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정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팬덤과 극단의 시대에 꼭 필요한 정치 교양
이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겨레]에서 2024년 3월부터 기고한 칼럼을 엮은 책이다. 온나라가 통째로 진통을 버텨낸 역사적 시간동안 칼럼을 게재하면서 저자는 고단했겠지만, 그 시간들을 엮어낸 '좋은 정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다시 접해보니 사람은 너무나 쉽게 잊는구나 속이 켕기는 듯하고 내려앉는 듯도 했다.  

우리가 또 뽑았다. 솔직히 우리라고 하면 억울하지만, 선거는 어쩔 수 없이 결과로 우리를 낳는다. 한강과 종묘의 일이야 그런 면에 있어서는 서울 외의 국민들을 결백하게 만들어주지만, 어쨌든 또 뽑았다. 그리고 그 결과를 함께 감내해야 했다. 우리만 이런 어려움 속에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엔 안/못 뽑는 애들도 있고, 뽑는 척만 하는 애들도 있고, 뽑는게 뭔지 모르는 애들도 있고, 지들이 뽑아놓고 남탓하는 애들도 있다(47). 온 세계가 그렇다. 우리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나라들에 특히 예민해서 더 그렇게 느껴질수도 있고. 불행 중 다행으로 우리는 수습을 했고, 해나가고 있다는 것과 다행 중 불행으로는 임기가 5년 뿐이라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할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 제발. 

세상이 이렇게 어지러우니 아침 저녁 뉴스마다 위기가 없을리는 없었지만 일을 잘 하길래 야구도 보고, 책도 읽고, 낙엽도 거닐며 일상을 살았는데 '좋은 정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관심이 생겨서 책을 펼쳤더니 시작부터 지난 겨울의 PTSD*가 몰려왔다. 날이 완전히 따뜻해지고 나서야 비로소 긴 겨울이 끝났구나 싶었던 날들. 파도 파도 괴담같은 전말만 드러나는 어느 저녁의 충격과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여파가 다시 생생이 떠올랐다. 게다가 반성과 청산없던 여당의 태도, 후보자 TV토론에서 생방송을 타고 여과없이 전해진 부적절한 발언을 내뱉는 후보까지. 이런 사람들이 대선 후보로 있는 것도, 지지기반이 있다는 것도 어지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이 참담함을 책은 고스란히 되살려준다. 그저 '좋은 정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궁금했을 뿐이데. 

저자는 3부에서 다루는 정치 팬덤에 대해서 굉장히 경계의 시선을 보낸다. " 정치 팬덤이 차이와 이견을 혐오하고 배제하면서 정당과 의회 등 정치를 짓누르는 현상, 또는 정치인이 팬덤을 만들고 이를 권력 수단으로 활용하는 정치 양식이 팬덤 정치다(206)" 고 말하면서 특히 이 '팬덤'이 내 편이 아닌 상대를 적으로 규정해 혐오와 배제를 하는 증오와 미움의 배설 현상을 보임을 거듭 강조한다. 이를 요즘식 표현과 적극적 참여로 관심을 표출하는 새로운 정치 지지층의 등장으로 '팬덤'이라 이름붙일 뿐 기존의 고관여 지지자들과 큰 차이점을 느낄 수 없는데 반해, 2030 남성의 극우화(74)에 대해서는 다소 나이브한 해석을 한 점은 아쉬웠다. 10대까지 범위를 넓혀도 무방할 것 같은 심각한 현상에 대해서 좀 더 민감하게 해석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미국 정부의 압박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대응이나 최근 중일 관계의 악화 등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지 다음을 궁금해하며 책을 덮었다. 위기에서 가까스로 수습하며 버텨내는 민족성을 실감한 탓인지 전보다 뉴스를 보는 시간이 늘어났는데 이런 정치 교양 책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좋은 정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지난 정권과 현 정권에 대한 비판과 조언이 균형잡힌 내용이라 초보의 어리숙한 시선으로도 즐겁게 읽을 수 있어 괜찮았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충격적인 경험/외상을 겪은 후에 나타나는 불안 장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주받은 사람 중에 가장 축복받은
박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만약 엄마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있다면 안나 같은 엄마를 갖고 싶었다. 그리고 안나 역시 자신을 보면서 소년 같은 아들을 갖고 싶다고 생각하길 바랐다. 46" 

 '저주받은 사람 중에 가장 축복받은'을 읽기 전에 책을 소개하는 카드뉴스를 보고 강렬한 흥미를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읽기 시작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느꼈다. 이 양가적인 생각은 '저주받은 사람 중에 가장 축복받은'을 읽는 내내 따라붙어 왔다. 제목부터 저주와 축복이 서로 다르게 그러나 나란히 적혀있었고, 누군가의 상황, 삶에 대해 어느 한 갈래만으로는 바라볼 수 없도록 미묘한 불편함, 긴장감을 주었다. 

 " 누구에게도 타인을 함부로 단죄할 권리는 없다. 58" 

 우식이 두번째 자가격리를 할 때 찾아본 첫 연애상대가 '결혼해서 여섯 살 된 아들을 두었다는 사실(28)', 조카를 이용해 인플루언서가 되려는 형네 부부와 싸운 일(52), '더 빨래'에서 디지털장례 서비스를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도와 과거를 지우는데 주력한 일(56),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마태공의 중학생 딸, 그런 딸을 위해 루머를 만들어낸 아버지(88), 전쟁을 핑계로 어린 소년을 가둔 안나와 스스로를 벽장 안 안가에 가둔 소년 기준의 이야기는 이편이 나쁘다, 저편이 맞다는 식으로 분명하게 갈라내기 어렵다. 

 어느 것을 택해야 하는지, 무엇이 맞다고 믿으며 스스로를 설득해야 하는지 모를 불분명함은 '벙커 1983' 텔레비전의 퀴즈 쇼에서 극대화된다. 난파선 게임, 트롤리의 딜레마,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누군가를 제외하고, 희생시키고, 죽이고, 죽는 선택지들이 우식과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가, 선택을 할 것인가,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인가. 이 질문들은 매번 '누구에게도 타인을 함부로 단죄할 권리는 없(58)'을 강조하는데 쓰인다. 

 당신의 선택이 옳은가, 당신의 선택이 사회적 합의에 이르렀는가, 당신의 선택에 그만한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두드림은 인터넷이라는 접근성과 파급력이 좋은 수단 덕분에 너무도 쉽게 일방적으로 고발되고 제기되는 사건들 속에서, 스스로에게 마땅히 그만한 권한이 주어졌다고 믿는 대중들의 준엄한 심판이 내려졌다 잊혀지고 번복되었다가 사그라드는 수많은 과정들을 아주 오랫동안 지켜봐온 사람이 지른 단말마 같았다. 

 코로나 때 자가격리를 하며 쓴 소설일 것이라 생각했다. 오래도록 집에 있으면서 처음엔 집에만 있으면 된다니 오히려 좋아 하다가, 몇 번이고 달고나커피 같은 것을 만들다 실패도 하고, 집에 있는게 이렇게 좀이 쑤시는 일이었나 의심하게 되면서 갇힌 사람과 가둔 사람에 대해 쓰기 시작했을지도 몰라, 하고. 아포칼립스 세상 속 오직 두 사람만의 세계에 대한 쌉싸름함을 만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더 전부터 세상과 사람의 다면성을 꿰뚫기 위해 준비된 이야기였다.  

 교차되는 우식과 기준의 이야기는 30년의 시간을 오가면서 가둬지고, 가두고, 머물고, 격리되는 사람들과 시간을 열람하도록 안내한다. 환상적이면서 현실적인 디테일이 살아있는 '저주받은 사람 중에 가장 축복받은'은 다 읽고 난 뒤에 다시 표지로 돌아가 제목과 그림을 마주했을때 비로소 '아!'하는 "소름 끼치는 순간"을 선사한다. 이 묘하고 낯선 이야기에서 사그라드는 계절의 음울하고 서늘한 기운을 함께 느껴보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낯선 위로, 아이슬란드
권호영 지음, 제이 사진 / 푸른향기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까운 사람 중에 북유럽으로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 있었다. 전부터 살면서 한번쯤은 두 눈으로 오로라를 보고 싶단 생각을 했었는데, 나는 생각만 했고 그 사람은 직접 오로라를 보러 다녀왔던 것이 항상 부러웠다. 가려면 갈 수 있지만 지금 당장 떠날수는 없어서 부러운 마음을 속에 꼭꼭 접어두었던 탓에 '낯선 위로, 아이슬란드'를 찾았다. 가보진 못해도 북유럽이 어떤 곳인지 조금이라도 더 살펴보고 싶은 마음과 이 부러움을 달래주려는 듯 '위로'라는 단어가 제목에 붙어 있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부러움으로 시작된 관심은 더 큰 흥미와 망설임을 가져왔다. 전에는 어릴 때 떠날 수 있을 때 떠나야 한다는 말을 공감하면서도 절감하지는 못했는데, 삶에 고정적인 일과가 생기고 해외로 여행을 가는 일은 대부분 짧게 가까운 곳들 위주로 가야하는 제약이 생기면서 장기간의 준비와 일정이 필요한 여행이 정말 큰 마음을 먹지 않고서야 어려운 때가 되니 가고 싶은 마음보다 떠나기 어렵다는 망설임이 더 커졌다. 작가에게 '몽상은 마치 사치 같아서, 몽상 대신 그저 떠나는 일을 택(120)'했다고 하는데 반대로 나는 떠나는 일 대신 몽상을 택하곤 한다. 

'낯선 위로, 아이슬란드'는 몽상가가 계획하는 아이슬란드 여행을 좀 더 현실적인 배경으로 채워주는 책이다. 책에서 만나는 멋진 사진과 소소한 이야기들도 좋았지만 가끔 큐알코드를 따라 들어간 블로그에서 접하게 되는 자세한 정보들도 유용했다. 예약 방법, 가는 길, 소요되는 비용, 주차비 같은 세세한 정보가 담겨 있다는 점이 궁금한 곳을 골라 시원하게 해결해주어서 좋았고, 지면에 구애받지 않고 여러장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사진과 영상들이 담겨 있어서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이국적이고 낯선 풍경들, 커다란 규모의 광활한 자연이 주는 압도감 같은 것들도 시선을 빼앗고 북극여우, 물개, 퍼핀, 심지어 고양이까지 귀여운 동물들도 아이슬란드에서 만났다고 하면 신기했다. 그런데 재밌게도 날 가장 놀라게 한 것은 먹어보면 좋을 음식(254)을 소개해주는 부분에서 '하르드피스쿠르'라는 간식을 봤을 때였다. 대구를 말려 우리나라 북어나 황태 비슷하게 만들어서 버터와 같이 먹는 음식이라는 소개를 보고 그 유사성에 놀랐다. 궁금해서 이리저리 더 검색해봤지만 건조중인 사진만 보고 실제 차려진 것은 찾아보지 못해 아쉬웠다. 이걸로 국을 끓이면 비슷한 맛과 해장에 좋은 효과를 낼까 궁금했다. 

책은 다시 책장에 자리를 잡겠지만 언젠가 위로나 몽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짜 아이슬란드를 가기 위해 꺼내볼 날이 온다면 좋겠단 생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양 - 가족의 오랜 비밀이던 딸의 이름을 불러내다
양주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양양'은 끝에서부터 시작된 책이었다. 영화를 만들고 난 뒤 '영화에서 다 말하지 못한 그 마음들에 관한 이야기(9)'를 담아냈다고 한다. 영화 [양양]이 외면했던 상처를 찾아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는 것이었다면, 책 '양양'은 붕대를 풀어낸 자리에 딱지를 떼어내고 그 상흔을 되새기는 것처럼 느껴졌다. 좀 더 극적으로 풀어낸 서사를 예상했는데, 풀이는 건조했고 삶은 언제나 그렇듯 극 이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 내 사주는 어땠냐는 질문에 아빠는 기억이 안 난다고 짧게 답했다. 서운했다. 겉으로는 덤덤한 척 그날의 인터뷰를 마쳤지만, 속으로는 터져 나오는 여러 감정으로 혼란스러웠다. 77" 

 결코 진심으로 혼자이고 싶었던 적은 없지만 외동이 아니어서 어떤 순간들은 맺혀있다. 크레파스가 12개인지 24개(104)인지 같은 사소한 이유들이었다. 온전히 내게로 주어질 수 없는 것들이 있었고 내 욕심이 사나운 탓에 감당할 깜냥도 되지 않으면서 어떤 것들은 부러웠다. 어떤 것들은 그냥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하고는 가끔씩 꺼내보게 된다. 잊고 있다가도 접어둔 책장을 한번 펼쳐 눈짓으로 훑어보는 것처럼. 내가 접어두고서도 접힌 곳이 생기게 만들었다는 탓을 하는 걸, 또 우연히 마주친다. 두 명의 양씨 여자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나를 생각했다. 

 누구에게 허락을 구할 필요가 없는 사진 몇 장으로 남은 사람의 흔적을 따라가는 일은 괴로웠다. 이제는 없는 사람, 남은 이들의 기억에서 점점 추억도 흐릿해지는 사람을 꺼내고 덧칠해 선명하게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는 동안 내가 잊어가고 있는 사람도 같이 떠올리게 만드는 일이라, 가족 안에서의 여성 서사는 세대의 흐름 안에서 비슷한 면면을 보이는 탓에, '고모라는 렌즈(107)'를 통해 양양의 시선을 함께 따르며, 그저 멀리서 거리를 두고 고모의 지워짐만을 집중해 관찰하고 싶은 마음과 달리 생각이 자꾸만 나에 대해 옮아가는 것이 불편했다. 

 " 낙인으로 남은 고모의 죽음과 마주하며, 나는 화목하고 평범한 가족이라는 규범적 관념 속에서 가려졌을 또 다른 누군가의 이름과 존재를 떠올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보낸 안전하고 화목한 시간들이 누군가를 지워서 얻은 것이라면, 더 이상 그런 화목함을 바라지는 않는다고. 156" 

 무슨 이유에서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고모의 존재가 지워져야 했을까 짧아진 인내심에 답부터 찾고 싶어지는 조급함을 누르며 책을 읽어야 했다. 딸이라는 이유로 진학에 어려움을 겪었던 고모(100), 숨겨진 마지막으로 발견된 장소(137), 평등하지 않았던 남자친구와의 관계. 고모는 집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었고,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싶어도 헤어질 수 없었다. 여성의 선택이 꺾여나가는 데에 스스로가 아닌 타의에 무게가 실리는 일이 그때도 지금도 여전함을 목격한다. 처음 책 안에서 나를 마주하는 시간들이 잦았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여성으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기분이 들었다. 

 '고모처럼 되지 말아라(19)'는 말이 전해지는 의미가 갈수록 달라졌다. 같은 핏줄을 타고 닮은 모습을 찾았다가, 잊히고 숨겨진 쓸쓸함을, 짧아서 서글픈 생애를 가늠하다가, 억울하게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살라는 경고같다가, 어느 순간 분노하고 싸우라는 말처럼 들려왔다. 첫번째 기록인 영화를 직접 봤다면 이 울림이 더 생생하게 다가왔을 것 같아 [양양]이 너무나 짧게 스크린에 올랐다 내린 일이 새삼 아쉬웠다. 존재했으나 더는 없고, 지워졌으나 간직되어온 사람, 누군가의 가족이었고 여성으로 대표되는 서사를 가진 사람을 한 마디의 회한으로 시작해 세상으로 되찾아오는 낯선 발견이었다. 독특한 뿌리찾기를 책과 영화로 만나보길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용우의 마이 옵티멀 다이어트 - 살찌지 않는 몸을 위한 최적의 식사 전략
박용우 지음 / 김영사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입으로만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살아온 시간의 절반은 다이어트를 하는 과정에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데도 아직 다이어트를 계속하고 있다면, '마이옵티멀 다이어트'를 보고 당연히 관심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정말로 하루 식사량이 그리 많지 않다. 예전에는 많이 먹으려면 먹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먹는 것도 잘 안되는데, 전보다 적게 먹으면서 체중 조절을 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노화 탓을 하고 싶지만 결국 나의 식습관과 생활습관의 결과가 몸으로 나타난 것이 맞는 것 같아 탓할 것은 자신 밖에 없을때 '살찌지 않는 몸을 위한 최적의 식사 전략'과 "많이 먹어서 찐 게 아니다, 잘못 먹어서 찐 것이다"라는 문구가 눈을 사로잡았다. 게다가 국내 비만 치료 1인자라는 수식에 빛나는 박용우 박사가 제시하는 솔루션이라니. 읽어볼만 했다. 

 먹는 것을 그래도 좀 가린다고 생각했는데, 음료를 마실 때 단맛을 피하는 것만으로는 설탕 중독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갈비찜, 양념치킨, 떡볶이 같은 자극적인 맛의 음식들을 좋아하는 입맛에는 이미 설탕이 가득 채워져있었다. 식탁 위에는 항상 간식이 놓여져 있는데, 식사를 조금 하고 나서 심심하다는 이유로 빼먹지 않고 간식을 챙기는 습관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해보니 새벽에 잠에서 깨는 일이 잦아졌는데 카페인 때문이 아니라 식습관 때문이었는지도 몰랐다. 늘 부족한 것보다는 남는 것이 낫다며 식탁을 넉넉히 채웠는데, 하물며 비타민, 유산균, 밀크시슬, 루테인 같은 것들도 몸안에 꼭꼭 채워넣었는데 과잉도 염증을 유발한다니 이래저래 찔리는 것들이 많았다. 

 단백질, 식이섬유, 필수지방산. 이 구분 안에 드는 식단표를 유심히 보며 그동안 뭘 지나치게 먹고 뭘 간과했는지 헤아려보았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음식들 대부분은 탈락하게 되는 결과가 아쉽지만 대신 내 몸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먹어야 건강하다는 사실이 명확했다. 단백질이니까 괜찮다며 먹었던 소고기, 돼지고기들은 영양소 밀도가 간당간당하면서 에너지 밀도가 너무 높았다.(102) 장바구니에서 냉동만두와 과자, 잼을 빼면서 두부, 버섯, 새우를 대신 담는데 몸보다 마음이 먼저 허하게 빠져나가는 기분이 드는 것을 막을수가 없었다. 입이 터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초콜렛을 한두알씩 먹곤 했는데 이조차도 중독(180) 증상이라고 하니 이것들을 사서 먹고싶다는 식욕(163)과 구매욕이 생리적인 것인지, 감정적이거나 쾌락을 추구하기 위해서인 것인지 따져보는 습관이 필요할 것 같았다. 

 과자를 정말 오래도록 너무 좋아하는데 초가공식품에 감자칩(222)이 있는 것을 보고 말로만 다이어트를 하고, 식사량을 조절한다고 해놓고 간식을 배로 먹었던 무절제한 습관이 제대로 찔렸다. 바로 운동과 병행하는 것은 어려울지 몰라도 공복 시간을 조금씩 늘려나가며 탄수화물, 당, 술, 밀가루 음식을 피하는 옵티멀 다이어트 4주 리셋 프로그램은 따라해볼만하게 생각됐다. 특히 밥을 매끼니 챙겨먹지 않아도 된다는 조언은 인상적이었다. 연말 모임을 앞두고 한층 건강해진 대사로 관리를 이어나가고 싶다면 11월이 지나기 전에 옵티멀 다이어트 법을 참고해보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