry)가 엮은 『이솝 우화집』이다. 이 판본은 이솝 연구가들에 의해서 지금까지 가장 믿을 만한 판본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좋은 판본에서 나온 내용들이다. 그리고 가능한 원문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애썼다고 하니 믿고 그대로 인용해도 무방하다 하겠다. 상세한 각주 또한 매우 유익하다.
이번에 새롭게 소개되는 작품을 보면 그리스, 로마 신화를 원형으로 한 것이 유난히 많은데 그 전에 그러면 왜 누락이 되었는가 할 때 그건 신화적 요소의 퇴색됨과 더불어 기독교적인 세계와 맞지 않는 이야기들을 편저자가 고의로 누락시켰지 않나 저자는 말해주고 있다. 그 이유가 어떠하든 이번 이솝 우화는 풍부한 신화와 문학성까지를 포함한 이야기로 새롭게 읽어 나가는 신선함을 보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에 출간된 「이솝 우화」를 보면서 하나 하나가 매우 중요한 교훈과 삶의 통찰력을 주는 책인 것을 다시 한번 경험하는 순간이다. 일단 재미가 있으니 손에 놓지 않게 되며, 우화 끝 부분에 적어 놓은 짧막한 글은 우화가 주는 의미를 확실히 되새김질 하게 한다.
동물들을 대거 활용하면서 이렇게도 멋진 글이 나올 수 있다니 참으로 탁월한 이야기꾼이며, 뛰어난 작가가 아닐 수 없다. 철학자들도 보는 책이라고 할 때 우리는 이 책이 유치함을 넘어 우리의 과거를 더 깊이 이해하는 측면에서나, 인간의 본성을 연구하는 측면에서나 매우 중요한 책임을 확신한다. 인간의 유형을 동물로 재현한다는 착상은 심오한 단순성이라는 장점을 지니면서도, 그저 단순하지 만은 않다는 로버트 템플의 말은 참으로 지당한 말로 들린다.
모두가 힘든 시기이다. 고난을 견디는 의지가 필요한 지금, 강자에게 맞서는 정의보다는 위기를 넘기는 꾀를 언제나 먼저 염두에 두었던 이솝의 처세와 지혜가 더욱 절실한데 이 책이 삶의 위로가 될 뿐 아니라 위대한 처세를 배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분명 믿어 의심치 않다.
저자의 마지막 말이 마음에 남는다.
“이솝 우화 전체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앞으로는 좀 더 자비를 베풀겠다는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의 한 문장
농부와 얼어붙은 뱀
어느 겨울날, 한 농부가 추위로 꽁꽁 얼어부터 있는 뱀을 발견햤다. 농부는 뱀에게 연민을 느껴, 그것을 땅에서 집어 올려 자신의 셔츠 속에 집어넣었다. 뱀은 농부의 따뜻한 가슴 속에서 몸이 녹자 옛날의 본성이 되살아나 그만 농부의 몸을 깨물어서 죽여 버리고 말았다. 농부는 자신이 죽어간다는 것을 깨닫고는 신음하면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런 꼴을 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사악한 동물을 불쌍하게 여기다니!" p186
이 우화가 주는 교훈은 '타고난 본성은 친절함으로도 변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
말이 행복하다고 생각한 당나귀
"말은 먹을 것도 많고 보살핌도 잘 받는 것에 비해서, 자시은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해도 지푸라기조차 배불리 먹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당나귀가 있었다. 그러나 전쟁이 터져서, 말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중무장을 한 기수를 태우고 사방으로 뛰어나녀야 했으며, 심지어 적진 속으로 뛰어 들어가 창에 찔려 목숨을 잃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당나귀는 생각을 바꾸어 말이 불쌍하다고 여겼다." p331
이 우화가 주는 교훈은 '지도자나 부자들을 부러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즉 그들이 처한 위험을 생각해서 부족해도 참고 사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남의 떡이 더 크게 보인다고 항상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며, 특히 높은 지위에 있는자나 부자들을 두려워 한다. 그러나 삶의 행복은 언제나 자신의 현재 속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고사성어 중에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듯 인생이란게 갑자기 그 처지가 바껴지는 경우가 있다. 예전 어릴 때 대부분의 꿈은 대통령이라는 거대한 꿈을 가지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대통령이란게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 연예인으로 성공하여 인기와 돈을 가지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학폭이나 성추행과 같은 일은 드러나지 않았을 것인데 유명인이 됨으로 그들의 인생이 오히려 화근이 된다. 따라서 다른 사람을 보느라 내 삶을 놓치는 실수가 없어야 할 것이다.
나그네와 우연의 여신
긴 여행에 지친 한 남자가 우물 옆에 누워 잠이 들었다. 그가 우물에 막 빠질 뻔했을 때, 우연의 여신(Tyche)이 나타나서 그를 깨우며 말했다. "이보게, 나그네 친구! 그렇게 자다가 우물에 빠지기라도 하면, 자네는 아마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기보다는 나를 원망하겠지." p17
이 우화는 '자신의 잘못 때문에 불행에 빠진 많은 사람들이 신을 원망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닥친 불행(사건, 사고)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신을 대하여 화를 내고 원망을 한다. 이 부분은 이솝우화에 첫 번째 나오는 우화이다. 맨 처음에 이것을 둔 이유가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물론 이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건 인간이 자신의 운명을 탓하기 보다 삶을 헤쳐나가는 지혜를 이 우화를 통해서 배우라는 뜻으로 이 부분을 앞부분에 넣은 것은 아닐까?
이렇게 이솝 우화는 인간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글들이 매우 많다. 세상을 읽게 해주는 안목과 깊은 통찰력을 주는 이솝 우화로 초대하는 바이다!!
_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