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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평점 :
제목 : 스토너
저자 : 존 윌리엄스
읽은 날짜 : 2015.1.27.~ 2015.2.2.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많은 감정들이 뒤섞여 한동안 헤어 나올 수 없었다.
계속해서 책을 만지작거리며 펼쳐보게 된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느낀 많은 감정들을 어떻게 하면 지금 느낌 그대로 글로써 남겨 놓을 수 있을까.
나는 지금 이 느낌을 잊고 싶지 않은데 말이다.
이럴 때면 나도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저 책을 골라 읽으며 기쁨을 느끼는 독자를 떠나 책을 읽고 난 뒤 뒤따르는 나의 감정을 나도 내 글로써 낱낱이 남겨두고 싶은데 말이다.
아마도 나는 표현의 한계의 부딪혀(지금 벌써 난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 그저 책을 읽었소이다 하는 기록에 지나지 않은 글을 써내려 갈 것임에 틀림이 없다.(슬프군...)
어쨌든 “기록“ 해 본다.
윌리엄 스토너라는 한 남자의 특별할 것 없고 평범한 일대기가 담담하고 아름답게 그리고 물처럼 흐르듯이 펼쳐져 있는 이 책에는 사실 특별할 것 없는 남자주인공 스토너가 우리 자신의 이야기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아름답고 분노하고 안타깝고 슬펐던 것이 아닐까...
그저 수줍은 청년일 것만 같았던 스토너가 첫눈에 반한 이디스에게 고백하며 자신의 사랑을 밀어붙이는 부분에서부터 나는 스토너에게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이디스에 비해 가진 것이 없음에도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담담히 확실하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는 스토너는 이전까지 보아왔던 스토너와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짧은 시간에 결혼까지 성공하게 되지만 결과적으로 그 결혼은 실패작이었다.
책속에 표현 된 이디스의 성격이나 행동들을 보며 누가 이디스를 견뎌줄 수 있을까 하며 나는 분노했다.
차라리 이디스랑 헤어져버렸으면 했었다.
특히 그에게 사랑이 찾아왔을 때 사랑에 빠진 그의 모습은 너무나도 빛이 나서 이대로 이디스와 헤어지고 지금 사랑을 잡아! 라며 속으로 외쳐댔으니까.
이디스가 딸 그레이스에게 집착하며 잘못된 관심으로 딸이 망가져가고 있을 때 나 역시 뜨끔하며 혹시라도 내가 그런 실수를 저지르고 있지는 않는가 하며 반성해 보게 되었다.
만약에 스토너가 처음만나 결혼까지 이르게 되는 사람이 이디스가 아니라 캐서린 이었다면 스토너의 삶은 지금과는 많이 다른 삶이었을까?
나는 그랬을 것 같다.
다름과 동시에 그것은 스토너에게 아주 좋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이디스의 방해 아닌 방해로 스토너가 걷고 있는 교육자의 길이라던가 공부에 대한 열정이 방해 받고 더 앞으로 나아가기 힘든 부분이 분명 있었으니까.
이디스를 보며 좋은 엄마가 되어야지 생각이 들면서 또 좋은 아내도 되어야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책을 읽으나 음악을 들으나 자신의 처한 처지를 잘 반영하게 되니까..
나는 지금 엄마이자 아내이므로...
스토너의 생을 통해 스토너가 느끼는 상실감, 사랑, 모함, 부당함, 열정...죽음과의 직면...이런것들이 우리의 생에서도 반드시 한번쯤은 겪게 되는, 겪고 있는, 겪어야 할 그런 것들이라서 읽는 내내 스토너와 같은 감정을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기도 하고...
뒤로 갈수록 눈물 찔끔 거리며 읽었다.
좋은 책이란 무엇일까?
나에게 있어 좋은 책이란 그 책을 덮고 나서 또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책이다.
내게 책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 준 책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였다.
정말 몇 번이고 너덜해질 정도로 읽었던 것 같다.
신기한 것은 읽을 때 마다 느낌이 달랐던 것이다.
읽는 당시의 내기분이나 이런 것들에 따라 달랐겠지.
나는 오랜만에 다시 여러 번 읽어보고 싶은 책을 만나 기쁘다.
...겉으로는 방의 이미지였지만 사실은 그 자신의 이미지였다. 따라서 그가 서재를 꾸미면서 분명하게 규정하려고 애쓰는 것은 바로 그 자신인 셈이었다...그가 이렇게 가구를 수리해서 서재에 배치하는 동안 서서히 모양을 다듬고 있던 것은 바로 그 자신이었다. 그가 질서 있는 모습으로 정리하던 것도, 현실 속에 실현하고 있는 것도 그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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