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는 여기 여수에서 울산까지 먼길을 온 가족이 다녀왔다.
나의 고향이기도 하고 친정과 시댁이 있는 울산에서 여기 여수로 이사 온 지 6개월째 지나고 있다.
30년이 조금 넘게 울산을 떠나 살아와 보지 못했던 나는 이사 오기 전 두려움과 설레임 그런것들로 잠을 못 이루곤 했었다.
게다가 울산에선 시어머니께서 육아를 조금이나마 도와주셨기에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여수로 가서 그당시 갓 100일이 지난 쌍둥이와 세살 첫째까지 세명을 홀로 육아를 하려하니 두려움이 더욱 컸다고 하겠다.
그렇지만 쭉 시댁에 함께 살아 온지라 분가를 한다는 설레임의 크기도 무시 하지 못했다.
드디어 8월초 태풍이 치는 날, 이사를 했다.
울산에서 여수까지 먼 여정이었다.
억수같이 퍼부어대는 빗속을 뚫고 이사를 왔다.
이사 온 뒤 나의 생활은 울산에서의 그것과 별반 다르진 않았다.
다만 가족이 먹을거리를 내가 다 해야한다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그 또한 즐겁게 했다.
나는 천성이 자유로움을 항상 갈구하는지라 결혼 후 처음 느끼는 자유(정신적인?)에 쾌재를 불렀다.
물론 나의 생활은 남들이 보기엔 무척 힘겨워 보일 것이다.
쌍둥이들을 데리고 거의 집에만 있고 첫째가 집에 오면 셋을 혼자봐야하고 집안일까지 해야한다.
남편이 많이 도와 주지만 힘들지 않다고는 말 못하겠다.
할일이 끊임없이 생기니까.
조금이라도 나태해지면 집은 엉망이 되고 만다.
집집집.
남편이 쉬는 날이 아닌 날은 거의 매일을 집에만 있지만 워낙 처녀적부터 혼자 영화보기 혼자 식당가기..혼자 쇼핑하기.. 혼자 뭔가 하는것에는 익숙하므로 이것은 별로 문제가 되질 않는다.
다만 아이들이 아플때 아프지 않은 아이 까지 병원에 데려가야 하는 상황이 생기거나 셋다 병원에 데려가야할때...그럴때는 정말 몸도 마음도 힘이 든다.
여튼 이번 울산행은 친정 아버지 생신축하겸 다녀왔다.
친정에 들러 내가 예전에 읽었고 좋아했던 책들을 다 싸가지고 왔다.
나는 에쿠니 가오리를 좋아했고 파울로 코엘료를 좋아했으나 이제는 좋아하지 않는다.
에쿠니 가오리는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처음 접했는데 그때는 그 문체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늘고 자세한 여성스러운 문체.
그런데 반짝반짝 빛나는 이라는 책을 읽은 뒤 좋아졌고 그뒤 당신의 주말은 몇개입니까 라는 에세이집을 읽은 뒤론(나는 에세이를 좋아하나 보다.) 더욱 좋아져 서점엘 들렀다가 에쿠니 가오리의 신간이 나오기만 하면 모두 사들였던 것 같다.
그런데 점점 지겨워 지고 에쿠니 가오리 소설의 마지막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얼렁 뚱땅 끝나 버리는 엔딩 말이다.(개인적인 취향입니다.)
그래서 이젠 나에게 외면 받는 작가가 되었다.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은 연금술사가 시작점이 되었다.
연금술사엔 내가 좋아하는 문장이 많이 책 곳곳에 줄이 쳐져있다.
그 뒤로 코엘료의 소설 역시 신간이 나올 때 마다 보았지만 점점 갈수록 그의 종교적인 색채가 강해져서 나는 거부감이 들었다.
그래서 코엘료는 그만.
연금술사는 다시금 읽고 싶긴 하다.
이렇게 작가에 대한 취향이 바뀌는 구나.
난 요즘 무라카미 하루키에 빠져 있고, 몇년 전부턴 알랭 드 보통에 빠져 있다.
이 또한 언제 변할 지 모르는 취향이겠지.
여러분들은 누구에 빠져 있나요?
궁금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