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 쉬워지는 책 - 맥락과 흐름만 잡아도 성경 쉽게 읽을 수 있다
존 팀머 지음 / 터치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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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책 중에 하나이다. 기독교 신자뿐만 아니라 유대교와 이슬람교 신자들에게도 극도로 소중히 여겨지는 성서이다. 그런데 성경을 읽는 것과 성경을 이해하는 것은 별개의 사안이다. 성경을 책임 있게 사용하는 것 또한 별개의 사안이다. 솔직히 성경은 군데군데 이해하기가 아주 힘들다. 그것은 성경이 신비나 주술, 혼돈의 책이기 때문은 아니다. 성경에는 우리의 역사와 동떨어진 역사가 담겨 있고, 성경은 본래 특정한 상황 속에 있는 고대의 청중들을 위해 쓰였으며, 우리를 위해 쓰인 것이지 우리에게 쓰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경을 파악하고자 한다면, 이 성경이 최초의 청중에게 어떤 의미였고 또 오늘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인지 파악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우리는 상당한 역사적 간극을 뛰어넘어 우리 자신의 문화와 더불어 고대 문화를 해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경을 보는 여러 관점이나 핵심적인 원리를 알고 읽으면 좋은데 사실 여기에 관한 책도 수없이 많이 출판되었다. 최근에 본 책으로는 이해실 사모가 쓴 '어 성경이 읽어지네'라는 책이 있고, 고든 D. 피가 쓴 '성경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마이클 F. 버드가 쓴 '성경을 읽기 전 알아야 하는 7가지 사실' 크리스토퍼 라이트가 쓴 '일곱 문장으로 읽는 구약, 신약'이 있다. 그 외에 성경 전체를 하나의 이야기로 읽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을 쓴 세계적인 신학자이며 성경통독 전문가인 통박사 조병호 목사님이 있다. 모두 다 훌륭한 책이며 장점이 있다. 또 하나를 언급하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미우라 아야코가 쓴 '신약성서 입문, 구약성도 입문'이란 책이 있다. 지금까지 언급한 책 중에 하나를 꼽는다면 미우라 아야코가 쓴 성경 입문서이다. 문학가로서 상당히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잘 쓰여진 책이며, 성경을 처음 접한 분들에게는 이 책이 단연 뛰어난 책으로 추천하는 바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추천할만한 책이 출판되었다. 바로 『성경이 쉬워지는 책』이 그것이다. 이 책은 하나의 맥락을 중심으로 성경을 훑어보는 책이다. 성경에 대한 개관을 대략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는 날짜, 이름, 사건 등을 역사적 순서대로 개관하면서 성경의 숲을 보는 방법과 두 번째는 중요한 가르침과 사건들의 연관성을 짚어보면서 이야기의 기본 뼈대를 세워가는 방법이 있다. 세 번째는 성경을 관통하는 전체 의미를 살피면서 그 속에 담긴 정신과 의미를 파악하여 총체적으로 보는 방법이 있다. 이 책은 세 번째의 방법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성경은 한 분의 저자가 하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한 권의 책이다. 성경을 읽을때 한 권의 책으로서 전체 맥락을 이해하며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계속 이런 질문과 함께 답을 하고 있다. 즉 "성경의 이 부분은 하나님의 기록된 계시 전체와 어떻게 어울리는가? 이 부분은 하나님 은혜에 대한 전체 계시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가?"

따라서 이 책은 성경을 본문 위주로 단편적으로 공부하거나 역사적 흐름을 읽는 개관서가 아니다. 즉 이 책은 성경의 핵심 구절을 중심으로 맥락을 짚어내면서 하나님이 지으신 한 편의 드라마를 보여주는 책이다. 무엇보다 독자들이 성경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면서도 성경에 대한 지적 만족을 자극하는 동시에, 성경의 역사적·문화적 배경과 줄거리의 요점을 간명하게 설명하면서도 신학적 의미를 잘 짚어주는 책이다.

책을 읽으며 감동이 되는 것은 성경에 대한 전체 이해가 머리로 그려진다는 것이다. 특히 신학적 바탕 위에 견실한 해석이 있고, 상호 텍스트성을 이해시켜 한 권으로 이어주는 안배를 하고 있다. 또한 소그룹이나 독서 모임을 통한 ‘나눔과 적용’을 할 수 있도록 인도자 가이드인 QR코드를 통해 제공하고 있어서 성경을 인도하는 자들에게 매우 든든한 도움을 주고 있다. 성도들이 성경에 대한 통전적인 이해를 함에 있어 최근 나온 책 중에 가장 잘 만들어진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책은 미국 기독개혁교회(CRC)에서 40년간 사랑받아 온 장년교회학교의 베스트셀러이다. 저자는 CRC 교단에서 오랫동안 선교사와 목사로 사역했던 존 팀머(John Timmer)로서 훌륭한 지적 자산과 함께 선교사로서의 경험이 이 책을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 그는 유머감각이 뛰어난 스토리텔러였으며, 그 설교는 신선함, 깊이, 언어적 절제로 유명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독자들에게 얼마나 하나님의 마음과 성경의 핵심을 잘 전달해 주느냐에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존 팀머의 『성경이 쉬워지는 책』은 성경을 더 읽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하고, 하나님의 마음을 읽게 한다. 성경을 배우고자하고 더 깊이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귀하게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므로 영원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성경은 모든 시대와 모든 문화를 망라하여 전 인류에게 말한다. 하나님의 말씀이기에 우리는 성경에 귀 기울이고 순종해야 한다. 하지만 하나님은 역사 속에서 인간의 말을 통하여 그분의 말씀을 전하기로 하셨으므로, 모든 성경에는 역사적 특수성이 담겨 있다. 그것을 명확히 이해하고자 한다면 이 책이 그 필요를 채워 줄 것이다.

한 가지 성경을 보는 중요한 핵심 관점을 언급한다면 저자는 예레미야 31장 33절의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고 그들은 내 백성이 될 것이라”는 하나님의 선언적 말씀을 통해 모든 성경을 보라고 한다. 이것이 하나의 맥락으로 성경을 조망하는 관점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그에 속한 백성이라는 관점으로 성경을 이해하며 배우게 될 것이다.

이 책의 한 문장

우리의 소명은 깨끗한 거울이 되어 하나님의 형상을 세상에 온전하게 반영하는 것이다. 우리가 하나님을 닮아갈 때 우리는 진정으로 하나님이 계획하신 존재가 된다. 또한 이것은 새로운 피조물 안에서 우리가 되어야 할 존재다. 우리는 하나님의 얼굴을 볼 것이고, 그분의 이름도 우리 이마에 있을 것이다(계 22:4).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충만한 깨끗한 거울이 될 것이다.

∷ “1장 하나님의 창조” 중에서 p.19

요나서는 단지 물고기 속에서 사흘을 살아남은 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온 세상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세우신 민족의 사명은 '이방의 빛'이 되는 것이라는 믿기 어려운 사실을 깨달은 한 선지자의 이야기다.

∷ 2장 자기 백성과 약속을 세우시는 하나님” 중에서 p.29  


이 글은 컬처블룸에서 제공받은 책을 통해 서평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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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의심하라, 그 끝에 답이 있다 세계철학전집 1
르네 데카르트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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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를 진심으로 찾고자 한다면,

인생에서 단 한 번쯤은

가능한 모든 것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데카르트라는 이름 하나에 이 책이 관심이 갔다. 철학의 명제는 의심이 기본적 베이스다. 데카르트는 모든 것을 의심하며, 가장 근본적인 진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의심을 통해 인식의 오류와 편견을 제거하고 진정한 지식을 찾으려고 하였다. 그는 자아의 존재를 제일 확실한 것으로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의 지식과 인식의 한계를 탐구해 나갔다. 이 책은 데카르트의 사유 여정을 따라가는 철학 에세이로, 회의(懷疑)를 통해 진리에 다가가는 과정을 오늘날 우리 삶에 비춰 풀어내고 있다. 일상 속 고민과 결정 앞에서 어떤 것이 더 좋은 선택이며, 더 좋은 삶인지 우리는 매번 고심을 한다. 그런 면에서 데카르트의 사유는 우리에게 많은 인사이트(Insight)를 주고 있다.

익히 알고 있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그 명제는 그의 철학의 핵심 문구다. 그런데 이 문구는 단순히 생각만 한다고 존재한다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의심하며, 진정 나다운 삶을 살아야만 존재의 의미가 생긴다는 뜻이다.(p.21) 그런데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자. 누구나 알고 있는 이 문장에서 '고로(ergo)'는 사실 데카르트가 사용한 말이 아니다는 글을 보았다. 즉 이 접속사는 데카르트의 말을 라틴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삽입되었다. 따라서 데카르트가 '생각'으로 자신의 '존재'를 입증한다기 보다 데카르트에게 중요한 것은 '생각하는 존재로서 내가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를 통해 신을 증명하려 했다고 한다. 새로운 생각들이다. 이 또한 의심하며 생각해 봐야 할 깊이 있는 문장이지 않나 생각된다. 『동서양 철학, p300』

독자인 나는 처음 책을 읽으면서 중간 부분까지는 그리 와 닿지 않았다. 다 아는 내용을 나열 한다는 느낌으로 읽었다. 그러나 후반부로 가면서 감정 이입이 되었고, 와 닿는 내용들이 많았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책은 가독성은 매우 좋다. 손에 들기 편한 책이며, 가볍게 산책하며 아무 페이지를 넘겨서 내 마음에 드는 문장을 곱씹으면 된다. 북디자인과 편집은 너무 깔끔하게 되어 있다. 이런 것이 어떤 독자에게는 상당히 책(book) 선택에 있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물론 그 안에 담긴 내용이 더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중간을 넘어 가면서 쳅터 5의 내용이 다가 온다. 소제목으로 '세상을 정복하기 보다 자신을 먼저 정복하라'고 말하고 있는데 여기서 데카르트는 인간은 '이성은 가진 존재'임을 명확히 한다. 그런데 이성을 가졌다는 것은 단지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말하지 않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말한다. 이 힘을 가진 자는 세상이 아닌 자신의 내면의 기준을 두고 살아가는 자다. 그래서 불필요한 충동을 조절하며, 순간적인 유혹에 휩쓸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데카르트에게 자유란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이성에 기반에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즉 외부 조건이 완벽히 갖춰졌을 때가 아니라, 불완전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기준을 지킬 수 있을 때, 비로서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내면이 단단한 사람은 외부 자극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다. 타인의 말 한 마디에 흔들리지 않고, 상황 변화에도 감정이 크게 요동치 않는다. 따라서 올바른 이성으로 자기 자신을 다스리면서, 흔들림 없는 중심을 가질 때 그제서야 세상도 다스리게 된다는 것이다. 흔히 황희 정승을 일컬어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다는 식으로 중론 또는 다른 사람의 감정과 눈치에 따라 말이 달라지는 자가 있다. 그런 면에서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 사고를 갖추려면 데카르트식의 이성적 사고가 필요할 것이다.p.134-136

진리는 남이 대신 찾아줄 수 없다.

나는 나 스스로 생각하고 결심해야 한다.

p.142

여기서 또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을 생각해 보자. 감정이란 부분이다. 흔히 감정은 이성적인 결정을 방해하고, 억누르거나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하지만 데카르트는 그렇게 보지 않았다. 그는 '정념론'에서 감정을 단순히 부정적인 요소로 치부하지 않고, 인간이 외부 자극에 반응할 때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영혼의 감정을 보았다. 감정은 인간 존재의 일부다. 이것을 억지로 억누르면 오히려 인간성을 해치는 것으로 데카르트는 생각했다. 그러나 데카르트는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억압이 아닌 이해와 분별을 강조한다. 왜 그런 감정이 일어 났는지 그 원인을 분석하고 그 감정이 판단과 행동에 어떤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이성을 통해 그 감정을 파악하고 어떤 의미인지를 살피면 그 감정은 오히려 더 유익되게 작용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감정을 이끌기 위해서는 한 가지 중요한 전제가 필요하다.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다. 내가 어떤 상황에 민감한지, 어떤 말에 쉽게 상처를 받는지, 어떤 감정에서 자주 도망치는 지를 알고 있는 사람만이 감정의 흐름을 읽고 다스릴 수 있다. 여기서의 이성은 차갑고 무미건조한 논리가 아닌 오히려 자기 자신의 마음을 정직하게 바라볼 수 있는 맑은 시선이다. 그러므로 감정을 부정하지 말고 직면하면서, 그것을 품고 나가면 결국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단단함을 가지는 것이다. 그래서 데카르트는 말한다.

가장 강한 영혼은

정념(감정) 가장 잘 다스리는 사람이다.

p.155

철학은 인간의 사유와 탐구의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데카르트는 의심의 연속적인 과정을 통해 결국 "나는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의심주의에서 '나는 생각하므로 존재한다'는 근본적인 의심과 자아의 인식에 대한 새로운 탐구를 불러 일으켰다. 사유는 우리의 삶을 이끄는 힘이다. 그런데 삶의 진정성을 찾기 위해서는 이성적인 사유와 실제적인 실천이 함께 이루어져야 함을 끝으로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실천에 앞서 그것을 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한지에 대한 '의심'은 꼭 필요한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사유(思惟)가 깊어질 때에 이 책은 독자의 사유를 더 깊게 만들며 삶의 파도에 맞설 수 있는 힘을 준다. 그렇다. 철학은 결국 명확한 답을 주지 않지만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드는데 이것은 결국 삶을 납득하려는 태도이자, 이해되지 않아도 견디려는 마음이며, 자신을 더욱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사유하라. 그러면 내 존재가 더욱 꿈틀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생각을 잠시 멈추고,

의심하는 것이야말로

진리에 이르는 첫 걸음이다.

p.210

당신은 정말 당신을

잘 안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이 책의 한 문장

한 번도 의심하지 않는 삶은 한 번도 제대로 살아보지 않은 삶이다. p.41

가장 느리게 걷더라도, 곧은 길을 따라 걷는다면, 가장 빠르게 달려가면서도 길을 벗어난 사람보다 더 멀리 갈 수 있다. p.54

우리의 의지는 매우 넓고 자유롭기 때문에, 이성이 그것을 잘 이끌어야 한다. p.112

나는 모든 판단을 유보하기로 결심했다.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을 때, 그 무엇도 확신해서는 안 된다. p.120

욕망이 지나치면, 현재의 행복을 망치게 된다. p.133

데카르트에게 자유란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이성에 기반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p.135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면, 그것은 우리를 혼란과 불안으로 끌고 간다. 그러나 잘 다스러진 감정은 우리 삶의 질서를 만들어준다. p.158

모든 오해는 이해하려는 노력이 멈춘 곳에서 시작된다. p.168

나는 남이 옳다 말하는 것보다, 내가 분명히 인식할 수 있는 것만을 따르기로 했다. p.184

나는 읽고, 생각하며, 다시 읽는다. 그렇게 내가 찾는 진리에 더 가까워진다. p. 204

모든 것을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더 깊은 질문을 남기는 사람이 되어라. 질문 속에서 진리가 드러난다. p. 224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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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사회 - 휴머니티는 커피로 흐른다
이명신 지음 / 마음연결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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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커피 없이 하루도 견디지 못할까?"

일일 커피 소비량 1잔 이상, 세계 2위 커피 소비국!

커피를 이해하면 우리 사회가 보인다.


이 책의 부제목은 저자의 지향점이 보이는 핵심 문구이다. "휴머니티는 커피로 흐른다"고 적혀 있다. 커피 한잔에 인간다움을 이루는 다양한 가치가 스며 있다는 것이다. 이 음료는 단순한 목축임을 넘어 사람들을 연결하고 소통의 장을 마련하며 문화와 가치를 공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커피는 이와 같이 사람들 사이의 대화를 촉진하는 강력한 매개체로 친구, 가족, 동료가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긴장을 풀어주고 관계를 더욱 깊게 만들어 주고 있다. 에티오피아의 전통 의식 분나 마프라트(Bunna Maffrate)는 정성스럽게 준비한 커피를 손님에게 대접하며 우애, 평화, 축복을 나눈다고 한다. 즉 세잔을 마시는 것이 기본이며, 첫잔은 '​우애(Abol)' , 둘째잔은 '평화(Hueletanya)' , 셋째잔은 '축복(Bereka)' 을 의미 한다. 이런 세레머니를 통해 가족과 이웃의 친목을 다지고 손님에 대한 예의를 표현 하는 것이다.


커피에는 참으로 묘한 매력이 넘친다. 다양한 배경과 신념을 가진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힘이 있다. 함께 커피를 마시는 행위는 계층, 세대, 국적을 초월해 공감과 연대를 만들어 낸다. 이는 커피가 가장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인 음료라는 것이다. 개인과 개인, 문화와 문화를 연결하며 소통과 연대를 촉진하고, 공동체를 강화하는데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런면에서 커피는 오늘날 휴머니티를 이루는 가장 강력한 향유적 매개체이다.

커피 한잔이 뭐길래 한국 사회 또한 어느덧 카페가 우후죽순 생기는 놀라운 기현상을 보였다. 마치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은 문화인이 아닌 것처럼 식사 후나 모닝 커피는 우리의 일상이 되어 버린지 오래다. 커피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은 나라가 세계에서 커피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가 되었다. 전국에 카페만 10만개, 한 건물에도 2-3개는 기본이고, 편의점에서도 수없이 팔려 나간다. 커피 공화국에서 1일 1커피는 국룰이라고 한다. 또한 한국인의 몸속에서는 커피가 흐른다는 말도 있다. 1896년 아관파천 당시 고종이 커피를 즐겨 마셨다는 이야기가 전해진 이후 100여년을 거쳐 명실산부 국민 음료로 자리 잡았다. 이것은 특유의 한국 문화가 더 부추긴 격으로 보인다. 과시, 허세, 체면, 눈치 등과 같은 보여주기식 문화가 커피라는 고상한 문화적인 행태를 빨리 불러 들였다고 본다. 같은 커피라도 스타벅스에 앉아 마셔야만 상류층과 같은 느낌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카페와 다르게 스타벅스는 미어 터진다. 커피 품질이 3등급 생두를 쓰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는데도 사람들은 이미 고급지게 만들어 놓은 스타벅스가 그럴 일이 없다고 믿어 버린다. 암튼 한국인의 커피 사랑에는 특유의 특징이 함께 하면서 우리 삶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그러면 커피는 왜 우리를 매료시키는 것일까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고, 그 속에서는 각자의 서사가 담겨 있다. 그냥 좋아서, 맛있어서, 졸음을 쫓기 위해서, 한 잔의 여유가 좋아서, 혹은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며 자연스럽게 마시면서 그 커피를 마시며 좋아하게 된 것이다. 요즘은 커피가 건강에 좋다는 기사가 많이 나와서 커피향도 좋은데다 하루 한 두 잔은 보약과 같이 챙겨 먹는 사람들도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커피는 연대하는 것과 대화라는 물꼬는 트는데 굉장한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유럽의 커피하우스를 보면 계몽주의 시대에 지식인들이 모여 토론하는 공간으로서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물론 커피 없이 다른 무엇으로 즉 Black tea (홍차紅茶)와 같은 것으로 대체할 수 있겠지만 커피는 무언가는 다른 느낌을 주고 있음에는 틀림 없다.

이 책은 커피의 역사와 품종, 원산지, 로스팅 추출 기법 같은 기술적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그 대신 커피가 지닌 사회 문화적 기능과 의미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각성, 향유, 우애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커피 음료를 소개하고, 그 속에 담긴 휴머니티를 탐구한다. 각성은 오늘 하루를 살아내기 위해 졸음을 쫓으며 욕망을 정당화하려는 인간의 의지와 이성이 작용하는 모습을 다룬다. 향유는 커피를 즐기는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방식과 취양을 통해 인간의 자유를 다룬다. 우애는 혼자 즐기는 커피를 넘어, 함께 나누고 누리며 공동체를 돌아보는 존중과 공간의 가치를 담고 있다. 즉 커피는 노동, 취향, 관계를 잇는 매개체이며, 매일 커피라는 의식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평범한 사회에 관한 이야기다. 커피라는 문(door)을 통해 인간 사회적인 부분을 다루면서 늘 곁에 있어서 당연했던 커피를 바라보는 새 눈을 얻게 된다. 이제 우리는 커피를 통해 그 너머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할 것이다. 《커피사회》라는 책은 그저 마시는 커피가 우리 삶에 이토록 특별한 것을 만들어 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각성이라는 부분에서 소제목으로 "삶의 무게를 견뎌내는 지혜" 쳅터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대해 다룬다. 일명 '아아'다. 컵에 얼음을 채우고 물을 담은 뒤 에스프레소를 부어 만든 것으로서 '아아'의 황금 비율은 '90-40-90' 즉 얼음 90g, 에스프레소 40ml, 물 90ml로 알려진다. 아아는 한국인의 빨리 빨리 문화가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분석한다. 겨울에도 '아아'를 더 많이 마신다. 스벅 코리아에 따르면 2022년 아이스 음료는 전체 매출 가운데 76%를 차지했다. 10잔 중 8잔 가까이 '아아'가 팔린 셈이다. 그런데 한국인의 이런 커피 문화와 달리 아라비아 커피의 원산지인 에티오피아에선 위에 언급되었듯 다도와 닮아 있는 '분나 마프라트'(Bunna Maffrate)의 방식으로 커피를 마신다. 하루 3번, 한 번에 3잔씩 커피를 마시는데 이것은 10단계로 이루어진다. 설명만으로도 긴 단계이기에 한국인에게 맞지 않는 문화이다. 무엇이든 빠르게 해내야만 하는 문화 속에 이런 여유는 어쩌면 낭비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빨리 빨리 문화는 이점도 있지만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부실 공사로 인한 잦은 붕괴 사고, 산업 현장의 빈번한 안전사고, 교통사고 사망률 세계 1위, 자살률 1위, 행복지수는 OECD 가운데 꼴찌다. 이것은 무언가 우리가 잘못 달려가고 있고, 쫓기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좁은 땅에서 치열한 경쟁을 견디며 살아내는 한국인의 몸부림이 '아아'라는 독특한 커피 문화 속에서도 보여진다. '아아'의 특징과 같은 빨리 문화가 고성장, 고효율을 이루며 한국은 빠르게 성장해 왔다. 그러나 조금은 여유를 두며, 과정을 성찰하고 살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한국은 오늘도 아아 한잔을 들고 쿨하게 하루를 버티며 살고 있다. 어쩌면 한국인에게 아아는 고효율을 위한 삶의 지혜가 아닐까?

커피를 많이 마셔 위에 구멍이 뚫리고 바보가 되고 수명이 단축된다 해도 오늘 하루 아메리카노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다. 아침마다 유체 이탈된 정신을 다잡아야 할 때, 반복되는 지루한 회의를 견뎌야 할 때, 뭔가 일이 풀리지 않을 때, 밀린 과제들을 해치워야 할 때, 누군가와 어색한 시간을 견뎌야 할 때도 아메리카노가 있기에 버틸 수 있다. [...] 한국인에게 아메리카노는 단지

노동을 위한 수혈이 아니라 잠깐의 쉼이자 여유다.

P. 31-33

커피는 환대다. 아래의 글은 그것을 말해주는 내용들이다.

“환대는 레드 카펫처럼 타자에 대한 인정과 존중을 의미한다. 추앙과 환대는 인간 고유의 본성이자 진정한 인간다움의 표현이다. 인간다움이 충만할 때 우리는 진정한 해방에 이를 수 있다. 환대의 마음을 나누기에 커피만한 것도 없다. 공식적인 자리도, 친구들과의 편안한 자리도 커피로 시작되곤 한다. 커피를 통한 환대는 사회적 상황과 개인적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된다. 카피는 가장 개인적이면서 가장 사회적인 음료다. "내 마음이 원하는 건 커피가 아니라 진정한 우정이고, 커피는 그저 구실일 뿐이다." 최초의 커피 하우스 키바 한(Kiva Han)의 벽에 적혀 있는 문구다.”

P. 151, 154

커피에 관한 책을 통해 새로운 시야를 열어준 이 책은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단순히 음료 이상의 것을 마시고 사람들과 연대하며, 교류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가장 개인적이면서 가장 사회적인 음료인 커피는 오늘도 우리 사회를 하나로 묶어주며, 좋은 삶으로 초대하고 있다. 커피 한 잔이 이렇게도 좋은 것이었던가...

"내가 집에 없다면 카페에 있을 걸세. 만일 카페에 없다면 카페 가는 길에 있는 걸세"

-프랑스 작가, 오노레드 발자크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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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대인의 지혜수업 - 복잡한 세상을 명료하게 보는 힘
심정섭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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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에 관한 책은 신간이 나오면 될 수 있는 한 읽어 보는 편이다. 이 책은 전작 《1% 유대인의 생각훈련》과 같이 한국인이나 동양인을 위한 원전 탈무드 입문서이다. 탈무드는 간단하게 말하면 구약 성서 《모세 5경》을 토대로 한 가르침이다. 히브리어로 '학습, 배움' 이라는 뜻을 가진 탈무드는 구전 율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문서로 정리가 되었는데 이를 '미쉬나(Mishnah)라고 부른다. 미쉬나는 기원후 200년경에 유다 하나시(Yehudah HaNasi)에 의해 편집되었으며, 유대교 구전 전통의 핵심 문서 중 하나이다. 즉 미쉬나는 모세 오경의 구체적인 해석과 적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예를 들어, 모세 오경에서 "안식일을 거룩히 지키라"(출 20:8)고 명령하지만, 안식일에 무엇이 허용되고 금지되는지에 대한 세부 사항은 구전 율법과 미쉬나를 통해 다뤄진다. 그렇다면 탈무드는 무엇인가 할 때 탈무드는 미쉬나에 대한 해석과 논의를 담은 문서라 할 수 있다. 탈무드는 두 가지 판본이 존재하는데 예루살렘(기원후 4세기경)과 탈무드 바빌론(기원후 6세기경) 판본이다.


더 쉽게 말하면 탈무드는 신의 말씀을 제대로 지키기 위한 세부 토론집이라고 할 수 있다. 토라가 헌법이라면 탈무드는 세부 법령이다. 주제별로 토라 정신을 제대로 실천하기 위한 랍비들의 토론 내용이 정리되어 있는데 이 세부 법률안에 법률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나 예화가 들어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 소개된 탈무드는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좋으나 우화나 처세술 정도로 소개되어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너무 전문적인 것은 한국적 상황에 크게 와닿지 않는 부분이 있어 양극단을 조율하는 자료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나온 《1% 유대인의 지혜수업》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면서 독자들의 필요에 맞게 편찬되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직접 랍비에게 하브루타를 전수받은 저자 심정섭의 깊이 있는 탈무드 해석이 담겨 있다.


세계 상위 1% 주류인 유대인들에게는 탈무드가 있다. 이미 잘 알려진 세기의 물리학자 아인슈타인, 노벨문학상 음악가 밥 딜런, 할리우드의 패러다임을 바꾼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 저크버그, 세계적인 부호 록펠러, 빌게이츠 등등 그들은 무언가가 특별하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는 한국인에게 도움이 될 만한 탈무드 예화와 토론 내용을 세상, 인간관계, 인생, 가정의 주제로 묶어 그들의 생각들을 정리했으며, 또한 탈무드식 깊은 생각훈련 방식인 2×2 매트릭스 사고법과 칼 바호메르의 논리 추론법을 소개한다. 2×2 매트릭스 사고는 중요한 축이 되는 2개 개념을 중심으로 4가지 가능성을 확인해보는 것이다. 이러한 2×2 매트릭스 사고훈련을 통해 독자는 유연하게 사고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작금의 우리나라 상황도 언급하면서, 극심한 분열과 갈등의 문제를 탈무드식 사고로, 지혜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해준다. 유대인들에게는 특별한 지혜와 대안이 남다르게 있다. 복잡한 세상을 명료하게 보기 위해 이 책은 분명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다.


첫 페이지를 열면 '서로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정의다'라는 제목과 함께 '타협'의 정의를 소개해 준다. 즉 탈무드 산헤드린 32b에 보면 '서로 살 수 있는 상생의 길을 찾기 위해 타협하는 것도 정의다'라는 견해를 제시한다. 즉 두 배가 같은 강을 여행하다 서로 맞닥뜨리게 되었다. 두 배가 동시에 지나가면 배가 부딪쳐 두 배가 모두 가라앉는다. 강이 두 배가 다 지나갈 정도로 넓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만 정의로운가? 타협의 정의는 이렇게 말한다. "만약 한 배는 짐을 싣고 있고, 한 배에는 짐이 없다면 짐이 없는 쪽이 짐이 있는 쪽에 양보해야 한다. 만약 한 배가 목적지에 가깝고, 한 배는 목적지와 멀다면 가까운 쪼기 먼 쪽에 양보해야 한다. 만약에 양쪽 모두 목적지에 가깝거나 멀다면 양쪽이 협상해서 어느 쪽이 먼저 갈지를 정해야 하는데, 그런데 기다리는 쪽에서 기다리는 동안 어떤 손실이 발생한다면 양보를 받은 쪽에서 그 손실에 대해 적절히 배상을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어떤가? 상당히 설득력 있고, 정의로는 타협이 아닌가? 서로가 살 수 있는 길을 만드는 오늘 날에도 필요한 정의라 보인다.


그렇다면 세속적인 현대 국가가 서로 다른 가치와 법을 따르고 있는 종교 공동체와 어떻게 공존하며 지낼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 가장 영향력 있는 랍비인 '아브라함 카렐리츠'는 아래의 탈무드 구절을 인용하며 이 질문을한 당시 이스라엘 건국 초대 수상인 벤드리온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만약 두 낙타가 좁은 길에서 만나면, 우리는 먼저 어느 쪽이 먼 길을 여행하는지, 또 어느 쪽이 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즉 국가가 종교 공동체에 좀 더 양보하고, 더 오랜 세월 동안 유지될 수 있는 가치들을 존중해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요?"라고 대답했다.


여기서 정치 지도자는 종교 지도자의 이런 조언이나 탈무드적 판단을 따를 수도 있고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유대인들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갈등 상황을 탈무드나 토라의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고, 나름의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즉 우리의 일상 생활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판단과 결정을 해야 하는데 이때 신의 가르침이나 경전의 원칙을 배웠다면 나의 자의적인 판단이나 상황이 아닌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일관된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좀 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길러 주는 힘이 유대인들은 탈무드에서 나온다고 본다.


그리고 인간 세계에서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없다는 그들의 논리 또한 귀기울여야 할 사고(思考)이다. 유대인들은 그들의 신과 토라만을 절대적으로 보고 나머진 상대적인 것으로 본다. 심지어 악마의 대명사인 사탄도 절대 악으로 보지 않고, 단순히 고소인의 역할을 하는 천사와 비슷한 존재로 본다. 사탄이 아무리 힘을 쓰더라도 모든 것은 신의 허락하에 섭리하에 움직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대 왕국을 멸망시킨 바벨론의 '네브카드네자르(성경: 느부갓네살)' 왕은 수백 명의 유대 선지자들이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고 말한다. 왕국 시절 수많은 선지자가 우상 숭배는 잘못된 것이라고 외쳤지만 그들은 선지자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런데 바벨론 왕에 의해 70년 동안 포로 생활을 하고 나서야 그들은 우상 숭배를 완전히 끝냈다. 수백년 동안 수많은 영적 지도자가 하지 못한 일을 적국의 왕이 일거에 해냈다. 따라서 적국의 왕이라고 무조건 '죽일 놈', '원수'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책은 생각보다 쉽게 읽힌다. 그러나 유대인의 탈무드식 가르침은 생각을 많이 하도록 해주는 것이 특징이 있기에 생각의 깊이가 더해져 오히려 더 진지해 진다. 인간관계를 바꾸는 탈무드식 생각에 나오는 가르침이다. 보통 규율이나 원칙을 지키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판단하고 정죄하기 쉽다. 하지만 유대 경건주의 운동의 창시자인 바알 셈 토브는 좀 더 다른 관점에서 다른 사람의 잘못을 바라봤다. 《토라에 관한 바알 셈 토브의 책의 창세기 편》에 따르면 세상에 모든 일은 우연히 일어날 수 없는데, 오늘 내가 다른 사람의 잘못을 보게 된 것은 내가 그의 잘못을 지적하기 보다, 오히려 나에게 비슷한 잘못이 없는지 돌아볼 기회를 신이 허락하신 것으로 생각했다. 특이한 생각이지 않는가?


그리고 바알 셈 토브는 자신을 핍박하고 모욕하는 사람들에게도 친절하고 애정을 보이는 것으로 유명한데 한번은 제자들이 어떻게 선생님은 해치려는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는지 물었다. 그는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이렇게 설명하나. 첫째, 어떤 사람이 나를 미워하면 나도 그 사람을 증오하과 하는 유혹에 빠지는데 이것은 이웃을 사랑하라는 계명을 어기는 지름길이 된다며, 이때는 원수를 미워하고 싸우는데 에너지를 쓰기보다는 내 안에 있는 악한 본성과 싸워서 이기는 기회로 삼으리고 한다. 둘째, 만일 원수를 사랑하게 되며 그 사람도 회개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고 말한다. 믿기진 않겠지만 내가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도 나를 사랑하게 되어 있으며, 신기하게도 내가 사람이 아니라 그의 잘못된 행위를 미워하면, 그 사람도 자신의 행위를 미워하고 회개하게 된다고 한다. 셋째, 여러분들은 거룩한 사람들이다. 여러분들이 힘을 모아 서로를 사랑한다면 신의 거룩함이 여러분 가운데 함께하게 된다. 그러나 사랑하지 못하고, 그 결과로 여러분과 신의 사이에 간격이 벌어지면, 그 거룩함은 악의 영역으로 떨어지게 되고, 엄청난 재난이 뒤따르게 되기에, 신의 임재하심을 떠나지 않도록 하려면 비난하거나 정죄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그 사람을 도우라고 한다. 그래야 거룩함이 우리를 떠나지 않고, 악이 들어올 틈이 없게 된다고 가르친다.


쉽지 않는 가르침이다. 그러나 성인은 원수를 사랑하는 경지까지 가야 온전한 사랑에 이를 수 있고, 근본적으로 악을 통제하게 된다고 한다. 현대 사회를 보면 묻지마 살인이 계속 난무한다. 지난달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명재완 씨가 학생 김하늘 양을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세상이 싫어 죽고 싶은데 남을 죽이고서 자기 목숨을 끊으려는 이기적인 살인을 저질렀다. 그런데 3월 14일 날짜에 경북 영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30대 여교사가 ‘김하늘 양 피살사건’을 언급하며 “나도 너희 해칠 수 있다”라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초등학교 담임 교사인 A 씨는 지난 7일과 11일 수업 시간 중 “너희들이 나를 공격하면 나도 너희를 해치거나 공격할 수 있다. 나도 자살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사랑을 잃어버린 현대 사회의 비극을 무엇으로 치유해 나갈까? 탈무드식 사고가 정답을 주어 살인이라는 것을 다 막지는 못하겠지만 탈무드식 가르침은 인간관계를 더욱더 건전하고 상식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주리라 본다. 책은 가독성이 좋아 잘 넘어간다. 특히 이 책에서는 1장부터 4장의 마지막에 각 주제에 대해 깊게 사고해볼 수 있도록 약 60개의 열린 질문이 수록되어 있어 탈무드식 생각 훈련을 하도록 돕는다. 그리고 5장부터 6장은 독자들이 독서 모임이나 가정에서 탈무드 원전을 가지고 실제 탈무드식 토론(하브루타)을 해볼 수 있도록 자세하게 매뉴얼을 정리하고 소개해 주고 있다.


5,000년의 통찰을 품은 고전 인문학 ‘탈무드’는 정말 대단한 책이며 지혜와 성찰을 듬뿍 안겨주는 책이다. 읽기만 하면 남들과 다른 사고 패턴을 가져, 훨씬 더 통찰력 있는 삶과 여유로운 삶, 지혜로운 삶을 살게 될 거라 믿는다.

이 책의 한 문장

출처 입력

한 랍비가 이런 말을 했다. “우상이란 신의 형상이 아닌 것을 신처럼 숭배하는 것이다. 우리는 신의 형상을 볼 수 없다. 그런데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신의 형상으로 지어진 보이는 피조물이 있는데, 그게 바로 사람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람을 사랑하고 섬길 때 바로 보이지 않는 신을 사랑하고 섬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해가 있다면 우리는 탈무드식 토론을 하며 사람을 통한 신에 대한 사랑과 섬김을 실천할 수 있다. P. 253


공동체와 떨어져 혼자 있지 말라. 네가 죽을 때까지 네 자신을 믿지 말라. 그리고 상대의 입장이 되어보기 전까지는 상대를 판단하지 말라. 나중에는 이해하겠지라고 착각하고,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하지 말라. 그리고 시간이 나면 공부하겠다고 하지 말라. 그런 시간은 나지 않기 때문이다(랍비 힐렐, 아보트 2장 5절) P. 282


죄를 짓지 않기 위해 세 가지를 기억하라. 네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며, 누구 앞에서 삶을 결산하게 될지를. 너는 어디서 왔는가? 하찮은 정자 한 방울에서 왔다. 너는 어디로 가는가? 먼지와 벌레와 구더기가 있는 무덤이다. 누구 앞에서 삶을 결산하게 되는가? 모든 왕을 다스리시는 그 분이시다.(아보트 3장 1절) P. 284


현명한 사람은 내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서 배우는 사람이다.

진정으로 강한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이다.

화를 덜내고, 감정을 조절하는 사람이 어느 정복자보다 위대하다.

진정한 부자는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다.

진정으로 존경받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사람이다.

P. 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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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알토, 자본주의 그림자 - 미국경제 욕망의 역사
말콤 해리스 지음, 이정민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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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독특하고 뛰어나고 부유한 팔로알토라는 땅 아래 켜켜이 쌓여있는 제국주의 폭력적 기반에 대한 지질학적 조사다. 그 기반은 미국을 넘어 아시아, 유럽, 세계 전역에 뻗어 있다. 딱딱한 원인과 결과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미국 역사 중심에 있는 탐욕의 결과에 대한 핵심적 샘플이다. - 월터 존슨 (하버드대학교 교수)


이 책은 실리콘밸리를 다룬 최초의 역사서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부도시 팔로알토(Palo Alto)는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선망하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반항적 히피문화가 남아 있는 팔로알토에 첨단 기술과 대규모 자금이 더해져 정신적·물질적으로 자신감이 넘치는 실리콘밸리의 심장부가 됐다니 이 또한 놀라울 따름이다. 인구는 7만명에 불과한 소도시지만 1인당 소득은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카타르·마카오·룩셈부르크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래서 어떤 이는 팔로알토가 사실상 ‘세계의 중심’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팔로알토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저자 말콤 해리스는 신간 ‘팔로알토, 자본주의 그림자’를 통해 겉으론 화려해 보이는 이곳의 이면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겉으로 드러난 것에 도취되는 경우가 많다. 만리장성의 웅장함을 보며 놀라워 하지만 그 이면에는 백성들의 피와 땀, 희생, 억압, 착취, 고통이 만리장성을 감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같이 실리콘밸리가 고도로 성장한 배경에는 도전과 혁신뿐만이 아니라 탐욕과 착취가 더 두텁게 깔렸음을 저자는 적나라하게 서술해 준다. 이곳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인 땅과 자유를 빼앗긴 인디언의 묘지 위에 구슬프게 지어진 자본주의 허상이 자리잡고 있다.

책에 의하면 동부에 비해 발전이 미미했던 이곳이 어떻게 경제전쟁의 강력한 동력이 되었는지, 어떻게 놀라울 정도로 화려하고도 재앙적인 21세기로 이끌었는지,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급속하게 발달한 기술이 어떻게 수많은 인재와 자본과 연결되며 경제적 풍요를 가져다주었는지, 휴렛팩커드(HP), 제너럴 일렉트릭(GE),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 전 세계를 흔드는 첨단기술기업들이 어떻게 꼬리에 꼬리를 물며 차례대로 나타났는지, 더 나아가 미국 자본주의의 욕망 뒤에 가려진 소문자들의 이야기까지 고스란히 드러내어 보여준다.

그렇다. 이곳 팔로알토는 교육률도 높고 실리콘밸리 덕분에 수입도 괜찮은 지역이지만, 반면에 청소년 자살률은 미국 평균보다 높은 지역이다. 자살이 시작된 건 2002년이었다. 그해, 릴런드 스탠퍼드가 팔로알토를 세울 때 기준점이 되었던 칼트레일 선로에 한 신입생이 몸을 던졌다. 그리고 이후 자살자는 늘어 났고, 집단자살 자들도 생겨났다. 겉보기엔 완벽하지만 청소년 자살률이 평균보다 3배나 높다고 하니 “팔로알토는 거품”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은 그냥 들리지 않는다. 한 기자는 이 책을 읽고 나면 실리콘밸리가 전처럼 ‘포스트모던 엘도라도(황금도시)’로 보이지만은 않을 것이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p. 6-7

저자는 이 지역의 150년 역사를 고찰하며, 자본주의의 민낯을 훤히 드러내 준다. 물질 문명 사회 속에서 가장 추구하는 가치는 단연 화려함과 높은 기술력과 경제 성장으로 인한 혜택이다. 실리콘밸리는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며 계속 발전이라는 명목하에 문명의 꽃을 피우고 있다. 그런데 팔로알토 지역의 청소년 자살률을 보면 인간의 존엄성은 해결하지 못한 것 같다. 즉 기술 혁신으로 이루어진 경제 성장은 불평등을 심화시켰고, 성장 이면의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비용은 지불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책에선 실리콘밸리 거대 기술 기업들의 혁신을 인정하면서도 이들의 경영 방식이 바람직하기만 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아마존의 경우 기술 자동화를 토대로 생산성을 높이고 다른 기업보다 더 높은 임금을 제공했으며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안겨줬다고 또한 평가한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이는 오너가 투자 수익을 나눠준 결과라기보다는 노동자들이 이룬 추가 생산 수익이 주주에게 분배된 것이다. 작업자의 일상과 근무태도를 끊임없이 추적하는 시스템으로 인해 노동자가 혹사당하고 있으며 아마존 물류창고의 이직률은 150%에 달해 8개월마다 전체 인력을 교체해야만 한다고 비판한다. 즉 물류창고와 배송차량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불쾌한 특징은 방광염이다. 두 종류의 근로자는 업무가 매우 다르지만 둘 다 아마존의 근로자 효율성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빡빡하게 설계되어 있어 직원들의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너무 자주 그만두기 때문에 아마존은 반자동화된 채용 및 해고 시스템을 사용하여 새로운 노동력에 대한 끊임없는 욕구를 해소하고 있다. p.478-488

실로 팔로알토는 거품이다. 자본주의는 결국 팔로알토에서 철수할 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닉 에스테스란 자가 전 세계가 직면한 문제 앞에 결론적으로 말했다. "지구가 살려면 자본주의가 죽어야 한다" 자본주의의 유물론적 역사를 되짚어 봤을 때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말이다. 과연 자본주의는 이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할 것인가? 아니면 변형되어진 형태로 계속 업그레이드 되어서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괴물인가?

개인적으로 자본주의는 현재의 경제 시스템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계속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여기에 따른 극단적인 부의 집중과 환경 파괴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단 공정한 부의 재분배, 노동 환경 개선, 환경 보호, 금융 규제, 소비문화 변화 등의 개혁이 필요하다. 이처럼 자본주의는 단순히 폐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 더 지속 가능하고 공정한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다. 이를 위해 정부, 기업, 개인이 협력하여 새로운 경제 모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것도 끊임없이 말이다!

거대한 자본주의 중심에 서 있는 실리콘밸리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이렇게 세밀하게 살필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에 감사를 표한다. 실로 자본주의 역사의 진실을 알려달라고 할 때 훌륭한 트로이의 목마가 되어 줄 책이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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