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에 '절망의 시대에 다시 쓰는 우석훈의 희망의 육아 경제학'이라는 문구가 있다.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방안이 있거나 이 책의
내용이 당신이 육아를 하는데 있어 어떤 희망적인 조언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저 지금 경제 흐름과 사회구조적으로 상황으로는 결혼과 육아를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으로 선택하기에 문제가 많다. 때문에 마찬가지로 육아는 누구에게나 어렵지만, 나는 이 문제를 나름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헤쳐나가고 있다는 고백과 그것이 주는 동질감이나 위로 정도의 내용이었다.
글이 매끄러운 편은 아니다. 저자가 경제학자이기 때문이겠지만, 소주제로 짧게 나눈 의미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변적인 내용들로 흐름이
빠지는 경우도 있다. 사실 기대한 점은 결혼하여 임신하고 출산하여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현시점에서 어떤 의미와 크기로 다가오는 일인지 좀 더
분석적인 시작으로 평한 내용을 볼 수 있길 바랐다. 하지만 내용은 에세이에 더 가깝다. 처음에는 기대와 실재의 간격이 넓다고 생각해서 좀
아쉬웠는데, 읽다보니 저자 개인의 체험을 담은 수기를 써놓은 것에 가깝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만큼 접근이 더 쉬웠던 것 같아 만족했다. 경제학을
버무려놓은 내용이었다면 어려운 면도 있었을테니까.
궁극적으로는 육아에 대한 내용이다. 대한민국에서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이 어떤 일인지 자신은 어떻게 해나가고 있는지, 평범한
수준의 삶을 사는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지만, 나름 솔직하게 드러내려고 노력한 면들이 보인다. 아내의 경력단절, 맞벌이에서 외벌이로 바뀌면서
찾아오는 경제적 변화, 아이를 돌보기 위해 부부의 개인 시간이 없어진 점 등등 보통의 문제들이 자신에게도 생겨났다는 솔직한 고백이 공감대를
샀다. 하지만 저 정도의 생활 수준에서 그나마도 결혼하고 9년 뒤로 시간을 갖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데도 이런 상황에 힘겨움을 느끼는데 그렇지
못한 부부/부모들의 상황은 얼마나 더 어려울까 싶은 생각이 든다.
좀 독특했던 점들이 있는데, 하나는 책의 편집이랄까 디자인 적인 부분이 좀 아쉬웠다는 것. 책장 끝부분에 내용이 가깝게 여백이 부족한듯이
나와있어서 보기에 어색했다. 전체적으로 여백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책등과 책장 위아래 부분은 여백이 많거나 평범한데 책장 끝부분 여백이 다른
쪽에 비하면 좁게 느껴졌다. 그리고 또 하나는 MB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정책에 대한 문제점 비판이 종종 드러나 있다는 점이다. 셋째 아이 출산에
중점적으로 맞춰진 보조와 출산 후의 상황에 대해 아무런 준비도 없이 출산 장려만을 하는 홍보 등도 문제점으로 삼고 비판해서 공감은 가지만
문화계에 블랙리스트란게 실제로 있다던데 이렇게 확연히 드러내도 괜찮을까 싶었다.
몇군데의 다듬어지지 않은 문장과 오자를 수정하여 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지금 이 흐름에 맞춰 서둘러 낸 것은 아닐까 싶은 느낌이
드는 면이 없지 않았다. 반복적인 내용과 표현을 줄이고 페이지 수를 좀 줄이는 것도 좋았을 것 같고. 전체적으로는 아쉬운 면이 눈에 밟히는데,
읽다보면 그것조차 투박함으로 느껴지고 또 괜찮아진다. 육아는 힘들지만, 아이의 웃는 모습을 보면 그것이 다 상쇄되어 버린다는 상투적인 표현이
'감성팔이'처럼 느껴지다가도, 그것이 사실은 어쩔 수 없는 진실이라 사는게 다 그런거지 하며 공감하게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