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대인의 지혜수업 - 복잡한 세상을 명료하게 보는 힘
심정섭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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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에 관한 책은 신간이 나오면 될 수 있는 한 읽어 보는 편이다. 이 책은 전작 《1% 유대인의 생각훈련》과 같이 한국인이나 동양인을 위한 원전 탈무드 입문서이다. 탈무드는 간단하게 말하면 구약 성서 《모세 5경》을 토대로 한 가르침이다. 히브리어로 '학습, 배움' 이라는 뜻을 가진 탈무드는 구전 율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문서로 정리가 되었는데 이를 '미쉬나(Mishnah)라고 부른다. 미쉬나는 기원후 200년경에 유다 하나시(Yehudah HaNasi)에 의해 편집되었으며, 유대교 구전 전통의 핵심 문서 중 하나이다. 즉 미쉬나는 모세 오경의 구체적인 해석과 적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예를 들어, 모세 오경에서 "안식일을 거룩히 지키라"(출 20:8)고 명령하지만, 안식일에 무엇이 허용되고 금지되는지에 대한 세부 사항은 구전 율법과 미쉬나를 통해 다뤄진다. 그렇다면 탈무드는 무엇인가 할 때 탈무드는 미쉬나에 대한 해석과 논의를 담은 문서라 할 수 있다. 탈무드는 두 가지 판본이 존재하는데 예루살렘(기원후 4세기경)과 탈무드 바빌론(기원후 6세기경) 판본이다.


더 쉽게 말하면 탈무드는 신의 말씀을 제대로 지키기 위한 세부 토론집이라고 할 수 있다. 토라가 헌법이라면 탈무드는 세부 법령이다. 주제별로 토라 정신을 제대로 실천하기 위한 랍비들의 토론 내용이 정리되어 있는데 이 세부 법률안에 법률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나 예화가 들어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 소개된 탈무드는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좋으나 우화나 처세술 정도로 소개되어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너무 전문적인 것은 한국적 상황에 크게 와닿지 않는 부분이 있어 양극단을 조율하는 자료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나온 《1% 유대인의 지혜수업》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면서 독자들의 필요에 맞게 편찬되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직접 랍비에게 하브루타를 전수받은 저자 심정섭의 깊이 있는 탈무드 해석이 담겨 있다.


세계 상위 1% 주류인 유대인들에게는 탈무드가 있다. 이미 잘 알려진 세기의 물리학자 아인슈타인, 노벨문학상 음악가 밥 딜런, 할리우드의 패러다임을 바꾼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 저크버그, 세계적인 부호 록펠러, 빌게이츠 등등 그들은 무언가가 특별하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는 한국인에게 도움이 될 만한 탈무드 예화와 토론 내용을 세상, 인간관계, 인생, 가정의 주제로 묶어 그들의 생각들을 정리했으며, 또한 탈무드식 깊은 생각훈련 방식인 2×2 매트릭스 사고법과 칼 바호메르의 논리 추론법을 소개한다. 2×2 매트릭스 사고는 중요한 축이 되는 2개 개념을 중심으로 4가지 가능성을 확인해보는 것이다. 이러한 2×2 매트릭스 사고훈련을 통해 독자는 유연하게 사고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작금의 우리나라 상황도 언급하면서, 극심한 분열과 갈등의 문제를 탈무드식 사고로, 지혜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해준다. 유대인들에게는 특별한 지혜와 대안이 남다르게 있다. 복잡한 세상을 명료하게 보기 위해 이 책은 분명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다.


첫 페이지를 열면 '서로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정의다'라는 제목과 함께 '타협'의 정의를 소개해 준다. 즉 탈무드 산헤드린 32b에 보면 '서로 살 수 있는 상생의 길을 찾기 위해 타협하는 것도 정의다'라는 견해를 제시한다. 즉 두 배가 같은 강을 여행하다 서로 맞닥뜨리게 되었다. 두 배가 동시에 지나가면 배가 부딪쳐 두 배가 모두 가라앉는다. 강이 두 배가 다 지나갈 정도로 넓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만 정의로운가? 타협의 정의는 이렇게 말한다. "만약 한 배는 짐을 싣고 있고, 한 배에는 짐이 없다면 짐이 없는 쪽이 짐이 있는 쪽에 양보해야 한다. 만약 한 배가 목적지에 가깝고, 한 배는 목적지와 멀다면 가까운 쪼기 먼 쪽에 양보해야 한다. 만약에 양쪽 모두 목적지에 가깝거나 멀다면 양쪽이 협상해서 어느 쪽이 먼저 갈지를 정해야 하는데, 그런데 기다리는 쪽에서 기다리는 동안 어떤 손실이 발생한다면 양보를 받은 쪽에서 그 손실에 대해 적절히 배상을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어떤가? 상당히 설득력 있고, 정의로는 타협이 아닌가? 서로가 살 수 있는 길을 만드는 오늘 날에도 필요한 정의라 보인다.


그렇다면 세속적인 현대 국가가 서로 다른 가치와 법을 따르고 있는 종교 공동체와 어떻게 공존하며 지낼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 가장 영향력 있는 랍비인 '아브라함 카렐리츠'는 아래의 탈무드 구절을 인용하며 이 질문을한 당시 이스라엘 건국 초대 수상인 벤드리온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만약 두 낙타가 좁은 길에서 만나면, 우리는 먼저 어느 쪽이 먼 길을 여행하는지, 또 어느 쪽이 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즉 국가가 종교 공동체에 좀 더 양보하고, 더 오랜 세월 동안 유지될 수 있는 가치들을 존중해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요?"라고 대답했다.


여기서 정치 지도자는 종교 지도자의 이런 조언이나 탈무드적 판단을 따를 수도 있고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유대인들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갈등 상황을 탈무드나 토라의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고, 나름의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즉 우리의 일상 생활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판단과 결정을 해야 하는데 이때 신의 가르침이나 경전의 원칙을 배웠다면 나의 자의적인 판단이나 상황이 아닌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일관된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좀 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길러 주는 힘이 유대인들은 탈무드에서 나온다고 본다.


그리고 인간 세계에서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없다는 그들의 논리 또한 귀기울여야 할 사고(思考)이다. 유대인들은 그들의 신과 토라만을 절대적으로 보고 나머진 상대적인 것으로 본다. 심지어 악마의 대명사인 사탄도 절대 악으로 보지 않고, 단순히 고소인의 역할을 하는 천사와 비슷한 존재로 본다. 사탄이 아무리 힘을 쓰더라도 모든 것은 신의 허락하에 섭리하에 움직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대 왕국을 멸망시킨 바벨론의 '네브카드네자르(성경: 느부갓네살)' 왕은 수백 명의 유대 선지자들이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고 말한다. 왕국 시절 수많은 선지자가 우상 숭배는 잘못된 것이라고 외쳤지만 그들은 선지자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런데 바벨론 왕에 의해 70년 동안 포로 생활을 하고 나서야 그들은 우상 숭배를 완전히 끝냈다. 수백년 동안 수많은 영적 지도자가 하지 못한 일을 적국의 왕이 일거에 해냈다. 따라서 적국의 왕이라고 무조건 '죽일 놈', '원수'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책은 생각보다 쉽게 읽힌다. 그러나 유대인의 탈무드식 가르침은 생각을 많이 하도록 해주는 것이 특징이 있기에 생각의 깊이가 더해져 오히려 더 진지해 진다. 인간관계를 바꾸는 탈무드식 생각에 나오는 가르침이다. 보통 규율이나 원칙을 지키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판단하고 정죄하기 쉽다. 하지만 유대 경건주의 운동의 창시자인 바알 셈 토브는 좀 더 다른 관점에서 다른 사람의 잘못을 바라봤다. 《토라에 관한 바알 셈 토브의 책의 창세기 편》에 따르면 세상에 모든 일은 우연히 일어날 수 없는데, 오늘 내가 다른 사람의 잘못을 보게 된 것은 내가 그의 잘못을 지적하기 보다, 오히려 나에게 비슷한 잘못이 없는지 돌아볼 기회를 신이 허락하신 것으로 생각했다. 특이한 생각이지 않는가?


그리고 바알 셈 토브는 자신을 핍박하고 모욕하는 사람들에게도 친절하고 애정을 보이는 것으로 유명한데 한번은 제자들이 어떻게 선생님은 해치려는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는지 물었다. 그는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이렇게 설명하나. 첫째, 어떤 사람이 나를 미워하면 나도 그 사람을 증오하과 하는 유혹에 빠지는데 이것은 이웃을 사랑하라는 계명을 어기는 지름길이 된다며, 이때는 원수를 미워하고 싸우는데 에너지를 쓰기보다는 내 안에 있는 악한 본성과 싸워서 이기는 기회로 삼으리고 한다. 둘째, 만일 원수를 사랑하게 되며 그 사람도 회개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고 말한다. 믿기진 않겠지만 내가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도 나를 사랑하게 되어 있으며, 신기하게도 내가 사람이 아니라 그의 잘못된 행위를 미워하면, 그 사람도 자신의 행위를 미워하고 회개하게 된다고 한다. 셋째, 여러분들은 거룩한 사람들이다. 여러분들이 힘을 모아 서로를 사랑한다면 신의 거룩함이 여러분 가운데 함께하게 된다. 그러나 사랑하지 못하고, 그 결과로 여러분과 신의 사이에 간격이 벌어지면, 그 거룩함은 악의 영역으로 떨어지게 되고, 엄청난 재난이 뒤따르게 되기에, 신의 임재하심을 떠나지 않도록 하려면 비난하거나 정죄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그 사람을 도우라고 한다. 그래야 거룩함이 우리를 떠나지 않고, 악이 들어올 틈이 없게 된다고 가르친다.


쉽지 않는 가르침이다. 그러나 성인은 원수를 사랑하는 경지까지 가야 온전한 사랑에 이를 수 있고, 근본적으로 악을 통제하게 된다고 한다. 현대 사회를 보면 묻지마 살인이 계속 난무한다. 지난달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명재완 씨가 학생 김하늘 양을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세상이 싫어 죽고 싶은데 남을 죽이고서 자기 목숨을 끊으려는 이기적인 살인을 저질렀다. 그런데 3월 14일 날짜에 경북 영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30대 여교사가 ‘김하늘 양 피살사건’을 언급하며 “나도 너희 해칠 수 있다”라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초등학교 담임 교사인 A 씨는 지난 7일과 11일 수업 시간 중 “너희들이 나를 공격하면 나도 너희를 해치거나 공격할 수 있다. 나도 자살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사랑을 잃어버린 현대 사회의 비극을 무엇으로 치유해 나갈까? 탈무드식 사고가 정답을 주어 살인이라는 것을 다 막지는 못하겠지만 탈무드식 가르침은 인간관계를 더욱더 건전하고 상식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주리라 본다. 책은 가독성이 좋아 잘 넘어간다. 특히 이 책에서는 1장부터 4장의 마지막에 각 주제에 대해 깊게 사고해볼 수 있도록 약 60개의 열린 질문이 수록되어 있어 탈무드식 생각 훈련을 하도록 돕는다. 그리고 5장부터 6장은 독자들이 독서 모임이나 가정에서 탈무드 원전을 가지고 실제 탈무드식 토론(하브루타)을 해볼 수 있도록 자세하게 매뉴얼을 정리하고 소개해 주고 있다.


5,000년의 통찰을 품은 고전 인문학 ‘탈무드’는 정말 대단한 책이며 지혜와 성찰을 듬뿍 안겨주는 책이다. 읽기만 하면 남들과 다른 사고 패턴을 가져, 훨씬 더 통찰력 있는 삶과 여유로운 삶, 지혜로운 삶을 살게 될 거라 믿는다.

이 책의 한 문장

출처 입력

한 랍비가 이런 말을 했다. “우상이란 신의 형상이 아닌 것을 신처럼 숭배하는 것이다. 우리는 신의 형상을 볼 수 없다. 그런데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신의 형상으로 지어진 보이는 피조물이 있는데, 그게 바로 사람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람을 사랑하고 섬길 때 바로 보이지 않는 신을 사랑하고 섬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해가 있다면 우리는 탈무드식 토론을 하며 사람을 통한 신에 대한 사랑과 섬김을 실천할 수 있다. P. 253


공동체와 떨어져 혼자 있지 말라. 네가 죽을 때까지 네 자신을 믿지 말라. 그리고 상대의 입장이 되어보기 전까지는 상대를 판단하지 말라. 나중에는 이해하겠지라고 착각하고,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하지 말라. 그리고 시간이 나면 공부하겠다고 하지 말라. 그런 시간은 나지 않기 때문이다(랍비 힐렐, 아보트 2장 5절) P. 282


죄를 짓지 않기 위해 세 가지를 기억하라. 네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며, 누구 앞에서 삶을 결산하게 될지를. 너는 어디서 왔는가? 하찮은 정자 한 방울에서 왔다. 너는 어디로 가는가? 먼지와 벌레와 구더기가 있는 무덤이다. 누구 앞에서 삶을 결산하게 되는가? 모든 왕을 다스리시는 그 분이시다.(아보트 3장 1절) P. 284


현명한 사람은 내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서 배우는 사람이다.

진정으로 강한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이다.

화를 덜내고, 감정을 조절하는 사람이 어느 정복자보다 위대하다.

진정한 부자는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다.

진정으로 존경받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사람이다.

P. 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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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알토, 자본주의 그림자 - 미국경제 욕망의 역사
말콤 해리스 지음, 이정민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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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독특하고 뛰어나고 부유한 팔로알토라는 땅 아래 켜켜이 쌓여있는 제국주의 폭력적 기반에 대한 지질학적 조사다. 그 기반은 미국을 넘어 아시아, 유럽, 세계 전역에 뻗어 있다. 딱딱한 원인과 결과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미국 역사 중심에 있는 탐욕의 결과에 대한 핵심적 샘플이다. - 월터 존슨 (하버드대학교 교수)


이 책은 실리콘밸리를 다룬 최초의 역사서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부도시 팔로알토(Palo Alto)는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선망하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반항적 히피문화가 남아 있는 팔로알토에 첨단 기술과 대규모 자금이 더해져 정신적·물질적으로 자신감이 넘치는 실리콘밸리의 심장부가 됐다니 이 또한 놀라울 따름이다. 인구는 7만명에 불과한 소도시지만 1인당 소득은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카타르·마카오·룩셈부르크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래서 어떤 이는 팔로알토가 사실상 ‘세계의 중심’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팔로알토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저자 말콤 해리스는 신간 ‘팔로알토, 자본주의 그림자’를 통해 겉으론 화려해 보이는 이곳의 이면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겉으로 드러난 것에 도취되는 경우가 많다. 만리장성의 웅장함을 보며 놀라워 하지만 그 이면에는 백성들의 피와 땀, 희생, 억압, 착취, 고통이 만리장성을 감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같이 실리콘밸리가 고도로 성장한 배경에는 도전과 혁신뿐만이 아니라 탐욕과 착취가 더 두텁게 깔렸음을 저자는 적나라하게 서술해 준다. 이곳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인 땅과 자유를 빼앗긴 인디언의 묘지 위에 구슬프게 지어진 자본주의 허상이 자리잡고 있다.

책에 의하면 동부에 비해 발전이 미미했던 이곳이 어떻게 경제전쟁의 강력한 동력이 되었는지, 어떻게 놀라울 정도로 화려하고도 재앙적인 21세기로 이끌었는지,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급속하게 발달한 기술이 어떻게 수많은 인재와 자본과 연결되며 경제적 풍요를 가져다주었는지, 휴렛팩커드(HP), 제너럴 일렉트릭(GE),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 전 세계를 흔드는 첨단기술기업들이 어떻게 꼬리에 꼬리를 물며 차례대로 나타났는지, 더 나아가 미국 자본주의의 욕망 뒤에 가려진 소문자들의 이야기까지 고스란히 드러내어 보여준다.

그렇다. 이곳 팔로알토는 교육률도 높고 실리콘밸리 덕분에 수입도 괜찮은 지역이지만, 반면에 청소년 자살률은 미국 평균보다 높은 지역이다. 자살이 시작된 건 2002년이었다. 그해, 릴런드 스탠퍼드가 팔로알토를 세울 때 기준점이 되었던 칼트레일 선로에 한 신입생이 몸을 던졌다. 그리고 이후 자살자는 늘어 났고, 집단자살 자들도 생겨났다. 겉보기엔 완벽하지만 청소년 자살률이 평균보다 3배나 높다고 하니 “팔로알토는 거품”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은 그냥 들리지 않는다. 한 기자는 이 책을 읽고 나면 실리콘밸리가 전처럼 ‘포스트모던 엘도라도(황금도시)’로 보이지만은 않을 것이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p. 6-7

저자는 이 지역의 150년 역사를 고찰하며, 자본주의의 민낯을 훤히 드러내 준다. 물질 문명 사회 속에서 가장 추구하는 가치는 단연 화려함과 높은 기술력과 경제 성장으로 인한 혜택이다. 실리콘밸리는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며 계속 발전이라는 명목하에 문명의 꽃을 피우고 있다. 그런데 팔로알토 지역의 청소년 자살률을 보면 인간의 존엄성은 해결하지 못한 것 같다. 즉 기술 혁신으로 이루어진 경제 성장은 불평등을 심화시켰고, 성장 이면의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비용은 지불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책에선 실리콘밸리 거대 기술 기업들의 혁신을 인정하면서도 이들의 경영 방식이 바람직하기만 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아마존의 경우 기술 자동화를 토대로 생산성을 높이고 다른 기업보다 더 높은 임금을 제공했으며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안겨줬다고 또한 평가한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이는 오너가 투자 수익을 나눠준 결과라기보다는 노동자들이 이룬 추가 생산 수익이 주주에게 분배된 것이다. 작업자의 일상과 근무태도를 끊임없이 추적하는 시스템으로 인해 노동자가 혹사당하고 있으며 아마존 물류창고의 이직률은 150%에 달해 8개월마다 전체 인력을 교체해야만 한다고 비판한다. 즉 물류창고와 배송차량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불쾌한 특징은 방광염이다. 두 종류의 근로자는 업무가 매우 다르지만 둘 다 아마존의 근로자 효율성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빡빡하게 설계되어 있어 직원들의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너무 자주 그만두기 때문에 아마존은 반자동화된 채용 및 해고 시스템을 사용하여 새로운 노동력에 대한 끊임없는 욕구를 해소하고 있다. p.478-488

실로 팔로알토는 거품이다. 자본주의는 결국 팔로알토에서 철수할 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닉 에스테스란 자가 전 세계가 직면한 문제 앞에 결론적으로 말했다. "지구가 살려면 자본주의가 죽어야 한다" 자본주의의 유물론적 역사를 되짚어 봤을 때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말이다. 과연 자본주의는 이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할 것인가? 아니면 변형되어진 형태로 계속 업그레이드 되어서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괴물인가?

개인적으로 자본주의는 현재의 경제 시스템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계속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여기에 따른 극단적인 부의 집중과 환경 파괴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단 공정한 부의 재분배, 노동 환경 개선, 환경 보호, 금융 규제, 소비문화 변화 등의 개혁이 필요하다. 이처럼 자본주의는 단순히 폐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 더 지속 가능하고 공정한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다. 이를 위해 정부, 기업, 개인이 협력하여 새로운 경제 모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것도 끊임없이 말이다!

거대한 자본주의 중심에 서 있는 실리콘밸리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이렇게 세밀하게 살필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에 감사를 표한다. 실로 자본주의 역사의 진실을 알려달라고 할 때 훌륭한 트로이의 목마가 되어 줄 책이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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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철학자들 - 자연에서 배운 12가지 인생 수업
신동만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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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에 보면 개미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게으른 자는 개미에게 가서 그 사는 모습을 보고 지혜를 깨쳐라. 개미는 우두머리도 없고 지휘관이나 감독관이 없어도 여름 동안 양식을 장만하고 추수철에 먹이를 모아들인다. 그런데 너 게으른 자야, 언제까지 잠만 자겠느냐? 언제 잠에서 깨어 일어나겠느냐? ...그러면 가난이 부랑배처럼 들이닥치고 빈곤이 거지처럼 달려든다."

개미를 통해 인간 삶의 게으름을 책망하고 부지런함을 칭송하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내용들로 가득찬 책이다. 저자는 28년 동안 자연 다큐멘터리 PD이자 동물생태학 박사로 살아오며 그동안 뷰파인더로 직접 관찰하고 기록한 동식물의 모습을 통해 삶의 길잡이가 되어줄 12가지 인생의 진리를 찾은 기록물이다. 자연은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삶과 동거동락하며, 스승으로서 무수한 세월을 함께해 왔다. 노자(기원전 571년)라는 자는 그 스승(자연)을 통해 진리를 배운 대표적인 사람이다. 그는 자연에서 진리를 배워 가르침을 전해주는데 대가로서 상선약수(上善若水) 즉, “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다”는 가르침을 남기며 물에서 얻은 진리를 우리에게 전해주었다.

저자는 KBS에서 자연·환경 다큐멘터리 전문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늘 자연에서 인생을 배워왔다. 온갖 동·식물이 살아가는 모습을 관찰하며 인생 수업을 저절로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사계절의 변화무쌍한 시간의 흐름, 생존을 위한 치열한 분투, 의리와 사랑으로 연결된 짝짓기와 양육, 공생의 관계 등을 통해 저자는 필요한 지혜를 무수히 배우고 캐치하게 되었다. 이것은 저자의 삶에 새로운 세계를 여는 문이 되었고, 통찰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


책에 등장하는 생명체들은 단순한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저마다의 방식으로 생존을 위해 준비하고 인내하고 적응하는 '철학자'들이다. 예를 들면 수리부엉이는 겨울에 짝짓기를 하기 위해 여름부터 철저하게 ‘준비’한다. 산수국은 곤충을 유인하기 위해 헛꽃을 피우고 토질에 따라 꽃 색을 바꾸며 사는 곳에 ‘적응’한다. 매미 약충은 수년 동안 땅속에서 있다가 특정 시기를 기다려 세상 밖으로나온다. 즉 장마가 끝날 무렵 ‘기다림’의 긴 시간 끝에 날개를 펴기 위해 며칠 동안 세상 밖으로 나온다. 여기에 관해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데 한 달간 이어진 비는 땅을 물렁물렁하게 만든다. 매미 약충이 올라 오기에 제격의 상태가 된다. 이 무렵에 여의도 벚나무 아래를 유심히 들러보면 숭숭 난 구슬만한 구멍을 볼 수 있는데 매미가 세상으로 나온 흔적이다. 만일 장마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린 매미 소리를 못 듣고 살뻔 했다. 왜냐하면 장마가 길어지면 매미가 날개를 말리는데 어려움을겪고, 비가 오지 않으면 땅을 뚫고 나오기가 쉽지 않다. 야생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녹록치 않다. 그리고 쇠제비갈매기는 큰비를 맞으면서도 알이 떠내려가지 않도록 ‘끈기’ 있게 부둥켜 앉는 모습을 보여 준다. 내친김에 하나 더 언급하면 언뜻 보기에 괭이갈매기의 집단 번식지는 무질서하고 소란스럽다. 하지만 그 속에는 괭이갈매기만의 아름다운 질서가 숨어 있는데, 바다라는 거친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해 일부일처제를 선택하며 산다. 괭이갈매기는 철새다. 그래서 이동하면서 헤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데 번식지에서 매번 그 많은 갈매기 가운데 새로운 짝이 아닌 그전에 만났던 짝을 소리와 냄새로 기억해 두었다가 짝짓기를 한다. 텃새가 아닌 철새로 번식하면서도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것을 보면 진정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우리는 사람과의 관계를 배운다. 현대인들은 너무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진다. 그러나 매년 번식지와 월동지를 오가면서도 한번 맺은 짝의 관계를 유지하는 괭이갈매기를 보면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우게 된다.(수리부엉이 또한 한번 짝을 맺으면 평생을 같이 지내는 조류다. 게다가 수리부엉이는 1년 내내 교미를 한다. p.248-251)


이처럼 야생의 동식물을 때로는 현미경처럼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때로는 망원경처럼 멀리 조망하면서 세심한 관찰을 통해 이토록 놀라운 인간의 얘기를 하고 있으니 이 책은 단연 새로운 시도의 철학책이다. 야생의 세계를 보면서 저자는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과 다르지 않음을 발견하였다. 그들에게도 의(털) · 식(먹이) · 주(둥지)의 문제는 늘 존재한다. 한배에서 태어난 형제끼리 다투기도 하고 이웃과 생사를 건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사람 역시 다투고 화해하고 사랑하고 배척하고, 그렇게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데 유독 인간은 너무 많은 욕심과 이기심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는지 저자는 독자에게 질문을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동식물은 저마다 생존과 공존의 철학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중구난방처럼 살지 않고 철저히 다음을 준비하며 내일을 맞이한다. 즉 동물은 여름부터 겨울을 준비한다. 또한 겨울에는 봄을 준비하고 봄에는 겨울을 준비한다. 정교한 생체시계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 여기에 이상이 생기면 야생에서 도태되고 만다. 아무 생각 없어 보이지만 야생의 생명체는 그렇게 한 계절, 두 계절을 앞서서 준비하며 살아가는데 인간 세상에 보면 수리부엉이 보다 못한 매미 보다 못한, 쇠제비갈매기 보다 못한 자가 기생하고 있다.

이 책은 독자인 나에게 자연을 새로운 눈으로 보도록 이끌었고, 그 안에 무수한 삶의 지혜가 숨겨진 것을 깨닫게 했다. 인간은 자연 앞에 겸허히 엎드리며 배워야 한다. 오만함은 결국 종말을 앞당길 것이다.



 


스승처럼 다가온 자연에서 배운 12가지 인생 수업은 많은 이들에게 읽혀져 인간의 발전이라는 질주를 막는데 필요한 책이 되었으면 하는 바이다. 진정 야생 그 자체가 철학적이며, 철학자들이다. 특히 자연은 서두르지 않고 모든 것을 이루어내고 있다. 그것도 욕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툭하고 정의 내려주는 일방적 가르침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진리를 내비치는 책이다. 이제 이 책을 손에 들고 자연 앞에 경외감을 가지고 바라보자!!

이 책의 한 문장

수리부엉이는 밤이라는 조건 아래서 소리 없는 사냥을 구현하기 위해 눈, 귀, 깃털 등 모든 신체 구조를 바꾸었다. 이렇게 환경에 적응했기에 밤의 세계에서 제왕으로 군림하게 되었다. 각자의 생활 조건에 적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적응은 생존의 제일 조건이다.

P. 50_<2장 적응: 처음은 낯설어도 이 또한 익숙해진다>

누군가를 기다리려면 마음속에 간절함이 있어야 한다. 비바람이 몰아칠 때도 반드시 만날 수 있다는 간절함이 있다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새가 둥지에 다시 돌아오는 건 품어야 하는 알이나 새끼가 있기 때문이다. 여름 철새가 어김없이 매년 한반도로 날아오는 건 후대를 잇는다는 위대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다. 부모 새는 허기를 채우기 위해 잠시 둥지를 비울 때도 다시 둥지로 돌아오는 걸 잊지 않는다. 두꺼운 알껍데기 속에서 세상으로 나오기 위해 몸부림치는 태어나지 않은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미완성의 생명은 어미 새의 품에서 온기를 받아야 발달을 이어갈 수 있다. 어린 새끼들도 부모 새가 벌레를 구하러 나가서 금방 돌아오지 않더라도 끝까지 기다린다. 본능적으로 부모 새가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매일 이어지는 기다림을 통해 만남과 성장이 이루어진다. 자연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도 다루고자 하는 동물을 만나려면 기다려야 한다. 기다림은 제작자가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다. 기다림에는 언젠가 나타나리라는 믿음과 만나고 싶다는 간절함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기다림에 지치면 만남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몰려올 때가 있다. 이 위기의 순간에 기다림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간절함이다. 간절함이 있어야 포기하고 싶은 온갖 유혹을 물리칠 수 있다. 또 만나고 싶은 간절함이 강하면 '끌어당김의 법칙'이 상대를 눈앞에 데려다 준다. p.86-87 _ <3장 기다림: 서두른다고 꽃이 피지 않는다>

인간만 관계 맺음을 하며 사는 것은 아니다. 사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은 다른 존재와 연결되어 살아간다. 생명은 탄생 순간부터 크고 작은 존재와의 관계 속에 있다. 생명체 자체가 다양한 세포들의 연합체로 이루어져 있고 바이러스, 균 등 다양한 미생물과 공생하며 생명을 유지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각 생명은 다른 생명을 기반으로 살아간다. 나무가 우거진 숲에 들어가면 다양한 생명체가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는지 살펴볼 수 있다. 나무뿌리는 버섯 균사체에 덮여 있다. 나무는 잎으로 광합성을 해서 만든 탄소를 균사체에 나눠 주고, 균사체는 땅속의 영양물질, 즉 질소, 인, 기타 영양물질 등을 모아 나무에 전달한다. 이외에도 개미와 진딧물, 흰동가리와 말미잘, 벌과 꽃 등 수 많은 종이 서로 협력관계를 맺고 산다. p.189-192_<8장 관계: 생명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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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깨어 있어라
나연옥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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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살아가면서 다양한 환경과 사람과 책을 만나게 된다. 이 책은 그런 책 가운데 하나이다. 이때의 나 자신은 조금은 센치한 상태였다. 그래서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철학책과는 다른 자기 개발서와는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그런 기회에 이 책을 선택했던 것인데 소위 덜컹 서평단에 선정이 되어서 그냥 가볍게 읽어보기 위해 책을 신청하게 되었다. 그런데 대게 이런 책은 관심도가 높지 않다. 그러나 저러나 책이 집으로 도착하여 읽게 되었다.

일단 이 책을 서평단으로 신청한 이유는 아래의 글귀에서였다.

“우리는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각자가 지닌 숙명과 사명이다. 깨어남이라는 것은 지금 삶을 통해서 알아야 할 것들의 메시지를 아는 것이다. 우리가 왜 아득바득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아무리 속을 채워도 배고프고 아무리 마셔도 목마른 이유는 육체의 짧은 삶이 아닌, 그 이면의 다른 무엇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하지 않을까? 우리 모두는 삶은 그냥 태어났기에 사는 것이 아니라, 삶에는 목적과 사명이 있다는 것, 그리고 삶은 깨달음과 지혜를 얻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이제는 각자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지금 현재에 최선을 다하며 교정해야 할 때다.”

이 문구가 센치해진 마음을 파고들어 서평단 신청으로 나아가게 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불편한 글귀가 자꾸 거슬리게 다가 왔다. 자칭 재림 예수라고 일컫는 '슈카이브'에 대한 언급이다.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자칭 예수가 50명이 넘는다는 자료가 있다. 그 중에 또 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자칭 예수는 저자와 같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어 한국영성책쓰기 코칭협회라는 모임을 통해 이와 같은 책을 쓰도록 하고 있다.

일부 사람들이 새로운 영성적 가르침에 매료되고, 글쓰기에 대한 코칭을 받아 에세이 형식을 빌려 이상한 가르침을 전하고자 하는 거 같다. 일단 저자는 대순진리회와 같은 곳에 혹하고 빠지는 미약한 심령이다. 이곳에서 퇴직금을 다 갖다 바치며 잃을 정도로 귀가 얇은 사람이다. 잘못된 사이비에 빠져 전도한다며, 일체의 교통비도 없이 겨우 끼니를 때우며 종일 그들에게 종교적 착취를 당하며 수고하는 시간을 겪기도 했다.

읽으면서 바로 드는 생각은 이 책 저자의 불안정함이며, 무언가에 홀린듯 보이지 않는 깨달음의 허상을 쫓아가는 느낌이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이 책은 그렇게 건강하지 않는 책이다.

물론 인간은 삶의 진실을 알고 싶다. 왜 우리는 태어났고, 왜 우리는 삶의 다양한 상황과 형편에서 태어나 이렇게 살아가야만 하는지 궁금해 한다. 때론 마음에 눈물이 흘러 진정 그 삶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온갖 철학책과 종교서적을 뒤적이기도 한다. 그리고 의지가 되는 대상에게 마음을 두며 일시적인 평안을 누리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처음 대순진리회에 빠져 사물을 바로 보지 못하듯 지금 또한 자칭 재림 예수라고 일컫는 '슈카이브'를 통해 혼돈된 깨달음에 미혹되고 있다고 본다.

깨어남과 깨달음, 카르마, 영혼의 자유를 위한 에고 내려 놓기와 같은 것은 가르침들이 어떤 상황에서는 대단히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가르침은 삶을 직시하지 못하게 하고, 현실을 탈피하게 하며, 허상을 쫓게 하여 삶의 무대에 적응을 못하게 한다. 이 세상은 그저 탈피하기 위한 수단이며, 영혼이 머무는 학교로서 존재한다고 하여, 삶의 현실을 깡그리 무시하게 만들어 삶의 부적응자로 살게끔 한다.

물론 우리는 수박 겉핥기식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진짜 ‘나’를 알고, ‘나’를 찾지 못하곤 한다. 그러다 보니 외부의 것들에만 관심 있고, 그것들로 채우기 위해 앞만 보고, 멀리 바라본다. 그렇게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요시하며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동안 스스로 틀 안에 갇혀 자신을 깨우지 못한 자신을 질책하며, 이제는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자신을 내려놓도록 하는데는 많은 도움을 주는 이점은 있다. 그래서 참된 자아가 드러나 더 넓은 우주를 보게 하는 의식의 깨어남을 경험한다. 그러나 비단 이 책이 위험하다는 것은 그런 깨달음은 이미 철학자들을 통해서 우리들에게 말해져 왔고, 일부 종교들에 의해서 내적인 삶을 살도록 하는 건전한 종교가 '그러한 것에 대해' 이미 가르쳐 왔다. 즉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이러한 가르침을 주는 건전한 종교와 책, 철학적 가르침이 우리들 가운데 많이 쏟아 졌다. 그러면 문제는 뭔가? 그것은 '슈카이브'라는 자칭 재림 예수라는 자의 가르침을 맹목적으로 믿어 마치 자신들이 깨어난 것처럼 생각하게 되고, 교주를 추종함으로 개인의 주관적 판단과 이성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극단적으로는 교주의 가르침이 마치 신성불가침의 말처럼 들려 전혀 상식적이지도 않는 일을 하라고 할 때에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물질과 육체, 영혼이 가스라이팅되어 모든 것이 탈탈 털리는 상황을 결국 겪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기를 "우리는 살면서 숱한 선택의 기회를 만나게 된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 차는 무엇을 마실지, 퇴근하고 누구를 만나 수다를 떨 것인지 등 매 순간, 매일매일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이렇게 평생을 살아가고 죽는 순간까지도 선택해야 할 것, 결정해야 할 것들을 놓고 고민하다가 아쉬움과 미련, 후회를 두고 죽음을 맞이한다. 그런데 선택이란 무엇일까? 신은 왜 우리에게 자유의지를 줘서 선택하게 만든 것일까? 선택하지 않았을 때의 손해와 선택했을 때의 이익, 이것들을 계산하는 분별심에 집착하는 에고의 욕망이 우리의 영혼의 소리를 막고, 우리의 영혼을 슬프게 하는 것이다. 이제는 자신의 내면의 영혼 소리에 귀 기울여라! 누구든지 들을 수 있고, 결국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깨어남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라고 말하며 '선택'의 영역을 결국 나쁜 쪽으로 말하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결국 인간은 선택하는 것의 종이 된다. 즉 순간순간을 선택하면서 사는 거다. 이러한 선택은 어떤 이익에 집착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분별심에 집착하여 사물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분별을 통해 옳고 그름을 알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잘못 선택한 자신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 이유는 인간 자신이 그것을 선택하며 따랐기 때문이다. 결과는 원인에 의해 얻어진 것이기에 이런식의 가르침을 주는 깨어남의 진리는 자칫 허상에 머무는 삶이 된다.

그러기에 이 책의 저자도, 이 책을 혹 읽는 자도 이곳의 가르침을 통해 삶을 직시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더 이상 자칭 재림 예수라하는 '슈카이브'의 지도나 가르침으로 달려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르침에 대한 깨달음으로만 그쳐라. 슈카이브는 재림 예수가 아니다.

이 책이 또 하나의 미혹의 책이 되지 않았으면 하여 서평을 빌어 몇자 적어 봤다. 이미 자료를 찾아 보니 실화탐사에서 289회차에 사이비 슈카이브에 대해 다뤘다. 사이비의 가장 큰 문제는 가족과의 관계를 끊어버리게 하고, 가진 돈을 다 사이비에 바치게 하며, 불안을 조성하여 삶을 파괴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빠진 자들은 대부분 정상적인 현실을 살지 못한다. 허황된 가르침 가운데 하나만 언급하면 비싼 돈을 주고 한 강의를 듣고 그 교주로부터 허락이 떨어지면 빛의 일꾼 명단에 오를 수 있고, 종말이 오는 날 우주함대를 타고 새나라에 갈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고 한다.

딱 봐도 무언가 잘못된 것임을 알 것이다. 여기에 빠진자들은 빨리 서둘러 나오기 바란다!!(서평을 쓰기에 부적합한 책이나 올바른 종교로 권면하고자 이렇게나마 글을 올리는 바이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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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당신은 죽어가는 자신을 방치하고 있는가 - 아침과 저녁, 나를 위한 인문학 30day 고윤(페이서스코리아)의 첫 생각 시리즈 3부작
고윤(페이서스 코리아)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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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심리 사회적 요소에 의해 증후군(症候群, syndrome)을 겪는 현대인들이 많다. 증후군이란 보통 질병의 증상이 단일하지 않고 그 원인이 불분명할 때 쓰이는 용어이다. 현대인이 겪고 있는 증후군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많다. 이 책은 그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심리 현상 43가지를 뽑아 현재 자신이 가진 삶을 고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저자 말처럼 "우리는 진정 나를 보살피며 살고 있을까? 혹시 타인을 위해 희생하느라 바쁘고, 보이는 껍데기에 혈안되어 죽어가는 나를 방치하고 있진 않은가? 진정 행복한 삶을 꿈꾼다면 ‘끌려가는’ 삶이 아닌 ‘선택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 이유는 사회가 원하는 완벽함을 추구할수록 점점 자신이라는 개체성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이 진리를 깨닫기가 어렵지만 완벽주의에서 벗어난다면 그것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 내고, 그 속에서 곪았던 상처를 치유하며 잃었던 생기를 되찾게 되는 것이다. 즉 진정한 '나다움'을 만나게 된다.

랄프 왈도 에머슨이 이런 말을 했던 것을 기억한다.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잃으면, 온 세상이 나의 적이 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인물이다. 그가 쓴 '자기 신뢰'라는 책은 자기 주체성을 갖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그런 면에서 조슈아 베커의 《삶을 향한 완벽한 몰입》 중에서 이런 내용의 글이 이 책과 부합되는 것이 있어 인용해 본다.

"우리의 목표는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얻는 게 아니다.

그것은 공허하고 덧없는 것일 뿐이다.

우리의 목표는 누가 칭찬하든 말든, 모든 잠재력을 발휘하며

내게 주어진 인생을 사는 것이다."

현대인들의 문제는 사회가 원하고, 부모가 원하는 삶의 매커니즘에 너무 흠뻑 빠져 있다. 그래서 눈치 문화라는 말도 만들어졌다. 사람은 타인을 통해 삶을 배워가고, 자신을 비추어 보면서 자기 삶을 만들어 간다. 그런데 지나친 주변 인식은 자신이라는 주체성을 잃어버린 가면적 삶을 살아가게 한다. 그런데 이런 가면적인 삶은 그 삶이 완벽해 보여도 영혼은 심각한 형태로 병들어 있다. 결국 이러한 심리적 문제는 다양한 심리 증후군으로 나타나 자신의 삶을 옥죄게 만들어 별별 심리적 증후군을 만들어 낸다. 증후군 가운데 '민모션 증후군'이 있다. 이것은 "울고 눈물이 마구 흐르지만 입 밖으로 소리를 내지않고 우는병을" 말한다. 스스로의 감정을 억제하기 때문에 다른 말로는 '감정억제증후군'이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억지로 감정을 억누르면 심리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즉 감정 억제는 곧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면역 체계나 호르몬 분비에 이상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때문에 무조건 자신의 감정을 부정적이라 생각치 말고 때로는 펑펑 속 시원하게 털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울고 싶을 때 펑펑 울고 난 후에 불안감이나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묵었던 감정이 해소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스마일마스크 증후군'이 있다. 겉으론 웃고 밝아보여도 속으론 매우 아프고 울고있는 병으로서 마치 웃고있는 마스크를 쓴것처럼 있어서 그렇게 부른다. 문제는 이러한 감정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면 불안함과 스트레스가 겹쳐지며 무력감, 식욕감퇴, 불면증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으며 오랜 기간 상황이 이어진다면 우울증으로 변화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책을 열게 되면 PTSD라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증후군을 소개 한다. TV '나는 솔로'에서도 번번이 언급되기도 하는 이 말은 현대인들이라면 어쩌면 다 겪는 증후군일 것이다. 각자만의 PTSD가 있다. 그러나 그 상황을 이겨낼 수 있음을 저자는 보여 준다. 저자는 혈액암이라는 상황에서 PTSD를 겪었다. 그리고 그것이 그의 인생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들었으니 이런 증후군에 빠진 자들에게 저자의 글은 힘이 될 것이다.

아픔을 겪는 것은 삶의 일부이지만,

그것이 우리를 정의하지는 않는다.

오프라 윈프리

또 다른 증후군이 눈에 들어 온다. 그건 '영웅 증후군'이다. 다른 말로는 '인정 욕구'를 말한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행위는 근본적으로 만족감을 느끼는 동시에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 건강한 마음 가짐이다. 그런데 모든 상황에 다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뭐든지 지나치면 문제이듯 타인으로부터 인정과 신뢰를 받기 원하는 마음이 지나치면 과도하게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자 하고,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타인의 평가로 자신의 가치를 판단하게 되고, 사회적 관계에서 늘 불안감을 느끼며 살게 된다. 특히 영웅 증후군은 꽤나 깊고 복잡한 심리적 현상인데 자신을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문제를 일으켜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영웅처럼 보이려고 한다. 실제 1960년대 뉴욕에서 몇몇 소방관들이 고의로 화재를 일으키고 이를 진압하여 영웅으로서의 명성과 인정을 받으려고 했던 사건이 있었다. 그래서 영웅 증후군에 속한 자들은 주목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 때문에 자연 재해나 긴급 상황에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영웅으로서 드러나려고 한다.

그런데 “그래도 영웅 증후군은 타인을 돕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거니까 괜찮은 거 아닌가?"라고 말하는데 물론 그렇게 비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과한 행동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부모와 친구, 동료와 연인 더 크게는 나와 안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그래서 스스로 상처 받고, 지치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늘 불안함에 떨며 나를 잃어간다. 따라서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만족해 하며, 내 가치를 남이 아닌 나에게 두며 살아야 할 것이다. 내가 나를 칭찬하고 독서를 통해 세상을 넓게 바라보고 작은 성취로 잃어버린 자존감을 회복하면서, 나 스스로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필요 없는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상처를 받지 않을 것이다.

"꼭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 부처나 예수조차 모든 이에게 인정받지 못했다. 타인에게 인정받기를 갈구하지 마라. 그럴 필요는 없다. 인정 받아야 할 곳은 상대가 아닌 자기 자신이다." -법상 스님

저자가 뽑아 놓은 증후군 43가지는 내 삶에 나도 모르게 흩어져 있는 자아를 살필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파랑새 증후군부터 시작해서, 번아웃 같은 대중적인 증후군, 아스퍼스 증후군, 아도니스, 침묵의 나선, 리셋, 팅커벨, 피터팬 증후군 같은 현상을 보며 사회적인 진단과 함께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 되어서 심리적인 방어선이 든든하게 채워지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어려운 철학과 두꺼운 책이 부담스러운 현대인들에게 저자 자신이 스스로 경험하며 터특한 것을 녹여서 글을 썼기에 읽기 쉬운 에세이처럼 편하게 읽었다.

이 책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에 존재하는 심리 현상을 명약관화에게 잘 정리해 죽 있다. 그래서 쉽게 자신을 돌아보고 고장난 점을 찾으면서 스스로의 심리적 치료를 맛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책을 통한 오은영 박사의 가르침이라고 보면 좋겠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의 한 문장

“이제 남은 시간은 온전히 당신의 것이다. 이제부터는 당신 홀로 삶이라는 여정을 떠나야 한다. 앞으로의 길이 언제나 평탄할 것이라 기대하지 마라. 좋은 일만 가득하리라 기대하지 마라.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때로는 이해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당신이 겪는 모든 감정과 경험은 결코 그저 무의미하게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당신이라는 존재의 일부이며, 그 모든 조각이 모여 하나의 완전한 그림을 이룰 것이다.” -에필로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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