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투자은행 2
구로키 료 지음, 최고은 옮김 / 펄프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2권을 읽어내는 호흡은 1권때보다 빨랐다. 우선 생소한 경제와 관련된 용어들을 수월히 넘기는데 더 익숙해졌기도 하고, 주 인물로 나오는 가쓰라기에 대해 더욱 관심이 깊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함께 묘사되는 다른 인물들에 비해 가쓰라기는 성장이 더디게만 느껴졌는데 2권에 들어서는 가쓰라기의 역정이 좀 더 극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사건이 생기면서 흐름이 재미있어진다.

 

재미있는 점은 시대의 흐름을 넓고 긴 폭으로 그려내듯이 보여준다는 것이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현실성이 느껴지는 내용에 빠져들어 마치 진짜 있었던 일을 지켜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특히 2권에서는 쌍둥이 빌딩이 테러를 당한 때의 내용이 담겨져 있는데, 그 현장에 주인공인 가쓰라기가 있었고, 극적으로 건물에서 탈출해 살아남았다는 내용이 있어서 더욱 흥미로웠다.

 

주인공인 가쓰라기는 마치 작가가 그려낸 이상적인 인물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느낌으로 보는 내내 그에 대한 호감이 자연스레 생겨났다. 무조건 수익을 내기 위해 직장을 옮기고 고객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자연스러운 합의점을 찾아 일을 하고 돈만이 아니라 비전이나 의미까지 생각하며 자신의 미래를 대비하는 자세가 중점적으로 그려져 좋은 인물로 여겨졌다. 때문에 독자의 입장에서도 그가 약진하기를 바라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가쓰라기가 갈수록 성장하게 되고, 함께 그려지는 인물들 역시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생활하고 있음을 암시하며 이야기가 끝나게 되는데 많은 분량의 소설에 비해 결말을 다소 미미한 느낌으로 끝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미진함이 느껴졌다. 게다가 전형적인 평범함과 성실한 인물상을 잘 구상한 것 같으면서도 가쓰라기에게 아이가 없었다는 점도 읽으면서 의아하게 여겨졌던 부분 중 하나이다. 1권 정도 더 나올 것 같다는 기대를 하게 만들기도 했고.

 

아쉬웠던 점 중 하나는, 히로시마 원폭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안고 살아가는 피해국가의 모습으로 일본의 위치를 강조했다는 점이다. 과거를 잊으면 안된다는 말이 나오거나, 역사 의식이 희박해지는 일본의 젊은 세대를 경계하는 듯한 표현이 있는 부분을 보며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다. 그 외에는, 일본이 경제대국의 위치에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므로 일본인의 비약적인 활약을 강조한 것들은 그냥 받아드릴 수 있는 수준의 이야기였다.

 

일주일 가량을 이 책과 함께 심심치않게 보냈다. 펄프의 다른 시리즈들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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