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 33일 -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는 시간 33일
바오징징 지음, 홍민경 옮김 / 시그마북스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이 불길한 제목은 대체 무어란 말인가. 실연이라니. 제목만으로 사실 내용을 어느 정도 짐작 가능했다. 실연과 33일과 관계된 내용이 나오겠구나. 그 짐작대로의 내용이 담겨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뻔한 내용이겠지, 하는 생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지고 어느 정도의 관객몰이에 성공했다는 부연 문구가 있다는 것에 뭔가를 기대하게끔 만드는 여지가 있었다. 예상대로 실연 이후의 33일동안 한 여자에게서 일어나는 일이 이 소설의 주된 내용이고, 꽤 재미있게 그래서 약간은 가볍게 책을 즐길 수 있다.

 

주인공 황샤오센은 결혼까지 할 것이라 믿었던 남자친구와 오랜 시간동안 함께 했던 가장 친한 친구가 서로 바람이 나는, 그래서 그 둘 모두를 잃어버리게 되는 끔찍한 일을 경험하게 된다. 극단적이고 극적이기까지 하지만 우리에게는 노래 가사와 오래된 씨에프 등으로 익숙한 내용이기도 하다. 설정이 그렇게 신선한 편은 아니다. 그녀의 캐릭터 역시 드라마에서 익숙하게 본, 내숭있는 여우도 아니고 정신놓고 영 개념없는 여자도 아니고 청순에 청승을 더한 답답한 인물도 아닌, 마치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순이 같은 느낌에 꽃보다 남자의 금잔디 같은 느낌이 좀 나는 재기발랄하고 적당히 평범하고, 어느 정도 오기있는 이십대 후반의 보통 여자처럼 보이는 흔한 설정이다. 여성 독자들이 쉽게 호감을 갖고 어느 정도 자신을 대입해서 볼 수 있는 요소가 있는.

 

표지에는 책의 내용을 두고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는 33일이라고 했지만, 그녀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는 것 같진 않고, 이전 사랑을 정리하는 33일 정도의 느낌이다. 무심하게 여겼던 곁의 동료가 실연을 계기로 백마 탄 왕자가 되어 다가온다는 것도 사실은 좀 억지스러운 설정처럼 느껴졌는데, 약간의 암시만 있을 뿐 진도'가 나간 것은 아니어서 결말만큼은 마음에 들었다. 여성에게 실연이 주는 의미와 실연을 통해 따라오는 일련의 사건들을 다룬 작품은 다양하게 본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니 남성에게 실연은 어떤 의미이며 그 이후에 어떤 사건들이 생기게 되는지 궁금해졌다. 그런 책이 나온다면 좋겠다. 여자만 차이고 나서 정신줄 놓고 펑펑 울고 구질구질해졌다가 결국 자신을 돌아보고 제자리에 선다는 그런 내용말고.

 

재미있었지만, 아쉬움도 남는 책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다소 생소하게 여겨졌던 중국 소설에 한걸음 더 다가가는 계기는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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